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생 4막, 은퇴란 없다
윤병철 지음 / 가디언 / 2021년 12월
평점 :
주변에 은퇴를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 그래서 출판사로부터 감사히 이 책을 받아 읽어보았다. 과거에는 하나의 직업을 오래 유지했기 때문에 그 직업을 그만하게 되는 것이 은퇴라 생각했다. 요즘은 이직이 많고,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예전보다 없어졌고, 퇴직 후에도 다른 일을 하는 분들을 자주 본다. 이 책 역시 퇴직이 은퇴라고 말하지 않을뿐더러 은퇴란 없다니 언제까지 일을 하라는 것일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인생을 은퇴 이전과 이후로 양분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눈다는 점에서 새롭게 다가왔다. 인생 1막은 배우고 준비하는 단계로 출생부터 약 30세에 이르는 시간이다. 나에게는 그 시기가 조금 짧았다. 비교적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서른이 넘어서도 대학원에 다니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개인별 차이가 많긴 하겠지만 배우는 시기라는 면에서 그렇게 나눈 것 같다. 요즘은 직장에 다니면서도 학업을 병행하는 평생학습 시대인 데다 스펙이 좋다고 원하는 직업을 갖던 예전과 달리 구직 자체가 어렵긴 하다. 어쨌든 배움의 1막을 지난 후에는 본격적인 경제활동 기간을 빠르든 늦든 갖게 된다. 이 시기가 인생 2막이다. 인생 3막은 퇴직 이후부터 거동이 가능한 시기를 말하고, 개인차가 있겠지만 이 책은 대체적으로 61~80세로 보고 있다. 인생 4막은 거동이 어려운 시기이며 죽음에 이르기까지로 보고 있다.
본격적인 경제활동은 인생 2막까지이겠지만 우리는 2막에서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3, 4막을 여유롭게 보낼 수도 있고, 국가나 다른 이의 도움에 의존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인생 2막이 상당히 중요한 시기라 할 수 있겠다. 막상 직장에서 떠나 무한한 자유를 맞게 되면 불안함이 먼저 몰려온다고 한다. 그 시간이 오기 전에 직업과 관계없는 다른 취미나 경제활동을 준비한 이들은 그 시기를 맞는 두려움의 정도가 다를 것이다. 오히려 그동안 자유롭게 하지 못했던 것들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참된 자유를 맛볼 수도 있다. 이 책에서 경계하는 것이 그때가 되면 생각하겠다, 하는 자세이다. 그런 마음으로는 퇴직 후 새로운 것을 찾아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이다.
요즘 젊은 층에는 집을 마련하기도 직장을 구하기도 어렵긴 하지만 매월 일하지 않아도 나올 수 있는 돈을 마련하는 데 생각을 모아 하나씩 준비하는 이들도 있다. 분산 투자로 파이프라인을 만드는 일이다. 내 주변에도 채권 투자나 리츠, 또는 월세로 안정된 생활을 하는 분이 있다. 웬만큼 부지런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지만 힘닿는 한 인생 2막에 이런 준비를 해 둔다면 3, 4막이 그리 걱정되지만은 않을 것이다.
100세가 넘는 나이에도 활동을 하시는 김형석 교수님과 같이 살긴 어렵겠지만 인생 4막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건강을 지키는 일도 중요할 것이다. 나에게도 거동이 어려울 정도의 나이가 찾아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준비해야겠다. 어떤 시기이든 간에 취미든, 경제활동이든 나만 할 수 있는 것, 또는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어떤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인 것 같다. 몸값을 올리는 일은 비단 인생 1, 2막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 재능을 갈고닦아 세상에 작은 보탬이 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나의 퇴직 이후와 노년을 생각해 본 계기가 된 좋은 책이다.



*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본인의 솔직한 생각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