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다양성. 그것은 세계의 복잡성과 직결된다. 이 복잡성을 풍요로움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난해함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풍요로움으로 받아들이는 사람 가운데는 그것을 확장하려 하는 사람도 있고 자기네를 위해서만 남겨두려는사람도 있다. 난해함으로 받아들이는 사람 가운데는그것을 이해하려는 사람도 있고 거부하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그 대처법부터가 다양하고 복잡하다. 복잡함은 결코 혼돈을 뜻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대의정보 사회는 혼돈으로 오인할 수밖에 없는 엄청난속도로 움직이고 있으며, 모든 것이 한꺼번에 곧바로 들이닥친다. 그것은 대체로 한 개인의 수용력을 넘어선다
이렇게 시작하는 이 책에는 괴테가 남긴 두 가지 경구가중요한 키워드로 등장한다. 세계는 죽이나 잼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딱딱한음식을 씹어야 한다. (격언풍으로) 에서 세계는 말하자면 안초비 샐러드다. 모든 것을 하나로 뒤섞어 먹어야 한다. -「비유적 및 경구풍으로」에서
도이치는 이 서로 다른 두 세계관을 각각 ‘잼적 세계‘ ‘샐러드적 세계‘라고 이름 붙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잼적 세계란 모든 것이 하나로 녹아든 상태, 샐러드적 세계란 사물이 개별적구체성을 유지한 채 하나의 유기체를 이루는 상태를 가리킨다. 이러한 세계관의 유형으로 미국 사회의 ‘용광로‘와 ‘샐러드볼‘, 일본의 ‘어우러짐과 서양의 ‘전일성‘을 서술한 뒤, 주로 괴테문학작품 및 색채론』, 세계문학 이론 등을 인용하며 괴테의 흔들리는 세계관을 탐구해 나간다.
흔들리는 세계관을 탐구해 나간다. 결론에 이르러서는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펠레스의 대사 "자, 들어보시오. 나는 수천년 동안이나 이 세계라는 딱딱한 음식을 씹어왔지만/요람에서 무덤까지의 여정 중 / 이 오래된 빵효모를 소화한 자는 여태까지 한 명도 없었습니다./ 거짓말할 리가 있겠습니까? 이우주라는 진수성찬을 소화할 수 있는 건 / 오직 신뿐입니다"(1776-1781)를 인용하며, 괴테는 인간이 그 한계로 인해 세계를 샐러드적으로 이해하고 구성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잼적 세계의 이해를 신에게 맡겼다고 했다. 마지막은 "어쩌면 그이상은 시적 차원의 틈새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마무리했다.
잼적 세계와 샐러드적 세계. 도이치는 이 키워드를 지난스무 해 동안 발전시켜 왔다. 단지 책만 쓴 것이 아니라, 고작문학 연구자가 끼어들 데가 아니라는 말을 들을까 봐 우려하면서도 국제 정세나 문화 문제에 대해 사회학자, 철학자와 대담도 활발히 나누었다. 다행히 사람들이 대부분 ‘히로바 도이치‘ 하면 ‘잼과 샐러드‘라고 기억해 줘서 이야기가 순조롭게 풀릴때가 많았다. 도이치가 가장 빈번하게 미디어에 얼굴을 내밀던시기에는 "잼이 아니라 샐러드를!" 하고 주장하는 그를 국민 애
"Die Liebe verwirrt nicht alles, sondern vermischt es. 도이치는 눈앞에 있는 괴테의 명언을 독일어로 직역해 시험 삼아 소리 내어 읽어봤다. 그러자 갑자기 그 문장이 괴테스럽지않게 느껴져서 놀랐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괴테가 한 말이라면, 18, 19세기 독일어를 언젠가 누군가가 영어로 번역했고 또그것을 현대의 일본인이 독일어로 바꾼 셈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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