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리끼리 모여 같은 정보를 주고받다보면 특정한 정보에 갇히게 돼요. 이걸 ‘에코체임버(Echo chamber) 효과‘
라고 하는데, 결국에는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끼리만모이게 되는 거예요. 비록 나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익명성이 보장된 상태에서 공통의 추억이 생겨야 공동체가 만들어지는 거잖아요. 내가 저 사람이 누군지 알고 만나면, 예를 들어서 제동 씨의정치 성향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었다면반대쪽 사람들이 점점 선입견을 갖고 보게 되잖아요.

…자판기 커피를 마시든 이 사회에서 마주하는 대부분의 공간은 돈을내야만 쓸 수 있잖아요. 거기서부터 문제가 생기는 거죠. 돈 많은 사람은비싼 데로 가고, 돈 없는 사람은 싼 데로 가니까 서로 다른 경제적 배경을가진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공통의 추억을 만들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러면 서로를 이해하기가 힘들어지거든요.

맞아요. 언택트 사회가 되면 집안에서 모든 걸 다 해결할 것같지만, 오히려 이런 상황일수록 건전한 콘택트를 유발할 수 있는 공간이 집 근처에 많아져야 해요. 지금은 이런 방향으로 도시계획을 바꿔야 할 때인 거죠.

우리나라는 주거지부터 획일화가 되니까점점 더 가치관이 정량화(定量化)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다음부터는 가치를 부여할 데가돈밖에 없는 거예요. 제동 씨 집이나 저희 집이나 거의 다비슷하게 생겼잖아요. 그러면 자기만의 독특한 가치가 없어요.
내 집의 가치는 결국 집값밖에 안 남는 세상이 되는 거죠.

세상이 절대 안 바뀔 것 같았는데, 최근에 제가 느낀 게 있어요. 제가 학교 건축의 문제점에 대해 여기저기 강의를 하고 다녔더니 어느 날 어떤 사립 중학교에서 연락이 왔어요. 학교 건축에대해 문의하고 싶다고. "저에 대해 어떻게 아셨냐?"라고 물었더니, "학교 건축을 하려면 교육청에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교육청직원이 유현준 교수가 얘기한 그런 학교를 지어보라. 이렇게 이야기했다"라는 거예요.

어진(御眞), 그러니까 임금의 초상화에 곰팡이가 안 슬게 하려면 환기가잘 되어야 해서 그걸 만든 목수가 문을 약간 틀어지게 했대요. 그런데 이걸임금한테 설명하기가 어려우니까 "이것은 영혼이 드나들 수 있는 통로입니다." 이렇게 말했다고 하더라고요.

당연히 떨어지겠죠. 일본이 건축 분야에 강한 이유에는 여러 배경이 있지만 그중에 핵심은 지진과 다양성이에요. 일본은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나라잖아요. 그래서 고층 아파트를 못 지어요. 만약 아파트 3,000세대를 공급한다면 우리나라는 직원이 1,000명 안팎인 초대형 건축사무소에서 3명의 건축가가 모든 세대를 거의 똑같이 설계해요. 반면 일본은 3,000명이 다 다른 건축주예요. 그 여러 건축주들이 300여 명 정도되는 다양한 건축가들과 협업하는 거죠. 그러면 얼마나 다양한 집들이나오겠어요. 여기서 중요한 건 훗날 건축주가 될 수 있는 사람이 3,000명이나 있다는 거죠.

다행스럽게도 기술이 발달해서 큼지막했던 텔레비전 뒤통수가 이제 종잇장처럼 얇아졌어요. 게다가 요즘은 넷플릭스를 보잖아요. 각자 스마트폰으로 보니까 온 가족이 소파에 모여앉을일이 점점 없어져요. 그러다보면 소파가 사라질 수도 있겠죠. 그런 변화들을 고려해서 각자 필요한 공간의 규모를 결정하는데,
저는 한 사람이 살아갈 때 필요한 최소한의 면적은 내가 밖에 나가서 쓸 수 있는 공간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고봐요. 근처에 공원이 있으면 내 집이 조금 작아도 되고, 공원이나골목길도 없고 들어가 앉아 있을 카페도 없으면 내 집이 조금 더넓어야 하는 거죠. 결국 방의 크기는 상대적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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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12-04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