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에 입학한 딸아이는 처음 두 주 동안은 매일같이 재미있다고 했다. 과목마다 선생님이 다르게 들어오는 것도, 배움의 깊이가 좀 있어 보이는 것도, 초등학교에는 없는 매점에 가서 기웃거려 보는 것도...
하지만 슬슬 불만의 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재미없는 과목을 일주일에 네 번씩 배우는 게 넘 지겹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가 좋아하는 사회나 음악, 기술가정(초등 때의 실과) 시간이 모두 2학기에 있는 것도 불만이라고 했다. 그래서 시간표를 차근차근 들여다봤더니 그럴만하게 생겼다.
월요일 한문 국어 체육 도덕 미술 미술
화요일 도덕 영어 체육 국어 수학 과학
수요일 도덕 국어 체육 수학 과학 영어
목요일 수학 국어 미술 미술 창재 영어
금요일 보건 국어 도덕 한문 수학 영어 과학
토요일 특별 특별 특별
아, 이게 바로 개정된 집중이수제의 현장이로구나 싶다. 1학기엔 도덕, 미술, 한문을 집중해서 배우고 2학기엔 음악, 기술 가정, 사회를 집중해선 배운다는 뭐 그런 얘기. 같은 학년 친구들끼리도 반이 다르면 배우는 과목이 다르단다.
처음엔 여덟 과목만 공부하니 시험 부담이 줄어 좋겠구나 했는데 집중 과목에 관심 없는 아이들은 이제 맥놓고 앉아 주무시게 생겼다. 딸애 말이 어제 도덕 시간에 한 친구가 졸다가 샘에게 욕을 먹었는데 아무 상관없이 수업을 듣던 저마저 모욕을 느낄 정도였단다.
연로하신 도덕샘 자체가 도덕 개념이 별로 없어 보이고, 일주일에 네 시간씩이나 배우는 과목이 도대체 왜 그렇게 재미가 없는지 이해가 안 된다네. 그래서 지금 우리 사회가 도덕 개념이 많이 희박해지긴 했다만 그래도 바른 인간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도덕을 배워야 한단다. 어쩌구저쩌구... 공자 말씀을 빌린 엄마의 말씀을 들려주긴 했지만 왠지 공허하다.
정부에서는 학습 부담을 줄여주고, 다양한 체험 활동을 통한 학습 강화 등이 목적이었다는데... 일주일에 네 시간씩 든 과목이 대부분이다 보니 한 학기 진도가 엄청나다. 수학은 예습이 안 되어 있으면 공부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중간 시험 범위는 교과서의 반이 될 것 같으니 학습 부담이 줄 거 같지도 않고, 어떤 식으로 체험 활동이 강화될지도 궁금하다.
난 개인적으로 음악 시간이 없는 게 제일 아쉽다. 스트레스 쌓일 땐 소리쳐 노래라도 부르면 좋을 텐데...
토요일은 책가방 없는 날로 정해서 특별재량 활동을 한다는데 부서별 한 반에서 한두 명만 뽑다 보니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는 애는 몇 명 안 된다고. 울 딸이 들어가고 싶은 시사토론반은 한 반에 1명을 뽑았는데 네 명이 지원하는 바람에 가위바위보로 정했고, 여기서 떨어진 울 딸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토요일이라고 징징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