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부자의 수수께끼 부자는 너처럼 안해 - 누구나 부의 주인공이 되는 부자 특급 프로젝트!
김정수 지음 / 중앙경제평론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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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을 추천받았습니다. 누구나 부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부자가 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은 언제나 인기를 끌기 마련인가 봅니다.  ‘누구나 부의 주인공이 되는 부자 특급 프로젝트’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젊은 부자의 수수께끼 부자는 너처럼 안해>를 받아들고 두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먼저 ‘정말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을까?’하는 의문과 ‘누구나 부자가 되는 세상에서는 누가 부자가 될까?’하는 의문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상사는 일단 마음먹기에 달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두 번째 의문은 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세상이 모두 부자로 채워지면 부자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 사람들이 부자가 되기를 소원한다는 근본적인 욕망을 채워줄 수 있는 책일까 짚어보겠습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사람으로 “부자가 되고자 하는 생각, 즉 ‘야심’이 있는 사람”을 꼽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부자의 기준에 대해서는 에필로그에서 소개하고 있는데, “몇십억 정도의 재산으로 돈 걱정 없이 마음 편하고 자유롭게 사는, 행복한 부자”라고 정의하였습니다. 재산이 더 많아도 근심 걱정이 많으면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읽는 이로 하여금 부자가 되는 길에 관하여 네 개의 영역으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1장 더 나은 삶과 기회는 어려운가?’에서는 일단 돈이 있어야 삶이 여유로워진다는 점을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생각만 한다고 돈이 절로 굴러들어오는 것은 아니라서 절실하게 부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부자가 되는 방법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어서 ‘2장 가난한 사람은 왜 가난한가’에서는 가난한 사람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3장 부자 마인드는 무엇이 다른가?’에서는 부자가 부자인 이유를 설명합니다. 그리고 ‘4장 머니 프리덤의 경로를 잡아라’에서는 세상의 부자들이 부를 쌓은 비밀을 소개합니다.

‘누구도 가난해야 할 이유는 없다’는 저자의 주장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가난한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부자가 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무엇(이 책에서 그 무엇을 정리해두고 있습니다)이 자신에게 부족하다고 한탄하고만 있다고 합니다. 필요한 무엇을 어떻게 얻을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족할 정도의 돈만 가지면 돼’라는 생각이 틀렸다는 저자의 주장까지 공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세상 사람들이 모두 부자가 되어야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저자의 말대로 ‘행복한 부자’가 될 수 있다면 돈 이외에도 행복할 수 있는 무엇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돈말도고 행복한 무엇을 얻기 위해서라면 저자가 주장하는 ‘부자가 되는 방법’을 따라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부자가 되는 법을 알려주는 이 책은 돈을 비롯하여 자신이 목표로 하는 ‘행복’을 얻는 방법을 깨우치는 책읽기가 될 것 같습니다.

저자는 폴 게티의 ‘백만장자 마인드’를 비롯하여 대단한 부자들이 부를 쌓은 비법도 소개합니다만, 핵심은 그런 비법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방점을 찍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먼저 ‘부자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굳히고, 이어서 ‘부자가 되기로 했다’라고 선언하며, 마지막으로 ‘부자가 되기 위해 헌신’해야 한다고 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조금 아쉬웠던 점은 4개의 장을 나누는 속표지에 담은 경구(警句)를 모두 영어 구문과 이를 우리말로 옮긴 구문을 넣었다는 것입니다. 4개 가운데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한 대목은 분명 원문이 러시아일 것이고, 괴테의 경구는 독일어 원문일 터이니 영역을 거친 중역이 될 터입니다. 아마도 러시아어나 독일어가 읽는 이에게 생소할 것이라는 배려일 것 같습니다만, 굳이 영어 구문을 적을 이유는 없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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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기억을 지워 드립니다 - 기시미 이치로의 방구석 1열 인생 상담
기시미 이치로 지음, 이환미 옮김 / 부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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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제가 붙들고 있는 화두이기도 합니다. 기억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어느 정도는 밝혀지고 있습니다만, 기억을 불러내는 과정이나 기억이 소멸되는 까닭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나쁜 기억을 지워준다는 제목에 당연히 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은 나쁜 기억일수록 지워지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쁜 기억을 지워드립니다>는 <미움 받을 용기>의 저자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기시미 이치로가 쓴 책입니다. <미움 받을 용기>는 아들러 심리학을 전공한 기시미 이치로와 전문 작가인 고가 후미타케가 함께 썼습니다만 <나쁜 기억을 지워드립니다>는 기시미 이치로 혼자서 집필한 책입니다. 어쩌면 이 책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었던 기획이라고 할만합니다. 외국의 작가가 한국의 독자를 위하여 쓴 책이니 말입니다.

저자 역시도 일본에서 심리상담의 경험을 엮은 책도 낸 바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미움 받을 용기>가 우리나라에서 좋은 반응을 얻게 된 것을 계기로 한국어를 배우게 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한국에서 강연할 기회가 생겼는데, 한국어로 청중과 소통해보겠다는 생각에서 배우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작가에게 한국어를 가르친 선생님은 이 책을 번역하신 이환미님입니다. 도쿄예술대학교 대학원에서 영화를 전공하신 분이라고 합니다. 공부를 하는 가운데 한국 영화가 자주 화제에 올랐고, 그러다보니 한국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형식으로 책을 꾸며보자는 기획이 탄생했다는 것입니다.

모두 열아홉편의 영화를 골라 감상을 하게 되었는데, 감상에 앞서 이환미님께서 영화에 대한 문화적, 사회적 배경을 설명해주었고, 작가의 아내분과 함께 영화를 감상한 다음에는 영화의 내용에 대하여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이 책의 얼개가 정해진 것 같습니다. 열아홉 편의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안고 있는 심리적 문제를 5개의 범주로 나누었습니다. ‘1관, 우리도 사랑일까’에서는 연인과 부부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을 다루었습니다. ‘2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는 가족과 부모의 관계에서 오는 갈등을, ‘3관, 행복을 찾아서’에서는 나와 인생에 관한 고민을 다루었습니다. ‘4관, 내일을 위한 시간’에서는 세상에 대한 고민이라고 합니다만, 쉽게 말하면 어떻게 살것인가에 관한 고민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5관, 타인은 지옥이다’에서는 사회 속 인간관계에서 주인공이 겪는 갈등을 다루었습니다.

꼽아보니 열아홉 편이나 되는 우리 영화 가운데 제가 본 영화는 다섯 편에 불과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우리 영화가 잘 나가고 있다고 하는데 저 같은 사람도 드물 것 같습니다. 작가는 먼저 영화의 내용을 반쪽 분량으로 간략하게 요약하고, 등장인물의 고민을 함축하는 영화 속 대사를 몇 마디 인용합니다. 그리고 그 대목에 관한 이야기를 등장인물과 작가의 아바타라 할 철학자와 나누는 식으로 전개합니다. 심리상담의 내용을 내담자와 상담자가 주고받는 대화의 형식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내담자의 고민에 대한 심리 상담에 더한 작가의 해설이 붙여집니다.

심리상담의 내용을 보면 작가는 물론 작가의 가족 사이에서 생겼던 문제를 끌어다 설명을 하기 때문인지 제가 상담을 받으러 갔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상담에 더한 작가의 해설을 보면 주로 아들러의 심리상담 요령에 기반하여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어 아들러에 대한 작가의 연구의 깊이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제목으로 정한 <나쁜 기억을 지워드립니다>는 영화 <마더>에서 얻은 것 같습니다. 살인용의자로 체포된 아들이 무죄임을 확신하는 도준 엄마의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과거에 엄마와 도준 사이에서 있었던 끔찍한 기억이 되살아나는 반전 상황이 있었다는 대목에서 ‘필요 없어지면 과거의 기억은 지워집니다’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기억이 필요에 따라선 지우려들면 지워지는 것인지는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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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모 같은 소리
레나트 클라인 지음, 이민경 옮김 / 봄알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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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을 전후해서 불임인 일본인 부부가 대리모를 통하여 아이를 얻기 위하여 우리나라를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해서 크게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위하여 난자를 제공받는 과정에서 문제가 되면서 돈을 주고 난자를 제공받는 것을 규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리모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법률조항은 없는 그야말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인구가 줄어들고 있어 머지않은 미래에 대한민국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난임으로 고통 받는 부부를 위한 불임시술을 정부가 지원하는 범위가 확대되고 있기도 합니다. 난임 시술기관에서 제대로 된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그런 기관에 대한 평가가 시작되었습니다. 저도 그 과정에 참여하고 있어서인지 <대리모 같은 소리>라는 제목의 책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대리모란 아이를 갖기를 원하지만 다양한 장애로 인하여 임신을 할 수 없는 여성들이 다른 여성의 도움을 받아 임신과 출산을 위탁하는 경우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아내의 난자와 남편의 정자를 수정시켜 대리모의 자궁에 이식하는 경우 말고도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다고 합니다. 아내와 남편 어느 한 쪽이 생식기관에 문제가 있어 난자 혹은 정자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서 이런 경우에는 다른 남성의 정자, 대리모 혹은 다른 여성의 난자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결혼은 하고 싶지 않으나 아이를 원하는 남성, 동성애자 남성부부들이 아이를 원하는 경우에도 대리모를 이용하여 아이를 얻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대리모의 경우도 대가를 받고 임신과 출산을 하는 상업적 대리모와 불임으로 고통 받는 부부를 위하여 임신과 출산을 대신하는 이타적 대리모가 있다고 합니다. 아내와 남편의 씨를 받아 대리모의 자궁만 빌어 임신을 하는 경우도 다양한 윤리적 조건을 따져봐야 하겠습니다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입양하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누구의 아이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거치면서 모성이 곁들여지기 마련입니다. 뿐만 아니라 인공수정을 거쳐 임신과 출산에 이르는 과정에서 모체는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출산을 통하여 얻은 아이를 안아보지도 못하고 의뢰인에게 내주어야 하는 심리적 위험도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자 충격적이었던 것은 여성과 혼인의 관계로 인연을 맺은 바 없는 미혼 남성 혹은 동성애자 남성이 대리모를 통하여 아이를 얻으려한다는 것은 개인의 욕망에 여러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만난 ‘모부’라는 단어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부모’라는 단어를 의미한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꽤나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페미니스트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담은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대리모가 겪어야 하는 위험에 관해서도 위험하다는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인용한 듯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양이라는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상업적 대리모를 구하는 희망자들의 속성을 보면서 대리모를 인정하면 안된다는 이들의 주장에 조금씩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상업적 대리모를 사는 사람들이 보이는 반인륜적인 행태가 과연 용납할 수 있는 문제인가를 깊히 고민할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이타적 대리모의 경우도 과연 이타적인 측면만 있는 것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난임부부를 위한 불임시술의 뒤안길에 상업적인 어두운 그림자는 과연 없는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읽기였습니다. 제가 참여하고 있는 난임시술기관의 평가사업을 냉정하게 지켜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현실을 제대로 짚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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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서 - 자연이 만드는 우아한 세계, 24절기
위스춘 지음, 강영희 옮김 / 양철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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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만드는 우아한 세계, 24절기’라는 부제보다는 <시간의 서>라는 제목에 끌려 고른 책입니다. ‘중국사회에 파란을 일으킨 사상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저자는 시간의 무엇에 대하여 이야기하려는 것일까 궁금했습니다.

서문을 읽어가면서야 저자가 중국에서 발전시킨 24절기에 관하여 이야기하려는 것이라고 파악했습니다. 서문의 제목을 ‘하나라의 책력을 시행하라’로 정하고, 부제를 ‘24절기에 관해’라고 했지만, 24절기가 하나라 때부터 시행된 것이라는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다만 절기와 천문역법은 고대로부터 권력을 쥔 자들이 독점하던 것으로 백성은 그 원리를 알아서는 안되는 것이었다는 것입니다. 중국에서도 1980년대에 이르도록 ‘교육부 중앙 관상대’에서 매년 달력을 제작하던 것이 시장에서 제작하게 되면서 권력이 독점이 깨졌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달력의 제작은 민간이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달력의 기본 골격을 국가기관에서 내놓은 것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아랍국가에서는 지금도 라다만을 비롯한 이슬람교의 행사들은 국가기관에서 정해서 일반에 공표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자가 절기에 관하여 써보겠다는 방향을 세웠을 때만하더라도 구체적 방안을 가지고 있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절기에 관해 쓰려고 할 때 처음에는 ‘뭔가 대단해 보이기는 하는데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습니다.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면서 ‘시공의 의미를 깨달아 역사적, 심미적, 선(善)적으로 어떤 의미인지를 공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시간과 공간의 본질을 파악하려 했다는데, 절기에는 시간적 요소가 공간적 요소보다 훨씬 비중이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회 중국 같은 경우는 동서로나 남북으로도 넓은 땅덩어리는 차지하고 있어서 절기라는 것이 모든 지역에서 통하는 것도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는 사계절에는 각각 6개의 절기가 들어있습니다. 봄은 입춘부터 시작해서 우수, 경칩, 춘분, 청명, 곡우로 이어지고, 이어서 여름은 입하로 시작하여 소만, 망종, 하지, 소서, 대서로, 가을은 입추로 시작해서 처서, 백로, 추분, 한로, 상강으로, 겨울은 입동으로 시작해서 소설, 대설, 동지, 소한, 대한으로 끝나게 됩니다. 이 절기는 중국의 농사력에 기반하고 있는데, 입춘이 첫 번째 절기라고 합니다. 하지만 입춘부터 농사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라서 쉽게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 점에 대하여 십이지(十二支)와 천지인의 탄생을 연결하고 고려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역시 이해가 되지 않는데, 책을 읽어가다 보면 설명이 과한 듯한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중국인이 ‘봄날을 관찰한 역사가 천만년에 이른다’는 대목입니다. 중국에서 발견된 베이징원인은 아프리카를 떠난 최초의 인류이며 호모 사피엔스의 직계조상이라 할 호모 에렉투스입니다. 호모에렉투스는 170만 년 전에서 10만 년 전에 아프리카, 아시아, 시베리아, 인도네시아 등에 걸쳐서 생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생인류에 앞선 구인류는 유인원류에서 진화한 것으로 믿어지는데, 아프리카 남부에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라는 구인류가 유인원류에서 진화한 시점이 300만년 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저자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아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절기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을 모아 일정한 형식으로 정리하였습니다. 여기에는 음양과 오행 등 동양철학적 설명을 포함하여, 세시 풍습, 속담, 기상학, 그리고 중국의 옛 시가를 비롯하여 서구의 문인들의 시가와 심지어는 일본의 자료까지도 인용하였습니다. 그런데 옛 중국의 선비들이 동경해마지 않던 조선의 시가는 눈 씻고 찾아보아도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24절기는 중국의 것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기 때문에 관심은 컸는데, 대체로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오히려 우리나라의 기후조건과 잘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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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대우고전총서 29
루크레티우스 지음, 강대진 옮김 / 아카넷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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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전에 이탈리아에서 르네상스가 시작하는데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르는 책을 발굴해낸 과정을 뒤쫓은 하버드 대학교 인문대학 존 코건 대학의 스티븐 그린블랫교수가 쓴 <1417년, 근대의 탄생; https://blog.naver.com/neuro412/221410933359>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린블랫교수가 말한 그 책의 이름은 로마 철학자 루크레티우스가 쓴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입니다. 그리스 에피쿠로스학파의 철학을 계승한 루크레티우스는 세상의 모든 존재나 현상을 원자론에 기반하여 설명하였습니다. 그린블랫교수는 미와 쾌락의 향유에 관한 루크레티우스의 생각이 잘 체현된 문화가 바로 르네상스 시대의 문화라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1417년, 근대의 탄생>을 읽고 바로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을 구입하였지만 막상 완독을 한 것은 1년여가 지난해 말 이집트를 여행하면서였습니다. 그리스 철학의 영향을 받은 이탈리아를 여행할 때도 들고 갔지만 읽을 시간을 내지 못했고, 지난해 여름 발트연안국가를 다녀올 때도 들고 갔다가 그냥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그리스 철학에 영향을 미쳤을 이집트를 여행하면서 읽을 수 있었던 것도 묘한 인연 같습니다.

그린블랫교수가 <1417년, 근대의 탄생>에서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를 요약한 것보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저 그린블랫교수가 요약한 것을 확인한데 불과한 책읽기를 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지금으로부터 수천년 전에 이미 사물의 본질을 꽤뚫고 있던 그리스 철학자들의 사유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물의 생성과 소멸에 관하여 그가 세운 일반적인 원칙은, ‘아무 것도 무에서 생겨나지 않았고, 아무 것도 무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물들은 작은 입자, 원자로 되어 있는데, 입자들 사이에 빈공간이 있음을 간파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원자의 견고함, 영원함, 단순함, 그리고 불변성을 논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원자는 쉼 없이 운동하며, 여러 밀도를 가진 사물들 속에 결합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근대과학이 발전하면서 사물을 이루는 기본 입자가 원자이며, 그 원자는 양자와 중성자가 들어있는 원자핵과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전자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밝혀졌고, 원자핵과 전자 사이는 빈공간이 있다는 것도 확인되었습니다. 미시의 세계 뿐 아니라 거시의 세계라 할 우주과 공간의 무한함을 논파합니다. 루크레티우스는 이처럼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았을 뿐더러, 천체, 땅, 대기의 현상들이나 지상의 현상들에 대한 논증 역시 과학적으로 충분히 근거가 있는 내용들이 대부분입니다.

제가 놀랐던 것은 영혼의 본성과 구조, 영혼의 필명설에 대한 증명, 그리고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가 어리석은 것이라는 대목입니다. 정신과 영혼이 서로 연결되어 스스로 하나의 본성을 이뤄내는데 이는 신체의 일부라고 했습니다. 즉 인간의 정신활동의 결과로 이성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영원은 죽지 않는다는 견해에 반대하여 영혼의 필멸성을 증명합니다. 다만 ‘영혼이 잘게 나뉘어 바깥으로 흩어지며, 따라서 소멸한다.’라고 설명한 부분은 다소 의외라 하겠습니다. 어쩌면 사물의 본질이라 할 원자로 구성된 신체가 죽음 뒤에서 해체되어 흩어진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죽음에 대한 공포는 어리석은 것이라고 단정합니다. 죽음은 그저 감각의 정지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생애 동안 저지른 잘못으로 사후에 징벌을 받을 것에 대한 공포도 무의미하다는 것입니다.

생명을 연장하고자 하는 욕구에 대한 루크레티우스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세상의 영웅호걸은 물론 에피쿠로스 자신도 삶의 빛이 다 저물자 떠나갔다고 말입니다. ‘그런데도 너는 떠나기를 망설이고 억울해하겠는가?’라고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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