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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날아 차 - 작심삼일 다이어터에서 중년의 핵주먹으로! 20년 차 심리학자의 태권도 수련기
고선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평점 :
작년부터 짬짬이 써 얼마 전 편집자님께 넘긴 책이 태권도와 바이올린을 재미있게 배운 교사의 이야기이다. 유머라고는 없는 딱딱한 회고록에다 이 이야기, 저 이야기가 산만한 내 책에 비해 태권도에만 집중하고 어릴 적부터 우량아였다는 저자의 재미있는 경험담을 쓴 이 책이 훨씬 재미있다. 이 책을 처음 알게 된 건 편집자님이 어느 날 나에게 보내주신 링크 덕분이다. '이미 중년의 태권도 책이 나와 있네요.' 한발 늦었음을 알았지만 책을 읽고 나니 범접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전혀 기분 나쁘지가 않다. 한 번도 만난 적 없지만 태권도 동지라는 생각 때문일까? 이 책을 통해 중년 태권도 인구가 많이 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책을 보고 얼른 데리고 와서 읽었다.
임상심리 전문가인 저자는 늘 남들의 고민거리를 들어주는 입장이라 스트레스가 알게 모르게 엄청 쌓인 채 살고 있었을 것 같다. 우연히 시작한 태권도가 그녀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을지 상상이 간다. 나도 그랬으니까. 여러 가지 운동을 시도하느라 많은 장비를 샀지만 오래 하지 못하고 그만두기 일쑤였던 저자는 태권도를 1년 동안 꾸준히 배우며 이 책을 썼다. 아직 그만두지 않았다면 지금쯤 나처럼 검은띠의 1단이 되어 있을 것이다.
정신노동을 하는 이들은 신체 활동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효과적인 면이 있다. 태권도는 다른 운동에 비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이 장점이다. 품새, 겨루기, 체력단련, 그리고 저자가 다니는 도장은 격파도 자주 하는 모양이다. 우리 도장은 격파는 자주 하지 않는 대신 복싱과 비슷한 손기술을 배운다. 저자의 도장에서는 명상을 하기도 하나보다. 우리는 시간이 부족해서인지 따로 명상을 하지는 않는다. 학생이 두세 명뿐인 우리 도장에 비하면 40대 이상만 여럿이라는 저자의 도장은 굉장히 큰가 보다. 매일 시간대별로 성인반을 운영하는 것이 부럽기도 했다. 우리 도장도 많은 수련생으로 북적이길. 물론 소수라 개별 수업이 가능한 좋은 점도 있다.
태권도는 시작 비용이 정말 적다는 말에 공감했다. 도복만 있으면 끝이니까. 맨발로 수련하기 때문에 신발도 필요 없다. 건조하던 발바닥이 오히려 태권도하면서 튼튼하고 보들보들해졌다. 태권도하면서 평소라면 만날 수 없는 이들과 수련하며 끈끈한 정을 느낄 수도 있다. 서로를 격려해 주는 가운데 우정이 싹튼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동료를 보면서 꿈을 키우기도 하고, 위로를 얻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서 배우면 아무래도 젊은 분들보다는 부상의 위험도 크고, 실력 향상도 더디지만 남과 비교하지 않고 어제의 자신보다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에 감사하게 된다.
가볍게 읽으며 태권도에 조금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이 책을 읽고 용기 내어 태권도를 배우는 성인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어린 시절부터 우량아로 자라 행동은 빠르지 않지만 힘은 좋다는 저자의 겸손하고도 진솔한 이야기에 나도 앞으로 태권도를 계속 꾸준히 재미있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또래의 태권도 수련기가 이 나이에 태권도를 하고 있는 나에게 잘하고 있다는 위안과 용기를 준 것이다. 내 책도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부족하지만 바이올린과 태권도 인구 증가에 작은 보탬이 되기를…….

* 목소리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