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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프게 어른이 되었다 -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어쭙잖은 어른의 이야기
김기수 지음 / 가나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블로그 안부글로 저자가 이 책 리뷰를 요청했다. 이십 대를 보내는 저자가 살아가는 이야기가 혹시라도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여 얼른 보내주십사 했다. 책이 도착하고 보니 본문 글자가 다른 것보다 좀 작았다. 20대라 눈이 좋아서인가 보다. 자비 출판사는 아닌 것 같은데 익숙한 본문 구성이 아닌 데다가 더러는 오타도 보이고 어법에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책의 처음에 작가 고유의 글맛을 살리기 위해 ‘한글 맞춤법’에 맞지 않는 일부 문장 및 표현을 수정하지 않았다고 되어 있었다. 시와 같은 강제 줄 바꿈도 많았고, 블로그 글처럼 문단 사이에 한 줄 띄우는 경우도 있어 캐주얼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십 대 청년이 어떻게 이런 통찰력을 가지게 되었나 싶을 정도로 그의 글은 어른스러웠다. 나는 20대 시절에 무얼 했던가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글이라고는 쓴 적이 없고, 학창 시절 간혹 읽던 책도 내려놓았던 나의 20대. 아이를 일찍 낳아 키우던 나에게 사색의 시간 따위는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외국도 다녀오고 매일 일기를 쓰는 이 청년이 한편 부러웠다. 20대에 이렇게 훌륭하면 내 나이에 얼마나 더 멋진 삶을 살게 될까? 허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이고 지금이라도 읽고 쓰고 있으니 미래에는 뭐라도 되리라 믿는다.
저자는 애정 전선에 대한 이야기도 꽤 읊었다. 사실 그 나이 최대의 관심사 중 하나이니까. 많은 실패도 괜찮다. 공부한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어떤 관계든 서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좋겠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해 주고 싶은 말이다. 모쪼록 저자와 마음이 잘 맞는 반려자를 만나게 되기를.
어느 책이든 글 쓰는 것에 대한 내용을 접하면 가슴이 뛴다. 저자는 수첩을 사서 생각나는 것들을 적는다고 하는데 날짜를 보니 3개월 만에 한 권을 다 기록했다고 한다. 그렇게 글을 써 나가니 이런 책을 어린 나이에 출판한 것이었다. 내 느낌인지는 모르지만 책의 앞부분보다 뒤로 갈수록 더 좋다는 생각을 했다. 글은 많이 쓸수록 잘 쓰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나도 좋은 필기구와 수첩을 매일 끼고 다니며 수시로 적어야겠다. 늘 가지고는 다니는데 열고 적기까지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이 책이 성공의 비법을 담은 이야기가 아니어서 좋다. 누구나 흔들리며 고민하는 청춘의 시간을 거친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수많은 실패와 간헐적 성공, 그리고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어머니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느낄 수 있어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런 아들을 가진 부모는 행복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해야겠다.
* 위 글은 저자로부터 무상으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솔직한 생각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