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서관에서 기적을 만났다
김병완 지음 / 아템포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도서관과 독서를 예찬하는 이 책의 저자는 대기업을 그만두고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3년 동안 어마어마하게 방대한 양의 책을 읽고 뻗어 나오는 창작욕을 이기지 못해 토해 내듯 책들을 세상에 쏟아내고 있는 사람이다. 바쁘게 살다 보니 책 읽을 여유가 없었던 저자는 한 순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멀리 부산으로 이사를 가서 도서관에서 성현들의 가르침을 받은 셈이다. 수많은 멘토가 있었을 것이며, 걸어가 보지 않고도 많은 시간과 장소를 여행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그는 날카로운 통찰력과 뿜어져 나오는 필력을 갖게 된다.

 

  사실 이 책에서는 세련된 문장의 묘미나 깊은 사색에서 나온 곱씹을 만한 내용들이 실려 있는 것은 아니다. 그가 말하는 프리 라이팅, 즉 떠오르는 대로 썼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책이다. 하지만 독서나 도서관에 대한 그의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정말 뜨끈뜨끈했다. 책에 대한 이야기라면 어떤 것이든 관심이 있는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두근대는 가슴을 감출 길이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저자가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오직 독서뿐’이라는 그의 주장이다. 물론 그는 독서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책에 푹 빠져 있는 동안 걱정이 없을 수 있었던 건 어쩌면 그전에 일했던 ‘삼성’에서 많은 돈을 벌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생계를 팽개치고 삼 년이라는 시간 동안 오직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만 매달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이 있을까? 그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며 한편으로는 참 이기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가정이 생기고 아이들을 키우는 중이라면 그 가족은 희생 아닌 희생을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위인이 한 명 나오기까지도 주변에 돕는 사람들이 많듯 그는 아마도 그를 잘 이해해 주는 가족이 있었을 것이다. 독서가 정말 소중하다는 생각은 나도 변함이 없고 기회만 된다면 모든 것을 뒤로 미루고 책만 읽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삶 속에서 책이 동반자가 되어 읽은 책의 내용을 생활에 실천하는 것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가 짧은 시간 동안 펴냈다는 30권 이상의 책들을 다 읽어볼 수는 없지만 이 책과 잠깐 본 그의 강연을 통해 뜨거운 열정만은 느낄 수 있었고 본받고 싶었다.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한 권의 책을 내기까지도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 비해 그의 출판은 쉬워 보여 부럽기도 하다. 다양한 배경을 지닌 작가들이 등장하여 여러 장르의 책들을 쓴다면, 그리고 스마트폰보다 그 책들이 더 흥미롭다면 책을 읽는 인구가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는 그의 말에 동의한다. 나도 흥미로우면서도 가치 있는 책을 쓰고 싶다.그리고 저자가 인용한 프리드먼의 말처럼 나만의 컨텐츠를 지녀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고 싶다.

 

   

--- 본문 내용 ---

 

- “자신의 행복이 아닌 다른 목표를 추구한 사람만이 실제로 행복을 얻을 수 있다.” -존 스튜어트 밀<<자서전>> (31쪽)

 

- 대도시를 월든 숲으로 만드는 방법은 세상과 정신적, 사회적으로 단절하고 단순한 삶을 사는 것이다. 나는 신문과 뉴스도 보지 않고, 심지어 친구나 지인들의 전화도 받지 않은 채 그렇게 능동적 고립 상태로 나의 환경을 만들었다. (82쪽)

 

- “성공한 삶이란, 얼마나 성취했는냐를 이야기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일하고 애쓰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쏟는다면 우리는 문화적으로 굶주리게 되고 영혼이 가난해진다. 우리는 여가생활을 어떻게 아름답게 가꿀지, 그것을 이용해서 어떻게 더 우아하고 지적인 휴식을 누릴 수 있을지를 궁리해야 한다. … 게으름은 우리를 명상하게 하고, 창조력을 꽃피우고, 발명에 불을 붙인다. 그 게으름의 에너지들이 녹아서 문화가 되고, 시가 되며, 음악, 철학, 그리고 예술이 된다. … 진정한 게으름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한다.” -알렉산더 그린 <<삶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94쪽)

 

- 훌륭한 저술가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글을 잘 쓰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롭고 독특한 콘텐츠를 끊임없이 창조해낼 수 있고, 그것을 독자들에게 쉽고 분명하게 잘 전달해줄 수 있는 능력이 아닐까? (130쪽)

 

- 나는 한국 사회의 문제는 책이 너무 많이 출간되는 게 아니라, 그 반대로 책을 쓰는 작가들이 너무 적고, 그로 인해 다양한 책들이 너무 적게 출간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지금보다 10배 정도 다양한 견해와 의식을 가진 더 많은 작가들이 한국 사회에 존재한다면 그만큼 출간되는 책의 종류가 다양해질 것이고, 그로 인해 잠재 독자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도 책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갖게 될 것이다. (133쪽)

 

- 우리 모두는 알게 모르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고, 시간 경영을 하며 살아가고 있고, 자기계발에 목숨을 걸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이 모두 거대한 기계의 톱니바퀴처럼 수도 없이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되기 위한 것이라면 어떨까? (162쪽)

 

-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고민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지 못하는 것을 근심해야 한다.” -공자<<논어>> <학이>편 (197쪽)

 

- “평소에 독서를 하지 않는 사람은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자기 하나만의 세계에 감금되어 있다. 그러나 그러한 사람들이라도 손에 책을 들기만 하면 생각조차 하기 어려운 별천지에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린위탕 <<생활의 발견>> (217쪽)

 



* 제 네이버 블로그 '천 권의 약속' http://blog.naver.com/kelly110 에 오시면 더 많은 책과 영화 리뷰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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