로빈슨 크루소 펭귄클래식 36
다니엘 디포 지음, 남명성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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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동화책으로 만난 로빈슨은 신기함 그 자체였습니다. 혼자서 온갖 물건들을 만들고, 섬에 있는 모든 것을 소유한 그는 내 마음에 정말 부러운 존재였습니다. 이번에 다시 로빈슨을 만나면서 당시에 했던 철없던 생각들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고,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기며 인생의 절반을 혼자서 섬에 갇혀 외롭게 보냈는지 절감했습니다. 갖가지 고난들을 만나며 점점 성숙해가는 그를 보면서 인생의 의미에 대해 그와 함께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스무 살이 되자마자 아버지를 거역하고 떠난 모험. 사실 처음부터 위기에 봉착했지만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자기 생각에도 잘못된 선택을 계속 합니다. 결국 여러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홀로 섬에 남은 로빈슨. 천만 다행으로 그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많은 물건들을 그가 타고 왔던 배에서 가져와 근근이 연명해 나가던 하루하루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필요에 따라 나뭇가지로 바구니도 만들고, 굴을 파 물건을 저장하는 곳으로 사용했으며, 우연히 돋아난 이삭을 몇 년 동안 반복해 키워 곡식도 얻게 됩니다. 외로움과 좌절감에 보내던 나날이 지나자 그는 점점 혼자만의 생활을 받아들이고 적응하게 되며 심지어 편안함마저 느낍니다. 그가 우려하는 건 식인종에게 잡아먹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죽을 때까지 무인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외로운 죽음을 맞이하는 것입니다. 생각만 해도 암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오랜 시간 사람 그림자도 보지 못했던 그가 우연히 발견한 발자국으로 잔잔하던 그의 마음에는 파도가 일어납니다. 간간이 나타나던 사람 먹는 미개인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고자 천연 요새를 만들고 몸을 숨깁니다. 혼자 섬에 남겨진 지 20년이 훨씬 지난 어느 날 그렇게 고대하던 말벗 프라이데이도 생깁니다. 당시 노예매매가 성행하던 시대라 그를 노예로 삼긴 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위해 애씁니다.

 

  로빈슨은 결국 섬을 벗어날 수 있을까요? 섬 생활에 적응할 즈음에 그는 부족한 것 없음을 느기고 자신의 삶에 만족합니다. 자신에게 고난을 준 신에 대한 원망은 자신의 잘못에 대한 깨달음으로 변해 영적, 정신적 성숙에 이르게 되기도 합니다. 그런 그가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도 사실 의문입니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으니까요.

 

  이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무인도이던 그 섬은 더 이상 무인도가 아니었습니다. 처음 그 섬을 발견한 로빈슨은 원 주인으로 사람들에게 땅을 나눠주는 모습도 나옵니다. 이런 부분을 비롯한 많은 부분을 통해 이 책은 영국을 비롯한 당시 강대국들의 신앙을 앞세운 무력 침탈과 노예 정당화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후대에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아무나 할 수 없는 흥미진진한 모험, 발명 일변도의 무인도 생활, 점점 성숙하고 강인해져 가는 그의 내면 묘사가 많은 사람들에게 자극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삭막한 아파트 숲 속을 헤매는 우리는 어쩌면 숲을 거닐던 로빈슨을 동경하는 건 아닐까요?

 

원문 출처: http://blog.naver.com/kelly110/220085084397


- 슬픈 일이지만, 내가 늘 옳지 않은 길을 선택하는 건 놀랄 일도 아니었다. … 나는 내 재능과는 전혀 동떨어진 일을 하며 살게 되었다. 좋아하는 일과는 정반대였다. 그 모든 게 아버지의 훌륭한 조언을 뿌리치고 집을 떠난 결과였다. (88쪽)

- "주여, 도와주소서. 저는 큰 괴로움에 빠졌나이다." 몇 년 사이에 처음으로 내가 올린 기도였다. 그걸 기도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159쪽)

- 포기하고 나니(고생해서 만든 카누를 물가까지 옮기는 것) 정말 서글펐다. 늦긴 했지만 사전에 형편을 인식하지 못하고 일을 벌이는 건 어리석은 짓이며 무슨 일이든 사전에 스스로 해낼 능력이 있는지 정확하게 판단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203쪽)

- 배를 몰고 나선 건 11월 6일로 섬에 내 왕조를 세운 지 6년째 되는 해였다. 섬에 갇혀 살게 된지 6년째 되는 해라고 해도 좋았다. 여행은 생각했던 것보다 길어졌다. (215쪽)

- 불행이 어디서 닥쳐올 것인지 모르는 건 불행을 겪는 것보다 더 괴로운 일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특히 그런 예상이나 두려움을 떨쳐 버릴 방법이 없다면 더욱 그랬다. (2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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