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폰네소스 전쟁사 - 하 범우고전선 32
투키디데스 지음, 박광순 옮김 / 범우사 / 199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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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그리스 여행을 하면서 그리스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역사를 알아보기 위하여 읽게된 책입니다. 물론 여행전에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전말을 간단하게 요약한 글은 읽어보았지만, 대부분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기반으로 한 것들이었기 때문에 원전을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상하권 합하여 850쪽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으로 거의 일주일을 꼬박 읽어야 했습니다.

시기적으로 앞선 이집트나, 소아시아, 중동지역에서는 왕국 혹은 제국이 형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적으로 뛰어났던 그리스에서는 도시국가 수준에 머물렀던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먼저 그리스사람들의 뿌리는 북쪽에서 이주해왔다고 합니다. 그리스의 전설에 따르면, 데우칼리온과 퓌라의 아들 헬렌은 뉨프 오르세이스에게서 세 아들 아이올로스, 도로스, 쿠토스를 얻었는데, 이들로부터 헬라스의 주요 부족인 아이올리아인, 도리아 인, 아카이아 인, 이오니아 인을 창건하였다고 한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보면, 이들 가운데 우리가 스파르타라고 알고 있는 라케다이몬을 중심으로 펠로폰네소스반도 일대에는 도리아인이, 아테네를 중심으로 하는 대륙에는 이오니아인이 많았던 듯합니다. 그리스는 섬이 많고, 테살로니키 지방에 평야가 있는 것을 제외하면 육지의 4/5가 산지라고 합니다. 따라서 지역 간에 교통도 불편하여 집안사람들끼리 모여 살았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배타적일 수밖에 없었고, 타지인으로부터 피해를 입으면 그 빚을 갚아주는 악순환의 뿌리가 깊어졌을 것 같습니다.

특정 도시가 세력을 얻어 전체 도시들을 평정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어서 도시들 사이에 동맹이라는 느슨한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을 것 같습니다. 이민족 페르시아와 전쟁을 치를 때는 그리스동맹을 이루어 단합하여 이를 격퇴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지만, 이후 동맹의 중심이 되었던 아테네의 세력이 커지면서 전횡하는 경우도 생기게 되고, 이를 계기로 라케다이몬을 중심으로 하는 펠로폰네소스동맹이 생겨났고, 아테네는 델로스동맹을 결성하여 서로 대항하게 되지 싶습니다.

투키디데스가 기록한 기원전 431년부터 기원전 404년까지의 펠로폰네소스전쟁이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 기원전 770년부터 기원전 221년에 이르는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합니다. 물론 땅덩어리가 넓으니 그리스의 도시국가들보다는 커다란 영토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도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압도하여 통합하는 일이 윤리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용이한 일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합종책이니 연횡책이니 하는 전략이 나오게 된 것이 아닐까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읽다보면 변설에 능한 사람의 세치 혀에 따라서 도시국가들 사이에 전쟁도 일어나고 하던 전쟁도 멈추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투키디데스가 자료를 많이 모아 분석하고 중립적으로 기록하였다고는 하지만, 누군가의 연설문을 오늘날처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므로 연설의 취지는 살리되 문장은 투키디데스의 머리에서 나왔을 터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투키디데스는 참으로 뛰어난 문장력을 가졌던 것으로 짐작됩니다. 아테네와 라케다이몬이 30년 가까운 전쟁을 이어가는 과정을 보면 코린토스나 케르키아 등 작은 도시국가들이 분쟁의 꼬투리를 만드는 경우도 있었으며, 아테네 내부에서도 라케다이몬과 휴전상태라고는 하지만,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는 상황에서 멀리 이탈리아반도에 붙어있는 시케리아섬에 대규모 원정군을 보냈다가 시케리아섬의 도시국가 시라쿠사가 라케다이몬을 끌어들여 아테네원정군을 괴멸시킨 것이 아테네의 운명을 결정지은 요인이 된 것을 보면, 대규모원정군을 보내는 의사결정과정에 군사적으로 심도있게 검토되었다기 보다는 민중이 모인 가운데 몇몇 변설가들의 막연한 주장이 흐름을 주도하여 결정되었던 것 같아서 그리스 대중정치의 한계를 본 듯합니다.

그리스의 옛지명이 오늘날과 많이 다른 점이라든가 오늘날의 지명을 대비하거나 전투상황에 맞는 지도를 곁들였더라면 읽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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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으로 가출하기 - 16-17년 최신판 가출하기 시리즈
(주)내일투어 출판팀 엮음 / 내일투어(내일여행)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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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회사에서 보내주는 해외여행을 처음 가보게 되었습니다. 입사 10년차에 첫 해외여행입니다. 벌써 5년 전 쯤에는 다녀왔어야 하는데, 뭘 잘못했는지 별별 이유로 선발대상에서 탈락하곤 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쌓인 일 때문에 알아서 양보를 하기도 했습니다. 옛날에는 유럽도 가고하더니 요즈음에는 기껏 동남아시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은 작년에 가볼 뻔 했던 대만을 가기로 했습니다.

그러니까 대만은 가출하듯 가볍게 다녀올 수도 있는 여행지라는 의미인 듯합니다. 회사에서 보내주는 여행 역시 여행사를 통하여 가는 것이기 때문에 교통편이나 숙식은 별 어려움이 없을 것 같기는 합니다. 봄엔가 아내가 대만여행을 예정했다가 여행지를 바꾸는 바람에 대만여행에 대한 준비를 하기는 했습니다만, 그래도 여행을 간다니 뭔가 해야 할 듯하여 고른 책이 <타이완으로 가출하기>입니다. 160쪽 분량의 가벼운 책자인데, 대만을 구석구석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타이페이와 인근, 그리고 가오슝 정도를 자유여행을 다녀올 수 있도록 여정도 추천하고, 볼거리, 먹을거리 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실을 볼거리보다는 먹을거리 중심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타이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타이완 영화를 몇 편 소개하고 있는 점이 다른 여행안내서와는 차이점입니다.

아무래도 자유여행은 젊은이들이 많이 하는 까닭인지 사진도 많고, 그림으로 소개하는 장면도 많이 삽입되어 있습니다. 레스토랑이라 식당, 그밖에도 여흥을 즐길만한 장소를 중심으로 소개하는 점도 특이하다면 특이합니다. 역사적 장소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만, 설명은 꽤나 축약되어 있어 별도로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타이완의 북쪽에 있는 타이페이의 경우 젊고 활기찬 동네라는 시먼딩, 도시의 화려함과 일상이 만나는 장소로 타이페이 기차역 부근, 예술적인 동네 중산, 아기자기한 패선거리 동취, 정치경제의 중심지라는 신이, 원조 맛집이 모여 있다는 용캉지에 등으로 구분하고 소개한 다음, 타이페이 인근의 지우펀, 진과스, 신베이터우, 우라이 등을 따로 소개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쪽 끝에 있는 도시 가오슝을 소개합니다.

타이완은 최근에 지방선거를 비롯하여 다양한 것들에 대한 의사를 묻는 국민투표가 있었습니다. 선거결과는 국민당이 집권 민진당을 이겼다고 합니다. 특히 올림픽에 참가할 때 국호를 차이니스 타이페이에서 타이완으로 하자는 안이 부결되었다고 합니다. 타이완이 중국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립을 추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중국이 무력으로 타이완을 통합하겠다는 의사표명이 있었던 영향이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민진당이 추진하고 있는 탈원전 정책도 부결되어 집권당의 국정수행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정치적 격동기에 방문하는 것이 신경이 쓰이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정해진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국립고궁박물관 등 역사적 유물 등에 관심이 많은데, 과연 얼마나 구경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일정의 연수이기 때문에 관련 기관을 방문해야 하는 등, 구경하는데 여유가 있는 일정은 아닌 모양입니다. 하지만 <타이완으로 가출하기> 정도의 안내서라면 추천하고 있는 3가지 여행일정을 자유여행으로 문제 없이 다녀올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 같은 것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가출하기’라는 제목을 붙여놓은 것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여행안내서에 대한 서평은 실제 다녀온 다음에 쓰는 것이 맞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감을 잡을 수는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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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보내온 편지 1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15
시오노 나나미 지음, 이현진 옮김 / 한길사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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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지의 인터넷판에 여행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영국-아일랜드 여행기가 마무리되고, 다음 주부터는 올 봄에 다녀온 이탈리아여행기의 연재가 시작될 것 같습니다. 동네도서관에서 시오노 나나미의 <이탈리아에서 보내온 편지>를 발견하고는 여행기를 쓰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골라들었습니다. 2권으로 된 <이탈리아에서 보내온 편지>는 저자가 1979년 2월부터 1981년 12월까지 잡지에 연재한 에세이 30여편을 묶어 1982년에 출간한 것이라고 합니다. 여기 실린 이야기들은 저자가 <로마인 이야기>를 비롯하여 이탈리아와 관련된 수많은 작품들을 쓰기 위하여 취재하는 과정에서 얻은 앎을 별로의 글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그러다보니 주제를 따로 정한 바 없으며, 고대 로마로부터 근대 베네치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적 배경을 가진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다양한 기록들을 조사하고, 기록으로 확인이 불가능한 부분에서는 작가적 상상력을 보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만, 때로는 그녀의 상상력의 산물이 마치 역사적 사실인 것으로 오해를 살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사극을 본 학생들이 사극에 그려진 내용을 역사적 사실로 믿듯이 말입니다. 베네치아의 지도에 대한 그녀의 비유는 놀랄만합니다. “베네치아의 지도를 볼 때마다 나는 그것(나무조각을 조립하는 아이들 장난감)이 떠오른다. 단 모든 나뭇조각은 조금씩 떼어놓지 않으면 안된다. 나뭇조각과 나뭇조각 사이는 작은 고리나 다른 뭔가를 이용해 연결한 다음 찰랑찰랑하게 물을 담은 쟁반 위에 놓으면 베네치아가 완성된다. 나뭇조각은 섬, 나뭇조각과 나뭇조각 사이의 틈으로 보이는 물은 운하, 나뭇조각을 잇는 고리는 다리라고 생각하면 된다.(14쪽)”

두 차례나 베네치아를 방문했기 때문인지 베네치아에 관한 글에서는 느끼는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베네치아를 알고 싶으면 인기척이 없는 밤길을 혼자 걸어보라. 운하를 따라서, 건물 벽을 따라서. 자기 발자국 소리만 들으며 걸어보라. 발 밑의 물소리를 듣고, 양옆의 잠든 창을 올려다보라. 그리고 자기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려 보라(99쪽)” 한나절 산마르코광장 주변을 주마간산 식으로 훑어서는 베네치아를 제대로 느꼈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베네치아에서 묵으면서 해돋이도 보고, 해넘이도 보고, 집들 사이로 나있는 좁은 골목을 지나 운하에 걸려있는 다리도 건너보고 싶습니다.

이탈리아에 대한 앎이 많지 않아서 그녀의 주장을 일단 받아들이긴 합니다만, 간혹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눈에 띄긴 합니다. 예를 들면 ‘줄리어스 시저와 줄리오 체사레’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외국의 인명이나 지명을 어떻게 표시하는가 하는 문제를 적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외래어를 우리말로 옮길 때 지켜야 할 규칙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자 말로는 ‘일본인은 원어에 충실하게 발음한다(120쪽)’라는 주장에 공감이 되지 않습니다. 일본어는 소릿값을 제대로 표기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알기 때문입니다. 딱히나 그런 점을 제외하고도, ‘출판인 알도 마누치오’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포르투갈의 항해왕자 엔히크(Henrique)를 헨리로 표기한 것을 적절해보이지 않습니다.

또한 제국주의 시절 약소국가에서 약탈해간 문화재의 반환에 대하여, “결론은 파괴나 소각으로 인류 전체의 재산이라 할 이들 물걸이 없어지지 않으면 그만인 것이다. 임자가 바뀌어도 상관없다. 될 수 있으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장소에 잘 보관해두면 그걸로 충분하다.(219쪽)”라는 놀라운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화제 약탈에 한몫을 한 일본의 입장을 고려한 이야기일까요? 프랑스가 우리나라의 강화도에서 약탈해간 조선시대의 의궤등 문화재의 반환을 미루고 있습니다만, 나폴레온이 베네치아를 정복하고 프랑스로 가져간 미술품 가운데 상당수를 베네치아에 반환했다고 합니다. 물론 이후에 베네치아를 점령한 오스트리아제국의 눈치를 보느라 그랬겠지만, 약탈한 문화재가 제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 지켜져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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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7년, 근대의 탄생 - 르네상스와 한 책 사냥꾼 이야기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이혜원 옮김 / 까치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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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와 한 책사냥꾼 이야기’라는 부제에 이끌려 고른 책입니다. 르네상스와 책사냥꾼이 무슨 연관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복잡해졌습니다. 루크레티우스(Titus Lucretius Carus, 기원전 99년~기원전 55년)는 고대 로마의 시인이자 철학자로 6권으로 된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De rerum natura)> 외에 그의 생애에 관하여 별로 전하는 바는 없다고 합니다. 그는 그리스의 에피쿠로스학파의 철학을 계승하여, 세상의 모든 존재나 현상을 원자론에 기반하여 설명하였다고 합니다.

<1417년, 근대의 탄생>을 쓴 하버드 대학교 인문대학 존 코건 대학의 스티븐 그린블랫교수는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의 핵심은 죽음의 공포에 대한 심오하면서도 치유적인 명상이었다.(9쪽)”라고 했습니다. 대부분의 인간은 죽음에 대하여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려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만, 과연 그럴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런점에서 본다면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를 읽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저자는 미와 쾌락의 향유에 관한 루크레티우스의 생각이 잘 체현된 문화가 바로 르네상스 시대의 문화라는 점을 지적하고, 로마제국이 멸망한 뒤로 그리스-로마의 사상을 담은 서적들이 어떻게 후대에 전해졌는지, 특히 르네상스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을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가 어떻게 발굴되어 후세에 전해질 수 있었는지를 뒤쫓았습니다. 루크레티우스의 사후에도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에 담긴 내용에 관한 언급은 간혹 있었지만, 그의 저작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000년이 흐른 뒤 교황의 비서를 지낸 포조 브라촐리니의 책사냥-여기서 책사냥이라 함은 그리스 혹은 고대 로마 시대에 쓰인 책들을 보관하고 있는 수도원들을 찾아 주목할 만한 책을 발굴하고 필사를 통하여 세상에 전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덕분입니다.

<1417년, 근대의 탄생>의 초반은 도서관의 역사를 요약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포조 브라촐리니의 족적을 뒤쫓아갑니다. 그리고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의 내용을 요약합니다. 저자는 이 책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라고 합니다. 총 7,400행에 달하는 이 시는 압운 없이 6개 음절로 한 행을 구성하는 표준적인 6보격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강렬한 서정적 아름다움의 순간, 종교에 관한 철학적 명상, 쾌락, 죽음, 물질계, 인간 사회의 발전, 성의 위험과 즐거운, 그리고 질병의 본질 등에 관한 복잡한 이론들을 하나로 아우르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루크레티우스가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에 담은 주장을 다음과 같이 요약합니다. 1. 사물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입자들로 만들어진다, 2. 물질을 구성하는 기초 입자인 ‘사물의 씨앗들’은 영원하다, 3. 기본이 되는 입자들은 그 수는 무한하나 형태와 크기에는 제한이 있다, 4. 모든 입자는 무한한 진공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5. 우주에는 창조자도 설계자도 없다, 6. 사물은 일탈의 결과로 태어난다, 7, 일탈은 자유의지의 원천이다, 8. 자연은 실험을 멈추지 않는다, 9. 우주는 인간을 위해서 혹은 인간을 중심으로 해서 창조된 것이 아니라, 10. 인간은 특별하지 않다, 11. 인간사회는 평화롭고 풍부하던 황금시대에 시작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원시의 전쟁 속에서 시작되었다, 12. 영혼은 죽는다, 13. 사후세계는 없다, 14. 죽음은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다, 15. 모든 체계화된 종교는 미신적인 망상이다, 16. 종교는 일관되게 잔인하다, 17. 천사니, 악마니, 귀신이니 하는 것들은 없다, 18. 인생의 최고 목표는 쾌락의 증진과 고통의 경감이다, 19. 쾌락의 가장 큰 장애물은 고통이 아니라 망상이다, 20. 사물의 본성을 이해하는 것은 깊은 경이로움을 낳는다. 루크레티우스의 철학은 물 흐르듯 막힘이 없어 보입니다. 저의 다음 책읽기는 아무래도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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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늙은 여자 - 알래스카 원주민이 들려주는 생존에 대한 이야기
벨마 월리스 지음, 짐 그랜트 그림, 김남주 옮김 / 이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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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읽게 되는 책을 통하여 알게 되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삶에 대한 지혜는 놀라움 자체입니다. 자연을 낭비하지 않고, 공존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두 늙은 여자>에서는 또 다른 의미에서 놀라게 됩니다. 이 책은 북극권에 들어가는 알래스카의 찰키치크 지역에 사는 그위친족 사이에 내려오는 옛날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그위친족은 알래스카 내륙 지역 전체에 흩어져 살고 있는 열한개의 아타바스칸족의 일파입니다. 이들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영역을 지키며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사냥과 채집으로 생활하기 때문에 계절에 따라서 이동하기 마련이고, 때로는 무리 전체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한 식량을 구하지 못하는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는 끔찍한 기근을 맞은 무리가 두 늙은 여인을 버리고 떠난 다음에 일어난 일을 담았습니다.

물론 늙은이를 버리는 일은 부족회의에서 결정된 것입니다. 그 결정에 대하여 가족들조차 반대할 수가 없는 상황인 모양입니다. 때로는 반대하는 이를 같이 남겨두고 떠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남겨지는 이는 작은 반대의 목소리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기 마련일 것입니다. 하지만 딸과 손자마저도 반대한다는 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었던 모양입니다. 그저 살아남는데 필요한 몇 가지 도구를 슬그머니 남겨두는 것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표시하였을 뿐입니다. 우리에게도 ‘고려장’이라는 제도가 있었다고 전해지는 것을 보면 어느 종족이나 과거에는 이런 풍습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나이가 들었다고는 하지만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쌓인 지식은 부족을 위기에서 구할 수도 있었을 터인데 부족장은 그런 도움을 청하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저 불평만하는 노인들이 도움이 될 만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믿지 않은 탓이겠지요. 하지만 극한 상황에 남겨진 두 여인은 혹독한 겨울 추위를 뚫고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찾아냅니다. 부족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옛날 물고기 사냥터로 이동하기로 한 것입니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뭔가 해보고 죽자고.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기다릴게 아니라(29쪽)”

물론 먹는 것도 부실해서 바닥난 체력으로 추위를 뚫고 이동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먹을거리를 찾는 일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운명은 두 여인을 버리지는 않았습니다. 작은 사냥감이 있었던 것입니다. 잊혀졌던 사냥기술도 살아남는데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습니다. 부족에서 쫓겨난 그 겨울을 겨우 넘긴 두 여인은 한 해 동안 새로운 겨울을 날 준비를 합니다. 물고기를 잡아 말리고, 사슴과 토끼를 잡아 가죽을 벗겨 보관하였습니다. 겨울을 준비하는 두 여인은 지난 겨울 버려졌을 당시의 고통을 다시 되새기면서도 자신들을 버린 부족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한편 두 여인을 버린 부족장의 마음 한 구석에는 ‘자신이 옳은 결정을 한 것일까?’하는 갈등이 여전히 남아있었습니다. 다시 겨울이 오고 부족이 보유한 식량이 바닥나는 위기를 또 맞았기 때문입니다. 두 여인을 버렸던 장소에 도착한 부족장은 나이든 남자 부족원에게 젊은이 셋을 붙여 두 여인을 찾아보라 부탁합니다. ‘부족이 어려운 시기에 한데 뭉쳤어야 한다는 것과 지난 겨울 그들은 그러지 못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던 것입니다. 네 사람은 결국 두 여인을 찾아냈고, 조심스럽게 접촉을 시도합니다. 두 여인 또한 부족사람들이 찾아왔음을 깨닫고 두려움에 떨지만 결국은 만나게 됩니다.

쉬운 일은 아니었겠지만, 두 여인과 부족사람들은 조금씩 다가가 결국은 하나가 됩니다. 두 여인이 한여름동안 쌓아둔 식량은 부족사람들을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었습니다. 족장은 두 여인을 부족의 명예로운 자리에 임명했지만, 이제 두 여인은 버려진 동안 찾아낸 독립성을 즐기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통해서 어떻게 나이들 것인가에 대한 답을 구한 것 같습니다. 나이들었다고 젊은이에게 얹혀살다보면 위기에서 같이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나이가 들어서도 젊었을 때처럼 활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책임지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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