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7년, 근대의 탄생 - 르네상스와 한 책 사냥꾼 이야기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이혜원 옮김 / 까치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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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와 한 책사냥꾼 이야기’라는 부제에 이끌려 고른 책입니다. 르네상스와 책사냥꾼이 무슨 연관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복잡해졌습니다. 루크레티우스(Titus Lucretius Carus, 기원전 99년~기원전 55년)는 고대 로마의 시인이자 철학자로 6권으로 된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De rerum natura)> 외에 그의 생애에 관하여 별로 전하는 바는 없다고 합니다. 그는 그리스의 에피쿠로스학파의 철학을 계승하여, 세상의 모든 존재나 현상을 원자론에 기반하여 설명하였다고 합니다.

<1417년, 근대의 탄생>을 쓴 하버드 대학교 인문대학 존 코건 대학의 스티븐 그린블랫교수는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의 핵심은 죽음의 공포에 대한 심오하면서도 치유적인 명상이었다.(9쪽)”라고 했습니다. 대부분의 인간은 죽음에 대하여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려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만, 과연 그럴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런점에서 본다면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를 읽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저자는 미와 쾌락의 향유에 관한 루크레티우스의 생각이 잘 체현된 문화가 바로 르네상스 시대의 문화라는 점을 지적하고, 로마제국이 멸망한 뒤로 그리스-로마의 사상을 담은 서적들이 어떻게 후대에 전해졌는지, 특히 르네상스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을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가 어떻게 발굴되어 후세에 전해질 수 있었는지를 뒤쫓았습니다. 루크레티우스의 사후에도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에 담긴 내용에 관한 언급은 간혹 있었지만, 그의 저작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000년이 흐른 뒤 교황의 비서를 지낸 포조 브라촐리니의 책사냥-여기서 책사냥이라 함은 그리스 혹은 고대 로마 시대에 쓰인 책들을 보관하고 있는 수도원들을 찾아 주목할 만한 책을 발굴하고 필사를 통하여 세상에 전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덕분입니다.

<1417년, 근대의 탄생>의 초반은 도서관의 역사를 요약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포조 브라촐리니의 족적을 뒤쫓아갑니다. 그리고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의 내용을 요약합니다. 저자는 이 책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라고 합니다. 총 7,400행에 달하는 이 시는 압운 없이 6개 음절로 한 행을 구성하는 표준적인 6보격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강렬한 서정적 아름다움의 순간, 종교에 관한 철학적 명상, 쾌락, 죽음, 물질계, 인간 사회의 발전, 성의 위험과 즐거운, 그리고 질병의 본질 등에 관한 복잡한 이론들을 하나로 아우르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루크레티우스가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에 담은 주장을 다음과 같이 요약합니다. 1. 사물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입자들로 만들어진다, 2. 물질을 구성하는 기초 입자인 ‘사물의 씨앗들’은 영원하다, 3. 기본이 되는 입자들은 그 수는 무한하나 형태와 크기에는 제한이 있다, 4. 모든 입자는 무한한 진공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5. 우주에는 창조자도 설계자도 없다, 6. 사물은 일탈의 결과로 태어난다, 7, 일탈은 자유의지의 원천이다, 8. 자연은 실험을 멈추지 않는다, 9. 우주는 인간을 위해서 혹은 인간을 중심으로 해서 창조된 것이 아니라, 10. 인간은 특별하지 않다, 11. 인간사회는 평화롭고 풍부하던 황금시대에 시작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원시의 전쟁 속에서 시작되었다, 12. 영혼은 죽는다, 13. 사후세계는 없다, 14. 죽음은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다, 15. 모든 체계화된 종교는 미신적인 망상이다, 16. 종교는 일관되게 잔인하다, 17. 천사니, 악마니, 귀신이니 하는 것들은 없다, 18. 인생의 최고 목표는 쾌락의 증진과 고통의 경감이다, 19. 쾌락의 가장 큰 장애물은 고통이 아니라 망상이다, 20. 사물의 본성을 이해하는 것은 깊은 경이로움을 낳는다. 루크레티우스의 철학은 물 흐르듯 막힘이 없어 보입니다. 저의 다음 책읽기는 아무래도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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