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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아이를 바꾼다 - 긍정의 건축으로 다시 짓는 대한민국 교육
김경인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4년 2월
평점 :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보는 순간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얼마 전 자연을 아이들에게 선물하자는 칼럼을 쓴 일이 있는데 이 책을 읽어 보니 그 때 내가 쓴 글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어서 정말 놀랐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벌써 몇 년째 학교를 직접 바꾸는 운동을 하고 있는 저자는 어려움 속에서도 도와줄 사람들을 찾고 학교를 연결하여 실제로 학교 환경을 바꾸는 일들을 해내고 있어 든든하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했다.
집보다 더 좋은 학교. 예전에는 정말 그런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요즘 초호화 원터치 방식의 아파트와는 대조적으로 학교는 노후 되고, 쾌적하지 못하고 썰렁하기만 한 곳의 대명사로 알려져 버렸다. 오죽 하면 학교를 배경으로 한 호러 무비들이 시리즈로 등장하겠는가? 내가 작년까지 근무한 학교는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위대한 학교였는데 건물은 정말 너무 낙후되어 있어 난방비를 많이 쓰고도 열효율이 떨어져 춥다는 생각을 몇 달 동안 했었다. 화장실 리모델링 공사 전에는 낙서 가득한 우범지대이기도 했다. 환경이 조금씩 바뀌면서 아이들의 일탈행동이 줄어드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이번에 옮긴 학교는 새로 건물을 지어 너무나 쾌적하고 깨끗하고 아름답다. 물론 처음 몇 주간은 없는 것도 많고, 먼지도 많아 고생하긴 했지만 금세 안정을 찾아 지금은 아름다운 학교 곳곳을 보며 감탄하고 있다. 학교 내 정원은 물론 학교 담을 접하여 있는 넓은 공원이 한창 공사 중이다. 올 여름 전에 완공되면 아이들을 데리고 공원에 가서 야외수업을 할 것이다. 처음에 공사 자재들이 여기저기 쌓여 있을 때는 생활 태도도 엉망이었는데 학교가 안정되니 아이들도 안정을 찾았다. 공간이 아이들 정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저자의 말 중에 아이들의 목표는 ‘공부’가 아니라 ‘자아발견’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아이들을 공부하는 기계로 만들고 있는 요즘 시대에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사실은 따로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자아발견을 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공간. 일률적인 성냥갑이 아닌 아름다움과 변화가 숨 쉬는 공간. 아이들이 도란도란 모여 앉아 이야기할 수 있는 나무 그늘 및 벤치가 있는 학교가 되었으면 좋겠다. 복도 곳곳에 소파가 있어 아이들이 쉴 수도 있고, 누워 뒹굴면서 책 볼 수 있는 편안한 도서관이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집에 가라고 해도 ‘여기가 좋아요’라고 말하며 머물고 싶어할 수 있는 학교들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 나무 한 그루가 그 어떤 위대한 철학자보다도 더 큰 깨달음을 줄 수 있고, 꽃 한 송이가 가장 강력한 치유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들려줄 방법, 어디 없을까? … ‘정원이 없는 집에서 사는 것은 영혼이 없이 사는 것과 같다. -영국속담’ (167쪽) - 아이들이 책과 친해질 수 있게 하려면, 먼저 도서관과 친해질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하지 않는 것은 그동안 생활 속에서 독서가 습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서일 경우가 많다. (177쪽) - 박광철 교수는 자신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바로 이용훈 교장의 지갑 속 종이에 적혀 있는 문구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거기에는 ‘무안중학교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학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궁금해서 이게 뭐냐고 물어보니 이용훈 교장이 그게 바로 자신의 꿈이라고 대답하더란다. (186쪽) - 창의력을 발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소통’이다. 그리고 ‘소통’을 가능케 하는 것은 바로 ‘공간’이다. (2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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