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왜 사느냐 묻는다면
미나미 지키사이 지음, 백운숙 옮김 / 서사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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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보내주신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기독교인인 나는 가끔 스님이 쓰신 책을 읽는다. 세계관의 차이가 느껴질 때도 있지만 종교를 아우르는 공통의 가치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이해인, 정호승 시인이 추천했다고 적혀 있다.


책을 펼치고 조금 읽자마다 놀라운 말이 적혀 있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나는 항상 소중한 존재이므로 존중받을 가치가 있고, 매사에 최선을 다해 생을 살아내야 한다고 믿고 있었는데 이 책은 그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생각은 모두 착각이며, 나라는 것은 나의 기억과 타인의 인정 속에서만 존재하는 흔들리기 쉬운 존재라는 것이다. ’나‘라는 존재가 기억과 타인의 관계로 쌓은 허상이라니. 너무 충격적이긴 했지만 외국의 어느 한 장소에 갔을 때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 틈에서 외로움을 느꼈던 것을 떠올리면, 만약 기억마저 잃는다면 나는 정말 세상에서 증발할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저자의 말에 완전 동의할 수는 없지만 이런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각의 전환이라고나 할까?


이렇게 가벼운 존재인 데다가 만약 죽음이라는 큰 문제 앞에 놓인 것이 아니라면 우리가 겪는 크고 작은 고통과 갈등은 작은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도 놀랍다. 오랜 세월 수련해서 해탈을 하게 되면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면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으로 침착하게 생각을 정리하라고 한다. 가벼운 존재인 사람, 그러면 아무렇게나 살아도 되는 것일까? 저자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꿈과 희망을 강요해서는 안 되지만 남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로 살아야 한다고 하였다. 어떻게 보면 너와 나는 별 것 아닌 존재인데 남을 도울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한데 그럼에도 남의 칭찬이나 인정을 바라지 말고 다른 이를 도우라고 한다. 내가 최고라는 생각, 꿈을 꼭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나를 바라보며 하루하루의 보람을 찾으면 물 흐르는 대로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이다.


스님에게 아내가 있다는 것도 놀라웠는데 찾아보니 일본 불교는 종파에 따라 승려들이 가정을 가질 수 있고, 자녀도 두며 때로 아들이나 데릴사위에게 절을 물려주기도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를 대처승이라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한국 승려들에게도 일본불교식 대처승을 강요해 해방 이후에도 있었으나 불교정화운동 이후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세계관이 다르고, 문화도 다르지만 매일의 일상을 지켜 감정의 소용돌이를 막고, 가족에게 따스한 말 한마디를 하고, 사람들과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그럼에도 내 말을 들어 줄 한 사람이 있다면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하는 원망이나 나는 꼭 잘 살아야만 한다는 집착을 버릴 수 있다면 말이다. 고민거리를 잡고 매몰되기보다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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