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감정수업 - 스피노자와 함께 배우는 인간의 48가지 얼굴
강신주 지음 / 민음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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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꽤 오랜 시간 동안 생각하며 읽은 책입니다. 사람들의 감정이 이렇게까지 다양하게 세분화된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인용하여 각 감정들을 기술하고, 그 감정이 잘 드러난 문학작품을 하나씩 소개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소설 중에는 <<1984>>, <<위대한 개츠비>>, <<빙점>>, <<더 리더>> 등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유명한 작품들 외에 생소한 작품들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모르는 작가와 작품이 이렇게 많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여기에 소개된 책들을 하나씩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읽으면서 느낀 거지만 내가 이미 읽은 책들은 이해하기가 훨씬 쉬웠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 실린 내용에 모두 다 공감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작가가 남성이라 그런지 모르지만 성에 관한 부분이나 여성에 대한 시선 면에서 나와 다른 생각을 기술한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습니다. 심오한 인간의 감정이 이렇게 복잡 미묘한 양상으로 나타나는 것에 찬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들을 그대로 다 드러낸다면 짐승과 다르지 않겠지요? 이 책에 소개된 작품의 주인공들 중에는 그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다가 나락으로 치닫기도 합니다. 하지만 너무 억압하는 것도 건강에 나쁠 것 같습니다. 자신에게 생기는 감정들을 솔직하게 바라보고 적절히 표현하는 것이야말로 성숙한 사람들의 현명한 대처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을 읽으며 예전에 보았던 <워크 투 리멤버>라는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너무나 좋아해 비디오 테이프를 구입해 수십 번을 보느라 대사를 욀 정도까지 했던 그 영화에서 여자 주인공은 시한부 인생을 살면서도 소원 목록에 ‘세계문학을 1번부터 순서대로 끝까지 읽기’라는 항목을 넣고 실천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 부분을 통해 처음으로 문학을 적극적으로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거장들의 혼이 살아 숨 쉬는 문학들을 통해 인간의 감정을 배우고, 사람 살아가는 모습을 깊이 살펴보고 싶어집니다.

  

- 비루함이란 슬픔 때문에 자기에 대한 정당한 것 이하로 느끼는 것이다. (33쪽)
- 자긍심이란 인간이 자기 자신과 자기의 활동 능력을 고찰하는 데서 생기는 기쁨이다. (40쪽)
- 경탄이란 어떤 사물에 대한 관념으로, 이 특수한 관념은 다른 관념과는 아무런 연결도 갖지 않기 때문에 정신은 그 관념 안에서 확고하게 머문다. (51쪽)
- 경쟁심이란 타인이 어떤 사물에 대해 욕망을 가진다고 우리가 생각할 때, 우리 내면에 생기는 동일한 사물에 대한 욕망이다. (61쪽)
- 야심이란 모든 감정을 키우며 강화하는 욕망이다. 그러므로 이 정서는 거의 정복될 수 없다. 왜냐하면 인간이 어떤 욕망에 묶여 있는 동안에는 필연적으로 야심에 동시에 묶이기 때문이다. (71쪽)
- 사랑이란 외부의 원인에 대한 생각을 수반하는 기쁨이다. (79쪽)
- 대담함이란 동료가 맞서기 두려워하는 위험을 무릅쓰고 어떤 일을 하도록 자극되는 욕망이다. (89쪽)
- 탐욕이란 부에 대한 무절제한 욕망이자 사랑이다. (99쪽)
- 반감이란 우연적으로 슬픔의 원인인 어떤 사물의 관념을 동반하는 슬픔이다. (112쪽)
- 박애란 우리가 불쌍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친절하려고 하는 욕망이다. (1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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