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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에 쓰는 한 권의 책 - 살아온 삶에 깊이를 더하라
와시다 고야타 지음, 김욱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대학에서 철학과 윤리학을 가르치면서 평론가로도 활동 중인 저자는 여러 권의 책을 쓴 경험을 통해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온 사람들에게 책을 쓸 것을 권유하고 있다. 책 쓰기는 흥분되는 경험인 동시에 노동의 일종이며 책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내놓은 후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기까지의 감정 상태를 리얼하게 그려놓은 점이 흥미롭다. 작가들이 책을 낸 후에는 무조건 기쁘고 즐거울 줄만 알았던 나에게 책을 낸 후 찾아오는 허탈감이나 쳐다보기도 싫을 정도로 질리는 것 등은 나에게 새롭게 다가왔다. 그런 후에 다른 저자들이 얼마나 위대해 보이는지, 다른 책이 얼마나 좋아 보이는지 생각한다는 것이 재미있다. 그래도 몇 년이 지난 후 그 책을 다시 보았을 때 ‘어떻게 이런 훌륭한 글을 썼을까?’ 한다는 것이 그래도 인생에 헛된 경험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쨌든 책을 내지 않고는 할 수 없는 경험이라는 이야기이다.
책을 낸 후에는 그것이 자신의 ‘분신’이라 하더라도 그 책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도 기억해야 하고 싶다. 그러지 못할 때 그 책이 오히려 저자에게 오래도록 남아 고통을 준다고 한다. 저자의 손을 떠난 책은 스스로 독자적인 생명력을 갖춰야 한다는 저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그렇지 않으면 작가와 주인공을 동일시 하여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책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은퇴 후 서재를 만드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세세한 설명과 구체적인 의견은 일본사람 특유의 ‘~하는 법’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내가 정말 책을 준비하고, 책을 쓰고, 책으로부터 독립하는 과정을 거치는 느낌이 든다. 책을 세상에 내보내고자 하는 꿈을 가진 분들이라면 읽어 보아도 좋을 듯하다.
---본문 내용---
- 책을 출판하겠다는 생각 없이 글을 쓰기 시작했어도 어느 정도 분량이 완성되면 자신의 글을 책으로 엮어 세상에 내높고 싶은 것이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출판을 목표로 글을 쓰는 것보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글을 쓰는 것이 좋다. 출판을 생각하다 보면 오히려 부담감 때문에 글쓰기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매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쓰는 일이다. 좋은 문장들은 숙련 속에서 나온다. 당신이 좋은 문장들을 많이 구사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출판 기회도 얻을 수 있다. 그러므로 일단 써라. 이것이 내가 전하고자 하는 첫 번째 메시지다.(9쪽 서문)
-내가 처음 책을 썼을 때 준비기간을 제외하고 집필하는 데만 꼬박 반년이 걸렸다. 반년간의 긴장과 흥분에서 벗어나 평소의 일상생활로 돌아오는데도 비슷한 시간이 걸렸다. 글을 쓰는 동안은 고통스러움도 있지만 글을 쓰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도 있다. 글쓰기만큼 사람을 집중시키는 일은 드물다. 집중된 시간 속에서 마음껏 생각을 펼쳐나가다 보면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글쓰기의 매력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17쪽)
- 글을 잘 쓰려면 어느 정도는 훌륭한 문장들을 모방해봐야 한다. 일종의 글쓰기 기술을 몸에 익히는 과정이다. 문장의 기초기술은 베끼는 데 있다. 문장을 문학작품의 글로 바꿔 말해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모델을 잘 선정해야 한다. 형편없는 글을 모방하면 형편없는 문장밖에 쓰지 못한다.(29쪽)
- 저자는 책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되어야 한다. 저자의 인격은 책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야 한다. 냉정해 보일지 몰라도 이게 정답이다. 저자가 책과 너무 붙어 있으면 오해와 비판에 관해 불편한 일이 많이 생긴다. 저자의 손을 떠난 책은 스스로 독자적인 생명력을 갖춰야 한다.(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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