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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 개정판 ㅣ 손철주의 그림 이야기
손철주 지음 / 오픈하우스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과연 나를 감동시킨 것이 피카소였던가, 아니면 피카소품이었던가?"(251-251쪽)
내가 늘 가는 카페에서 빌린 이 책은 두께에 비해 그림이 많고 그림과 작가에 얽힌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어 생각보다 술술 읽혀 내려갔다. 그림에 반하고, 내용에 재미 들려 읽다 보니 어느새 한참이 지나갔음을 알 수 있었다. 시인, 소설가와 마찬가지로 화가들 중에 독특하다 못해 일반인과 다른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살다 간 분들이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 중 여러 장이 미성년자가 볼 수 없을 것 같은 그림들이다. 하지만 예술이라는 것으로 용인되는 참 희한한 세계라는 생각이 든다. 파괴적이고, 폭력적이며 선정적인 것의 정도가 어디까지가 예술이고 어디부터가 용납 못할 부분인가? 문득 궁금해진다.
하지만 이 책은 나에게 큰 행복감을 안겨 주었다. 한때 대학에서 졸업작품까지 그려 냈지만 졸업 후 다 접고 전혀 다른 세상 이야기인양 살았는데 이제는 미술에 다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림을 알게 되고, 작가를 알게 되면 그림 보는 눈이 높아지려나? 이 책 읽으며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나에겐 소중한 경험이다. 유명 화가들의 작품뿐 아니라 숨어 있던 작품들까지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작가들 중에 사회현상을 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고 내가 나이 든 언젠가 그림으로도 나를 표현할 날이 오기를 바란다.
이 책의 저자는 그림 설명을 하는데도 딱딱하지 않고 이해가 쉬우면서도 아름다운 문장들을 구사하고 있다. 많은 책을 읽고 사색했나보다.
---이 책에 소개된 그림들---
김기창, <정청> 1934년, 종이에 채색 -귀머거리 소년 화가에게 어머니의 체온을 전했던 소제, 쥘부채로 앞섶을 가린 채 숨죽이며 앉아 있다.(21쪽)
파이크 코흐, <슬럼 랩소디>, 1929년, 캔버스에 유채-네덜란드 출신 화가 코흐는 법률학도였으나 미술에 반해 길을 바꿨다. 그는 일상의 느닷없는 사물들을 병치하는마술적 사실주의를 옹호했다.(100쪽)
아르망, <장기 주차>, 1982년 쉰다섯 대의 자동차와 1천 6백톤의 시멘트-콘크리트로 고정시켜 쌓아 올린 자동차는 끈끈이주걱에 붙들린 벌레 신세처럼 보인다.(113쪽)
(그는 무려 자동차 쉰 다섯 대를 19.5미터 높이로 층층이 쌓아올렸다. 그것도 뷰익, 르노, 시트로앵 등 각 차종이 골고루 섞였다.)
남계우, ㅡ화접도> 19세기 후반, 비단에 채색-나비의 날갯짓을 모두 다르게 그렸다. 너무나 꼼꼼하게 그려 실재하는 것과 달리 몽환적으로 보인다. 서구의 하이퍼 리얼리즘을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다.(13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