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먹고살려고요 작가특보
백두리 글.그림 / 마음산책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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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같았으면 그냥 지나칠 수 있었을 책인데 요즘 출간 준비를 하다 보니 책에 그림을 그려주시는 작가님에 대해 궁금해 이 책을 빌려왔다. 요즘 책은 예전에 비해 그림이 귀엽고 특색 있는 게 많다. 내 책에 들어갈 삽화도 귀여운 스타일이고, 나는 그게 마음에 든다. 이 책의 저자이자 그림 작가인 백두리 님은 자신의 책에 스스로 그림을 그렸으니 보람이 두 배일 것 같다. 나도 대학 때는 미술 부전공이라 유화와 수채화를 재미있게 그렸었는데 졸업하고는 붓을 잡지 못하고 있다. 내가 원하는 그림을 책 내용에 맞게 직접 그려서 넣는다는 게 어떤 기분일지 느껴보고 싶다. 언젠가는.


저자는 어린 시절 남들에게 그림 잘 그린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과 전공하는 것은 조금 다르다. 그렇게 좋아하는 그림을 입시 준비로 그릴 때는 무척이나 괴로웠을 것이다. 어쨌든 모든 관문을 통과하고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에 들어갔으니 추위에 곱은 손으로 그림을 그렸던 보람이 있었다. 지금은 일러스트레이터로 그간 많은 책의 삽화를 그려 왔다.


혼자 일하는 직업이지만 상업적 그리기는 많은 이들의 협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할 수 없다. 클라이언트의 입맛에 맞게 계속 수정하는 일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시간마저 촉박하면 자신이 계획한 모든 일정이 틀어지면서 밤샘 작업을 하기도 한다니 쉬운 직업이 없다. 그래도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것은 정말 부럽다.

저자는 나와 비슷한 점을 지니고 있다. 잠깐 동안 모든 것을 잊기 위해 영화 관람을 한다거나 요가나 댄스 같은 운동으로 체력을 기른다거나 식물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는 것도 닮았다. 그래서 더 공감하며 책을 읽었다. 토요일 여의도 오가는 길에 다 읽었을 정도로 얇고 작은 책이지만 내용은 알차다. 책 삽화에 관심이 많을 때라 나에게 특별히 다가왔는지 모르겠다. 내 책에 그림을 그려주신 작가님은 어떤 분일지 궁금하다.


얼마 전 편집자님이 책을 작가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일 수 있다고 하신 말을 잊을 수가 없다. 편집자는 편집자대로, 그림 작가는 그림 작가대로 책을 자신의 것이라 생각한다고 한다. 저자만의 물건이 아니라 편집자와 그림 작가의 책도 되는 것이다.


프리랜서로서의 생활이 부럽기도 했는데 저자는 오히려 일이 한 번에 닥쳐 예상치 못하게 오래 일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있었다. 쉬고 싶을 때 쉬고, 일하고 싶을 때 일할 수는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여유롭지는 않다고 한다. 심지어 마감이 다가오면 일주일 동안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니 작품을 넘기자마자 집을 탈출하여 밖에 나간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요즘 워낙 하고 있는 게 많긴 하지만 은퇴 후에는 나도 그림을 그려보려고 한다. 90세가 넘은 나이에 전시회를 열었던 할머니 작가처럼 은퇴 후에도 수십 년이라는 시간이 있을 테니 지금 하고 있는 취미생활에 그림을 살짝 보태고 싶다. 얼마 전에 읽은 책에서 제주도에서 그림을 그리며 노후의 열정을 불태우는 김보희 작가님처럼 예쁜 식물들에 둘러싸여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새로운 꿈을 갖게 되었다. 요즘 탭을 이용해 손글씨를 쓰고 있는데 어제는 그림판에 그림을 그려보았다. 다음에 언젠가 내가 그린 삽화로 책을 만들게 될지도 모른다. 꿈꾸고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지니까.


* 목소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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