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때 영월에 두 번이나 다녀왔다. 작년에 나 혼자 지인들과 함께 간 적이 있는데 너무 좋아서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가리라 마음만 먹다가 일 년이 훌쩍 흘러갔다.
영월은 원주에서 한 시간 조금 더 걸리는 가까운 거리에 있고, 두 번 다 딸아이의 방학 숙제 때문에 갔다. 첫번째는 고씨동굴, 동강사진박물관, 화석 박물관을 갔고, 두번째는 청령포, 장릉, 별마로천문대를 갔다. 영월은 아직도 70, 80년대 모습이 많이 남아 있는 작은 도시지만 볼거리가 많아서 자꾸 가고 싶을 것 같다.
고씨동굴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결석해서 참여하지 못한 학교 창의체험 학습지였다. 다녀와서 보고서를 쓰는 게 방학 숙제라고 하니 안 갈 수가 없었다. 동굴이라고는 제주의 만장굴을 가본 게 다였는데 영월에 그렇게 멋진 석회 동굴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정말 깜짝 놀랐다. 덜 알려져서 그렇지 내 눈에는 제주 만장굴보다 훨씬 멋지고 신기한 볼거리가 많은 동굴이었다.
고씨동굴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석회암 동굴로 4~5억 년 전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동굴에 가려면 이렇게 시원한 강을 건너야 한다. 요기가 바로 사람들이 레프팅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건너갈 수 있는 튼튼한 다리가 놓여 있어 5분이면 건널 수 있다.
고씨동굴 입구. 30분 간격으로 입장을 시켜주었는데 동굴 입구에 서 있기만 해도 시원한 비람이 쏟아져 나왔다.
임진왜란 때 고씨 일가가 왜군을 피해 숨어 산 데서 동굴 이름이 유래하였다. 고씨 일가가 살면서 밥을 지을 때 그을린 흔적과 솥을 걸었던 흔적이 남아 있다.
방학 때 홀로 작은아빠 집에 와 있던 제주도 막내 조카랑 우리 딸. 우리 아들은 제주에 가 있고, 제주에선 2학년짜리 막내 조카가 올라오고...
아주 많이 뚱뚱한 사람은 통과하기 힘들 것같이 좁은 곳도 많았다. "와, 신기하다!" 소리가 절로 나오는 구간이 많다.
이 굴에서 가장 신기했던 건 굴 속에서 폭포 같은 물이 콸콸콸 시끄러운 정도의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다는 사실. 결국 그 물이 계곡물이 되어 흘러 나가는 것. 우리 딸 말에 의하면 해리포터에는 그런 동굴 속 폭포가 많이 나온다며 놀랄 것 없댄다. 영화 속 장면이랑 실제로 보는 거랑은 많이 다르지...
오백나한상이라 이름 붙여진 석순들.
층층이 쌍아올려진,지금도 여전히 자라고 있는 거대한 석순탑. 완전 반질반질한 대리석 같았다. 종유석의 생성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 길쭉한 사람은 바로 나~
동굴 가장 안쪽에 있던 종유석. 여기까지 보고 돌아서 다시 밖으로 나가는 데 꼬박 한 시간이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