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슨 선생님 구하기 내인생의책 책가방 문고 6
앤드루 클레먼츠 지음, 김지윤 그림, 강유하 옮김 / 내인생의책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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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독특한 선생님이 있다. 랄슨, 그는 아이들에게 직접 가르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아이들에겐 그저 동화나 단어집이나 읽을거리를 정해주고 자신은 커피를 마시면서 신문만 읽어댄다. 이런 선생님이 내 아이의 담임이라면 나부터도 당장 쫓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것 같다. 무능력한 랄슨 선생님이 학교에서 쫓겨날 위기를 어떻게 넘길지 흥미진진하다. 

145호 교실은 랄슨 선생님이 보는 온갖 잡지와 신문, 책들로 창고 같다. 그리고 그 교실 안에 카라 랜드리가 있다. 모범생 카라는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투명 인간 같은 아이다. 카라가 진실과 자비를 창간 정신으로 삼은 앤드리 뉴스 초판을 발행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카라는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는 랄슨 선생님에 대한 사설을 실어 선생님과 아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랄슨 선생님은 진짜 선생님을 필요로 하는 카라의 마음을 읽고 화를 내는 대신 대변신을 한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신문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 수업은 카라와 선생님과의 대화로 이어진다. 사설에 대한 카라의 정의가 따뜻해서 좋다. '사설은 신문사가 하기 어려운 말을 할 수 있는 곳이고, 실수를 했을 때는 사과를 할 수 있는 곳이며, 신문사의 마음을 볼 수 있는 곳'이라는. 내가 보는 신문에도 이런 따듯한 마음이 실렸으면 좋으련만. 어른들이 아이들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잠깐 든다.

단 한 부만 발행되던 랜드리 뉴스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컴퓨터 편집에 부수까지 늘어난다. 그리고 랄슨 선생님을 쫓아낼 궁리만 하던 교장 선생님의 책상에까지 올려진다. 결국 랄슨 선생님은 모든 기사의 내용을 책임져야 한다는 교장 선생님의 함정에 빠져 징계 청문회에 오르게 된다.

랄슨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헌법과 권리장전, 언론의 자유에 대한 수업을 할 뿐 자신이 처한 위기를 모면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똘똘한 카라는 교장 선생님에게 맞서 언론의 자유를 주장하고 교장 선생님을 꼼짝 못하게 만든다. 초등 학생이 읽기에 적절하지 않다며 문제삼았던 기사를 그 주인공 미첼이 직접 읽자 박수가 터져 나오고 징계 청문회는 해산된다.

결국 따듯한 마음이 담긴 신문 덕분에 랄슨 선생님은 학교에서 사라져야 할 선생님에서 '올해의 선생님'으로 선정하고픈 훌륭한 선생님이 되고 말았다.

참 좋다. 언론의 중요함, 거기에 사제지간의 사랑까지 느껴지는 이야기다. 책을 읽다 보면 아이들도 기자가 되어 신문 기사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 것 같다. 나도 올 여름 방학엔 아이들과 가족 신문을 만들어봐야겠다. 5,6학년 아이들에게 적극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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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4-18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한테도 권해 주세요. ^ ^.

향기로운 2007-04-18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관함에 담아두어요~^^*

프레이야 2007-04-18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6학년이 읽기에 좋아요. 얻을 게 참 많은 책이라 저도 좋아해요.

소나무집 2007-04-19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해주는 책이에요. 아무리 나쁜 평을 받는 선생님이라도 마음속엔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전출처 : 홍수맘 > [퍼온글] 초등 논술에 대해 한번쯤 의심해보기

논술 시장이 뜨겁게 달구어지고 있습니다. 너도나도 논술, 논술 하게됩니다.
이렇게 붐(boom)이 이 일어난 것의 원인은,  따지고 보면 서울대학교 입시 발표에서부터 기인한 것입니다.
서울대가 입시에서 논술의 비중을 높인다고 하고, 논술이 사실상 당락을 결정하게 된다는 언론의 보도로
논술은 그야말로 그 파장이 일파만파 퍼지게 된 것입니다.

아시는 것처럼 교육도 사업입니다. 붐을 타고 결코 교육이 아닌 상술의 학원과 교재가 우리 주위엔 많이 있습니다. 논술은 대학 입시에 필요한 교육입니다. 물론 논술은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초등학교 때부터 준비할만한 사항은 아니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 교육관은 내용이 충실해져 있으면, 그 틀(형태)은 짧은 기간에 마칠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것은 비단 논술뿐이 아닙니다. 모든 경우에 해당될 수 있는 말입니다.
그러면 논술의 내용은 무엇일까요?  바로 독서입니다. 기본적으로 책을 많이 읽어두고 깔린 지식이 있으면
고등학교에 가서 논술을 준비해도 3여년의 시간이 있습니다. 이것으로 논술은 된다고 봅니다.
섣부르게 초등학생들이 글쓰기에 매이고 첨삭에 시달리다 보면 아니배운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실제로 논술을 잘 못 지도하시는 분들도 저는 주위에서 볼 수 있습니다.
생각은 이러하지만 그렇다고 손놓고 아이에게 책만 읽으라 하기에 불안하시겠지요.
제 생각에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그저 책좋아하는 아이만들기에 전념하시고, 고학년에서는 책을 읽은
다음 독후 활동을 해주시면 된다고 생각됩니다.  독후활동이란 그 내용을 같이 이야기하고(아이들 책이라도
엄마도 같이 읽으시면 좋습니다), 관점다르게 생각해 보게하고(백설공주 이야기에서 흑설공주를 생각
해보기, 흥부는 좋은 사람, 놀부는 나쁜사람이라는 기존 관념 뒤집기, 등등...), 느낌 말하거나 쓰기,
독후감뿐만이 아니라 그림으로, 음악으로, 신체로, 만화로 표현하기 입니다.
이런 창의적인 활동이 되고 많은 독서량이 있다면 결코 두려울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제 아이들은 한번도 글짓기 학원이나 논술 학원을 수강한 적 없지만 교내, 교외에서 시행하는 글짓기 대회에서 많은 상장을 받았습니다. 이제 쯤은 우리 아이들도 논술에 신경써야겠지만, 초등논술은 아니라고 봅니다.
또한 제가 초등생들 논술수업을 해보면, 토론이 되질 않습니다. 
말이 토론 수업이지, 많은 아이들은 토론이 되지 않습니다. 그건 아직 입력된 것이 많지 않아서 입니다.
초등 아이들은 꺼내는 시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많이 입력해야할 시기이지요.
들어 있지 않은데 나올 것이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고, 책을 읽고 토론한다지만 수업은 선생님
위주의 내용이 되기 일 쑤 입니다. 많은 것 바라시지 마시고 책 많이 읽히고 엄마와 독후활동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논리력이나 비판력은 독서와 다릅니다. 그것은 신문으로 하시면 되고요.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 의견입니다. 매사에 느림을 선택하고 조급함을 경계하는 제 교육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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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프레이야 > 염쟁이 유씨를 보고

 

일요일 오후 3시, 모처럼 '세모녀 연극보기'를 기획한 나는 뮤클에서 표 석장을 예매해 두었다. 이만오천원의 입장료가 부모님과 함께 3인이상이면 2만원씩으로 할인되었다. 극장은 집에서 가까운 모대학 콘서트홀이라 가기도 좋고 세모녀의 나들이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동생이 배탈이 나는 바람에 엄마랑 둘이서 갔다. 현장에서 표 한 장은 다른 모녀에게 팔아서 다행!


연극배우 유순웅은 영화배우 유해진과 닮아 나도 처음엔 그사람인가 했다. 그런 착각을 자주 받는다고 한다. 45세의 충청도 사나이, 그는 가까이서 보니 꽤 주름이 많았다. 하지만 아주 편안하고 소박한 인상의 주름이 일인 드라마를 하는 내내 얼마나 사람을 웃기고 울리는지, 피식피식 웃다가 나중엔 나도 흑흑 눈물바람을 했다. 젊은이들도 많았지만 우리처럼 모녀가 많이 보였다. 내 앞 좌석엔 초등5학년 남자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할머니도 있었다.


한 명의 배우가 15명의 역할을 한다. 아버지의 업을 마지못해 이어받아 염쟁이 일을 천직으로 살아온 유씨는 오늘 이 자리에서 마지막 염을 하려고 한다. 어느 젊은이의 가벼운 시신이 뭔가 특별한 인연으로 얽힌 것 같아 보인다. 일면식이 있었던 신문기자를 불러놓았고(사실은 관객 중에 한 사람을 지목하여 끌어들인다. 그래서 그는 이선생이 될 수도 있고 김선생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흰색 야구모자를 쓴 이십대 청년 이선생이 지목되었다.) 우리 관객들은 따라온 사람들 혹은 구경꾼이 되었다. 유순웅이 혼신을 다해 90분을 연기하는 동안 우리는 염을 하는 절차를 지켜보는 전통문화체험단이 되고 그가 살아온 이야기를 구구절절 들어주는 사람도 되고, 나중엔 하나밖에 없는 그의 아들 장례에 문상객이 되어 ‘아이고 아이고’ 곡성을 함께 내기도 한다. 율곡의 십만염병설, 동학의 염내천, 등 기발한 조어로 웃음을 주면서 '죽음'을 보내는 마지막 절차를 담당하는 ‘염’쟁이에 대한 예찬을 늘어놓는 솜씨가 재미나다. 구수한 입담으로 풀어가는 이야기에 빠져들어 90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다.

 


시신은 무서운 게 아니여, 산 사람이 무섭지. 산 사람한테서 나는 냄새에 비하면 시신에서 나는 냄새는 아무렇지도 않어. 그가 하는 말들이 하나하나 뼈가 있었다. 그가 염을 하여 떠나보낸 시신들의 종류도 다양하여 조폭두목에서부터 재산다툼을 하는 자식들을 둔 아버지에 이르기까지, 그네들의 이야기를 통해 냄새나는 산 사람들의 어지러운 군상을 보여주고 꼬집기도 한다. 중간에 등장하는 '장사치'는 장례절차도 장삿속이 된 오늘날의 세태를 풍자한다. 시신을 소개해주면 십만원씩을 주겠다면서 관객들에게 명함을 나눠주고 염쟁이는 그런 장사치와 드잡이를 하는데 혼자서 두명의 역할을 하는 장면에 배꼽 잡았다.

 

죽음을 두려워말고 어떻게 잘 살 것인가를 고민하라는 그의 말은 투신자살로 생을 먼저 떠난 젊은 아들에 대한 애끊는 부모의 심정에서 절정에 이른다. 애미없이 너를 기르기 위해 하루도 염을 하지 않은 날이 없었어. 넌 인형을 만들어 놀고 있었지.- 그게 무신 인형이여? - 엄마 아빠 인형이야...

절절하게 죽은 아들을 그리며 아비로서의 한을 푸는 대목에서 나는 눈물이 흘렀다. 정성들여 손수 염을 하고 수의를 입혀 관에 넣고 떠나보내는 마지막 길에서 여기저기 눈시울을 닦아내는 사람들이 보인다. 옆에 앉아 계시던 엄마가 내 손을 꼭 잡으셨다.

죽으면 목숨은 떠난 줄 알겠지만 우리들 맺은 인연은 떠나갈 수 없는 거여. 

네가 이 생에서 내게 와줘서 고마웠다며 울부짖는 아버지의 울음. 가슴이 묵지근해지다가 흐르는 눈물로 씻기듯 후련해졌다.

 

잘 살아야겠다! 알지만 어떻게?

정성을 다하라’는 말이 가장 잊히지 않는다. 모두다 잊혀져도 정성만은 잊히지 않는 법이랬다.

설겆이를 하는 뒷모습에서 인품을 알 수 있다고 하는 염쟁이 유씨는 주검에 대한 정성, 삶을 보내고 죽음을 맞는 일에 대한 정성 그리고 삶을 살아내고 사람을 대하는 일에 대한 정성을 보여주었다.


연극이 끝나자 유순웅님은 밖으로 나와 일일이 악수를 청하며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참 겸손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그러곤 다시 무대로 가서 원하는 사람들은 모두 사진을 찍었다. 나도 가져간 디카로 엄마와 셋이서 사진을 부탁했다. 잘 나온 것 같다. 요즘 부쩍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는 엄마. 난 그 나이가 아닌데도 그런데... 다음에 또 좋은 공연 있으면 감성이 풍부한 엄마랑 함께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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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여우 씨 동화는 내 친구 48
로알드 달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퀸틴 블레이크 그림 / 논장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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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집에선 책을 살 땐 대부분 내 선택에 의해 결정되곤 한다. 하지만 가끔 예외인 경우가 있다. 딸아이의 극성에 내용도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고 결정를 내려야 할 때가 있다. 이 책도 그런 경우였다. 로알드 달 매니아인 딸아이가 신간 소개를 본 이후 매일같이 졸라댔다.  

그래서 하루는 로알드 달을 왜 그렇게 좋아하느냐고 물어 보았다. 돌아온 답은 그의 책을 읽고 나면 '속이 시원'하단다. 아이의 표현이 좀 부족하긴 하지만 난 그 속엔 담긴 의미를 알고 있다. 엄마인 나도 사실은 카타르시스를 느낄 때가 많으니까 말이다. 강력한 힘을 가진 어른들을 늘 통쾌하고 유쾌하게 혼내주고 굴복시키는 주인공들 앞에서 열광하지 않을 아이들이 어디 있을까? 아마 우리 아이도 그 주인공을 꿈꾸며 책 속에 얼굴을 묻고 있을 게 틀림없다.

사람과 여우, 이 둘 중에 약자는 누구일까? 총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는 인간들 앞에 약자는 분명 여우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 인간으로부터 죽음을 당한 여우가 얼마나 될까? 하지만 여기 꿋꿋하게 버티면서 인간을 슬슬 비웃는 여우씨가 있으니 그 이야기 한 번 들어보시라!

보기스는 닭을 키우는 뚱보로 닭요리만 먹어댄다. 번스는 오리와 거위를 키우는 배불뚝이 난쟁이로 거위간을 넣은 도넛만 먹는다. 빈은 칠면조와 사과를 키우는 농부로 사과로 만든 독한 술만 마셔댄다. 이들은 생김새는 영 딴판으로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었으니 부자에다가 성질이 고약하고 비열하다는 점이다. 그러니 영리한 우리의 여우씨랑 대적할 만하지 않은가 말이다.

이 세 농장을 털어 먹고 살아가는 여우씨가 농장 주인의 표적이 된 건 당연지사다. 쫓고 쫓기는 여우씨와 농장 주인들의 게임에 잠시도 책읽기를 멈출 수가 없다. 굴파기 선수 여우씨 가족 앞에 들이민 건 굴착기, 하지만 여우씨의 승리. 끈질긴 농장 주인들 덕분에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된 여우씨는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여기서 무너질 여우씨가 아니다. 보기스네 닭장과 빈스의 거대한 창고와 빈의 사과주 창고까지 털어내는 대범함을 보인다. 굴 밖에선 농장 주인들이 속이 끓고 있거나 말거나 여우씨는 오소리네, 토끼네, 족제비네 가족까지 초대해서 성대한 잔치를 벌인다. 

여기서 인간의 농장을 털었다고 여우씨를 비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여우씨의 멋진 승리에 같이 축배를 들고 싶어하지 않을까!

로알드 달을 좋아하는 모든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읽기를 권하다. 그리고 늘 억울한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의 책상 위에 살짝 올려놓아 준다면 그날 밤 엄마에게 돌아오는 건 멋진 뽀뽀가 아닐까 싶다. 우리 딸아이도 그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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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4-17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직 이 책을 기다리고 있지요. 도착예정일이 내일이라고 되어 있는 걸로 봐서 모레쯤 도착할 것 같아요. ^ ^.

소나무집 2007-04-23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이가 보기엔 좀 긴 내용이지만 읽어 주시면 재미있어 해요.
 
 전출처 : 하늘바람 > [퍼온글] 어린이책 세계를 이끌어 가는 두 작가 | 작가 이야기

http://blog.yes24.com/document/652704
지금이야 '칼데콧 상 받은 작품이다'라고 이야기하면 모두가 감탄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지만 불과 몇 년 전만해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는 않았다. 그리고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도 마찬가지다. 어떤 면에서 보면 출판사들이 의도적으로 상을 내세우는 경우도 있어서 약간 꺼려지기도 하지만 일단 인정받은 책이라는 점에서는 눈길이 간다. 간혹 우리 정서와는 맞지 않는 책이 있기도 한데 그것을 가지고 상의 가치를  판단하는 일은 조심스럽다. 문화라는 것이 모든 나라에서 보편적으로 이해받는 것은 아니니까. 다만 나와 정서가 맞지 않다던가 우리와 정서가 맞지 않는 것은 내가 보지 않겠다는 결정이 필요할 뿐이다.
 
그럼 과연 랜돌프 칼데콧이라는 사람과 케이트 그린어웨이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궁금해진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 두 사람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들이 남긴 작품은 여러 편이 있겠지만 우리 나라에 번역되어 있는 책은 한 권씩 밖에 없다. 작품이 여러 편이었다면 따로 소개를 하겠지만 어차피 한 편씩 밖에 없으므로 비교도 할 겸 같이 소개한다.
 
<<< 랜돌프 칼데콧(0846~1886) >>>
 
칼데콧은 윌터 크레인, 케이트 그린어웨이와 함께 빅토리아 시대 말기를 대표하는 영국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터 3인방의 한 사람이다. 칼데콧의 그림책을 두고 모리스 샌닥은 '칼데콧은 그림과 글의 기막힌 조화를 처음으로 고안해 냈다. 글은 생략되고 그림이 말을 한다. 요컨대, 그것은 그림책의 창조였다."
 
돈과는 가장 무관할 듯 싶은 어린이 그림책. 하지만 그림책은 불행하게도 인쇄물 가운데서 돈, 그리고 기술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물건이다. 인쇄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컬러로 된 그림책 한 권을 만드는 데만도 천문학적인 경비와 기술이 드는 시대가 있었다. 어린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차고 넘쳐 그림책으로 그 사랑을 표현하려는 화가가 있다 해도, 재력과 기술을 다 갖춘 '스폰서'를 만나지 못하면 화가의 재능은 세상의 빛을 볼 수가 없었다.

그토록 척박하던 시대에 숨은 공로자가 있었으니, 이름하여 에드워드 에반스라는 출판업자이다. 서민적인 화풍의 목판본 그림책으로 19세기 말엽에 이른바 '그림책의 황금시대'를 연 랜돌프 칼데콧도 이 에반스의 눈에 든 행복한 화가의 한 사람이다. 황금 시대의 또 하나의 거장인 케이트 그린어웨이가 귀족적인 화풍으로 어린이를 천사처럼 귀엽게 그려 내는 그림책을 보여 준 반면에 칼데콧은 웃음과 풍자가 가득한 서민의 모습을 주로 그려 당연히 대중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칼데콧은 1846년 영국 중부의 아름다운 도시 맨체스터에서 태어났다. 정식으로 회화 수업을 받은 적이 없던 터라 은행원 생활을 하면서 습작을 하다가 1871년에 런던에서 발행되는 잡지에 풍속화를 그리면서부터 화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1878년부터 세상을 뜨기 전까지는 구전 동요와 민요를 바탕으로 하여 해마다 두 권씩 그림책을 내놓는 왕성한 창작 활동을 했다.

<칼데콧 상>
'근대 그림책의 아버지'로 불리는 랜돌프 칼데콧을 기념하기 위해 1938년 창설괸 그림책 상. 미국 도서관협회에서 주관하며, 전년도에 미국에서 출판된 모든 그림책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을 그린 화가에게 수여한다. 칼데콧 상은 1권의 최우수상에게, 칼데콧 아너 상은 1~5권의 우수작에게 준다.
 
- 리브로 작가소개와 시공주니어 도서목록에서 -
<<< 작품 소개 >>>
* 익살꾸러기 사냥꾼 삼총사(시공주니어)

이 시기의 작품을 보면 대개가 목판 그림책이다. 당시에는 다양한 기법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목판 그림책은 이상하게도 편안함과 푸근함을 준다.
 
이 이야기는 <마더 구즈 이야기>에 나오는 한 이야기를 재구성한 책이라고 한다. 사냥꾼이 사냥하러 나갔다가 사냥은 안 하고 거의 놀다가 오는 그런 이야기로 내용이 썩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하긴 요즘처럼 구성도 다양하고 이야기 구조도 튼튼한 책을 먼저 접했으니 그럴 수밖에. 그러나 이 책이 19세기에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책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냥꾼 셋이 사냥을 떠난다. 그러나 그들이 진짜 사냥을 하기 위한 것인지 의심이 간다. 들판에 서 있는 허수아비를 보고 한 명이 허수아비라고 하자 다른 한 명이 길을 잃은 농부라고 한다. 그야말로 익살스럽다. 이야기는 이런 식으로 반복되어 나타난다.
 

한 번은 칼라 그림이 나왔다가 다음 장에는 흑백 그림이 나온다. 그런데 사냥꾼이 들고 다니는 것은 사냥 도구가 아니라 악기다. 그것만 봐도 이들의 목적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글 속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제서야 모리스 샌닥이 이야기한 말이 실감난다. 글이 이야기를 끌고 가던 시절에 글에서는 나오지 않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나타냈다는 것이 아마도 획기적인 방법이었을 것이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지금 기준으로 보지 말고 19세기라고 생각하고 봐 주길...
 
사냥을 하려면 숲이나 산으로 가야 하건만 이들은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니며 일을 저지른다. 남의 집에 있는 바퀴를 굴려보내지 않나 데이트 하는 연인을 놀래주질 않나... 그래도 그들은 마냥 재미있단다. 보는 사람도 재미있긴 하다.
 
<<< 케이트 그린어웨이(1846~1901) >>>
 
영국 그림책의 효시인 케이트 그린어웨이(1846∼1901)는 런던에서 유명한 조판사의 딸로 태어났다. <런던 화보>의 일을 하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려서부터 그림 공부를 하였고, 딸의 그림 솜씨를 인정한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그린어웨이는 당대 인쇄계의 거장인 에반스를 만나게 된다.

현명한 에반스의 판단과 도움 아래 화가로서 뛰어난 재능과 문학적인 소질을 발휘하여 본격적인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게 된 그린어웨이는 그림책뿐만 아니라 알파벳을 가르치는 ABC 북, 달력, 카드 등 여러 분야에서 그림을 그렸다. 그녀의 은 조악한 흑백 학습지가 대부분이었던 당시 아동 출판 시장에 천연색의 다채로운 이미지와 그림들을 선보여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그녀가 만든 발렌타인 데이 카드가 연인들 사이에 크게 유행하였다.

그린어웨이는 꽃, 나무, 초목 등 전원 풍경을 배경으로, 천진스런 어린이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관찰하여 부드럽고 섬세한 필치로 그려내어 독자에게 현실감이 살아 있는 향수를 전해 주었다.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는 중세 독일의 전설을 소재로 삼아 유명한 낭만주의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이 글을 쓰고 케이트 그린어웨이가 그림을 그린 19세기의 귀중한 그림책의 하나로, 신의 뜰에서 노는 것 같은 어린이들의 묘사가 이채롭고 의상이며 배경 모두가 복고풍의 귀족적인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 초판을 목판 인쇄로 찍어 현대의 그림책에서는 느낄 수 없는 목판본 그림책의 고전적인 맛이 흠뻑 배어 있다.

어린이에게는 꿈과 환상의 세계를, 어른에게는 어린 시절의 환상을 회상시켜 주었던 그린어웨이는 어린이와 어른들 모두에게 폭넓게 사랑받는 대중적인 작가였다. 

- 리브로 작가파일에서 -

<<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 >>

케이트 그린어웨이를 기념하기 위해 1956년 영국 도서관 협회가 창설했다. 매년 영국에서 발행된 그림책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을 그린 화가에게 수여한다.
이처럼 칼데콧 상과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은 모두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그만큼 그림책에서 그림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고 하겠다. 칼데콧은 영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후에 미국으로 건너가 활동하는 바람에 상이 미국에서 제정되어 미국 사람 내지는 미국에서 출판된 책에만 수여한다. 아마 영국 입장에서는 억울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림책을 이야기할 때 항상 나오는 사람이 바로 에반스라는 편집자다. 어느 책에서건 에반스가 없었다면... 이라는 말을 할 정도다. 책에 있어서 편집의 역할과 중요성을 짐작하게 해준다.
 
<<< 작품 세계 >>>
*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시공주니어)

이 책을 처음에 보고 도저히 19세기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아름답고 이렇게 멋진 책이 있다니... 그것도 19세기에 말이다. 지금 보아도 전혀 뒤지지 않는 그림이 감탄을 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 이 책 역시나 목판으로 그렸다. 위에 소개한 책도 목판이지만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등장인물들의 의상과 배경 모두 복고풍으로 고급스럽다.
 
독일 옛이야기를 바탕으로 영국의 유명한 시인인 로버트 브라우닝이 글을 썼다. 그래서일까. 읽으면 읽을수록 진한 맛이 우러나는 것이.

하멜른이라는 마을에서 가장 골칫거리인 쥐들. 고양이를 죽이고 개를 물고 심지어는 자는 아기까지 문다.
 

그런데 키 크고 마른 사람이 나타나 자신을 피리 부는 사나이라고 소개하며 쥐를 쫓아내겠다고 이야기한다.
 

너무 인상적인 피리 부는 사나이 모습. 반면 앞표지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살고 있는 모습이다. 같은 이야기를 소재로 하는 책들이 여러 권 있지만 이상하게 이 책이 가장 마음에 든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른 욕심 많은 인간의 마음을 꼬집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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