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단돈 6파운드에, 누군가에게 보내졌던 190년의지나간 시간을 샀다. 나에게 빈티지란, 누군가의 누적된시간들과 만나는 더없이 귀한 시간. 그리고 그것이 시공간을넘어 다른 나의 시간으로 이어지는, 어지럽고 묘한 또 다른시작인 것이다. 단순히 스타일을 사랑해 물건을 구입하는것만은 아닌, 그런 조용하고 다소 나만의 비밀 같은 이유에서,그렇게 빈티지 사랑은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아날로그여서 나를 느린 다정함으로 이끌어주고,
조심스러운 섬세함을 가지게 해주는 이곳의 불편함이 그저사랑스럽다.

‘누가 새로운 걸 먼저 알아채는가보다는, ‘가까이에 있는것들이 얼마나 매일매일 새로운가‘를 알아채는 게임에 나는 더관심을 갖는 편이다.

사실 나는 빵의 모든 것이 좋다. 냄새도, 각기 다른 질감도,
봉긋함도, 때론 묵직함도, 따뜻한 컬러와 우드의 어울림도,
뜨거워 김이 나는 것도, 혹은 딱딱해 꼭 침으로 녹여내되새김질하듯 단맛을 끌어내는 과정도 좋아한다. 무엇보다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그 번잡스럽지 않은 선량함이 제일로좋고 그런다. ‘빵을 좋아하면 외로운 것‘이라고 누군가말했다. 그래서 외롭다면, 나는 그 외로움을 누구보다 달게받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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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것들에 대한 존중,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집착. 속도와 성장 같은 것에 연연하지않는 느긋함,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고자 하는 태도. 이런삶의 방식이 어디에나 배어 있었다. 수백 년 전의 모습을지키며 살아간다는 건 얼마나 고단한 일일까. 촘촘한 규제의 그물에 갇혀 살겠구나, 내 집이어도 내 땅이어도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겠구나, 이 도시의 주민들은 그런 부분에대해 나름의 사회적 합의를 이루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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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삶의 실력, 장자 - 내면의 두께를 갖춘 자유로운 생산자
최진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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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독립적(창의적)으로 생각(사유)한 적이 거의 없었음을 뜻한다. 이는 우리의 삶을 스스로 생각해서 산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한 생각의 결과를 따라 하며 살았다는 증거다. 사유의 생산자가 아니라, 사유의 수입자로 살아온 것이다. 스스로 생각해서 산 것이 아니라, 우리 외부에서 한 생각의 결과를 죽어라 따르거나 수용하면서 산 것이다. 우리가 아직 선도 국가가 아니라, 추격 국가임을 드러낸다. 이것이 사유의 종속성에서 비롯된 결과다.

-알라딘 eBook <삶의 실력, 장자> (최진석 지음) 중에서

사유의 종속성에 빠져서 오래 살다 보면, ‘정해진 마음’에 갇혀 우선 마음이 작아진다. 마음이 작아지면 사람이 크고 굵지 못하고 자잘해진다. 자잘해지면, 일구는 문명의 크기 자체가 일정 정도의 한계에 갇혀 한없이 팽창하지 못한다. 잘못하다가는 추격 국가로만 살지, 선도 국가로 올라서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다가 저 멀리 하늘에 걸려 있는 별을 감탄하거나, 별처럼 빛나는 다른 사람에게 정성껏 박수를 보내는 일로 세월을 보내느라, 이토록 짧은 생에 정작 자신은 한순간도 별처럼 빛나지 못한 채 명을 다해버린다. 장자는 이렇게 살다 가도 정말 괜찮은지 우리에게 묻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삶의 실력, 장자> (최진석 지음) 중에서

‘덕’이 야박해졌다는 것은 자기가 누구인지 자신에게 묻지도 않는다는 뜻이다. 이토록 짧은 생을 어떻게 살다 갈 것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자기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에게 물어보지 않았다는 뜻이다. 인간은 자신에게 이 몇 가지의 질문을 하면서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 된다.

-알라딘 eBook <삶의 실력, 장자> (최진석 지음) 중에서

장자》의 자궁 같은 문장을 나는 이것으로 본다.
"한 사람이 하늘과 땅 사이에서 한평생을 산다는 것은 마치 책받침 두께도 안 되는 얇은 틈새를 천리마가 휙! 하고 지나는 것처럼 순간이다[人生天地之間, 若白駒之過郤, 忽然而已]."

-알라딘 eBook <삶의 실력, 장자> (최진석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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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세계를 감각하는 법 -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은 생각하는 방식도 다를까?
케일럽 에버렛 지음, 노승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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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낱말 수준 특이성에 가려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리가 시제에 대해 배우는 것 중에는 더 기본적인 것도 있다. 우리는과거, 현재, 미래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배운다. 어릴 때 언어를 습득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이 특정 시간 범주가 존재한다는 사실, 거의 손에 잡힐 듯 현실적이라는 사실, 그것이 시간의 작동 원리이기에 우리가 기본값으로 언급해야 하는 기본 범주라는 사실을 배운다는 뜻이기도 하다. 언어는 이 추상적 시간 범주가 구체화되는 데한몫한다.

어쨌거나 과거, 현재, 미래는 막연한 개념이다. 몸을 둘러싼 물리적 공간을 지각하는 구체적 방식으로는 시간을 지각할 수 없다. 물리적 주변에 있는 물체는 손을 뻗어 만질 수 있지만 과거는 그런 식으로 다시 방문하거나 그 존재를 입증할 수 없다. 또한 우리는 결코미래에 도달하지 못한다. 그런가 하면 현재는 포착되지 않는다. 우리가 인식하는 모든 찰나는 인식하는 그 순간 이미 지나가버렸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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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단순한 장소의 이동이 아니라 자신이 쌓아온 생각의 성을 벗어나는 일이다. 신영복

여전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행의 정의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내가 알던 상식과 진리가 무너진다. 걸으면 걸을수록 질문이 생겨나고, 내가 배워온 것들을 의심하게 된다. 거리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와 타인이, 나와지구가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조금 더 사랑하고아끼게 된다. 여행은 언제나 더 나은 내가 되고 싶게끔 했다. 정말이지 조금 더 선한 사람이 되고 싶고, 지구와 타인에게 해를 덜 끼치는 존재가 되기를 갈망한다. 그 간절함이나를 여행으로 이끈다.

부드럽게 소를 달래며 손으로 젖을 짜는 모습이 다정했다. 소젖은 송아지를먹이고 난 후에 남는 양만을 취하기. 가축은 계절이 허락하는 시간 동안은 들판에서 풀을 뜯으며 지내게 하기. 오늘까지키운 양을 잡을 때는 감사하며 경건히 취하기. 우리가 잃어버린 삶의 원형이 그 땅에는 아직 훼손되지 않고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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