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과 소통한 사람들의 이야기 ㅣ 독서불패 2
김정진 지음 / 자유로 / 2010년 10월
평점 :
이 책은 7명의 위인들-황희, 벤저민 프랭클린, 연암 박지원, 레프 톨스토이, 헤르만 헤세, 호르헤 보르헤스, 버락 오바마-의 독서 전기이다. 우리가 아는 바대로 위인들 중에는 독서에 열중했던 사람들이 많았다. 아니 거의 대부분이 독서를 즐겼던 것으로 안다. 이 책에는 독서불패 1에 이어 독서에 열중했던 위인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 위인들의 일생 이야기를 책과 연관지어 함께 들려 주어 위인전 7편을 읽은 느낌이다. 그들의 독서에 대한 이야기가 나에겐 너무나 흥미로웠다.
내가 평소에 너무나 존경하던 벤저민 프랭클린과 연암 박지원, 그리고 톨스토이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수많은 업적과 발명품들을 남긴 벤저민 프랭클린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묘비에 인쇄인으로만 기록하게 했다는 부분이 의외이기도 했지만 그의 책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시작한 독서토론회가 당시로는 참신했고, 책을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 회원제 공동서재의 효시가 된 그들의 공동서재는 결국 필라델피아 도서관으로 발전한 것도 획기적인 일이었다. 프랭클린 플래너로 유명하기도 한 그는 13개의 덕목을 정해 매일 점검했던 계획적인 사람으로 통하기도 한다. ‘프랭클린은 훌륭한 업적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고매한 인격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몸에 밴 성실성과 절제에서 풍겨 나오는 온화함이 있다. 그는 남에게는 한없이 자상했지만, 자신에게는 말할 수 없이 엄격했다. 프랭클린의 이와 같은 모든 것은 평생 동안에 걸친 독서와 계획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94쪽)
연암 박지원 부분에서는 얼마 전 읽은 책만 읽는 바보 이덕무도 등장하고 이서구와 홍대용 등의 인물이 얽혀 있어 재미를 더했다. ‘독서란 마음을 읽는 것이라고 하였으며, 스스로 생각하고 통찰하는 능동적 독서를 강조했다. 또한 읽는 것은 곧 실천하는 것이라고 하였고, 읽는다는 것은 사물과 세계를 아는 것이라고 하였다.’(133쪽) 독서는 책만 달달 외우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것이라고 하여 실학의 기초를 이야기하고 있다.
톨스토이는 생각과 달리 도박에 오랜 시간 빠져있었다는 것이 의외였다. 하지만 그런 중에도 늘 책을 가까이 했다고 나온다. 그가 쓴 책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앞날을 알지 못하고 구둣가게에 하인과 함께 들르는 부잣집 사람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책을 읽다 보니 그의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과 유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작가의 글에는 자신의 경험이 이런 식으로 묻어나오는 것이 신기했다. 그 또한 프랭클린처럼 계획적인 생활을 했다. 예를 들면 법학 전 과정 학습, 어학공부, 농업 이론과 실제, 학위 논문 집필, 음악미술 중간수준 달성 등 실제적인 목표를 세우고 일과표까지 작성하여 생활하였다. 그는 13권에 이르는 방대한 일기를 남겼는데 수많은 책을 읽은 기록과 글을 쓴 이야기들이 있다고 한다.
어린시절 방황했던 헤르만 헤세는 외할아버지로부터 독서에 영향을 받는다. 외할아버지의 서재는 헤세를 위해 늘 열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에 그 또한 훌륭한 책들을 갖춘 서재를 만들게 된다.
책-헤르만 헤세
이 세상의 온갖 책도 네게 행복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책들은 모르는 사이에
너로 하여금 네 자신으로 돌아가게 한다.
네 자신 속에 네가 필요로 하는 일체가 있나니
태양도 별도 그리고 달도 있나니
네가 찾던 빛은 네 자신 속에 깃들어 있게 마련이다.
네가 오랫동안
수많은 책에서 추구한 지혜는
지금 어느 페이지에서나 빛나고 있나니……
그것은 네것이기 때문이다.(218쪽)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의 비슷한 점은 책과 관련된 일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서점이나 인쇄소에서, 또는 사서로 일하면서 책을 늘 접하는 일이 많았고, 어릴 때 책을 권하는 어른이나 훌륭한 서재로 인해 책을 접하기 쉬운 환경에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도 자녀들에게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훌륭한 작가나 위대한 인물들은 먼저 훌륭한 독자였음도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좋은 서재를 꾸미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책을 읽는 데 정진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