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슐츠 씨 - 오래된 편견을 넘어선 사람들
박상현 지음 / 어크로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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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중 미국에서 여군부대(WAAC)를 만들었을 때 정식 제복에 어깨에 걸 수 있는 핸드백이포함되었다는 사실은 기이해 보이지만 남자 군인들처럼 사용할수 있는 주머니를 넣느니 핸드백을 걸게 하겠다는 발상이었던 것같다.
120쪽 사진 속 포스터를 보면 여군의 가슴에는 남자 군인들의제복과 같은 위치에 주머니가 붙어 있지만 자세히 보면 주머니덮개만 있을 뿐 주머니는 없다. 여자라면 심지어 군인이라도 옷에 주머니를 허용하지 않을 만큼 지독한 고정관념이 존재한 것이다.

미군에서는 여군이 남자와 똑같은 군복을 입을 경우 레즈비언이나 트랜스젠더라는 오해를 살 것을 염려해서 군인이라도 여자들에게는 ‘여성스러운‘ 옷을 입히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정복에 바지 대신 치마를 도입한 것이다. 여성성에 대한 이런 배려 아닌 배려는 가슴 주머니에도 적용되어서 남자들처럼 여군이 가슴 주머니에 담뱃갑, 라이터 같은 물건을 넣으면 가슴 모양이 살아나지 않고 여성스럽지 못하다는 생각에 아예 덮개만 놔두고 주머니를 없앴다. 그 결과 군복을 입는 사람 입장에서의 실용성보다 사람들이 바라보는 ‘대상‘으로서의 모습에만 집중한 군복이 탄생하게 되었다.

카진스키는 주머니 문제가 "더 큰 불평등에서 비롯된 하나의증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진짜 문제는 남성과 여성 중 남성만이 기능하는 옷을 입을 수 있고 입게 될 것을 당연하게 기대하고그걸 요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여자가 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적 기여는 제한적이라는 사고방식, 여자를 전통적인 위치에묶어두려는 태도가 여자의 옷을 만드는 데 반영된다. "옷은 사회적산물"이라고 했던 페미니스트 작가 샬럿 퍼킨스 길먼(CharlottePerkins Gilman)의 말이 맞다면 주머니가 없는 여자의 옷은 여성이해야 할 일과 여성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대를 반영하는 것이다. 그게 주머니 문제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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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슐츠 씨 - 오래된 편견을 넘어선 사람들
박상현 지음 / 어크로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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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편견이 점차 많아지는 우리사회에 다양한 사례를 통해 우리의 무감함과 편견, 고집… 등을 돌아보게 하는책. 얼마나 모르고 지내는 것들이 많은지~ 이 무거운 주제들을 얼마나 잘 읽히게 쓰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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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의 가슴에 오랫동안 남은 명대사들
정덕현 지음 / 페이지2(page2)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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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눈이 부시게의 유명한 대사가 제목인덕에 제목부터 끌렸던 책에는 기억속에 좋았던 드라마들의 멋진 대사 일부를 통해 풀어간 작가님의 시선, 마음이 남았지요. 더불어 내 삶의 모습을 생각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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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뒷것이야. 너희들은 앞것이고"
‘아침이슬‘을 쓰고 부른 김민기가 했다는 그 말에 아침부터 울컥했다. 드라마에 영화, 예능, 다큐멘터리까지 하도 많이 봐서 웬만한 것으로는 큰 감흥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단련되어 있다고 자부했는데 다큐멘터리 한 편이그 자부의 단단함을 뚫어버렸다. 제목부터 어딘가 심상찮았다.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오래도록 대학로를지켜오며 무수한 예술인들의 ‘텃밭‘이 되어 줬던 학(學田)과 그걸 일궈온 김민기에 대한 다큐멘터리였는데, ‘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 나온 이 대사처럼 어느 날 돌아보면 문득 깨닫게 되는 삶의 눈부심이 있다. 늘 우리 곁있었지만 별거 아닌 것처럼 지나쳐 저 뒤편에 놓아두었던 눈부신 것들이 있었다. 세상에는 사실 곁에 있지만그 존재가 드러나지 않아 뒤에 서게 되는 것들이 참 많다.
그것들이 뒷것이 되는 건 누군가 그걸 바라봐 주고 곁을내주지 않아서가 아닐까. 솔직히 말하면 나는 김민기처럼 기꺼이 뒷것으로 살아갈 용기는 없다. 그건 조용하게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분들의 삶이다. 대신 앞도 뒤도 아닌 곁이 되고 싶다. 세상에 주목받지 못하는 것들의 가치를 알아주고 그걸 누군가와 함께 느끼는 곁에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책이 그랬으면 좋겠다. 지친 하루에 잠시숨 쉴 곁을 내주는.

"좋아요. 허면....... 오랑캐에게 욕을 당한 길채는?"
"안아줘야지. 괴로웠을 테니."

뚱한 핑계가 그렇다. "아우 얘, 맨발로 괜찮니? 왜 하필 니트를 입었어? 젖으면 무거울 텐데. 물이 너무 차다. 그치춥다. 우리 봄에 죽자 응? 봄에" 할머니 역시 소녀와 똑같이 절망 앞에서 생을 접으려 했지만, 소녀를 만나게 되면서 그럴듯한 구실과 변명을 찾아낸 거였다. 이 추운데 맨발에 니트를 입고 들어온 소녀가 그 변명거리가 되어 주었고 그래서 그들은 함께 살아나왔다.

핑계는 우리의 삶이 결국은 예정된 죽음을 향해 가고있다는 허무함을 이겨내는 지혜이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는 물에 젖은 옷이 너무 무거워서 또 물이 너무 차서,
같은 핑계들로 죽음을 뒤로 미루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있는지도 모른다. 철학자들은 그래서 "왜 사는가?"의 질문은 답하기가 어렵지만, "왜 죽지 않는가?"에 대한 질문은 답하기가 의외로 쉽다고 말한다. 죽을 수 없는 다양한이유들(혹은 핑계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내가죽으면 강아지 밥은 누가 챙겨주지" 같은 핑계도 이유가되니 말이다. 절망은 마치 깊이 빠져드는 물과 같아서 그물이 발목을 적셔올 때 이를 직시하고 마주하는 건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그보다는 아주 일상적인 핑계와 변명을 찾아내고 그 물가로부터 멀어짐으로써 절망을 유예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커피라는 게 결국 그 맛을 들이면 매일 찾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근데 찾는 이유가 카페인 때문만은 아니에요. 카페가 주는 편안함 때문이기도 하죠. 주인과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가 손님들을 계속오게 하는 노하우인데 거기에서 필요한 건 ‘적당한 무관심‘이에요."
적당한 무관심. 그 말에 방점이 찍혔다. 처음에는 그도 그저 친절하게만 대하고 커피가 맛있으면 된다고만생각했다고 한다.

왜 갑자기 용상이와 동휘가 떠올랐던 걸까. 공연이 끝나고 나오면서 나는 숨은그림찾기처럼 꼭꼭 숨겨져 있던「레미제라블을 찾은 것처럼 용상이와 동휘를 생각했다.
TV와 영화를 보고 글을 쓰며 살고 있는 지금의 내가 그냥그렇게 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용상이와 함께 봤던 TV와 동휘와 함께 서울 거리를 활보하며 찾아가 봤던영화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곁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던 내게 곁을 내준 그 친구들이 너무나 따뜻한 기억으로 새록새록 피어났다. 홀로 덩그러니 던져져뿌리가 사라진 것처럼 세상을 저주했던 장 발장의 마음은 곁을 내주고 손길을 내밀어 준 미리엘 주교 앞에서 얼마나 따뜻해졌을까.

"내 인생은 모래밭 위 사과나무 같았다. 파도는 쉬지도 않고 달려드는데 발밑에 움켜쥘 흙도 팔을 뻗어 기댈나무 한 그루가 없었다. 이제 내 옆에 사람들이 돋아나고그들과 뿌리를 섞었을 뿐인데 이토록 발밑이 단단해지다니. 이제야 곁에서 항상 꿈틀댔을 바닷바람, 모래알.....
그리고 눈물 나게 예쁜 하늘이 보였다."

"지금은 좋지만 살다 보면 또 고비가 올 거 아니야.
그럼 그 달콤했던 기억들을유리병에서 사탕 꺼내 먹는 것처럼하나씩 까먹으면서 힘들고 쓴 시간을 견디는 거지.
그러니까 우린 좋을 때그걸 잔뜩 모아둬야 하는 거라고……….
나 이제 주식이랑 지분 모으는 것보다행복한 기억들을 모으는 데 더 집중해 볼 거야.
나한테는 이제 그 유리병을 채우는 일이 제일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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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의 밤 - 당신을 자유롭게 할 은유의 책 편지
은유 지음 / 창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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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 독서는 딱히 읽는 행위라고 말할 수 없다. 나는근사한 문장을 통째로 쪼아 사탕처럼 빨아먹고, 작은 잔에든 리큐어처럼 홀짝대며 음미한다. 사상이 내 안에 알코올처럼 녹아들 때까지. 문장은 천천히 스며들어 나의 뇌와 심장을 적실 뿐 아니라 혈관 깊숙이 모세혈관까지 비집고 들어온다."(9~10면)

"내 창문으로 세상을 내다보면서, 『작은 것들의 신을 쓰면서 여러해 동안 누렸던 즐거움에 대한 기억이 시들기 시작했다. 책의 판매를 통한 금전적 이익이 몰려들었다. 내 은행계좌 잔고는 급격히 불어났다. 이미 가진 자들 사이에 세계의 부를 순환시키고 있는 거대한 파이프에 내가 우연하게도 구멍을 뚫었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그래서 그 파이프에서 어마어마한 속도와 힘으로 돈이 쏟아져 나오면서내게 상처를 입히고 있었다."(8면)

소설의 한 장면처럼 강렬한 이미지가 그려지죠. 작품의성공이 가져다준 부와 명예가 자신에게 상처를 내고 있다고 고백하는 작가라니! 와, 멋있어서 감탄했습니다. 돈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지만 병들게도 한다는 걸 고려하면, 작가의 예민함으로 그걸 알아차리는 게 어쩌면 그 다운 모습이기도 하겠지요

생각이라는 것은 딱 한번 완전한 구를 이루는 대신 수천번 깨진다."(167) 그날 네 말로 인해 낡은 생각이 깨지고 나은 생각이 완성되는 찰나의 기쁨을 느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문제에 힌트를 얻은 거지. 콘크리트처럼 굳어가는 사람이아니라 남의 말이 스며드는 고운 흙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려면 질색하는 일도 한번 시도해보고 안 읽히는 책도읽고, 파도처럼 부단히 움직여야겠지.

작가 이윤 리Yyun Li의 말이 너무 와닿아서 베껴놓은 적이있어요. 그가 그랬죠.
"삶은 그저 삶일 뿐이지요. 늘 고난이 있습니다. 좋은 순간도 나쁜 순간도 있고, 저는 좋든 나쁘든 그 모든 순간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우리는 고통과 슬픔을 경험할 테니까요. 그것은 삶의 일부입니다. 하지만 친절은 우리가 베풀거나 베풀지 않겠다고 선택할 수 있어요. 타인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친절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자신에대한 친절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결국 친절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일 텐데, 선택이기 때문에 저는 친절에대해 쓰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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