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시절을 견디는 방법 중 하나는 나만의 ‘주기설‘을 믿는 것이었다. 내 인생에는 나름대로 주기랄 게 있어서 이 주기에 따라 인생에 새로운 기회가 온다고 믿는 식이었다. 내가 믿던 것은 ‘2.5년 주기설‘이었는데, 2.5년마다 내인생이 갱신되면서 새로운 일들이 일어난다고 믿었다. 물론기존에 그런 가설이 있다는 건 들어본 적 없었고 내 멋대로믿은 내 삶에 대한 미신적인 태도였다.

아이는 딜레마를 다루는 법을 배운다. 세상에 이것 아니면저것이라는 이분법만 있는 게 아니라, 제3의 방법이 있다는걸 알아간다. 오히려 자신이 원하는 것 대부분이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수정해서 할지가 중요하다는 걸 배운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은데 밥을 먹어야 한다면, 아이스크림을 먹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밥 먹고 나서 먹으면 된다는걸 납득하고 이해한다. 삶의 거의 모든 욕망이라는 것은 타협해야 한다는 걸 배운다.

어쩌면 절망의 시대라 불러야 할지도 모르고, 미쳐버린 세상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는 그런 사회에서 살아간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보면 모든 시대에는 저마다의 절망이 있으며, 모든 인생에는 어딘지 미친 구석이 있기도 하다. 결국 우리는 그런 시대나 사회를 자기만의 인생이라는 배를 타고 통과해야만 한다. 그럴 때 자신을 지켜주는 건 그 모든 것을 대하는 자기만의 기준과 태도일 거라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그런 태도에 대한 것이다.
살아오면서 나 또한 늘 ‘너는 잘못 살고 있어‘라고 속삭이는 세상의 말들을 들어왔다. 때로 그런 목소리는 누군가가 직접 내게 건네는 목소리였고, 때로는 내면의 목소리이기도 했다. 그런 목소리가 옳을 때도 있었지만, 우리 시대를 건너기 위해서는 그 목소리에 굴복하기보다는 싸워야 할 일이 여전히 더 많다고 믿는다. 이 책이 그런 당신의 싸움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라본다.

인생이란 오직 자기만의 이익과 행복, 편안함을 좇는 것이라는 생각은 이제 충분한 통념이 되었다. 누구나 자신의 티끌만 한 행복도 타인을 위해 양보할 생각이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전체 인생 중 아주 일부에라도 자신의 이익이나 행복이 아닌 다른 의미를 둘 여지가 있다면, 그 여지를 미래의 아이들에게 열어주었으면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누리고 있는 대부분의 것들이 이후 세대의 희생에 발 딛고 있기때문이다. 생태적 위기, 부동산 버블현상, 양극화, 국가 부채증가, 각종 연금이나 기금의 고갈, 차별과 혐오의 문화 같은것들은 모두 후대에 미뤄둔 폭탄과 같다.

살아가면서 의무가 하나 있다면 바로 우리가 저질러놓은이 세상을 살아갈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미안함을 가지는게 아닐까 싶다. 그들을 문 앞에서 걷어차는 것이 아니라 말이다. 나는 그것이 삶에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윤리 중 하나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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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nie 2023-01-26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헐..인생이란 오직 자기만의 이익과 행복, 편안함을 좇는것이 통념이 되었다니...개탄할 노릇이네요. 저렇게 살면 남는게 하나도 없는데...자기의 이익만을 좇아서도 안되고 행복이 최우선 목표가 아닙니다. 행복은 부산물이지요. 그리고 편안함을 쫓는것이 최고선인줄 알고 살았는데 그게 독이었음을 50이 넘어서 깨달았는데...이런것이 통념이라...이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