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다니는 중학교가 집에서 아주 가까운 편은 아니라서 아침에만 데려다 준다. 오후에는 운동삼아 걸어오고. 차에 타서 시동 걸고 데려다주고 집에 오면 20분 정도 걸린다. 딸과 함께하는 시간은 고작 10분. 그 짧은 시간 동안 딸아이는 계속 재잘대는데 오늘 아침은 자화자찬이다. 

: 엄마, 난 너무나 훌륭한 학생인 것 같아!!!   

엄마 : 왜?? 

: 친구들은 사회가 다 싫다는데 난 사회가 넘 좋아. 특히 역사가 들어 있어서 2학기가 기다려져. 역사는 흥미진진하잖아.  

엄마 : 옆동 아무개는 사회 때문에 역사 논술 한다는데 넌 그런 거 할 필요 없겠다. 고맙다. 엄마 그런 거 시킬 돈도 없는데...

: 그런데 있지 과학은 더 좋아. 재미있어. 꿈을 과학자로 바꿔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야.  

엄마 : 그럼 기자는 어떡하구? (우리 딸의 요즘 꿈은 저널리스트다)

: 과학이 재미있다는 얘기야. 그리고 국어는 울 담임이 재미있게 수업해서 더 좋아. 

엄마 : ...... ??

: 그리고 수학도 점점 좋아져. 학교 수학샘보다 훨씬 재미있게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게 가르쳐주는 명강사 덕인 것 같아. (요즘 우리 딸 ebs 수학 강의를 빼놓지 않고 듣는다) 

엄마 : 그래 너 훌륭한 학생 맞다!

: 영어랑 도덕은 좀 그래. 영어는 수준이 너무 낮고, 도덕은 진짜 싫어. 

선행도 예습도 없이 중학교에 간 우리 딸이다. 이제 고작 중학 과정 딱 한 달 공부했는데 이런 말을 하다니...  아이를 학교 근처에 내려주고 오는데 딸아이가 왜 그리도 듬직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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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3-31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교에 갓 입학했을때의 저의 상태인듯 오버랩됩니다 ㅋㅋㅋ
중2때는 영어선생님이 장국영을 닮아서 영어도 열심히 하게 되었었답니다~ 아, 장국영은 가고 없지만 그시절 88년도 그 멋진 남자선생님은 어디서 뭘하고 계실까요^^?

소나무집 2011-04-01 09:05   좋아요 0 | URL
입학했을 때는 모두 이런 상태가 되는 거군요.ㅎㅎ
선행 같은 거 안 하고 중학교 갔기 때문에 걱정했거든요.
여전히 멋진 중년의 영어샘이 되어 계셨으면 좋겠어요.^^

hnine 2011-03-31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기자는 어떨까요?

소나무집 2011-04-01 09:06   좋아요 0 | URL
제가 과학 기자는 어떠냐고 추천해 볼게요.^^

순오기 2011-03-31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훌륭한 학생이고 훌륭한 딸이 맞아요~~~~ 공감의 추천 꾹!^^
우리 애들은 저희들은 너무 반듯하게 자랐다고 자화자찬해요.ㅋㅋ

소나무집 2011-04-01 10:19   좋아요 0 | URL
하루는 딸 때문에 흐뭇하고 하루는 아들 땜에 속상하고...
한 뱃속으로 낳았는데 어찌나 다른지...
반듯한 애들도 넘 이쁘지요?

마녀고양이 2011-03-31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책가방님 서재에 이어 여기서도 흐믓한 글을 연이어 보니
너무 좋네요. 진짜 이쁜 따님이예요. 아유. 부러워요, 부러워요~

소나무집 2011-04-01 09:09   좋아요 0 | URL
딸들은 여우 같아서 엄마 마음를 위한 서비스 멘트도 좀 있었지 싶어요.^^

프레이야 2011-03-31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 작은딸이 동학년이군요.
아주 야무져보여요. 소나무집님이 그동안 해오신 가르침이 배여있는 것 같은걸요.^^

소나무집 2011-04-01 09:13   좋아요 0 | URL
님댁도 잘 적응하고 있지요?
제가 늘 부족하고 게으른 엄마다 보니 그동안 해온 가르침 같은 건 별로 없어요. 진짜로 ^^

책가방 2011-04-01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작은아이도 중1이랍니다.
별명이 고슴도치라면 성격이 어떤지 대충은 짐작하시겠죠..?ㅋ
사춘기가 지나면 고슴도치 탈을 벗고 예쁜 숙녀가 되리라 믿고!!! 꾹 참고 있답니다.

전 고슴도치 작은딸보다 착하기만 한 큰아이가 더 걱정스럽더라구요.

소나무집님 아이는 학교 공부가 정말 재밌나 봐요..^^

소나무집 2011-04-01 09:16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 중1 자녀가 참 많네요.
동지들이 많다고 생각하니 힘이 돼요.^^
선행을 안 시킨 게 오히려 학습에 흥미를 더 준 건 아닌가 싶어요. 다행스럽게^^
울 딸도 순식간에 고슴도치로 변신할 때도 많아요.
아들은 5학년인데 엄청난 고슴도치라서 제 고민이 끊일 날이 없구요.

꿈꾸는섬 2011-04-01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집님 너무 예쁜 딸을 두셨어요.^^

소나무집 2011-04-05 10:45   좋아요 0 | URL
네, 예쁜 딸이에요. 저 고슴도치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