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도 없고 운전을 안 하면 너무 불편할 것 같아 완도에서 운전 면허를 땄더랬다. 하지만 남편 차가 스틱인 관계로 신호등 앞에만 서면 시동을 꺼뜨리는 바람에 동네 운전은 못하고, 남편을 옆에 앉힌 채 멈추지 않아도 되는 고속도로 운전만 했다. 그것도 작년 일 년은 남편이 미국으로 서울로 가버리는 바람에 운전을 한 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까마득...
그러다 원주로 이사를 왔는데 새록새록 운전이 필요했다. 완도는 동네가 작다 보니 택시 기본 요금이면 원하는 곳을 다 돌아다닐 수 있어서 굳이 운전을 안 해도 불편한 걸 몰랐다. 하지만 원주는 택시를 탔다 하면 오천원이 기본이었다. 이사 와서 두어 달은 주구줄창 택시만 타고 다녔다. 버스를 타려고 나갔다가도 10여 분 기다리다 조급증에 택시를 타곤 했다. 버스를 많이 타 보지 않아서 30여 분마다 한 대씩 오는 버스를 기다리는 게 너무 힘들었다. 그 결과 교통비가 장난이 아니었다.
겨울 내내 나의 궁시렁거림을 들은 남편이 한 달 전 마티즈 오토 중고를 사 가지고 내려왔다. 그리고는 주말마다 운전 연습을 시켰다. 첫날은 차가 안 다니는 한적한 동네에 가서 운전대를 잡았는데도 간이 콩알만 해져서는 어제 면허를 딴 사람처럼 벌벌 떨었다. 두번째 주는 우리 아파트를 끼고 동네를 도는 연습만 했다. 세번째 주에는 원주에서 가장 복잡한 시내를 돌아다녔고, 지난 주에는 처음으로 아이들을 태우고 도서관에 극장까지 가서 영화를 보고 왔다.
자전거도 못 타는 겁쟁이 내 친구 현주랑 은실이가 차를 끌고 다니는 이유를 내가 오토를 운전해보고 알았다. 오토가 운전이 정말 쉽긴 하다. ^^
오늘은 끌고 나가 볼까? 나 혼자 앉아 운전하는 상상을 수백 번도 더 한다. 하지만 아직은 남편 없이 운전할 자신이 없어서 주중에는 내 꼬맹이 자동차가 주차장에서 푹 쉬고 있다. 다음 주쯤에 운전 독립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