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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아직 지지 않았다 - 함께 뛰는 법을 잊은 4050 부활 프로젝트
김현미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기 전에 ‘협동조합’은 나에게 조금은 생소한 용어였다. 일부 사람들만 이용하는 생협, 한 살림 등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이 책을 읽으며 산업 전반에 도입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대리운전도 협동조합 체제를 가진 곳이 있었다.
베이비부머라 불리는 50대들은 우리나라가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한 보물 같은 존재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제 다니던 직장에서 하나 둘 퇴직하고, 학력에 상관없이 가장 손쉬운 자영업에 뛰어들었다 낭패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한때 잘나가던 가구공단, 이대 앞 의류상점, 덕이동 로데오 거리 등은 이제 연이어 들어오는 대기업의 쇼핑몰들로 인해 사양길에 접어들어 망하는 상점들이 줄을 이었다. 그런가 하면 성수동 수제화 거리는 대기업에 납품하느라 뼈골 빠지는 반면 받아야 할 대금 대신 구두 상품권으로 받아 현상 유지도 어려운 처지에 처하기도 한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런가 하면 짜장면 가게 사장이 협동조합의 원리를 듣고 자신의 지분을 내놓고 조합을 형성하여 모두가 사장이 되는 연대를 실현함으로써 모든 직원이 정직원으로 고루 수익을 올리는 성과를 이루어내기도 했다. 협동조합의 힘이 이렇게 대단한 대신 쉬운 길이라고만은 볼 수 없다. 사람들이 많이 모일수록 서로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협동조합의 문턱을 너무 낮추는 것을 경계한다. 이탈리아에서 잘 진행되던 협동조합에 마피아가 두 명 들어오면서 초토화 된 경우도 있다고 한다.
동종 업계 간, 같은 세대의 연대뿐 아니라 여러 업체가 모이거나 세대 간 연대를 이루어낸 전주 한옥마을과 남부시장의 ‘청년몰’은 앞으로 협동조합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준다고 볼 수 있다. 출자 금액에 상관없이 모두 같이 1표를 행사하는 협동조합은 거대공룡과의 각개전투로 인해 힘을 잃고 쓰러져 가는 영세 상인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무작정 뛰어들기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체계적인 교육과 사례연구 등 검증된 방법을 도입하는 것이 좋겠다.
- 로컬푸드로 유명한 완주를 보자. 그들은 농촌의 생산자들과 도시의 소비자들을 로컬푸드라는 하나의 테마로 묶어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연대구조를 만들어냈다. (116쪽) - 배달원,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철가방이라 부르는 사람이다. 그 배달원도 이 음식점에선 어엿한 공동사장이 될 수 있다. 이곳의 직원들은 다른 중국집의 직원들과 비교해 확실히 ‘격’이 다르다. 4대 보험은 기본, 모두가 정규직이다. 이러니 이직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직원 40명 중 맨 마지막으로 입사한 막내가 올해로 3년차다. 한번 들어오면 나가질 않는 것이다. 대한민국 중국집 역사에서 이것은 매우 이례적인 기록이다. (152-153쪽) - 격정적이고 열정적으로 협동조합을 끌어안은 사람들. 그들과 헤어지려는 순간, 이상국 사업본부장은 내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혹시 젖은 장작 태우는 법을 아십니까? 우리는 젖은 장작입니다. 혼자서는 활활 탈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젖은 장작을 어떻게 태울 것인가. 활활 타는 장작불에 던져져야 합니다." (2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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