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보내온 편지 1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15
시오노 나나미 지음, 이현진 옮김 / 한길사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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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지의 인터넷판에 여행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영국-아일랜드 여행기가 마무리되고, 다음 주부터는 올 봄에 다녀온 이탈리아여행기의 연재가 시작될 것 같습니다. 동네도서관에서 시오노 나나미의 <이탈리아에서 보내온 편지>를 발견하고는 여행기를 쓰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골라들었습니다. 2권으로 된 <이탈리아에서 보내온 편지>는 저자가 1979년 2월부터 1981년 12월까지 잡지에 연재한 에세이 30여편을 묶어 1982년에 출간한 것이라고 합니다. 여기 실린 이야기들은 저자가 <로마인 이야기>를 비롯하여 이탈리아와 관련된 수많은 작품들을 쓰기 위하여 취재하는 과정에서 얻은 앎을 별로의 글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그러다보니 주제를 따로 정한 바 없으며, 고대 로마로부터 근대 베네치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적 배경을 가진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다양한 기록들을 조사하고, 기록으로 확인이 불가능한 부분에서는 작가적 상상력을 보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만, 때로는 그녀의 상상력의 산물이 마치 역사적 사실인 것으로 오해를 살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사극을 본 학생들이 사극에 그려진 내용을 역사적 사실로 믿듯이 말입니다. 베네치아의 지도에 대한 그녀의 비유는 놀랄만합니다. “베네치아의 지도를 볼 때마다 나는 그것(나무조각을 조립하는 아이들 장난감)이 떠오른다. 단 모든 나뭇조각은 조금씩 떼어놓지 않으면 안된다. 나뭇조각과 나뭇조각 사이는 작은 고리나 다른 뭔가를 이용해 연결한 다음 찰랑찰랑하게 물을 담은 쟁반 위에 놓으면 베네치아가 완성된다. 나뭇조각은 섬, 나뭇조각과 나뭇조각 사이의 틈으로 보이는 물은 운하, 나뭇조각을 잇는 고리는 다리라고 생각하면 된다.(14쪽)”

두 차례나 베네치아를 방문했기 때문인지 베네치아에 관한 글에서는 느끼는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베네치아를 알고 싶으면 인기척이 없는 밤길을 혼자 걸어보라. 운하를 따라서, 건물 벽을 따라서. 자기 발자국 소리만 들으며 걸어보라. 발 밑의 물소리를 듣고, 양옆의 잠든 창을 올려다보라. 그리고 자기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려 보라(99쪽)” 한나절 산마르코광장 주변을 주마간산 식으로 훑어서는 베네치아를 제대로 느꼈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베네치아에서 묵으면서 해돋이도 보고, 해넘이도 보고, 집들 사이로 나있는 좁은 골목을 지나 운하에 걸려있는 다리도 건너보고 싶습니다.

이탈리아에 대한 앎이 많지 않아서 그녀의 주장을 일단 받아들이긴 합니다만, 간혹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눈에 띄긴 합니다. 예를 들면 ‘줄리어스 시저와 줄리오 체사레’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외국의 인명이나 지명을 어떻게 표시하는가 하는 문제를 적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외래어를 우리말로 옮길 때 지켜야 할 규칙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자 말로는 ‘일본인은 원어에 충실하게 발음한다(120쪽)’라는 주장에 공감이 되지 않습니다. 일본어는 소릿값을 제대로 표기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알기 때문입니다. 딱히나 그런 점을 제외하고도, ‘출판인 알도 마누치오’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포르투갈의 항해왕자 엔히크(Henrique)를 헨리로 표기한 것을 적절해보이지 않습니다.

또한 제국주의 시절 약소국가에서 약탈해간 문화재의 반환에 대하여, “결론은 파괴나 소각으로 인류 전체의 재산이라 할 이들 물걸이 없어지지 않으면 그만인 것이다. 임자가 바뀌어도 상관없다. 될 수 있으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장소에 잘 보관해두면 그걸로 충분하다.(219쪽)”라는 놀라운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화제 약탈에 한몫을 한 일본의 입장을 고려한 이야기일까요? 프랑스가 우리나라의 강화도에서 약탈해간 조선시대의 의궤등 문화재의 반환을 미루고 있습니다만, 나폴레온이 베네치아를 정복하고 프랑스로 가져간 미술품 가운데 상당수를 베네치아에 반환했다고 합니다. 물론 이후에 베네치아를 점령한 오스트리아제국의 눈치를 보느라 그랬겠지만, 약탈한 문화재가 제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 지켜져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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