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사흘 프랑스에서 나흘 - 코미디언 무어 씨의 문화충돌 라이프
이안 무어 지음, 박상현 옮김 / 남해의봄날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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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읽기에 관한 책에서 얼핏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 책 제목을 적어 두었었는데 즐겨 가는 도서관에 이 책이 있어 데리고 왔다영국과 프랑스에서 왜 왔다갔다 하며 살았던 것인지 궁금했고 둘 사이에는 어떤 문화적 차이가 있을지도 알아보고 싶었다생각보다 두꺼운 책이었는데 내부의 본문 글씨가 파란색이어서 독특했다사실 나로 인해 이번 달 인문학 모임에서 함께 읽을 책으로 정하기도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중간에 읽는 걸 멈출 뻔했다. 유럽 스탠드업 코미디를 이해하기 어려운 아시아인이랄까? 동물이라는 범 세계적 주제가 주를 이루는 중반 이후부터 웃기고 재미있었다.

 

  영국의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저자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공연을 하느라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았다장거리 운전에 지친 그는 이사를 하기로 하는데 공연 끝에 지친 몸을 평화롭게 쉬게 할 수 있는 아내 나탈리의 친정이 있는 프랑스 시골의 집을 찾아냈다영국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했기 때문이다계약 후 갑자기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어렵게 들어오긴 했지만 영국 가는 저가항공이 있는 세 군데의 공항에서 각 한 시간 반 거리의 그곳에서의 새로운 출발에 단꿈을 꾸고 있었다하지만 시골 생활은 그가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나 달랐다동물을 사랑하는 아내 나탈리가 그녀의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남자 아이 셋에 개고양이토끼(일찍 죽긴 했지만)까지 키우게 된 그는 집에 오는 것이 휴식이 아니라 또 다른 노동의 시작임을 알게 된다.

 

  그는 영국 '모드족'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데 모드족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 검색해 보니 패션에 민감하고 음악에 관심이 많은 조금 이전 세대를 이르는 말이고 단지 패션이나 음악 뿐 아니라 삶의 전반을 아우르는 하나의 문화임을 알게 되었다그는 길에 다닐 때도 농장 일을 할 때도 멋진 차림을 고수하길 좋아한다깔끔한 그의 성격과는 다르게 수더분한 아내는 집에 함께 있어도 얼굴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동물 가족을 돌보느라 바쁘다그는 서서히 시골 생활에 적응하게 되고심지어 아내가 3주간 집을 비운 동안 혼란은 있었지만 아이들과 동물들을 훌륭히 건사하기도 한다.

 

  사실 앞 부분을 읽는 동안은 내용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영국인으로 느낀 프랑스 문화에 대해 쓴 것이지만 나에게는 영국도프랑스도 익숙하지 않은 문화를 가진 나라이기 때문이다스탠드업 코al디라는 장르도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인가 인기를 얻고 있지만 실제로 본 적이 없어서 어떤 것인지 모르고영국이나 프랑스나 나에겐 모두 외국인 그곳의 차이점도 잘 모르는 나는 문화 이야기가 어렵게 느껴졌다하지만 중반 이후를 지나면서 이야기의 상당 부분이 동물 농장이 된다문화보다는 프랑스 시골에서 동물들과 공생하는 법에 대한 내용들이 나열되는데 그의 생활이 너무 웃기고 재미있어 피식피식 웃으며 읽었다그 부분은 책장도 잘 넘어갔다심지어 이런 곳에서 나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뱀과 두더지가 나오더라도 말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저자의 사진과 짤막한 인터뷰 내용이 실려 있다책 읽는 동안 궁금했던 것이 조금은 해소되었다마음씨 좋은 아내는 상상했던 것처럼 후덕한 인상이었고, 생각보다는 얌전한 저자의 옷차림이 단정하고 패셔너블했다꽃이 만발한 집은 너무나 아름다웠다이 책을 읽고 잠시나마 농가 주택을 검색해보기도 했다시골에서 사는 삶이 불편하고 힘들겠지만 언젠가는 꼭 해 보고 싶다책을 출간할 당시 그곳에서 산지 11년 되었다고 했다익숙한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영국인이 느끼는 프랑스 문화에 대한 이야기와 동물들과의 해프닝에 미소 짓게 되는 책이다.


목소리 리뷰: https://www.podty.me/episode/15426585



- 프랑스의 의료체계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들 하는데 틀린 말이 아니다. 아프면 언제든 의사를 볼 수 있고, 그런 의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수술할 때 얼마의 돈을 내는 것도 전혀 아깝지 않다. 현재 프랑스의 진료비는 22유로이고, 그나마도 나중에 돌려받는다. 그래도 22유로를 받는 이유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프지도 않은 사람들이 의사랑 잡담하러 병원에 오기 때문이다. ... 불쌍한 영국의 의료체계는 의료서비스가 무조건 무상이어야 한다고 믿는 국민들의 기대로 무너지고 있는 중이다.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영국에서 완전한 무상 의료 서비스는 지속 불가능하다. (1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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