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은 변치 않는근본 문제에 대해 결정적인 답을 제공하기에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 근본 문제에 관련하여 상대적으로 나은 통찰과 자극을 주기에 유의미하다. 그래서 하나의 고전을 성전으로 만드는 대신 지적 네크로필리아들은 과거에 존재했던 다양한 양질의 자극을 찾아서 오늘도 역사의 바다로뛰어든다.
그들이 보기에 인간의 근본 문제는 일거에 대답할 수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 혈압이나 피부 트러블처럼 평생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할 인생의 동반자이다. 어제 맛있는케이크를 먹음으로써 인생의 허무라는 근본 문제를 해결한 것 같았어도, 오늘 다시 배가 고파지면 그 문제는 아직해결되지 않았음이 드러난다. 인생의 허무란 제거할 대상이 아니라 관리할 대상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보다 맛있는 케이크를 찾아 오늘도 새로 문을 연 제과점으로 발길을 옮기는 것이다.

삶의 여러 국면에서 침묵이 늘 배려의 소산인지는 확실치 않다.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 『열네 살』에서 중년의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어느 날 가족을 홀연히 떠나버린다.
남겨진 열네 살 소년은 그로 인해 그 자신 아버지의 나이가 되기 전까지는 도대체 치유할 길이 없는, 어떤 상처를입게 된다.

˝고전의 지혜가 우리가 현대에 당면한 어떤 문제도 해결해주지않는다고? 그렇다면 『논어』를 왜 읽는가? 고전을 왜 읽는가?
실로 고전 텍스트를 읽는다고 해서 노화를 막거나, 우울증을해결하거나, 요로결석을 치유하거나, 서구 문명의 병폐를극복하거나, 21세기 한국 정치의 대답을 찾거나, 환경 문제를해결하거나, 현대인의 소외를 극복하거나, 자본주의의 병폐를치유할 길은 없다. 고전 텍스트를 읽음을 통해서 우리가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은, 텍스트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되는 것이다. 그리고 삶과 세계는 텍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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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시, 이 둘은 나란히 함께 간다. 그렇지 않은가? 나는작곡가들이 시에 선율을 붙이는 접근법에 매료된다. 올 한 해 존던, 프리드리히 실러,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폴 베를렌, 윌프레드 오언, 윌리엄 세익스피어,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많은 시를 들을 예정이다. 릴케의 시를 번역한 어느 번역가는 다음과 같이 적었 다. ˝장미 넝쿨이 릴케의 삶을 타고 오른다. 릴케가 장미 넝쿨을 떠받치는구조물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미국의 현대 작곡가 모르텐 로리젠이 릴케의 팬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그가 어떻게 이 독일 시인의 빛나는 시 구절을 음악에 담아냈을지 듣고 싶었다.
로리젠은 장미의 노래〉의 시 말해주오‘에 나오는 시구, 특히 ˝사랑 을 주고 돌려받지 못하는 상태˝라는 릴케의 표현에서 크게 감동받았다고말한다.
로리젠이 이 시구에 붙인 선율은 달콤하지만 지나치게 감상적이지다 않은, 고요한 빛을 뿜는다. 그의 음악은 (최고의 가곡이 그렇듯이) 시에 부드러운 힘을 더해준다.

Quatuor pour la fin du temps5: Louange à l‘éternité de Jesusby Olivier Messiaen
영적 저항의 형식을 띤 음악을 또 한 곡 소개한다. 압도적인 감동에 꼼짝할 수 없는 작품이다. 프랑스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은 이 곡을 쓸 당시 31세였고 전쟁 포로 신분이었다. 그는 1940년 프랑스 함락 당시 체드레스덴 동쪽 100여 킬로미터 지점에 있던 독일 수용소에 갇히게 되었다. 제8포로수용소 A동에 있던 동료 수감자 중에는 클라리넷 연주가 아리 아코카, 바이올린 연주자 장르 불레르, 그리고 첼로 연주자 에티에 파스키에가 있었다. 메시앙은 카를 에리히 브륄이라는 동정심 많은 독일군 경비병에게 종이와 작은 연필을 얻을 수 있었고, 상상하기조차 힘든어려운 상황에서 걸작으로 인정받는 이 작품을 완성했다.
이 곡은 익숙하지 않은 조합(클라리넷, 바이올린, 피아노, 첼로)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음색을 융합하고 음향의 균형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을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메시앙이 수용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악기는 이것들뿐이었다. 1941년 1월 15일 저녁, 연주자들은 임시로 구한, 낡아서 음정도 제대로 맞지 않는 악기로 야외에서 이 곡을 초연했다. 비가 내렸고 바닥에는 눈이 쌓여 있었다. 그날 저녁 27호 막사 관객석에 있던 수감자는보고서마다 다르지만 대략 150명에서 400명 사이로 추정한다.
다양한 계급의 프랑스인, 독일인, 폴란드인, 체코인들이 전쟁 포로라는 뜻의 ‘K. G‘ 명찰이 붙은 허름한 수의를 입고 한데 모였다. 그중 누군가는 훗날 이렇게회상했다. ˝우리는 모두 형제였습니다.˝
메시앙은 종교적 믿음을 잃지 않았던 작곡가였고, 이 작품에도 구원의 언어와 정신이 담겨 있다. 내가 선택한 곡은 첼로와 피아노로 연주되는2악장 ‘예수 영원성에의 찬가‘다. 이 악장을 시작으로 작품을 모두 들어볼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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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만이 쉽게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을 위해 언제라도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나의 열정은 삶에 대한 냉소에서 온다. 나는 언제나 내 삶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으며 당장 잃어버려도 상관없는 것들만 지니고 살아가는 삶이라고 생각해왔다. 삶에 대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만이 그 삶에 성실하다는 것은 그다지 대단한 아이러니도 아니다.

내가 내 삶과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나 자신을 보여지는 나와
‘바라보는 나‘로 분리시키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나는 언제나 나를본다. 보여지는 나에게 내 삶을 이끌어가게 하면서 바라보는 나가 그것을 보도록 만든다. 이렇게 내 내면 속에 있는 또다른 나로 하여금 나 자신의 일거일동을 낱낱이 지켜보게 하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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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간이 왜 그렇게 비어 있겠어. 채울 게 없어서가 아니 라니까. 다 비어 있으니 오히려 오는 사람들이 뭘 채울까 생 각하고 가라는 거야.˝

멋지게 살겠습니다. 가장 저희다운 게 무엇인지, 삶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자주 생각하면서요.

....삶은 매순간 출발이었고 도착이었습니다. 사랑이란 소유가 아니라 존재‘라는 말, 이제 너무 많이 남발되어 너덜너덜해진 말 같지만 아마 사랑하면서 가장실천하기 어려운 말이 아닌가 싶어요. 부부가 함께하는 일보다 더 절실한 것은 서로를 존재하게 해 주는 겁니다. 그러려면 그 사랑의 능력이 필요합니다.
삶을 소유나 소비가 아닌 진정한 존재, 자유로운 영혼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 사랑의 힘이라는 말입니다. 뭔가 복잡하고 어려운 것 같지만 이 능력은 ‘배려‘라는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가끔 슬쩍슬쩍 눈치챈 바로, 민정씨의 남편 될 친구는 배려에 뛰어난 사람 같아 고마운 마음입니다.
.... 모든 일상이 갓 구운 빵처럼 따뜻하고 촉촉하고 향기롭길 기도할게요.

그래서 자연의 단단한 아름다움에 다시금 겸허해집니다. 누구 재촉한 사람도 없는데, 매 순간 마음을 다하려고애쓰던 시간이 지나고서야 그 길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깨닫습니다. 그러니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말은 저에겐 희망입니다.
선생님,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기억을 선택적으로 편집한다죠. 그렇게 편집한 기억을 건강한 에너지로 만들기위해 제가 취하는 마음 공부법은 ‘기록하기‘입니다. 제 안에 흐르는 감정을 명료한 문자로 드러내며 마주하는 일은 어느대문호의 문장을 찾아 읽을 때보다 마음을 단단히 잡는 데움이 됩니다. 선택적으로 편집한 것이라는 한계도 있지만....

긍정적으로 생을 이끌어 나가는 것은 어쩌면 부끄러운 기억을 잊지 않고 마주하는 데서 출발하고, 나아가 자신의 삶과 자신이 사는 사회를 깊이 성찰하는 데로 이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이때 성찰은 바른 수행법으로, 수행은 절대적 실천으로 이어져야 하겠지요. 그러한 실천이 한순간의 절정을 지나 꺾이지 않고, 자연스레 매 순간 충만한 일상으로자리하기를 바라는 계절입니다.

게으른 고뇌는 독이 된다 말하면 너무 잔인할까요.
꼬리를 물고 제자리에서 맴도는 고뇌는 자신에게도 타자에게도 아무 유익이 없습니다. 화살 같은 방향성 있는 고뇌가중요하고, 여기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우린 일상에 너무 바쁘고, 계속 자신을 합리화하기에 급급하니까요. 실천하지 않으면 성장하지 않습니다. 기록하는 일은 늘 깨어 있어야 가능한 작업입니다.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들. 그것들은 언제나 성실한 노동과 긴 기다림과 통증 깊은 희생과 눈물 묻은 기도임을 알게 됩니다. 그러한 요소들이 우주를 무한히 생성해내는 참 에너지겠지요. 인생은 나그넷길이라며 그저 왔다가그저 가는 길이라고, 그러니 현실에 눈감고 무심해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이젠 매 순간이 튼튼하고치밀한 사랑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특히 ‘치열하게 애쓰지만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는 정적‘이란 구절이 정말 가슴에 다가왔어요. 무위의 매력입니다. 그리고 ‘모든 걸 알고 있지만 역시 쉽지 않은, 인간적인너무나 인간적인 그대와 나에도 공감합니다. 우리 모두는 그렇지요. 어쩔 수 없는 한계적 존재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그렇게 고민하면서 한 걸음씩 매력을키워 갑니다. 칠십이란 나이를 종심從心이라고 하는데, 아무리 비범한 사람이라도 최소한 칠십까지는 고뇌를 계속한다는 뜻이겠지요. 나도 욕심쟁이라 참 많은 것을 고민했던 것같아요. 그 고뇌의 높이와 넓이, 부피가 어줍긴 하지만....

자기를 뺏기지 않는 삶, 자신의 영혼을 빼앗기지 않는 삶, 생각을 뺏기지 않는 삶입니다.
하나로 뭉친다면 ‘자기다운 자기‘를 사는 삶이겠지요. 여기에는 어떤 등급도 어떤 시선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가장 자연스러운 나만 이 끝없는 설원에 홀로 눈새기꽃처럼 피어납니다. 훈련된 관념으로 자기를 지시하지도 않고, 쉽게 자만하거나 쉽게 비하하지도 않으면서 아름답고 치열하게 그러나 잠잠히 살아가는 것. 그 매력을 다시 배워야겠어요.
두 번째는 알면서도 흔쾌히 속아 주는 관대함‘ 입니다.
나이가 들고 보니 내게 알면서도 속아 준 어른들이 있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참 고마운 일들입니다. 예전엔 속는 것인지도 몰랐고, 속지 않으려도 했고, 크건 작건 속았다 싶을땐 분노와 우울을 느꼈지요. 지금은 일부러 속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스로 손해를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또 모르고 속은 경우에도 그다지 화가 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내 생각대로 되는 것이 아님을 압니다. 상황에 따라 내 의지는 다양한 행동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더군요. 변검술처럼말이에요. 그래서 상선약수上善藥水, 말 그대로 물의 지혜를 따 라갈밖에요. 나이란 그래서 좋은 것이더군요.

행복은 앞에 있어 잡으러 다닐 대상이 아니라, 뒤에서 부지런히 따라오는 존재라고 믿으면서요

백사람이 한번 읽는 시를 쓸 것인가, 한 사람이 백번 읽는 시를 쓸 것인가....

금강경 사상의 핵심인 ‘빌 공空과 공유에 쓰이는 ‘함께 공共은 글자는 다르지만, 서로 닿아 있습니다. 내 것이 아니라는, 모두의 것이라는 생각이 있으면 바로 空을 깨달을수 있습니다. 함께에 닿아 있다는 것, ‘나‘, ‘내 것이 아님을안다면 얼마든지 공유하고 공존할 수 있지요. 내가 가진 돈이 ‘내 것이 아니라, 모두 나누어 써야 하는 ‘모두의 것‘이라는 이치를 알면 우리 사회는 얼마든지 넉넉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무소유라는 가르침이지요.
무소유의 가르침은 연기緣起의 법칙에 닿아 있습니다.
난 불교 철학에 관심이 있어, 깊진 않지만 꾸준히 묵상하고공부하는 편입니다. 또 힌두 철학이나 유대 신비주의, 이슬람 신비주의를 기웃거리기도 합니다. 예순 살이라는 나이에이른 지금은 내가 기독교의 윤리에 깊이 접속되어 있음을 새삼 발견하면서, 동시에 이 모든 종교와 철학이 하나같이 생병의 진리, 시간의 진리, 존재의 진리임을 깨닫습니다.

질문하는 힘을 기르고 싶다는 말, 반가워요. 질문을소홀히 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눈부신 진실들이 우리를 따뜻하게 할까요. 진정한 미래란 제대로 볼 수 있고, 제대로 물을 줄 아는 힘에 있음을 믿어요. 그 질문이 우리를 글 쓰게하는 힘이지요. 문득 만나는 날,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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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소중한 사람이 열심히 걷고열심히 생각하고 있다는 걸 느끼는 만으로도 마음이 넉넉해집니다.

이런 일들은 결국 우리 삶을 인문으로 바꾸는 데에절실한 것들입니다. 많은 사람 속에서 바쁘게 목소리 높이면 왠지 뭔가 있어 보이는 느낌이 들겠지만 사실 그것은 허위이기 쉽습니다. 그럴듯하지만 온기가 없고 존재감도 가지지 못하죠. 잘 모르는 철학서의 개념에 갇힌 사람처럼요. 작고 외로운 곳에서 부지런히 일하는 것이 사이를 메우는 우주적 에너지입니다.

문제는 쉽게 괜찮아지면 결코 괜찮아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 더 고통을 당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더 울어야 하고요. 우리에겐 슬픔이 너무 부족합니다. 함께 더 아파합시다. 더 절망합시다.
햇살이 너무 눈부셔 더 쓸쓸한 5월이네요. 한 번쯤부산을 다녀간다니 설레네요.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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