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왜 쓰는가
제임스 A. 미치너 지음, 이종인 옮김 / 예담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몇 년 전이었다. 다른 책을 통해 제임스 미치너라는 저명한 작가가 쓴 이 책을 알게 되어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그 때만 해도 내가 소설을 쓰고 싶어 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게 와 닿지 않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얼마 전 이 작가가 쓴 <<소설>>이라는 소설을 읽으면서 이 작가의 위대함을 느끼게 되었고 이 책을 다시 읽어 볼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 졸필로 소설을 시작하면서 이 책을 다시 읽으니 그가 얼마나 훌륭한 작가인지를 새삼 깨달았다. 40대에 하나의 소설로 일약 작가로 뛰어오른 행운의 사나이인 줄로만 생각했던 그는 어린 시절부터 책과의 인연이 아주 깊었으며 스스로 많은 노력을 통해 진정한 작가의 길을 가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호텔 야간 경비 일을 하던 그가 그레이스 리빙스턴 힐이라는 여류 연애소설 작가를 실제로 만날 기회를 갖게 된 건 정말 행운이고 운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아하고 품위 있는 그녀는 고정 독자를 가지고 일 년에 두 권의 책을 내며 다작을 하는 작가였다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작가 생활을 하다 보면 스스로 조절하기 힘들 때도 있을 텐데 한결 같이 작품을 발표했다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성실성을 가늠할 수 있다. 양복을 입고 찾아간 그가 그녀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나도 실제 작가와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다. 언제 기회가 생기면 꼭 기회를 놓치지 않으리라. 그리고 힐 여사처럼 품위 있는 작가가 되어 좋은 책들을 규칙적으로 내놓아 세상을 두드리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며 제임스 미치너가 한국전쟁에 참가했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도곡리 철교]라는 책도 집필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무척 반가웠다. 그리고 유명한 작가인 그도 가끔 영어 철자가 어떤 게 맞는지 모를 때가 있다는 것을 보니 띄어쓰기와 맞춤법이 자신 없을 때가 있는 나는 위안이 되었다.

 

  이 책은 사실 제목과는 다르게 작가가 왜 쓰는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언급하지 않는다. 영어 원문은 (Literary Reflections)이니 작가 인생에 대한 회상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그는 헤밍웨이나 마가렛 미첼과도 인연이 있는데 작가의 책에서 다른 작가의 이야기를 읽게 되는 재미도 쏠쏠하다. 노인과 바다가 제임스 미치너의 독후감으로 인해 유명세를 타게 되고, 뒤이어 발표한 작품으로 결국 헤밍웨이가 노벨상까지 타며 그에 자극받은 제임스도 책을 쓰게 되는 일이 있었다. 마가렛 미첼이 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둘러싼 루머들을 변호하는 장면도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제임스 미치너의 저서를 읽으면 그는 참 인간적인 매력을 가진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그의 책을 더 읽어보고 싶다. 그는 소설에 대한 나의 선입견을 버리게 해 준 위대한 작가다. 적어도 나에게는... 나도 그가 이야기한 것처럼 읽는 사람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작가가 되고 싶다.

 

 

 

---본문 내용---

 

- 뉴튼은 젊은이가 스무 살이 될 때까지 상당히 많은 시를 외우고 있지 않으면 인생의 상당 부분을 낭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41)

 

- 내가 평생 작가로서 지켜온 한 가지 일관된 고집이 있다면 그건 좋은 책의 제작에 아주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는 것이다. 나는 책이라면 마땅히 겉모양이 멋지고, 지도가 정확하고, 활자가 읽기 쉽고, 장정이 훌륭한 그런 전통에 따라 만들어지기를 바랐다. 나는 책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여러 주 동안 들고 다니며 동반자가 되기를 바랐고 책을 읽는 행위가 유쾌하고 즐거운 경험으로 기억되기를 바랐다. 나는 소설, 에세이, 또는 논픽션을 쓴 것이 아니라 바로 책을 쓴 것이다. (62)

 

-힐 여사는 감동적이고 멋진 사람들의 스릴 넘치는 이야기를 창조한다. 이 인물들은 모두 열렬한 신앙과 넘쳐흐르는 인정을 가진 사람들로서 현대 세계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의젓하게 극복해나간다. 그녀의 작품에 나오는 용감하고 신앙심 깊은 인물들은 1914년에도 난관을 잘 견뎌낸 것처럼 2014년에도 어려움을 극복해나갈 것이다. (85)

 

- 창작에 일관하는 몇 가지 신념(92-95)

성공한 소설은 인물들로부터 시작하고 그들과 함게 자라고 그들과 함께 지적, 정신적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인물들은 그들이 처해진 상황, 그들의 시대적 주제 속에서 파악되어야 한다.

조사는 빙사의 일각원칙에 의해 수행되어야 한다. 완성된 작품 속에서 조사는 10분의 1 정도만 드러나야 하고 나머지 10분의 9는 가라앉아서 작품 전체에 안정성과 강력한 힘을 주어야 한다.

소설을 기획하는 데서 건축적구도가 완성되지 않으면 별로 해놓은 일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이야기를 해나가는 데서 두 가지 타입의 서술에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즉 묘사(인물들의 말이나 행동을 직접 보여주는 것)와 진술(인물들의 말이나 행동을 간접적으로 요약하는 것)이 그것이다. 둘 중 어떤 한 쪽을 특별히 잘 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이 두 가지를 교대로 사용하면서 예술적으로 연결시키는 거시 이야기 방법의 요체이다.

독자의 주의를 끄는 제일 좋은 방법은 훌륭한 주제를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다. 독자의 주의를 계속 끌려면 무엇보다도 이야기에 진실성이 있어야 한다.

소설의 처음 몇 장을 아주 어렵게 만들라. 그렇게 하여 일부 독자들은 떨어져나가게 하라.(내가 쓴 소설을 읽으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분명 있다. 또 내가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과도한 상징과 부자연스러운 은유는 천재작가 혹은 문예창작과 학생들이나 사용하는 것이다.

애매모호하지만 재미있는 사투리를 사용하고 싶은 욕망은 극력 억제되어야 한다. 사투리를 많이 사용하는 책들은 반짝 인기를 누리지만 곧 잊혀져버리고 만다.

늘 자기를 기준으로 생각하여 글을 쓰라. 만일 어떤 책을 쓰려고 하는데 그 내용이 내게 재미있다면 다른 사람에게도 재미있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어떤 원고가 출판될만한 성질의 것이라면 그것은 멋진 장정이 된 단행본으로 나와야 한다. 그렇게 하여 출판이라는 위대한 전통이 계속되는 것이고, 또 독자들에게도 읽고 싶은 마음을 주는 것이다. 아무튼 책이라 하면 모름지기 즐거움을 주는 물건이라야 한다.

나는 저자가 아니라 작가이다.

무엇보다도 작가는 증언을 해야 한다. 그의 작품은 꾸준하고 유기적인 전체를 제시해야만 한다.

 

-이 소설은 내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그것은 내게 소설은 결국 불타는 상상력이 만들어낸 물건이라는 점이었다. 그럼 소설 속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가? 재능 있는 작가가 넣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다 넣어도 되는 것이다. 그럼 소설은 무엇을 추구하는가? 가슴에 불을 지르는 것이다. (109)

 

- 문학적 가르침을 받아들여 결실을 맺을 무렵의 결정적 순간에 도달한 문학청년에게는 반드시 어떤 결정적인 책이 찾아온다는 사실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문학청년은 폭넓게 책을 읽어야 하며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압도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나는 무명의 책들을 읽고서도 문학적으로 개안(開眼)하여 어떤 잠재적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라. 이 세상의 어떤 문학평론가가 내게 이런 사소한 작품들을 읽어보라고 권했겠는가! (113)

 

- “밤에 글을 쓰기 위해 일어나 켜놓은 집안의 불빛을 보았어요. 왜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나요?”/ “내게는 두 가지 목표가 있다오. 하나는 열심히 일하면서 내 심장을 자극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열심히 글을 써서 내 영혼을 밝히는 것이오.” (141)

 

제 네이버 블로그에 오시면

더 많은 리뷰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blog.naver.com/kelly11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