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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원, 은, 원
한차현.김철웅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3월
평점 :
2년 전 작가의 다른 책 ‘늙은이들의 가든파티’를 재미있게 읽고 리뷰를 쓴 기억이 난다. 작가님이 신작 소설을 신 후 리뷰를 나에게 다시 부탁하셨다는 출판사의 메일을 받고 감사했다. 아무것도 아닌 글이 작가님에게 작은 힘이 되었다는 것이 기뻤다. 그러므로 이번 리뷰도 당연히 쓰겠다고 했다. 요즘 소설 쓰기에 빠져 소설을 줄곧 읽는 중이라 좋은 작가의 책을 받는 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이번에는 김철웅 영화감독과 함께 쓰셨다는 게 독특하다. 책 내용 중 김철웅 감독이 등장한다. 음식점에 붙은 사인이긴 했지만. 그 부분을 읽으며 웃음이 나왔다. 책 속에서 작가를 본다. 영화감독님과 함께 작업해서인지 책을 읽는 동안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에서 나올법한 잔인한 장면들도 있었다. 책의 시작은 은원의 실종 사건이다. 흔적 없이 사라진 은원을 찾아 여기저기 헤매는 차연은 은원과 햇수로 3년을 사귀었지만 정작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고 한탄한다. 제주도에서 사이좋게 여행하고 돌아온 뒤 바로 사라졌기 때문에 자신의 잘못이 원인이라는 생각은 적지만 작은 단서라도 찾을 수 있을까 하여 은원과의 만남을 비롯한 과거 일들을 끊임없이 회상한다.
사라졌던 은원을 다시 만나게 된 차연은 그녀가 기억을 잃어버린 것에 대해 원망이 없다.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그는 설레었으리라. 그녀의 어머니는 은원이 희귀한 병을 앓고 있다고 했다. 그녀의 소식을 알게 된 것은 좋지만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하는 일은 쉽지 않다.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과 다시 원래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까?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안도해야 할까? 왜 SF소설이라고 소개되었는지 그때까지는 알 수 없었다. ‘늙은이들의 가든파티’처럼 내려놓을 수 없이 다음이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 책의 앞부분 내용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책의 말미 인물의 행동에 의문이 들기도 한다. 작가와 만나게 된다면 물어보고 싶다.
작가의 말에서 그가 오랜만에 쓴 연애소설임을 알 수 있었다. 그간의 작품 속에 등장한 여러 차연은 서로 다른 인품을 가지고 다르게 행동하는 차연들이었다. 작가가 같은 이름의 인물들을 여러 작품에 등장시키는 이유가 궁금하다. 그것도 자신의 이름과 닮은 주인공을. '낯설게 하기'를 작품의 착상마다 넣어온 작가의 시도가 용기 있다. 미래에나 벌어질 것 같은 일을 가져온 것도 참신하다. 열다섯 번째 장편소설에 열아홉 번째 작가의 말이라니. 그동안 작가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컴퓨터와 보냈을까? 이번에는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꼭 찾아 읽어볼 것이다. 나도 이렇게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소설을 쓰고 싶다.
*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솔직한 마음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