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도 놀러 다니기를 즐기는 우리집은 휴가라고 해서 특별한 계획 같은 건 없다. 그래서 휴가 때는 늘 친정집에 가곤 했는데 이번에도 4일을 보내고 왔다. 나이 들어갈수록 자식들 얼굴 보는 걸 가장 큰 낙으로 사시는 엄마인데 멀리 산다는 핑계로 자주 못 가니 늘 죄송스럽기만 하다. 갈 때는 일도 도와 드리고 함께 놀러도 가고 맛있는 것도 사 드려야지 하는데 돌아올 때 보면 우리가 해 드린 것보다 얻어 가지고 오는 게 더 많다. 이번에도 역시나...

첫째날, 우리가 친정에 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마당 잔디밭에 텐트를 친 일이다. 남편은 봄부터 텐트를 사놓고 야영을 가자더니 주말마다 왜 그리도 바쁜지 결국 펼쳐보지도 못했다. 아이들은 외할머니집에서의 첫날 밤을 마당가에 집을 마련하고 있는 강아지 4마리, 토끼 2마리, 소 6마리의 숨소리를 들으며 텐트에서 잤다.   

둘째날, 오후에 친정집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신두리해수욕장에 갔다. 신두리 사구(따로 소개하는 페이퍼 쓸 예정임) 때문에 더 유명해진 곳이다. 가서 보고는 정말 깜짝 놀랐다. 예전엔 해수욕장도 아니었고 우리집에서 가려면 태안읍으로 나가서 빙빙 돌아가야 했는데 바다를 이어주는 길이 생겨서 20분이면 갈 수 있었으니...  

깔끔하고 이국적인 느낌의 펜션 거리, 드넓은 모래사장, 거기다가 사구까지... 와, 감탄사가 절로 나왔으니 서해로 놀러 가는 분들에게 꼭 들러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단점이라면 모래에 뻘이 섞여 있어서 오랫동안 물놀이를 하다 보면 흙탕물이 된다는 것. 

      

셋째날은 부모님도 한 번도 안 가보셨다고 하길래 신두리해수욕장 구경시켜 드린 후 만리포해수욕장에 가서 놀다가 횟집에서 저녁까지 먹고 들어왔다. 만리포는 2년 반 전에 시커먼 기름으로 뒤덮였던 바다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물이 깨끗했다. 맑은 물속에서 몰려다니던 여러 종류의 물고기떼, 모래를 들썩이기만 하면 나오던 조개, 고동들을 보니 왜 그리도 고맙던지...  

  

넷째날은 전날 밤에 내려온 오빠네 가족과(중3 조카가 수험생(?)이라서 올케랑 둘은 못 내려오고) 아침부터 만리포해수욕장(집에서 10분 거리에 있음)에 또 갔다. 3일을 연달아 바다에 갔는데도 우리 아이들은 지치지도 않고 잘 놀았다.  

바닷가에 텐트 쳐놓고 라면도 끓여 먹고 삼겹살도 구워 먹고...  덕분에 온 가족이 시껌둥이가 되었지만 아들딸 손주들과 함께 물놀이를 하며 즐거워하던 부모님을 생각하면 오랜만에 효도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그리고 일 안 한 사람은 밥도 먹지 말아야 한다는 외할아버지의 압력에 의해 아침에 일어난 아이들은 논에도 가보고, 고추도 따고, 옥수수랑 참외도 따고, 소밥도 주는 나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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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010-08-11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서재에서 통 모습을 볼 수 없기에 휴가이신줄 예감했었죠. 즐거우셨죠?
마당에 텐트 치고 야영했다는 이야기가 제일 부럽네요.
귀차니스트인 아빠와 엄마덕에 우리 아이들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죠.
텐트치고 야영하자는 말 했다간 '해서는 안 될 이유 100가지' 정도는 만들어 낼꺼예요.

소나무집 2010-08-13 17:36   좋아요 0 | URL
휴가 다녀와서 다시 일 시작하니까 넘 힘들어요. 나도 놀아야 되는 체질인가 봐요. 텐트 치고 뭐 그런 귀찮은 일은 모두 남편이 하니까 전 옆에서 잔소리나 하면 되고~~

BRINY 2010-08-11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 맑네요!
어릴 때 집 마당에서 여름이면 늘 텐트치고 살았던 기억 납니다. 비오면 물 찬다고 엄마가 뭐라하셨지만, 아빠는 꿋꿋하게 텐트를 쳐주셨어요 ㅎㅎ

소나무집 2010-08-13 17:37   좋아요 0 | URL
만리포해수욕장 물이 정말 물이 맑았어요. 물속에 물고기떼들도 정말 많았구요. 저희도 남편이 아이들 어릴 때 추억을 많이 만들어주고 싶어하다 보니...

꿈꾸는섬 2010-08-11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집님 친정이 서해안 태안쪽이군요. 좋으시겠어요.^^ 부러워요.ㅎㅎ
예전에 현준이 돌무렵에 만리포 해수욕장에 데려갔었는데 참 좋았어요.^^
집에서 10분거리라니 어디 멀리 가실 필요 없겠어요.^^
저희도 요새 텐트하나 구입해서 야영해보자고 그러고 있어요.^^ 아이들에게도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전 귀찮겠지만요.ㅎㅎ

소나무집 2010-08-13 17:38   좋아요 0 | URL
시댁은 제주에 친정은 태안, 남편 일터는 국립공원~ 저희는 놀아야 되는 팔자예요.^^ 아이들이 어리면 야영이 더 재미있을 거예요.

세실 2010-08-12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운치있으신 님. 친정 마당에 텐트라니 멋집니다. 아이들에게 최고지요.
결혼해서 지금까지 딱 한번 텐트가지고 놀러 갔습니다. 그후엔? 귀찮아요. 헤헤.
부모님과 행복한 휴가 보내셨네요.

소나무집 2010-08-13 17:39   좋아요 0 | URL
운치까지는 아니고 남편이 노는 걸 좋아하고 아이들에게 어린 시절 추억을 많이 만들어주고 싶대요.

전호인 2010-08-12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골의 마당에 텐트쳐본 적이 있습니다.
나름 운치가 있어요. 더구나 텐트속에서 듣는 풀벌레소리며, 자연의 소리는 항상 신선함과 맑음을 주지요. 마음 속 더러운 공기가 정화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아무튼 그랬습니다.^*^

소나무집 2010-08-13 23:22   좋아요 0 | URL
마당에 누워서 하늘도 보고 자연의 소리도 들을 수 있으니 좋은 것 같아요. 사실 이런 일이 귀찮은데 남편이 자꾸만 일을 벌이네요.

순오기 2010-08-13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린 도시에서 마당에 텐트 치고 잤어요. 처음 텐트 샀던 그 해 여름에...
애들이 아주 좋아했는데 진짜 산에 가서 텐트 치고 자는 건 황홀했고요.
우리도 놀아야 되는 체질인데...돈이 없어 못 놀아요.ㅜㅜ

친정 부모님 두분이 걷는 저 모습이 너무 좋아 보여요.
함께 늙어간다는 것...축복이죠.
다른 아이들은 농촌체험도 돈내고 하는데 선우랑 지우는 외가에 가면 모든 게 충만해요.
선우는 신이 났군요~~~~ 부러워라!!^^

소나무집 2010-08-16 08:49   좋아요 0 | URL
돈 없어도 꾸역구역 놀고 있는 우리집... ㅜㅜ
제가 우리 아이들만 했을 때는 부모님이 농사 짓는 게 좀 창피하고 그랬어요.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농사 짓는 것의 가치를 알게 되었고, 지금은 아이들에게 살아 있는 교육의 장이 되는지라 부모님이 농사 짓고 계시다는 사실이 정말 너무나 감사하답니다. 힘들게 농사 일 하시는 걸 보고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울 때도 있었어요. 부모님이 건강하게 오래 사시길 바랄 뿐이에요.

희망찬샘 2010-08-14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끝내주는 휴가였네요. 한적한 바닷가가 무척 인상적입니다. 선우지우에게도 좋은 추억이 되었겠어요. 부모님도 너무 좋으셨겠어요. 두루두루 좋은 딸에 좋은 엄마시네요.

소나무집 2010-08-16 08:50   좋아요 0 | URL
모두 시골 살고 계신 부모님 덕분이랍니다. 저는 절대 좋은 딸은 아니예요. ㅜㅜ
아이들 말에 의하면 가끔만 좋은 엄마라는데요.

하늘바람 2010-08-14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넘 부럽네요
부모님께 잘하시고 아이들께 잘하시는 님과 옆지기님
참 부럽습니다.

소나무집 2010-08-16 08:52   좋아요 0 | URL
저도 부모님께 잘 해드리는 편은 아니예요. 늘 부모님께 받기만 해서 죄송한 마음이랍니다.

2010-08-14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6 0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6 1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6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0-08-17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남편 분이 저희 남편이랑 똑 같아서 키득거렸어요~

저흰 아들도 없는데,
지산 락페에서 사용할 텐트를...
시댁가서 시험 삼아 쳐봤어요~

첫 사진의 구름도 그림 같은데,
나머지 사진들도 다 저희 시댁을 보는 것 같아...은근 친근해요~^^

소나무집 2010-08-17 18:12   좋아요 0 | URL
놀기쟁이 남편이에요. 혼자 못 놀고 꼭 식구들을 끼고 다니면 놀아서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고 그래요.
한국의 시골 풍경은 어디나 비슷한 것 같아요. 참 아름답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