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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테라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평점 :
작가 박민규의 정신세계는 독특하다. 지난 번 소설가들이 쓴 옴니버스 형식의 책을 읽으며 그가 남들과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글을 쓴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이 책은 정말 파격적이다. 시공을 초월하는 인물 설정과 사건의 전개가 어떻게 보면 황당한 이야기인데 그 속에 담고 있는 메시지가 있다. 자세히 읽지 않으면‘뭐 이런 소설이 다 있어?’할 만한 이야기들이다. 그는 아마도 천재인가보다.
그는 성이나 배설 등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써 두었는데 이건 남자와 여자의 차이인가? 나는 아직 이런 이야기를 쓰기에는 너무 쑥스럽다. 난 소설가가 되기에는 먼 것인가? 아마도 제임스 미치너가 이 책을 읽는다면 놀라서 기절할 것 같다. 스타일이 너무 다른 소설이기 때문이다. 나는 박민규씨의 독특한 정신세계를 높이 사는 편이지만 제임스 미치너처럼 점잖은 소설을 쓰고 싶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지 못할 수는 있지만 보다 진솔하고 있을 법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 하지만 그의 일인칭 시점은 마음에 든다. 일인칭이니 작가가 주인공인지 주인공이 작가인지 구별이 안가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것이 허구여도 말이다. 그러면 독자가 아무리 황당한 이야기를 썼어도 그런대로 읽어 줄 만 하다고 생각할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10개의 단편들의 주인공이 거의 사회에서 소외된 젊은 남자의 이야기인 것이 재미있다. 어떻게 보면 모두 같은 사람인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 만큼 비슷한 성향인 데다 사회의 주류에 끼지 못한 아웃사이더들로 보여 이 책을 통해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남자들의 심리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이해할 수 없는 그로 인해 대변되는 남자들의 생각을 말이다. 지금까지 여성 작가가 쓴 여성이 주인공인 소설을 주로 읽었는데 앞으로는 남성이 주인공인 소설도 많이 읽어 보고 싶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군데군데 실소를 자아내는 부분이 있다. 작가는 그 정도로 유머러스하다. 책 깊숙이 깔려 있는 고독과 외로움, 그리고 깊은 상처를 유머로 중화시키는 듯하다. 이 책을 읽으면 독자가 나는 이 주인공보다는 나은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에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10개의 단편들이 가까운 이들에게 주는 선물로 씌어졌다는 것도 흥미롭다. 대단한 건 이 소설들이 세계의 문학, 문학 동네, 한국 문학, 문학 수첩 등 유수의 문학잡지에 실린 글들이라는 사실이다.
---김영하의 추천서(책 뒷면)---
"지금껏 우리 문학계에 존재한 적 없었던 기이하고 유쾌한 문장들을 제시하여 나를 비롯한 프로페셔널과 독자들의 유쾌한 항복선언을 받아내고 있다. 구어이면서 동시에 문어인 그의 문장들은 유희적 태도로 가장한 연민의 어법을 능청스럽게 구사하며 우리를 행복한 독서의 경험으로 끌어들인다. '신언문일치체'라 불러도 좋을 그의 문장들이 오래 기다려 온 비처럼 내 온몸을 두들기기 시작하면 나는 나의 어두운 골방 속에서 남몰래 책으로 얼굴을 가리고 조용히 웃는다."
---본문 내용(갑을고시원 체류기 중)---
"의외로 씩씩한 것은 여자들이었다. 세면장겸 화장실에서 마주쳐도 여자들은 언제나 당당했고 자신의 볼일을 척척 다 보고, 서로의 방을 오가며 소곤소곤 환담을 나누기도 하고 함께 장을 보러 가는가 하면, 그 좁은 옥탑방에서 몇몇이 어울려 식사를 하고, 웃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아니, 웃었다! 옥상에서 나와 담배를 피던 나는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그곳에서 <웃는다>는 것은 그만큼이나 희귀한 일이었다. 업소의 여급임이 분명할 그녀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나는 그래도 이 세상을 유지하고 있는 건 여자들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건강한 것은 여자들이다. 과연 남자들만의 세상이란 생각만 해도 부끄러운 것이었다. 서로가, 서로의 낯을 쳐다볼 수 없을 만큼이나 말이다."(288-289쪽) - 그의 여성에 대한 관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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