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처럼 철학하기 - 이상한 현대사회와 앨리스에 대한 14가지 철학적 시선
메간 S. 로이드 외 지음, 윤영애 옮김 / 인벤션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 앨리스가 들어갔던 토끼 굴이나 거울나라를 한마디로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어떤가요? 언제나 상식이 통합니까? 저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앨리스가 잠깐 머물렀던 이상한 나라나 거울 나라와 같은 면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앨리스 이야기에 나오는 심오한 철학적 이야기들은 이상한 나라가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적용 가능합니다.

 

  캐럴이 이 책을 통해 세상을 풍자하고자 했던 것들.. 여성에 대한 지위나 사회 참여의 기회 (티파티), 마음대로 처형을 명하는 여왕 등을 비롯하여 많은 쟁점들이 등장합니다. 그것들은 단지 이야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작든 크든 이 책을 통해 가슴 뛰는 여학생들이 있었을 것이고, 그들은 사회에서 여성이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노력해 지금의 남녀평등을 이루어내는 원동력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또한 처형을 명하는 여왕의 모습은 직장이나 기업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자신의 말이라면 뭐든 실행해야 하는 리더답지 못한 리더들의 모습에 비유될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 자신이 그러고 있는지 반성한다면 사회가 조금이나마 밝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위해 앨리스 시리즈 두 권을 함께 읽을 수 있는 기회를 가져 정말 좋았습니다. 앨리스를 겉으로만 판단해서 이상한 이야기로만 취급했다면 그 책들 속에 숨어 있는 철학적 쟁점들을 전혀 생각지 못하고 살았을 것입니다. 

 

  이 책에는 소크라테스를 비롯하여 니체, 하이데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철학자들의 주장이 실려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14인의 철학자들이 저마다의 해석을 들려주는데 비슷한 점도, 다른 점도 있습니다. 철학의 기본을 익혀서 알고, 책을 읽을 때 그 책 속에서 철학적 의미를 찾아보는 건 참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노력해서 그렇게 해 보고 싶습니다.

 

 

--- 본문 내용 ---

 

- “그럼 나는 뭘 해야 하지?” 이때 “네가 하고 싶은 것.”이라는 개구리 하인의 말은 그녀에게 모든 가능성을 열어 주었기 때문에, 앨리스는 자신이 따르려던 사회 규범이 아무 의미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녀는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이것이 바로 루이스 캐럴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다. (18쪽)

 

- 미친 모자 장수의 티파티 장면은 남성들의 세계에 뛰어든 적극적인 여성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24쪽)

 

- 티파티에서의 반항은 앨리스에게 정원으로 갈 기회를 주었고, 법정에서의 반항은 그녀를 현실로 이끈다. 이상한 나라 여행을 할 때 호기심 많고 꼬치꼬치 묻기 좋아하던 소녀의 몸은 다시 한 번 커지고, 이제 원래의 크기로 돌아온다. 이 신체적 변화는 그녀가 사회적, 심리적, 그리고 감정적으로 성장했음을 의미한다. 앨리스는 현실 속에서 누구에게나, 특히 진실을 숨기는 사람에게 언제든지 도전할 준비가 되어 있는 크고 힘 있는 젊은 여성이 되었다. 실제로 진실은 그녀를 자유롭게 만들고, 다시 현실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돕는다. (28-29쪽)

 

- 정원은 정원사들의 목을 베겠다고 툭하면 위협하는 여왕의 변덕에 앨리스가 희생양이 되는, 일종의 비극을 위한 장치이다. (246쪽)

 

- 루이스 캐럴의 작품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되어 왔다. … 어떤 경우든 캐럴의 작품은 철학적 수수께끼들의 보고로 인정받고 있다. 어쩌면 이런 존경심 때문에 G. K. 체스터턴은 다음과 같이 예리한 글을 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현자들과 백발의 철학자들은 …… 형이상학에서 가장 암울한 문제들, 이성과 비이성의 경계와 이 둘 사이에서 영원히 춤을 추는, 정신의 가장 불규칙적인 속성인 유머를 연구하기 위해 캐럴의 글을 읽어야 한다.” (280-281쪽)

 

- 루이스 캐럴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감각의 영역을 확장함과 동시에 일정한 판단 기준을 유지한다. 그 기준은 앨리스다. 앨리스는 사실 완벽한 인간은 아니다. 예를 들어 그녀는 쥐와의 대화에서 고양이 얘기가 쥐를 두렵게 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지 못하며, 자기가 혹시 메이블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계급의식을 무심코 드러내기도 한다. … 앨리스는 모험을 계속하면서도 늘 호기심 많고 분별력이 있으며 건전한 정신을 유지한다. 앨리스는 캐럴의 세계에서 난센스를 폭로하는 인물이다. 그녀는 건전하고 공손하며 분별력 있는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난센스를 파악하지 못하고 앨리스를 따라 토끼굴 속으로 들어가지 못할 것이 때문이다. (286-287쪽)

 

- “그러면 나는 어떻게 될까? 그들은 사람들의 목을 베는 걸 끔찍이도 좋아하는데 말야. 하지만 가장 놀라운 건 다들 살아 있다는 사실이야.

 

 

* 제 네이버 블로그 '천 권의 약속'에 오시면 장르별 많은 리뷰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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