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둘째 딸이 수학 시험에서 몇 문제를 틀렸어요. 딸, 왜 이렇게 많이 틀렸어?"라고 물었더니 "시간이 부족해서 뒷장에 있는 문제를 못 풀었어. 그런데 시간만 넉넉히 주면 다 풀 수 있는 문제들이야." 이러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래? 그러면 좀 빨리 풀지 그랬어?" 했더니 딸이 되묻는 거예요. "그런데 아빠, 이 문제를 왜 50분 안에 다 풀어야 해? 빨리풀어야 할 이유가 있어? 세상에 나가면 그런 능력이 필요해?" 부드럽게조곤조곤 물어보는데, 제가 할 말이 없더라고요.
오픈릴레이션십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새로운 관계, 새로운 관점을 실천으로 보여주기 시작한 거죠. 사람이 어떻게한사람만 사랑해요?" 그동안 아무도 테이블 위에 올려놓지 못했던 말을 들으니까, 그때 약간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았어요. ‘사람이 한 사람만 사랑하고 한 사람과 평생 사는 것이 정말인간의 본성일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되더라고요.
그들 모두 질투를 느낀대요. 그렇지만 이들은 질투심을 느끼지 않기 위해 독점적인 관계를 요구하는 일부일처제에 얽매이는것보다 차라리 질투심에 시달리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같아요.
제가 느끼기에 과학의 매력은 ‘사사롭지 않다‘는 거예요. 빌딩에서 돌이 떨어지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떨어지는 똑같은중력의 법칙이 적용돼요. 저에게는 완전히 다른 사건들인데 말이죠.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요. 빌딩에서 돌이 떨어지는 것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떨어지는 것은 내게는 완전히 다른 사건이잖아요. 하지만지구는 그것을 똑같이 받아들여요. 그래서 너무 냉혹하지만, 그런 사실을 아는 순간 인간도 사사롭지 않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어요. 운이나 재수 같은 것에 연연하지 않고요. 저는 어렸을 때 왠지 제가 특별한 사람일거라고 생각했어요. 슈퍼히어로물을 너무 많이 봤나봐요. (웃음) 보자기만 두르고 2층 옥상이나 나무 위에서 뛰어내리기 일쑤였죠. 여지없이 아프고 다치더라고요.
전전두엽이 충분히 발달하게 되면나 또한 그저 수많은 사람들 중 한명일 뿐임을 알게 되고, 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개별 사건을 가지고 쉽게 무언가 결론을내리기에는 내 경험이 너무 적다는 걸 깨닫게 되죠. 이 지구와 우주를 생각하면 내 삶이 사사로운 거예요. 도도히 흐르는 중력의 법칙이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것에도전혀 개의치 않고 똑같이 적용된다는 걸 알게 되죠. 그게 제가 과학을 하면서 얻은 깨달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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