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99% 엄마의 노력으로 완성된다
장병혜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요즘 자녀교육에 있어 아버지의 역할이 강조되는데 이 책은 엄마의 역할이 99%라고 한다. 오래 전 동료 선생님으로부터 이 책을 추천받고 빌려 읽었었다. 그 후로 도서관에서 가끔 빌려 읽으며 아이들 키우는 자세와 방법을 되새기곤 했던 책이다.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또 다른 감동을 느끼게 되었다.

 

  교육계에 불어온 창의성의 바람은 사실 미국에서 오래 전 유행했었고, 개인의 자유와 창의성만 강조한 나머지 기초 지식이나 예의범절, 게다가 꿈을 잃은 청년들이 거리를 채우기 시작하자 뒤늦게 잘못을 깨닫고 기초 교육에 충실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지금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인권이 많은 부분 교육계에 침투하면서 많은 좋지 않은 관행을 바로잡은 점은 인정하지만 오히려 무절서하고 살벌해진 느낌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에 유급을 시키면서까지 알 건 알게 만드는 교육을 강조하시는 장병혜 박사님의 말씀에 공감이 갔다.

 

  몇 안 되는 자녀들을 애지중지 키우느라 버릇이 없거나 아이같은 어른이 양산되는 건 아닌지.. 박사님이 어렸을 때 방 정리 안 된 사람은 학교에도 지각할 정도로 자기 할 일은 자기가 알아서 했던 것들이 마음에 깊이 새겨진다. 사람으로 가져야 할 기본적인 도리를 지식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그리고 공부를 강조하는 대신 스스로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 주신 그녀의 아버지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 아파 낳은 아이들이 아니지만 미국 최고의 대학에 진학시키고, 사회에 공헌하는 사람들로 키워낸 그녀의 현명함이 부럽다. 나도 아이들 스스로 아프면 아픈대로, 좋으면 좋은대로 자신의 처지와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고, 지금 있는 자리에서 보다 나은 사람이 되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모가 되어야겠다. 그리고 먼저 아이들의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나 자신을 늘 돌아보아야겠다.

 

 

--- 본문 내용 ---

 

- 아버지께서는 구한말 그 혼란스럽던 시절에 영국 유학길에 오를 정도로 학구열이 높은 분이었지만, 정작 자식들에게는 공부하라고 강요하는 법이 없었다. 다만 ‘배움 없이는 나라를 찾을 수 없다’며 늘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모습을 보이실 따름이었다. (9쪽)

 

- 나는 육아 이론과 원리 원칙에 귀 기울이기 전에 먼저 부모가 주관을 찾으라고 권하고 싶다. 그런 것에 신경 쓰기에 앞서 지금 이 순간 내 아이가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 그 행동 안에 숨어 있는 아이의 특성과 재능, 장단점은 무엇인지 부모의 눈으로 파악해 내야 한다. 부모의 눈에 아이의 모습이 보이는 순간, 부모의 머릿속엔 세상 그 어느 육아 이론보다 훌륭한 지침이 떠오를 것이다. 부모 스스로 육아 전문가가 된다는 마음가짐이 없는 한, 아이 안에 숨어 있는 그 무한한 재능의 씨앗은 결코 빛을 볼 수 없다. (29쪽)

 

- 결국 엄마들이 고민해야 할 것은 어떻게 해야 내 아이가 잘 자랄까 하는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나 자신이 아이 앞에 멘터로서 설 것인가 하는 문제인 것이다. (37쪽)

 

- 아이들이 뭔가 칭찬받을 일을 하면, 당장 내 주머니에 1달러밖에 남지 않는다 해도 세 아이들과 함께 외식을 하고 영화를 관람했다. (42쪽)

 

- 미국 정부에서는 먼저 공교육의 정상화를 선포했다. 이전까지 많은 전문가가 아이들의 자율과 창의성 확립에 주목했지만, 무엇이든 기본 바탕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걸 인식한 것이다. (51쪽) 재미있는 사실은 가까운 일본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과거 미국의 문화를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인 일본은 그들과 비슷한 곤경에 처했다. 아이들은 현실을 회피하는 내용의 팝송을 즐겨 들었고, 거리는 머리를 빨갛게 물들인 청소년으로 넘쳐났다. 그러나 지금 일본은 나름대로 문제 의식을 느끼고, 미국의 변화된 모습을 거울삼아 새롭게 룰을 세우고 있다. 창의력이나 자립과 같은 덕목도 중요시 여기지만, 그 이면에는 바탕을 먼저 다져야 한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 지금 우리 아이들 모습은 어떠한가. 학업은 외면한 채 거리의 폭주족으로 나서고, 가방 안에 책 대신 담배나 화장품이 들어 있는 것은 아주 작은 예에 불과ㅏ다. 조금만 힘들어도 짜증을 내고, 어려운 일은 아예 외면해 버리며, 하고 싶은 일은 많지만 노력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 아이들이 점점 늘고 있지 않은가. (55쪽)

 

- 현실에 대한 자각 없이는 어떠한 미래도 그릴 수 없다. 미래는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 스스로 성공적인 미래를 개척하길 바란다면 아이에게 자신이 처한 현실부터 정확히 인식하게끔 해야 한다. (133쪽)

 

- 어렸을 때 우리 집에서는 꼭 지켜야 하는 규칙 몇 가지가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각자의 방을 반드시 정리해야 했다. 방 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학교에 갈 수 없었다. 방마다 벨이 하나씩 붙어 있었는데 기상 시간을 알리는 아버지의 호출용 벨이었다. 벨소리를 듣고 일어나서는 서둘러 이부자리 정리와 간단한 청소를 마친 뒤 방문 앞에서 검사를 받아야만 했다. (140쪽)

 

- 아이를 다룰 때는 보다 현명해질 필요가 있다. 때론 아이를 바라볼 때 눈을 반만 뜨고 보고 못 본 척할 수 있는 인내가 필요하다. 아이가 기대에 못 미치거나 걱정스러운 모습을 보일지라도 눈을 반쯤 떴다는 기분으로 아이에게 믿는다고 말해 보자. 모름지기 아이란 엄마의 믿음을 먹고 자라는 존재들이다. (169쪽)

 

- 아이를 진정 자유롭게 키우고 싶다면 규범을 정하고, 그 규범 속에서 자유를 행하게끔 한다. 단, 규칙을 만들 때 중요한 것은 엄마가 일방적으로 정할 것이 아니라, 아이가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범주 내에서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해하지 못하고 억지로 지켜야 하는 규칙이라면 아이의 발목에 족쇄를 채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179쪽)

 

- 나는 가정에서는 세 명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수로 바쁜 삶을 살았다. 그런데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잠시 휴식을 취할 때에도 텔레비전을 보며 쉬어 본 적이 없다. 나라고 텔레비전의 재미있는 프로를 보며 머리를 식히고 싶지 않을까마는, 그보다는 아이들이 먼저였다. 그래서 차라리 재미있는 책을 보면서 쉬자고 마음먹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책을 읽고 공부를 하더니 어느새 그것이 습관이 되었다. 책 읽는 것보다 텔레비전 보는 게 더 재미있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아이들은 책 읽는 게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놀이라고 입을 모았다. (191쪽)

 

- '엄마는 선생님이 아니다.' 아니 선생님이면 안 된다. 오히려 엄마는 선생님과는 반대의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말을 한다. 당연히 아이들은 선생님이 하는 말을 무조건적으로 들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런데 문제는 집에서도 엄마가 선생님처럼 끊임없이 말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말을 들어 줄 대상이 없어져 버린다. (2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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