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열등감이 상당히 강한 사람이다.


처음부터 이렇게 열등감이 강했던 것은 아니었고, 어렸을 때의 나는 열등감이라고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는, 자신감이 지나쳐 오만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오만하다는 말이 자만한다는 이야기도 아니고, 거만하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그러니까 이런 식의 오만함, 말이다. 나는 뛰어나니까 당연히 더 많은 일을 해야 되고, 더 뛰어난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그런 오만함. 노블리스 오블리제일까?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고, 힘든 문제가 있어도 그 문제가 나의 문제가 된다면, 나는 스스로를 믿었다. 당연히 이정도는 해낼 수 있다고. 혹자는 그랬던 나에 대하여, 그것이 바로 거만하다는 것이다, 라고 할 지 모르겠지만, 그런 거만함과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나는 언제든 다른 사람에게 머리를 숙일 수 있었다. 오만하였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고개를 숙이며 가르침을 청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일을 겪고 오만하리만큼 넘쳤던 자신감은 하나도 남지 않았고,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모든 면에서 열등감을 가지게 되었다. 심지어 누가 접시를 잘닦는다고 해도, 그것에 대해서 '왜 난 설거지조차 제대로 못하지' 라는 열등감을 가질 정도였으니까. 오만하지 않고 열등감에 가득차있던 나는, 자꾸만 스스로가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들었다. 훨씬 더 어렸을 때 같으면 상상조차도 못할 일이었다. 그때는 내가 무슨 행동을 하든, 나는 다 할 수 있어, 라는 마음이 기본적으로 있었기 때문에 언제든 고개를 숙일 수 있었지만, 자신감을 잃어버린 내가 고개를 숙여버리면 그건 정말로 '나는 모자라고 열등하다' 는 것을 인정해버리는 것이 될테니까. 마치 상실의 시대, 에서 미도리가 이야기하는 것 처럼 '부자학생들은 돈이 없다고 빌려달라고 이야기하여도 괜찮았지만 자신이 그런 말을 했다간 정말로 돈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 없었다' 처럼.  

 

저럴 정도였으니 학업에 대하여 내가 품었을 열등감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사실은 당연히 서울대 의대를 갈거라고 생각했다. 그야 모의고사를 치면 항상 점수가 좋았고, 배치표나 추천대학을 보면 늘 고려대나 한양대 의대, 좀 잘나오면 연세대나 가톨릭대 의대 정도는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이정도면 조금만 더 점수를 올리면 쉽게 서울대 의대는 갈거라고 생각했다. 내신도 나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무슨 의대에 꼭 가야지, 의사가 꼭 되어야겠다, 그런 것은 아니었다. 만약에 배치표 정점이 서울대 의대가 아니라 서울대 물리학과, 였다면 주저없이 나는 물리학과에 진학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을 것이다. 결국 무슨 과라도 좋았다. 딱히 무슨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강박적으로 나는 제일 높이 있는 저걸 해야지, 라는 생각을 가졌던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모든 것은 산산조각이 났고, 나는 수능을 두 번이나 쳐야했고, 서울대 의대는 커녕 서울에 있는 의대도 진학하지는 못했다.

 

학교에 들어와서는 늘 열등감에 시달렸었다. 원래는 여기 속하는 사람이 아닌데, 라는 생각도 많이 품었다. 자연스레 학교와 거리를 두게 되고, 밖으로 나돌기 시작하였다. 공강시간에는 도서관에 틀어박혔거나 잔디밭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꽃 사진을 한참 찍다가 포기했다. 병원에 실습 나가게 되었을때는 실습이 끝나면 바로 집이든 어디든 학교와 멀어진 장소에 가서 책을 읽든지 멍하니 있었다. 사실은 의대에 들어와서 좋았던 적 따위 한 번도 없었다. 잠깐 누군가 사귀었을때는 행복했지만 그 이후에 한번도 좋았던 적이 없었다. 내가 정말 의대에 잘들어왔네, 라고 느꼈던 때가 군대를 공중보건의로 가게되었을 때니깐 말다한거다. 그때 말고는 의대든 의사든, 항상 나는 밖에서 떠돌았었다. 항상 나는 의사라기 보다는 과학자를 자처했다.

 

한강을 거닐고 있던 때였다. 학교는 서울에 없지만 병원은 서울에 있었다. 매일 실습이 끝나면 아까 말한대로 나는 집에 가거나, 될수있는대로 병원과 학교서 멀리 떨어진 곳을 거닐고 있었다. 한강도 내가 자주 가는 곳 중 하나였는데, 저녁 무렵에 한강을 걷고 있으면 정말 다양한 사람이 보인다. 조깅을 하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사람 등. 나 또한 그런 사람들의 일부가 되어 배경으로 녹아들었다. 그때도 마찬가지로 멍하니 강변을 따라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한데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매번 사람이 모인 곳들은 피하며 걸어다녔지만 이상하게도 그때는, 마치 누군가가 나를 잡아당기는 것 처럼, 그곳으로 내 발걸음이 향했다.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옆에 자전가는 아무렇게나 넘어져있고 그 사람은 누워서 입에 거품을 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뒤에서나마 얼핏 보자 - 그렇게나 의대를 좋아하지 않았던 나지만 - 왠지 나서야 될 것 같았다. 그래,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난 의대생이니까, 곧 의사가 될 사람이니까. 사람이 쓰러진 경우의 응급처치는 우리 모두 배운다. 여간한 공공기간이면 다 배울 것이다, 비단 의사들 뿐만 아니라. 하지만 우리들만큼 그게 강제되어있는 곳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맨날 교수에게 핀잔듣고 환자에게 핀잔듣고 그렇게 실습을 다니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에서는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익히게 된다. 왜? 우리는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의사니까. 그런 느낌이 들자 갑자기 불덩이가 내 몸안에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배에 힘을 주고는 주변 사람들에게 외치려고 했다. 여기 의대생있으니까, 내가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실제로 내가 거기에 나섰다하더라도 인공호흡과 가슴을 압박하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때에 비하여 조금더 많은 지식을 알고 있는 지금도 그런 걸 보게 된다면 가슴을 압박할 것이다. 하지만 그때에 비하면 조금 더 노련하게 진행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덜 노련하였던 그때에는 내가 나설 차례가 없었다. 이미 다른 외과 의사가 뛰어들어서 응급 처치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말이지. 공교롭게도 '진짜' 의사가 - 나같은 의대생따위가 아닌 - 그 주변을 조깅하고 있었거든. 다만, 풋, 왜 굳이 인공호흡하면서 자신의 전공과목을 밝혔는지는 아직도 미스테리지만, 풋. 전공을 밝히면 사람들이 더 자신의 지시에 잘 따를 거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의사의 말석에 자리한 뒤 두 번을 아팠다. 한 번은 감기를 정말 심하게 앓아서 일주일동안 앓아누워있었는데, 병원에 갈까 말까, 하다가 결국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다. 의사가 병원에 가서 진료받는다는게 좀 웃기게 느껴졌었던 것 같다. 엄청나게 인기좋아보였던 그 병원의 원장님은 내가 들어와도 얼굴 한 번 들지 않고 컴퓨터 화면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아픈 곳을 이야기하여도 그냥 고개만 끄덕거리고 날 한 번도 보지 않았다. 3분 진료라던가, 나 자신이 그런 3분 진료를 받자 조금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과학자로서의 나는 그 진료를 비난할 수 없다. 아직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많았으니까. 친절하게 진료를 보다가 오늘 진료를 받고 싶은 사람이 내일로 미뤄지는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것 또한 불만이 될테니.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습게도 그 3분 진료를 받고 주사를 맞고 약을 먹었는데 낫고 말았다. 그게 나을 때가 되어서 나았던 것인지, 아니면 정말 주사가 독해서 나았던 것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적 선후관계로서는 분명 병원에 갔었고 낫고 말았다. 나았으니 뭐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두 번째에는 어깨가 너무 아팠다. 자고 일어나 땅을 짚으며 일어나려고 했는데 갑자기 뭔가 우득 하는 소리가 들리고 그 뒤 왼팔이 움직이지를 않았다. 정말 문자 그대로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지금에야 생각해보면 그렇게 호들갑 떨일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 팔의 신경이 눌려서 일시적으로 생긴 현상이었겠지만 - 그당시에는, 그러니까 자신의 일이 되면 겁이 덜컥 나는 것은 사실이리라. 3일이 지난 뒤에도 조금도 호전을 보이지 않아서 바로 병원에 갔다. 이 통증은 심상치 않은 통증인 것 같다고, 분명 뭔가 파열되거나 한 거 아닌가, 싶다고. 병원에서는 몇 가지 물리적 검사를 하더니 전방위가 다 아픈 이런 경우는 짐작이 가지 않는다고 MRI를 찍자고 말했다. 나는 MRI가격을 물었다. 가격은 40만원이었다.

 

우습게도, 만약에 내가 진료실에 그 원장님 자리에 앉아있었다면 나 또한 똑같이 MRI를 권하였을 것이다. 팔 자체가 안움직이는데 무슨 방법으로 진단을 내리겠는가? 현대의학은 근거중심의학이다. 근거가 있지않으면 약을 쓰지 않는다. 그리고 많은 임상적 결과에서 MRI의 연부조직손상에서의 진단적 가치에 대하여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으니. 그런데 막상 나또한 MRI를 아마 찍어야 하지 않을까? 에서 MRI를 찍자, 를 들으니 기분이 확 달랐다. 40만원? 40만원이라고? 헐, 미친거 아냐? 돈이 어딨어, 40만원이. 내가 시원찮은 표정으로 앉아있으니 일단 주사와 물리치료와 약을 먹어보아라, 고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물리치료실로 내려가면서 내내 나는 자본주의와 의료에 대하여 생각하였다. 사실은 우리나라의 의료비는 매우 저렴한 편이다. 외국에서는 지역 병원에서 MRI를 권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의료비가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MRI를 이렇게 권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외국에서 MRI가 100만원을 넘는 고가의 진단법이라고 하여도 그건 외국의 이야기이다. 외국이야 어떻든, 우리나라에서는 40만원이라고 하면 비싼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결국 나는 약과 물리치료만 받고 나았다.

 

의사 입장에서는 MRI를 찍는게 합리적이다. 의사들은 항상 불만에 차있다. 환자들은 의료비가 너무 비싼 것 같다, 의사들이 무슨 자기들이 특권계층인줄 안다, 3분 진료다, 쓸데없는 검사를 요청한다 등등의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의사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할 말이 많다. 과학적 근거와 연구를 통하여 연부조직의 손상시 MRI가 나은 것 같다고 나오니 하자고 요청을 하는것이다. 3분 진료라고 이야기하지만 우리나라의 의료 환경은 3분 진료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있는 환경이다. 믿지 못하겠지만 우리나라는 의료보험료가 다른 나라에 비하여 저렴한 나라다. 여러가지 사정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의사의 진료 시간을 줄여버리게 되는 것이다. 의사들이 특권계층처럼 으시대는 것 처럼 보이는가? 쓸데없는 검사를 시행하려고 하는 것 같은가? 제약회사랑 담합해서 환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 같은가? 아니다, 이 또한 잘못된 생각이다. 현대 의학의 중심은 근거중심의학이다. 폐렴 증상이 있으면 폐렴 약을 쓰는게 맞다. 너무 간단해보이는 명제이지만 바꿔말하자면 증상이 없으면 우리는 약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니 저러니 하여도 환자 입장에서는 MRI는 너무 비싸다. 그래서 환자들도 항상 불만에 차있다.


저렇게 환자의 입장에 있다가 진료를 시작한지 시간이 좀 흘렀다. 최소한 환자에게 해는 끼치지 말자, 라는 다짐을 매번 아침에 눈뜨면 꼭한다. 최소한 해는 끼치지 말자, 최소한 해는 끼치지 말자. 조금이라도 의심스럽고 위험한 증세로 변할 가능성이 있으면 큰 병원으로 꼭 보내자. 학생 때는 몰랐지만 직접 진료를 하면서부터, 내가 내 손에 쥐고 있는 권한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환자의 증세가 꼭 교과서적으로 들어맞지는 않는다. 우리는, 그러니까 의사는, 의사로서의 나는 최대한 모든 가능성을 생각해야만 한다. 그래서 큰 병원에 가보시라는 권유를 종종 하는 편인데, 환자분이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실때면, 어떻게 해야 할 지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더 강하게 병원에 가셔서 정밀 검사를 받으시라고 권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이정도 권하면 된걸까, 라고. 환자들로서는 이 병원가도 시원찮고 저 병원가도 시원찮고, 환자 뺑뺑이 돌리는 거 아니냐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 결정을 내리는 것은 나다. 내가 무엇인가를 놓쳐서, 혹은 대수롭지 않게 여겨 무슨 문제가 생긴다면 그건 결국 죄이다. 여기서 할 수 있는 처치라면 여기서 할 것이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처치의 범위를 벗어나는데도 붙잡고 있다면, 그것은 죄이다. 선은 베풀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죄는 짓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닌가?

 

그냥 자연인으로서의 나는, 가운을 벗어둔 상태의 나는, 더러운 부분은 잘 만지지 않고 힘든 상황은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가운을 입었을 때의 나는, 그리고 설령 입지 않았더라도 의사로서의 내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의사이기에' 아무리 더러운 환부라도 가까이 가서 살펴보고, 좀 힘들더라도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모르겠다, 이런걸 무슨 사명감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이것은 소방복을 입은 소방관이, 평소였다면 뛰쳐나왔을 불길속으로 뛰어들어가는 것과 같다. 하지만 그런 것으로 칭찬을 받아야 할까? 솔직히 말하면 당연한 거다. 내가 쓰러진 사람에게 응급처치를 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내가 쓰러진 사람에게 응급처치를 해야 하니까 하는 일이다. 이런 당연한 일에 대하여 무슨 답례나 칭찬은 사실은 필요가 없는 것이다. 소방관이나 경찰관들 또한 내심으로는 당연히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니까, 라는 생각을 품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렇게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가끔씩 칭찬을 들으면 좋을 때가 있다. 진료를 하는데 어느 분이 '좀 다르시네요.' 라는 말을 했었다. 난 순간 놀라서, 내가 뭔가를 잘못한건가, 하고 얼굴을 굳히고 쳐다보았는데 그 사람은 씩 웃고 있었다. 그리고는 말을 이었다. '참 꼼꼼하게 봐주시네요, 환자 많이 보시면 이것도 힘드실텐데' 그때 여전히 얼굴은 굳어있었지만, 그리고 뭐라고 답해야 할 지 몰라서 그냥 의사니깐요, 라고 말하고 얼버무렸지만, 왠지 기분이 좋았다. 난 그동안 실습을 돌때 교수들이 환자들이 감사의 인사를 표할때 가장 행복하였다, 라고 말하면 위선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냥 우리 앞이니까, 저런 말을 하는 거겠지, 라고. 하지만 막상 내가 이런 일을 하다 보니 솔직히 기분이 정말 좋았다. 의사를, 의대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나인데도. 특별히 의사가 되고 싶어서 의대에 온 것도 아니고 그냥 방황하다가 들어왔으면서도. 난 여전히 내가 앞으로 계속 의사를 할지 조차도 잘 모르고, 왠지 내가 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지 않을까, 끝없이 방황할 것 같지만, 항상 열등감에 시달리고 있지만 - 비록 예전보다는 열등감이 많이 줄었다 - 그리고 여전히 고집스럽게 과학자라고 스스로 지칭하지만, 이런 칭찬을 들으며 산다면, 의사로 사는 것도 조금은 생각보다 괜찮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를 칭찬할 필요도 없고, 좋아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너무 감정적으로 미워하지는 말아줬으면 좋겠다. 감정적으로 미워하면서 '아, 쟤들 하는 거 다 제약회사의 음모야', '맨날 검사하라고 돈쓰게 만들지', '병 제대로 낫게도 못하잖아' 등으로 말하다가 병을 치료할 적절한 시기를 놓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예방접종? 꼭 해야 된다. 몇 십년 동안의 연구 결과를 근거로 이전에 비하여 발병률이 유의하게 줄어든 것이 사실이니까. 암치료? 사실 가장 권장할만한 방법은 수술이다. 그러니까 수술을 할 수 있으면 수술을 하도록 권한다. 수술을 할 수 없을때 항암요법이나 방사선 요법을 사용한다. 또는 수술과 함께 항암요법을 시행하기도 한다. 이 또한 논문에 몇 년씩 개정되어온 근거들이다. CT, MRI의 방사선? CT는 방사선이 나오겠지만 MRI는 자기공명촬영이다. 방사선이 나오는 게 아니다. 돈독 오른 의사를 어떻게 믿냐고? 위의 책 제목이 '의사를 믿지 말아야 할 72가지 이유' 이다. 과학적으로 따지면 하나부터 열까지 다 태클을 걸어야겠지만, 그런 것을 하더라도 의사를 믿지 않는 사람은 끝까지 믿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믿어달라. 우리는 당신이 낫기를 바란다. 이건 진심인 것 같다. 위선같지만, 진심인 것 같다.

 

 

 

 

 

 

 

 

 

 

 

덧. 사실 에반게리온에 대하여 아주 아주 아주 긴 글을 쓰고 있었는데 자동저장이 잘못되었는지 날려먹었다. 엄밀히 말하면 반 정도 날려먹었는데, 도저히 다시 쓸 엄두가 나지 않아서 그냥 지워버렸다. 정말 심혈을 기울여 내 에반게리온 팬질의 모든 능력과 지식과 분석을 담은 대작을 썼는데 이렇게 날려먹어서 참으로 아쉽다.

 

덧덧. 알라딘에서 책 배송시 샘플북을 넣는 경우가 있다. 가끔은 그 샘플북들을 보면서 오, 이 책은 괜찮아보이는데, 하는 생각을 가질 때도 있지만, 이번엔 잘못 넣은 것 같다. 딱 봐도 배송지가 의료기관인데 그 택배에다가 저런 도발적인 제목을 가진 '의사를 믿지 말아야 할 이유' 를 넣어주는 패기란, 풋. 아마 그 샘플북을 보지 않았다면 이런 글따위, 안썼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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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05-14 21:00   좋아요 0 | URL
가연님, 고생하고있네요. 나야말로 가연님의 안부를 가끔 물어냐겠는데요? 이러니저러니해도 가연님 특유의 긴 글, 반갑게 잘 읽었어요. :)

가연 2013-05-15 12:29   좋아요 0 | URL
ㅎㅎ 서재에 들러서 글을 읽고는 하는데 덧글을 못남기겠어요. 다락방님 서재 요즘 너무 19금삘 나는 거 같아요, 하하. 처음에 적응할때는 고생했는데 지금은 일할땐 신경쓰이고 일안하면 쉬고 그러죠.

2013-05-14 22:26   좋아요 0 | URL
저도 잘 읽었어요. 의료를 하는 과학자셨군요. 에반게룐 글 꼭 써주십사 부탁하려고 로긴했습니다! 왕년의 에바팬으로서 가연님 글 꼭 읽고 싶다는...^^

가연 2013-05-15 12:31   좋아요 0 | URL
섬님 오랜만이세요. 엄밀히 말하면 지금은 공무원이죠, 풋.

에반게리온 글은 언제 쓸지는 모르겠어요.. 너무 충격이 커서...ㅎㅎㅎ 에바 팬이신 건 제가 예전에 알아봤지요, 푸하하.

희선 2013-05-15 01:12   좋아요 0 | URL
저는 의료드라마 아주 좋아해요 드라마와 현실이 같지는 않겠지만, 그런 드라마 보면서 예전에는 나도 공부 좀 잘해서 의사가 되는 것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답니다, 사실 그런 생각은 아주 잠깐입니다 어린이가 할 법한 그런 생각을 오래 했던 것 같네요^^

하지만 저는 병원에 거의 안 갑니다 아픈 데가 없기도 하지만 본래 병원에 가는 거 좋아하지 않아요 감기도 걸리면 그냥 나을 때까지 있어요 이것은 그렇게 자랑할 만한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그냥 놔두면 더 안 좋아지는 것도 있으니 말입니다 아직은 괜찮은 것을 보니 아주 나쁘지는 않았던가봐요

제가 바라는 것은 크게 아프지 않고 살다 죽는 겁니다

거의 모든 사람은 의사를 그렇게 편하게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아니 무섭게 여기지 않을까요 잘못된 생각인지도 모르겠지만... 가연 님은 언제나 친절한 의사 선생님이시기를 바랍니다^^

에반게리온에 대한 글 아깝네요 그러니까 긴 글을 쓸 때는 다른 곳에 먼저 쓰는 게 좋습니다 이런 곳에서는 잘못하면 아주 없어지니까요 저는 글을 날린 적이 몇 번 없습니다(자랑^^)
언젠가 다시 쓰고 싶어지면 좋겠네요
에반게리온은 다른 무엇보다 사랑받고 싶어하는 아이들(사람) 이야기 같습니다


희선

가연 2013-05-15 12:33   좋아요 0 | URL
ㅎㅎ 아픈데 없으면 병원에 안가는게 낫죠. 건강검진만 꼬박꼬박받으면.. ㅎㅎㅎ 저도 잘 병원에 안가는 편인데, 저때 감기걸렸을때는 진짜 너무 아파서.. 정말 아프면 병원에 가는게 맞는거 같아요, 풋

마립간 2013-05-15 10:39   좋아요 0 | URL
제가 생각한 의료계의 모순은 환자가 잘 치료되었을 때, 의사는 명성과 돈을 얻고, 환자는 약간의 생명 연장이나 편안을 얻지만, 그 얻게 된 생명 연장이나 편안이 기대에 못 미치고, 그에 비해 기대보다 과도한 경제적 비용을 지불하는 것입니다. 또한 비용 대비 효과에서 기준점을 의학적(과학적)인 것에 근거하기 보다 사회경제적인 것에 근거하는 경우가 맍죠. 그 결과로 자연스럽게 빈민층은 고민을 하게 되고요.

가연 2013-05-15 13:00   좋아요 0 | URL
음.. 의사는 명성과 돈을 얻고.. 라는 부분이 자꾸 눈에 밟히네요...ㅎㅎ 의사에 대한 인식이 참 안좋긴 하나봅니다, 풋.. 말씀하신 요지가 약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는데, 의사가 명성과 돈을 얻는 것에 비하여 환자가 느끼는 만족감, 생명연장이 훨씬 덜하다, 그게 모순인 것 같다, 라는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의사가 돈을 버는 만큼 생명연장이 되어야 한다, 는 말씀이시라면.. 조금 잘못된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각 직업들 모두 애환이 있는데 의사 또한 애환이 없을리가 없겠지요.. 돈을 버는 사람은 또 잘 벌고 못버는 사람은 그다지 잘 못버는 경우도 많고.. 단적으로 말하면 환자가 내는 돈이 그대로 의사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은 또 아니죠. 저야 풋내기라서 의료계 모순에 대하여 뭐라 운운하기엔 모자라지만, 그리고 제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객관적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 같지만.. 구조적인 문제도 분명 있는 것 같아요, 의료 수가, 현재 의료의 체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단순히 두 집단의 정보비대칭성이라고 보기엔 조금 더 복잡한 게 사실이지요. 그래서 글에다 모두가 불만에 차있다, 라고 끄적여놓기도 하였답니다.

사회경제적인 것에 근거하는 경우가 많다는 말씀에 대해서 동감합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사회경제적인 비용을 줄이기 위하여 저런 책들에 빠지는 것은 더 위험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요. 가장 좋은 건 환자를 보면 바로 '어? 여기가 이상이 있네? 이것을 주면 바로 낫겠군' 이라고 판단을 내리는 거겠죠. 그러면 모두가 행복하겠지만.. 아무래도 사람의 상태는 워낙 복잡하다보니..ㅎㅎ 그렇게 들어맞기가 쉽지가 않으니... 다만 뭐랄까, 저같은 밖에서 떠도는, 의사에 대해서 자부심같은게 그다지 없었던 사람조차도 환자를 보다보니까 아, 이 사람을 낫게 해야지, 라고 생각이 들던데.. 오랫동안 진료를 하거나, 대학에 있거나 하신 분들이야 저보다 훨씬 환자에 대하여 신경을 많이 쓰지 않을까, 정도이려나요

마립간 2013-05-18 15:43   좋아요 0 | URL
의사가 명성과 돈을 얻는 것에 비하여 환자가 느끼는 만족감, 생명연장이 훨씬 덜하다, ; 의사 명성과 돈을 얻는 사실과 환자가 지불한 것에 비례하여 만족감이 덜 하다는 뜻으로 쓴 글입니다. 가치 판단에 앞선 제가 한 사실 판단입니다.

2013-05-18 15: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연 2013-05-18 20:31   좋아요 0 | URL
ㅎㅎ 음, 사실 판단이라고 말씀하시면 저로서는 할 말이 없긴 하네요. 하지만 저로서는, 설령 그렇더라도 저런 책에 빠지는 건 위험하지 않는가? 라는 말을 되풀이 할 수 밖에 없네요.

왠지 톱니바퀴가 맞물리지 않는 느낌이 드는데, 글이 의료계 모순을 집중적으로 다룬 글이라면 저 또한 모순에 초점을 맞추어서 답변을 드리겠지만.. 제가 모순에 대하여 깊은 글을 쓸 만큼 경험이 일천하기도 하고.. (지난번 댓글에서 풋내기라고 스스로 지칭하였던 것 같네요) 이 글의 내용은.. 저런 책들의 정보는 좀 위험하다, 라고 말을 하고 싶었던 겁니다. 바로 전 댓글에서도 그렇게 답을 단 것 같은데.. 그러면 왜 이런 형식을 취하였는가? 사실 과학적으로 이 책이 이렇다, 저렇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그다지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었기 때문이지요. 많은 분들도 자세히 읽어본다면 분명 뭐가 잘못된 부분인지를 깨달으리라고 여겼었습니다. 하지만 왜 이 책이 책 정보를 보면 호평일색일까요? 결국 과학적인 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었던 겁니다.. 그래서 차라리 진정성이란게 의사란 직업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있기는 있다, 라는 것을 이야기하는게 낫겠다, 라고 여긴겁니다. (제 글에 대하여 이렇게 해설하니까 솔직히 정말 부끄럽네요... 그만큼 글을 제대로 못썼다..라는 말이 될테니) 글을 불분명하게 쓴 것 같네요. 경험을 썼더니 이야기하고자 하는 말이 좀 흐리게 되어버렸네요

2013-05-19 0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20 0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28 0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많은 사람들을 영웅에 대한 동경심으로 이끌었던 작품이 있다면 바로 삼국지이리라. 이 삼국지에는 재미있는 말들이 전해져 오는데, 각각 삼국지를 세 번 읽은 사람과는 상종하지 말라, 혹은 세 번 읽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라, 등의 어구들이다. 그러니까 세 번 넘게 읽으면 너무 꾀가 많아져서 괜히 속아넘어 갈 수 있을터이니 상종하지 말라, 라는 말이 있는가 하면, 세 번 정도는 읽어야 세상을 보는 눈을 기를 수 있을터이니 세 번은 넘게 읽어라, 라고도 한다. 둘 중 어떤 말이 원본일런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세 번 넘게 읽은 사람과 상종하지 말라, 라는 말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그도 그럴게 요즘 삼국지를 세 번 넘게 읽은 사람은 정말 많을 것 같으니. 어렸을때부터 삼국지 만화를 읽고, 나관중의 삼국지 연의를 읽고.. 이 판본 저 판본 읽다보면 삼국지를 세 번 넘게 읽은 사람들은 정말 많을 것이다. 특히나 근처 도서관에 가서 삼국지 책을 한 번 빌려보라. 표지가 닳고 닳아 너덜너덜한 상태인 책이 대부분이리라. 하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세 번 넘게 읽었을텐데도 세상에는 꾀가 없이 당하는 사람들이 속출한다. 아니, 꾀가 있더라도 정말 억세게 강한 운이 따라주지 않는 한 여간해서는 큰 그림을 뒤집을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개천에서 용나는 그런 세상은 멀리 지나가버린 것이다. 그런 사회라면 꾀가 없는 것과 있는 것의 차이는 없지 않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간해서는' 이라는 말을 붙이지 않을 수가 없다. 여러 번의 가능성 중 하나, 어느 한 번은 꾀로 세상을 뒤집을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어렸을 때 삼국지를 접한다면 주로 만화로 삼국지를 많이 접했을 것이다. 그런데 삼국지가 워낙 유명한 작품이다보니 만화도 여러가지 판본이 있다. 가장 많이 알려진 판본이 아마 요코야마 미츠테루가 그린 아래의 60권 삼국지이리라. 어릴 때 많은 신문 광고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덤으로 신문의 한 면을 차지하고 있었던 채치중의 만화 중국 고전도 흥미로웠지만 말이다. 이 판본 외에는 일지매 등등을 그렸던 고우영의 삼국지도 잘 알려져 있을 것이다. 각각 장단점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작품의 손을 더 들어주고 싶다. 물론 이는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작품을 먼저 접했기 때문에 추억이 덧붙여져 더 높은 평가를 내리는 것일 수도 있겠다. 몇 가지 기억나는 부분을 들자면, 미츠테루의 작품은 대사나 배경 설명이 만화치고는 제법 긴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화로 그렸으니 내용이 부실할거야, 라는 염려는 대부분의 경우 하지 않아도 좋다. 물론 나로선 그런 부분을 좋아하지만 가볍게 읽기는 적절하지는 않다, 라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작가가 그다지 관심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 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정말 큰 사건인데도 단지 몇 장 언급하고 지나간다거나, 하는 모습도 있기에 이 책만 읽고 난 삼국지를 다 읽었다, 라고 여기기는 힘드리라. 고우영 삼국지의 경우에는 상당히 익살이 섞여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익살 뿐만이 아니라 작가 본인의 재해석이 상당히 자주 들어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재해석이 지나친 재해석처럼 여겨지지 않고대체로 뛰어난 독자적 시각을 보여주던 것이 바로 이 고우영 삼국지의 장점이다. 다만 작가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부분은 있는 것 같다. 고증에 대해서는 나로서는 확실히 어떤 부분이 더 고증을 잘 따랐나 판단한 여력이 없지만, 고증이 잘못된 부분이 있더라도 그 부분은 당시 시대상 적어도 인터넷이 지금만큼이나 활성화 되지는 않았을터이니 전문적 지식을 파악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을테니 어느 정도는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보통 이렇게 만화로 삼국지를 접하고 나면 그 다음 순서는 삼국지연의, 나관중 저, 를 읽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삼국지연의는 그 번역과 평역이 많아서 무엇을 읽어야 할 지 분별하기가 쉽지 않으며, 대개 다른 사람이 자주 보는 책을 보게 된다. 자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책은 이문열 평역이리라. 이문열 평역에 대한 비판은 제법 잘 알려져 있으니 여기서 굳이 많이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세 부분만 언급하자면 먼저 이문열 판은 내용에 오류가 있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문체가 상당히 현대적이다. 문체가 현대적이라는 부분은 도리어 장점이 되기도 하는데, 그 현대적인 부분때문에 많은 독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삼국지연의 자체가 고전소설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문체 자체가 좀 옛스러워도 좋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는 가독성을 더 높게 평가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문열 작가 본인의 개입이 좀 지나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야기를 잘 읽어나가는데 갑자기 작가가 끼어들어서 흐름을 끊어버린다면 좀 이야기의 맥이 끊기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주관적 상황 설명을 할 것이라면 처음부터 그렇게 계속 서술해나가는 편이 일관성 측면에서 나을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부분에도 불구하고 이문열 평역의 삼국지는 가장 무난한 삼국지에 속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문열 평역 보다 더 쉽게 읽었던 책은 왼쪽의 삼국지, 그러니까 김홍신이 평역한 삼국지였다. 이전에 1997년에 나왔던 판본을 읽었고, 그렇기 때문에 그 판본으로 이야기하자면 이 삼국지는 이문열의 판본에 비하여 작가의 개입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내용에 몰입하기가 훨씬 쉬웠던 것 같다. 물론 이 삼국지 판본도 마찬가지로 고증의 문제나 문체의 문제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왼쪽의 책은 개정판인 것 같은데 기존 10권을 5권으로 줄였다. 위의 이문열 책이나 김홍신 책 중 어떤 책을 고르냐, 와 같은 문제는 사실 취향 문제이리라. 하지만 기본적으로 두 책은 삼국지연의, 라는 큰 틀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삼국지연의 번역이 있다. 그것은 장정일 삼국지이다. 장정일 삼국지는 끝까지 읽지 못하고 주요 부분만 잘라서 읽어보았었다. 도원 결의를 하는 부분, 황건적의 난과 동탁의 전횡, 공명이 오나라에 가서 설전을 벌이는 부분 등 그런 부분을 읽었을 때 느낀 솔직한 심정은 뭔가 너무 다르다, 라는 것이었다. 기존에 내가 알던 삼국지와는 너무 다르달까, 그래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그런 내용이랄까. 아예 삼국지라는 이름만 가져오고 완전히 본인이 새롭게 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상당히 주관적인 경향이 강하다. 이 부분은 매우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그리고 나로서는 '불호' 다. 개인적으로는 추천하지 않는 책이다. 중화사상을 극복하겠다, 라고 야심차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도리어 그 관념에 지나치게 사로잡힌게 아닐까? 아직 확실하지 않은 설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물론 이 주관적이고 주체적인 부분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존재할 것이다. 오나라에서의 설전 부분은 상당한 명장면이었다. 다른 삼국지 평역에서도 멋있게 나오지만 이 책에서는 더욱 제갈량의 모습이 생생하게 나타나 있다. 

 

 

이쯤 되면 다른 누군가의 생각이 섞이지 않고 온전한 삼국지연의를 즐기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위하여 번역에만 몰두한 책들도 있다. 범우사의 원본 삼국지, 그리고 김구용 삼국지이다. 범우사의 책은 그다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제법 읽을만한 책이다. 김구용 판본이나 범우사 황병국 판본이나 둘 다 사실 문체 자체는 위에 소개하였던 책들에 비하면 좀 딱딱한 편이다. 아무래도 한학자에 더 가까운 인물들이다 보니 소설적 기법이나 윤색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 책들은 그야말로 꼼꼼한 번역들이다. 번역의 옆에 작가 자신의 생각을 끼워넣거나 (평역), 완전히 재창조하는 것을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겠지만, 그런 것들은 원본을 기초로 하는 것이다. 원본 없이 그런 평역이나 재창조가 있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앞서 말했던 평역들에는 자신의 생각을 덧붙일 수 없겠지만, (이미 작가에 의하여 판단이 내려진 책들이기에) 이런 꼼꼼한 번역을 기반으로 하는 삼국지에는 도리어 자신의 생각을 덧붙일 수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자체도 사실은 소설이다. 제갈량은 실제로 무슨 기문둔갑을 펼쳤던 인물은 아닐 것이다. (그런 비슷한 제의를 했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과연 실제 역사와 얼마나 차이가 있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사실은 정사가 있다. 정사 삼국지, 라는 이름인데 진수가 쓴 역사서이다. 먼저 저자에 대하여 이야기하자면 제갈량에게 목이 베인 진식의 아들이라는 설이 많은데, 사실 그 설이 옳은지는 알 수 없다. 뒷받침하는 근거가 좀 부족하기 때문이다. 촉서, 위서, 오서, 이렇게 나누어져서 번역되어 있는데, 삼국지연의가 역사와 어떤 관계일까, 하는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한 번 들춰볼만도 할 것이다. 다만 문제점이 있는데, 이 책은 소설책이 아니다. 역사책이다. 그리고 그 점 만큼 큰 문제점이 없다. 읽기가 좀 힘들다. 나 또한 위서 부분만 조금 들춰보다가 접었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읽는다면 삼국지연의서 그려진 인물들에게서 베일을 한 꺼풀 벗겨낸 모습에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덧붙인다면 넷에서 정보를 모아보았을때 대부분의 번역서가 그렇듯 이 책도 번역에 대한 논란에서는 비껴나가지 못한다고 한다. 한문 독해를 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그 논란에 끼어들수도 없고 옳고 그름을 이야기할 수도 없으며, 다만 여러 한학 권위자들의 정사 삼국지에 대한 번역이 활발히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질 뿐이다.  

 

우리 나라에서 삼국지 인물 중 가장 좋아하는 인물이 누군가? 라는 질문을 한다면 유비가 가장 많은 비유를 차지한다고 한다. 중국에서 같은 질문을 하면 관우 또는 조조를 꼽는 경우가 많고, 일본의 경우 제갈량을 꼽는다고 한다. 물론 꽤 옛날 이야기일테고 지금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니저러니해도 저런 질문이 있다는 것 자체가 삼국지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강한 캐릭터성을 보여 주는 부분이리라. 조조나 유비, 제갈량은 매우 흥미로운 인물들이고, 이들 인물에 대하여 많은 책들이 나와있다. 왼쪽의 책들은 조조에 대한 책들인데, 오른쪽의 조조 평전이 더 잘 알려진 책으로 보인다. 내가 언급하고자 하는 책은 제일 왼쪽의 용인술의 대왕, 조조다. 이는 상당히 저자가 공을 들였다고 할 수 있을 만한 책인데, 몇 부분만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가장 먼저 이 책을 넘길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아마 당혹감이리라. 한자가 너무 많이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으니 눈에 잘 들어오지를 않아 계속 읽어나가기 힘들다, 하지만 어린시절에서부터 점차 나이가 들 때까지 구성되어있기에 꾸준히 읽다보면 또 읽혀질 것이다. 책의 뒷부분에는 별도의 평전 부분을 마련하여 조조에 대한 평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다만 조금 조조의 변명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는 것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없는 것이, 조조가 저지른 비판 받아 마땅할 행위를 역사적 맥락을 잘 고려를 해야 한다, 등의 말을 하기 때문에 그렇다. 이건 책 내용과는 관계가 없는 여담인데 종이질이 너무 좋다.

 

사실 정말 내가 많이 찾아 읽었던 책들은 제갈량에 관련된 책들인데, 생각보다 제갈량에 관한 책들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몇 몇 기억에 남는 책들은 다음과 같다. 왼쪽에 보이는 책들은 사실 같은 책들이다. 먼저 공명의 선택, 이라는 책이 먼저 출간되었었고, 그 이후 제갈공명, 이라는 이름으로 바꾸어져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문체가 소설에 더 가까워 읽기가 쉽다. 역사적 사실과 소설이 제법 잘 결합되어 있다. 다만 제갈공명의 일대기를 그대로 따라가다보니 다른 주위의 이야기는 좀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것은 다른 삼국지연의 등을 읽음으로써 보충될 것이다. 제갈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 들고 읽어볼 만 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일지도 모르겠지만 제갈량도 병법책이 있다. 제갈량의 병법은 병법 24편,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내가 아는 바로는 대략적인 목차정도만 남기고 지금은 소실되었다. 만약에 지금까지도 전해져 내려온다면 매우 뛰어난 책일테지만, 정말 아쉬운 일이다. 그런데 저 병법 24편은 사실 제갈량이 썼되 제갈량이 펴내지는 않았다. 그럼 누가 펴냈는가? 그것은 위의 정사 삼국지의 저자 진수가 펴낸 것이다. 전하던 제갈량의 글들을 한데 묶어 병법으로 펴낸 것이다. 만약 그 책이 지금껏 내려왔다면 손자병법과 쌍벽을 이루고 있지 않을까? 하지만 진수의 생각은 좀 달랐던 모양이다. 진수는 제갈량의 병법 24편을 두고 번잡하다고 일렀다. 사실 어쩌면 번잡할 수 밖에 없었을런지도 모른다. 진수가 묶은 것은 단순히 병사를 다루는 일 뿐만 아니라 장수 등 거의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이 병법 24편을 두고 제갈량집, 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어? 그런데 방금 난 병법 24편은 소실되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병법 24편의 다른 이름이 제갈량집, 이라고도 하였다. 그런데 바로 위의 책의 제목이 제갈량집이다. 어떻게 된 것일까? 그것은 저 홍익출판사에서 나온 책은 편의십육책, 이랑 장원, 를 엮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편의십육책, 장원, 은 제갈량집, 목차에 나오지 않는다. 그리하여 위서 논란이 상당히 컸던 책들이다. 다만 아직까지 전해져 내려온 문헌 중 제갈량이 썼다고 여겨진 책들이 이 정도 책들 밖에 없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저렇게 제갈량집, 이라고 묶은 것이 아닌가, 한다.  

 

삼국지는 모두가 알다시피 대중문화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가장 대표적으로 예를 들 수 있는 것이 삼국지 시리즈, 라고 불리는 게임시리즈인데, 코에이에서 만든 이 게임은 아직도 많은 이의 향수를 자극하는 게임이다. 나는 삼국지 5까지 해봤는데 개인적으로 게임성은 삼국지 3이 가장 뛰어난 것 같다. 랜덤으로 장수를 생성시켜서 자신의 나라를 만들고 이윽고 천하통일을 한다. 삼국지연의를 읽으며 한 번쯤 저 시대에서 활동하여서 이름을 날리고 싶다, 라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게임에 빠져들었으리라. 그리고 삼국지 5에 이르면 다양한 특기가 생겨서 훨씬 게임을 즐겁게 즐길 수 있다. 수행을 시켜서 장수의 능력치를 향상시킬수 있고 좌자, 남화노선, 사마휘 등의 신선을 등용시켜서 전투를 할 수 있다. 이들 신선은 환술과 도술을 잘 쓰기에 전장에 큰 역할을 할 수도 있고, 가지고 있는 보물로 능력치를 매우 높일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삼국지 영걸전 시리즈도 매우 잘 알려져 있는 게임 중 하나다. 영걸전, 공명전, 조조전 이렇게 영걸전 시리즈는 삼국지 시리즈와 나란히 뛰어난 작품들이라고 인정을 받고 있다. 공명전과 조조전도 재미있지만 영걸전 시리즈의 그 극악같은 난이도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적과 아군의 전력차가 이렇게 큰 게임은 정말 처음이었고, 그 이후에도 이정도로 차이가 큰 게임은 찾지 못했던 것 같다. 결국 유비의 레벨을 99만드는 비법을 이용하여서 게임을 하였던 경우가 매우 많았다. (심지어 레벨 99를 만들어놓았는데도 게임이 쉽게 풀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능력치와 레벨을 조정하여 여러명의 레벨을 올려둔다면 게임이 훨씬 쉬워지지만 말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성 안에서 백성들에게 말을 걸면서 마치 본인이 그 시대에 잠깐 머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영걸전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은 유비 중심의 역사를 다시 만들 수 있다는 점이었다. 유비가 실제 역사에서는 이릉 전투에서 패배하고는 백제성으로 물러나 끝내 숨을 거두고 말지만, 이 게임에서는 잘만 한다면 유비와 관우 모두를 살려서 대체 역사를 쓸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시나리오를 다 따라가 조비를 궁지로 몰았을 때 나타나는 반전은 아직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대중문화에는 게임만 있는게 아니다. 만화도 빠질 수 없다. 용랑전과 같은 삼국지의 배경을 빌려온 만화도 있겠지만, 삼국지 세계관에서 나름 창작해서 그려낸 만화들도 있다. 가장 먼저 언급한 고우영이나 미츠테루 삼국지가 삼국지연의 얼개를 그대로 따라간다면, 여기서 언급하는 만화들은 그야말로 극화체로 작가의 세계를 아낌없이 나타내는 만화들이다. 그 만화들이라면 바로 왼쪽의 만화들, 화봉요원과 창천항로이다. 창천항로는 조조 중심 만화인데, 보통 삼국지에서 인물간 관계를 조조와 유비를 대척점에 놓는 경우가 많아서, 조조를 띄운 만큼 유비도 높게 평가를 받게 된다. 창천항로의 조조가 거의 신에 가까운 존재로 묘사된다면, 유비 또한 그 조조에게 끝까지 맞서는 유일한 맞수로 그려진다. 선이 강한 그림체와 멋진 대사들은 남자라면 한 번쯤 보면서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들 것이다. 다만 제갈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창천항로를 보면서 그다지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이다. 창천항로에서 그는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가 이렇게 그린 이유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는 개인적으로 화봉요원을 더 재미있게 보았던 것 같다. 화봉요원은 조운과 사마의의 이야기인데, 여기서 나오는 제갈량은 신기묘묘한 존재로 저 만화 세계관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로 나타난다. 그러고보니 화봉요원과 창천항로 모두 유비와 조조 둘을 대척점에 놓고 전체적 세계관을 꾸려나간다. 서로가 서로의 유일한 맞수로 말이다.

 

이런 라이벌 형상은 드라마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는데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드라마, 84부작 삼국지도 그렇지만, 2, 3년 전에 새로 방영된 삼국, 에서 그 빛을 발한다. 비록 이 알라딘에서는 아직 상품으로 올라와 있지 않지만 말이다. 조조와 유비만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삼국, 에서는 제갈량은 매우 젊고 미청년으로 등장하는데, 연의에서처럼 책략을 펼치기는 하지만 쉽게 다른 장수들, 관우나 장비를 휘어잡지는 못한다. 특히나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유비가 오나라와 결혼동맹을 맺었을 때 관우와 장비가 매일 제갈량에게 찾아와서 언제 구할거냐고 난동을 피운다. 그러던 어느날 관우와 장비는 제갈량의 책상을 뒤집어 엎어 버리며 화를 벌컥 내고, 제갈량은 망연자실하며 한 구석에 서 있다가 뒤집힌 책상을 바로 놓으려는 사람에게 짜증을 낸다. '다시 바로 해봤자 소용이 없다, 내일 또 어차피 저 놈들이 와서 다시 뒤집을테니 뭐하러 바로 하냐' 라고. 그렇게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 84부작 삼국지에서의 제갈량과는 정말 비교가 많이 된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저 DVD세트는 84부작 삼국지인데, 이 삼국지에서의 제갈량은 그야말로 능구렁이처럼 나타난다는 것을 한 번 이라도 보았던 사람은 잘 알리라. 또 84부작 삼국지에 비하여 새로 방영된 삼국, 에서의 유비는 그야말로 '간지폭풍에 카리스마 작살' 의 인물로 그려지며, 조조는 '여유넘치고 자신감이 강한' 인물로 그려진다. 앞서 만화에서 언급하였던 것 처럼 이 둘 만이 서로를 진정한 맞수로 나타내지는 것이다.

 

삼국지를 영화로, 라는 생각도 이쯤되면 나왔을 법하다. 하지만 원작이 매우 길다보니 전체를 영화화 할 수는 없고, 군데 군데를 잘라서 영화를 만들었다. 적벽대전 부분을 영상화한 왼쪽의 영화, 바로 아래의 오관참장을 그려낸 눈이 즐거운 영화인 명장 관우. 적벽대전에 대해서는 사실 길게 할 말이 없다. 주유역의 양조위가 상당히 인상깊었던 것 같다. 제갈량역을 금성무가 맡은 것으로 아는데, 둘 다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캐릭터는 잘 어울렸지만 스토리는 좀 따라가기가 힘들지 않았나, 하는 게 내 솔직한 심정이다. 명장 관우 또한 스토리보다도 캐릭터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니, 어차피 스토리는 삼국지를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다 뻔히 알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나로서는 관우와 유비의 부인과의 로맨스(가 영화에 나온다)는 정말 전혀 넣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것은 다 집어치우더라도 명장 관우의 관우 역할을 맡은 사람은 견자단이다. 알다시피 엽문, 에서 엽문 역할을 맡아 멋진 무술 실력을 보여준 사람말이다. 그리고 그는 이 영화에서 그 무술 실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리고 이 명장 관우, 에서는 무술실력만이 캐릭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끊임없이 회유하는 조조의 모습에서 우리는 덕장의 모습마저도 발견해낼 수 있다. 덕장 뿐이라고? 덕장 뿐이라면 새롭게 발굴되는 조조의 평이한 캐릭터 하나로 남을 뿐 새로울 것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의, 를 들먹이면서 양과 늑대이야기를 하다가 '나는 스스로를 양이라고 한 적 없다' 라고 말하는 조조를 보며 전율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결과적으로 유비는 패한다. 앞서 언급한 게임에서나 유비를 살려서 한 황실을 잇게 할 수 있을 뿐, 실제 역사에서는 촉나라는 멸망해버린다. 물론 뒤따라 위나라, 오나라 모두 망하고 결국 사마씨가 세운 나라로 통일되지만, 이러니 저러니해도 유비에게 감정이입을 많이 해왔던, 특히나 삼국지연의 때문에, 사람들로서는 늘상 이 결말이 아쉬울 것이다. 나 또한 이 결말을 항상 아쉬워 했던 것 같다. 결말이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 문인들은 펜을 든다. 후대에 망상가득에 역사왜곡이라는 비판을 받을지라도. 왼쪽의 반삼국지는 그야말로 정사에 반하는 삼국지이다. 이는 서서가 조조의 계책을 사마휘의 도움을 받아 벗어난 뒤 유비 밑에 그대로 남는 이야기에서부터 진행이 된다. 그야말로 모든 촉나라 팬들의 염원을 담은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유비 밑에는 제갈량, 방통, 서서 등 이렇게 수많은 인재가 모이고, 제갈량의 힘에 사마의는 호로곡에서 그대로 폭샇고 만다. 연의에서 모사재천 성사재인을 보면서 눈물흘렸던 사람들로서는 속이 다 후련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환상은 환상일 뿐, 잠시 이 반삼국지를 보면서 낄낄대더라도 그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꼭 깨달아야 할 것이다. 그러고보면 나는 정말 어렸을 때 이 책을 접했고, 어린 마음에 내가 알던 삼국지가 잘못된건가, 하는 생각마저 가졌었다. 하지만 이 책 대로라면 촉이 몽땅 통일해놓고 사마염에게 그대로 줘야 되는데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어찌 있었겠는가.

 

 

여기까지가 삼국지에 관련된 책들과 이야기들이다. 사실 아직 언급하지 않은 부분이 더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삼국지연의에서는 황석영 삼국지가 생각외로 인기가 좋다고 알고 있지만, 조금도 읽어보지 못했기에 본문에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 유비나 관우에 관련된 인물론들도 접해보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삼국지를 접해왔고, 나 또한 많이 접해왔지만 여전히 남은 부분이 많다. 앞서도 언급했었지만 정사 삼국지 번역은 저 번역본 하나 뿐이다. 학계에서의 연구 또한 여전히 개운치 않은 부분이 많다. 누구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역사와 비교하면서 읽어나가기 쉽지 않은 시대가 바로 이 시대들이다. 그런데 이는 단점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장점이기도 하다. 완전히 다 알게 된 것 보다는 앞으로 계속 알아갈 것에 더 흥미를 느끼는 것이 당연하고, 좀 더 나아간다면 아직 완전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의 상상력이 개입할 여지를 준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삼국지와 그 인물들은 여전히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몇 번이고 영화, 드라마, 소설, 만화, 게임 등으로 재창작되면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p. s. 아마 근 시일 내에 에반게리온을 보러 갈 것 같습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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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13-04-30 02:09   좋아요 0 | URL
저, 삼국지 세번은 읽은 것 같아요 여러 사람 것으로... 그런데 거의 잊어버렸습니다 첫번째 세 사람이 만나는 것은 아주 재미있게 봤는데...

장정일 삼국지는 작가가 새로 쓴 게 맞을 겁니다, 황석영 삼국지는 밑에 쓰셨군요 저는 읽었습니다 다른 것도 하나 읽은 것 같기도 한데, 작가 이름은 잘 모르겠네요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읽은 이문열 삼국지도 봤습니다 이렇게 쓰니 네번이네요 그런데 정말 네번을 읽은 것인지... 다 도서관에서 빌려봤습니다

일본에서는 삼국지로 정말 많은 만화를 만들었죠 원작하고는 아주 다른 것도 많고, 건담이 나오는 삼국지도 있었습니다 만화를 본 건 아니지만...


희선

가연 2013-04-30 22:25   좋아요 0 | URL
오우.. 그렇다면 희선님과는 이제 대화를... 풋, 저는 항상 저런 말들 보면서 궁금했던게, 그럼 삼국지 세번 읽은 사람들끼리 모이면 서로 대화를 안해야되나? 아니면 서로 가까이해야되는지.. 이런 쓸데없는걸로 고민을 했었답니다, 쿡. 비록 넷상이지만 서로 대화를 많이 하도록 합시다, 풋.

맞아요, 완전 새로 쓴 책이더군요. 황석영 삼국지는 좋은 말을 많이 들어서 한 번 읽어보고는 싶은데, 시간이 별로 없네요. 근데 건담이 나오는 만화가 있어요?? 한 번 찾아봐야겠다.

희선 2013-05-01 23:27   좋아요 0 | URL
삼국지를 여러번 읽었다 해도 거의 잊어버렸기 때문에 꾀를 부릴 수 없습니다^^
'SD 건담 삼국전' 입니다 사실은 애니메이션으로 봤어요
책도 있지 않을까 해서 찾아보니 있더군요 여기에 나오는 건담은 작아요
건담을 많이 본 것은 아닌데, 좋아하는 것은 <기동전사 건담 SEED> 예요^^

에반게리온은 잘 모릅니다 예전에 극장판 하나 보기는 했는데...
이번에 나온 에반게리온 Q 재미있게 보세요


희선

가연 2013-05-10 21:04   좋아요 0 | URL
많이 늦게 덧글을 이렇게 씁니다. 에바 큐는 봤어요, 풋.
건담을 좋아하시는군요ㅋ 저는 건담은 하나도 안봤는데..
여성분들도 건담을 좋아하는 분은 좋아하시더라구요.

맥거핀 2013-04-30 14:08   좋아요 0 | URL
글로 봐서는 가연님은 삼국지를 10번 이상은 읽었을 것 같은 느낌이니 아무래도 멀리해야겠군요. 저는 예전부터 집에 있던 박종화판의 오래된 삼국지로 보았습니다. 5권짜리 세로로 쓰여있는 것 말이죠. 코에이사의 삼국지는 12까지 나왔더군요. 몇날며칠 밤을 새우고 찾아오는 천하통일의 허무함이란...천하통일이란 다 부질없구나..이 생각을..ㅋ 요새 가끔 밤에 잠이 안와서 TV를 틀어보면 삼국지 드라마가 하더군요. 내용은 뻔한데 볼 때마다 채널을 못돌리게 하는 이상한 마력이 있어요. 저도 여러 본 것들이 생각나서 즐거운 마음으로 읽고 갑니다.

가연 2013-04-30 22:09   좋아요 0 | URL
하하하, 맥거핀님의 댓글엔 유머가 있네요. 첫 문장을 읽다가 계속 미소지었답니다. 어쩐지 다른 사람들이 자꾸 저를....... 푸하하. 물론 농담이구.. 박종화판은 잘 모르겠네요. 세로로 쓰여있었다니 정말 오래된 판본같네요. 삼국지 게임을 천하통일시키고 나면 정말 허무하지요, 풋. 저는 개인적으로 신장수를 마구 만드는 것을 좋아했었던 것 같아요.

모든 중국 역사, 무협드라마들은 이상한 마력이 있는 것 같아요. 황제의 딸부터 시작해서 몇 번이고 본 무협드라마들 (천룡팔부나 사조영웅전 등) 이라도 멍하니 보고 있더라구요. 즐겁게 읽으셨다니 기쁘네요, 풋.

saint236 2013-04-30 22:19   좋아요 0 | URL
나중에 하다하다 할 일이 없으면 공융이나 한복같은 사람으로 천하 통일을...

가연 2013-04-30 22:36   좋아요 0 | URL
하하하, 맞아요, 공융이나 한복.. 정말 슬픈 장수들이죠. 하지만 좀 더 안습인 장수 있지 않나요? 엄백호였나, 풋.

마립간 2013-04-30 14:20   좋아요 0 | URL
삼국지 경영학을 쓰신 최우석씨의 말을 빌자면, 단편적인 삼국지의 내용이 널리 알려져 삼국지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만 막상 삼국지를 통독한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합니다. 제가 강연 들을 때도 삼국지를 책으로 읽으신 분 손들어 보라고 했는데, 몇 분 안 들었습니다.

가연 2013-04-30 22:02   좋아요 0 | URL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네요ㅎ 다만.. 저로서는 내용을 알고 있는 것과 책을 읽은 것과 큰 차이가 있을런지는 잘 모르겠네요. 물론 이렇게 말하는 저도 책으로 몇 번 읽었긴 하지만 말입니다, 풋.

saint236 2013-04-30 22:19   좋아요 0 | URL
삼국지 영화중에 유덕화 주연의 용의 부활도 있지요...이것은 조자룡을 주인공으로 그린 것인데 이 또한 꽤나 재미있게 봤습니다. 한중일에게 삼국지는 화수분과 같은 존재죠. 파고 또 파도 끝이 없으니 말입니다. 창천항로는 이학인씨가 죽는 바람에 끝을 제대로 맺지 못한 기분이...

가연 2013-04-30 22:56   좋아요 0 | URL
하하, 그러게요, 화수분, 적절한 비유입니다. 삼국지 용의 부활, 은 기억은 하고 있었는데 볼 시기는 놓쳐버렸지요. 그런가요, 저는 거의 끝까지 오오 간지다, 이러면서 봤던 것 같아요, 푸하하.
 

 

 

 

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기에 제대로 책들을 읽지 못했다.

 

 

 

대한민국史 .

 좋은 책이지만 굳이 다른 사람에게 권할 만한 책은 아닌 것 같다. 우연히 눈에 띈다면 집어들고 읽어보길 바라지만 말이다. 저자의 이력이 앞날개에 실려있는데, 어느 정도 진보 성향에 가까운 저자이다. 내용도 진보 쪽에 (굳이 보수와 진보로 책 내용을 구분하자면) 가깝다. 책 내용은 왼쪽의 숫자가 가리키듯이 저 사이에 일어난 정권들 모두를 끊어서 다루고 있다. 이승만, 장면(엄밀히 말하면 총리일테고 대통령은 윤보선으로 기억한다.), 박정희, 유신,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 까지를 다루고 있다. 얼핏 보면 진보 성향의 저자이기에 당연히 박정희, 이승만 등을 강하게 비판할 것이 예상되는데, 물론 그 예상은 틀리지 않는다. 하지만 의외로 이 저자가 가장 강렬하게 비판을 하는 정권은 김영삼 정권이다. 비판의 강도가 저 정권에서 그렇게 강한 것은 저자의 민주화에 대한 강렬한 열망이 극점에 올라갔다가 모조리 실망의 나락에 떨어져서 그런 것일까? 전두환 정권 때 일어난 '서울회군사건' 을 가장 강하게 비판할 거라고 여겼던 나로선 의외인 부분이었다. 아직 어떤 정권에 대해서 역사의 심판, 을 내리기에는 좀 시간이 모자란 감이 있고, 저자도 그 점을 여러 번 책에서 강조한다. 그렇기에 이 책의 내용은 객관적이라고 말할 수도 없고 확실하다고도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근현대 관련하여서 우리 대한민국이 어떤 발자취를 거쳐왔는지 알고 싶다면 한 번쯤 살펴볼만하다.

 

다만 근현대사의 특성상 책의 보수가 몇 번이고 필요할 것이다. 개정판을 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엽적인 부분에서 좀 잘못된 부분이 보이고, 될 수 있는대로 많은 의견과 연구를 실었으면 좋겠다, 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이 책에서는 1988년 우리나라가 올림픽을 개최했을때의 메달 수를 잘못 기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 줄로 넘어가고는 있지만 박종철 열사에 관한 글에서 오연상 교수와 안상수 검사의 활약으로 그 진상이 밝혀졌다고 쓰고 있는데 2011년에 박종철기념사업회는 거기에 대하여 다른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울회군사건' 이라고 일컫어지는, 전두환 정권 당시에 갑자기 학생 시위가 잠깐 멈춰진 사건에 대하여 이 책에서는 대수롭지않게 넘어가고 있지만 어떤 이는 그 사건 때문에 민주화의 시점이 매우 늦어지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나의 경우에는 이 책에서 이야기하듯이 계엄령을 내릴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하여 자발적 해산을 하였다, 라는 쪽을 더 지지하고 싶지만 다르게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고는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책을 쓴 시점이 시점이니만큼 이런 부분을 모두 고려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자료를 인용하는데에서는 잘못된 곳들이 없어야 할 것이리라고 여겨진다.

 

 

 

아발론 연대기.

난 사실 이런 책이 있다고는 생각도 못했다. 너무 늦게 알게 된 것 같다. 혹시나 나처럼 모르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이렇게 끄적여둔다. 이제 겨우 1권에서 머물고 있는 주제에 전체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란 어려운 일이고, 그저 책의 문체나 표지, 구성에 대하여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문체를 이야기하자면, 사실 정말 이야기책같은 문체를 사용하고 있다. 보통 신화를 다루는 책들을 보면 이러이러이러하니 그렇다. 이랬다. 이런 식으로 문장이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책은 마치 소설책 읽듯 글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다음 부분을 궁금하게 만든다. (이건 역자에게 공을 돌려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구성상으로 볼 때 개인적으로 역자 주를 바로 확인할 수 있게 아래에 놓아둔 것도 좋다고 여긴다. 이는 물론 개인 취향차이가 있을테지만 주를 확인을 하면서 읽어나가는 것을 좋아한다면 거슬리지는 않을 것이다. 표지는 판타지 소설과 비슷하달까. 아발론 연대기라는 이름이 상징하듯이 이 책은 아서 왕에 대한 이야기이다. 마법사 멀린과 아서 왕, 원탁의 기사에 대하여 깊게 알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밤을 보내는 것이 좋겠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이 책도 겨우 반정도 읽은 상태라 좀 부끄럽지만, (변명을 하자면 너무 바쁘니 읽지를 못하고 있다.. 라기 보다는 어차피 책 잡담 글이니...)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을 제법 즐겨 읽었던 나로서는 너무 따뜻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내가 알던 그 히가시노 게이고인가 같은 의문을 띄웠었지만 말이다. 가끔은 이런 따뜻한 이야기도 괜찮은 것 같다. 하지만 다음 작품에서는 차갑고 비정한 스릴러의 세계로 다시 돌아와줬으면 좋겠다.

 

 

 

 

 

 

 

 

이전에 폴 오스터의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을 봤는데 솔직히 말을 걸고 싶었다.

난 폴 오스터에 대하여 아는 게 하나도 없지만 너무 이름을 많이 들어서

어떤 책을 쓰고 어떤 스타일이며 어떤 감정을 주는지 묻고 싶었다

만약에 여자가 아니었다면 훨씬 쉽게 물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남자다 보니 괜스레 그런 걱정을 사서 하기도 한다.

아니, 남자한테 물으면 더 이상한걸까?

 

물론 만에 하나 하루키의 책을 들고 읽고 있는 사람을 본다면

여자든 남자든 상관없이 바로 가서 물을 것이다.

하루키 좋아하세요, 라고.

 

아마 이상한 사람처럼 나를 쳐다보겠지만.. 그래도 난 하루키의 작품을 정말 좋아하니까.

젠장, 하루키의 작품은 너무 좋다.

전혀 면식이 없는 사람에게 말을 걸게 만들 정도로.

 

머리가 짧으니 내 자신감도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달까.. 빨리 머리가 자랐으면 좋겠다.

며칠 전에 결혼정보회사에서 회원가입하라고 전화가 왔는데 (선생님, 외로우시죠?)

솔직히 솔깃했..지만 거절했다. (괘, 괜찮아요.)

 

아직은 괜찮아요, 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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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04-24 21:15   좋아요 0 | URL
아 내일부터 지하철에서 하루키를 읽어야겠네요 ㅋㅋ 그리고 저도 아직은, 쿨럭, 괜찮아요. 킁킁.

가연 2013-04-24 21:28   좋아요 0 | URL
방금 다락방님의 서재에 댓글을 달고 왔어요, 풋. 실시간이네요. 그런데 정말 아쉽게 저는 이제 서울을 떠나 지하철이 없는 도시로 와서.. 어헝헝... 하루키를 읽는 다락방님을 못뵙겠네요ㅠㅠㅠ 서울 가게 되면 지하철을 꼭 탈께요, 우연히 만나도록 합시다, 쿡.

희선 2013-04-25 00:45   좋아요 0 | URL
히가시노 게이고는 아주 드러나지는 않지만 늘 글 속에 사람이 가진 따듯한 마음을 집어넣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가운데 <도키오>는 분위기가 비슷하기도 합니다(아시고 있을지도...)

폴 오스터 책을 보던 사람이 처음으로 그 책을 읽은 것이라면, 하는 생각이 떠오르기도 하는군요 저는 그런 말을 잘 못하겠어요 뭐냐 하면 작가에 대한 말이라고 해야 할까, 제대로 알고 보는 게 아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작가의 책을 많이 봐도 그래요 지금까지 너무 대충 봐왔다는 생각이... 앞으로라고 많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지만,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폴 오스터 책은 예전에 좀 보기도 했는데, 생각나는 게 별로 없군요 책 제목만 떠오릅니다

하루키, 하니 예전에 나왔던 광고가 떠오르는군요


희선

가연 2013-04-28 17:56   좋아요 0 | URL
폴 오스터 책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ㅎㅎ 한 번 읽어보고는 싶은데 잘 기회가... 예전처럼 서점에 마구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비로그인 2013-04-25 12:06   좋아요 0 | URL
지하철에서 하루키 읽는데 누가 말 걸어오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반갑게 대화를 나눌 거예요~ㅎㅎ
서울 갈 때마다 가연님이 떠올라요
결혼정보회사 가연.이란 광고가 가끔 눈 앞을 왔다갔다 하거든요ㅋ~

가연 2013-04-28 17:55   좋아요 0 | URL
풋, 특히 강변역에 그런 광고가 있지요. 저도 볼때 어라, 내 닉이랑 같네,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답니다.
 

 

 

 

  당신에게 3만원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그 3만원에서 만원을 넘지 않는 수준으로 더 돈을 쓸 수 있다고 하자. 그렇게 돈을 쓴 뒤에는 한동안 수입도 없고 더 돈을 쓰지 못한다. 그런 당신의 눈 앞에 책 두 권이 있다. 각 권은 모두 3만원보다 가격이 비싸지만 어떻게 겨우 구입할 수 있을 정도의 가격이다. 물론 앞서 말한 것 처럼 돈이 없기 때문에 두 권 모두 사지는 못한다.

 

 

 

 

 

 

 

 

 

 

 

 

 

 

엄밀히 말하면 두 권이 아니라 세 권이다. 스노볼은 두 권을 묶은 것이고, 좀 더 첨언시 가격상으로 스노볼은 자그마치 50퍼센트나 할인 행사중이다. 곰브리치 서양미술사야 대학교재로도 쓰일 정도의 수준의 책이니 쉽게 절판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스노볼은 물론 훌륭한 전기일테지만 절판이 된다거나 할인율이 다시 오른다거나 하는 일이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 물론 책을 사는, 그러니까 고르는 기준이 아니라 사는 기준은, 가장 필요한 책을 구입하여라, 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둘 다 필요로 하는 책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천칭은 스노볼 쪽으로 흔들리는데..

 

그렇다면 당신은 스노볼을 선택하는 것이 이득일 것인가?

 

하지만 곰브리치 그 사람이 쓴 책을 포기하기도 아깝다. 어차피 필요로 하는 책이 아니라면 더 재밌는 책을 고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도서관에서 저 왼쪽의 책을 읽었을때에 당신은 등줄기에 전기충격을 느꼈다. 엊그제 어깨를 다쳐서 병원에서 전기로 치료를 받았을 때의 그 느낌에 당신은 온몸을 뒤틀며 말했다

 

'이, 이 책은 사야돼'

 

과연 당신은 무엇을 고를 것인가? 워렌 버핏의 저 인자한 미소를 고를 것인가, 곰브리치의 해학을 고를 것인가, 선택은 당신에게 달렸다.

 

 

 

..처럼 고민하고 있는 요즘.

 

 

 

사실 너무 바쁘다. 일주일 내내 서울 대전 대구를 찍으며 돌아다니는 중이다. 곧 또 서울에 가야만 한다. 그 틈새를 써서 몇 가지 봐둔 책에 대하여 끄적여 둔다. 물론 이 중에는 앞으로 곧 구입할 책도 포함될거다. 아무래도 책을 읽으면 이 책은 꼭 구입하여야지, 싶은 책들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서양미술사.

이 책과 위의 스노볼 중에서 고민중이다. 과연 어떤 책을 사야할 것인지 말이다. 그동안 누군가가 미술사에 대해서 물어오면 '음, 나는 안읽어봤지만 곰브리치가 쓴 책이 좋다고 그러더라구' 라고 대답을 하는게 질려서 직접 읽어보기로 했는데, 과연 대단한 책이다. 끝까지 읽지는 못했지만 도서관에서 읽은 결과 칼라 도판도 충실히 크게 실려서 그림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게 하면서, 그 아래 설명도 잘 실려져 있다. 때로는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대부분은 두 그림 중 A가 더 멋지다고 생각할 것이다, 나는 둘 다 멋지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그림이든지 그림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으며, 본인이 비전문가의 위치에 있고, 비전문가들을 위해서 이 책을 쓴다, 며 겸손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토머스 페인 유골분실사건.

사실 나 또한 다른 사람들 처럼 으스스한 제목에 무슨 소설인가, 하는 생각을 가졌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는데, 아니 예상과는 전혀 다른 책이 아닌가? 토머스 페인, 이라는 사람의 생애를 추정하면서 앞으로 나가는 책인데 상당히 뛰어난 책이다. 단순히 일대기를 그려낸다면 전기가 될 것이고, 작가 자신의 판단에서 자유롭지 못한다면 평전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과거와 현재를 교차해나가면서 그런 전기와 평전 사이의 그 어딘가를 향하고 있다. 나는 소책자 '상식' 이라는 책에 대하여, 그리고 중심 인물인 토머스 페인에 대하여 전혀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이 쓰여진 방식은 굳이 토머스 페인이 누구인지도, 상식이 무엇인지도 모르더라도 그냥 따라갈 수 있도록 쓰여져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과거와 현재를 한 장소에 맞춰서 동시에 서술을 드러낸다고 했는데, 모두 미국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미국에 한 번도 가본적 없는 나로서는 어떤 장소인지 모른다는 점이다. 

 

 

 

융합학문, 어디로 가고 있나?

우연히 몇 부분 읽게 된 책인데, 여기에 담아둔다. 마찬가지로 도서관에서 조금 더 훑어보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부분인 프리모 부분을 다루고 있기에 더 훑어보게 되었다. 프리모는 설명하기가 쉽지 않지만 북한의 봉한관에서 시작되는데, 일종의 경락이라고 추정된 관이다. 서울대학교에서 다루고 있는데, 물론 정말 경락 자체와 동일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완전히 또다른 신체 내의 체계라고들 한다. 생명과학쪽에서 연구를 하고 있는 친구의 말에 의하면 정말 좀 특이하다고는 하는데, 사실 아직은 너무 정보가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프리모에 관한 이야기도 특별히 이전에 비하여 더 나아간 부분은 없는 듯 하다.

 

 

 

 어떻게 살 것인가.

오늘 서점에서 조금 훑어본 책이다. 세 챕터 정도 읽었기 때문에 정확한 평을 내리기는 어렵겠지만, 상당히 잘 쓴 책이다,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유시민의 책들을 서너권 읽은 것 같은데, 이 책은 그 책들 중 가장 잘 쓴 게 아닐까, 하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잘 썼다, 라는 말이 좀 애매하긴 한데, 물론 지금껏 유시민의 책들인 국가란 무엇인가, 청춘의 독서, 경제학 카페 등과 같은 책들이 못썼다, 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은 국가란 무엇인가, 처럼 어딘가 급한 느낌을 주지도 않고, 청춘의 독서처럼 어딘가 부족한 느낌을 주지도 않는다. 다만 진솔하게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고백하는 모습에서 무언가, 혹은 무엇이든지, 무엇이라도 내려놓은 유시민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잘 쓴 책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유시민은 여기서 이 책을 기점으로 자신의 삶을 다시 시작할 생각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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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13-04-13 00:33   좋아요 0 | URL
사고 싶은데 두 가지 가운데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무엇을 골라야 할지 망설여지겠습니다
지금은 그렇더라도 시간이 가면 마음이 조금 달라질지도 모르죠
하지만 시간이 가면 한권은 책값이 지금과 달라질 수도 있겠군요 잘 고르시길...


희선

가연 2013-04-13 11:20   좋아요 0 | URL
스노볼을 살 것 같아요, 하하하
 

 

 

 

  어느 새 3만명이 넘었는데 마땅히 쓸 소재가 없다, 풋. 그동안 찾아와주신 분들께 그저 감사의 인사를 전할 뿐이다. 연애를 해야 달다구리한 이야기를 적을텐데 연애는 커녕 여학생을 만날 일자체가 거의 없으니 무슨 일이 일어날 리가 없다. 소재가 없는 것은 둘째 치고 사실 요즘 여유가 없다. 정신의 여유도 없고 앞으로는 잠시간이지만 육체의 여유도 없을 예정이다. 한 달 정도는 서재에 들르지 못할 것 같으니 그 전에 간단하게 읽은 책들에 대해서 끄적거리고자 한다. 역시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것은 책에 대하여 이야기를 끄적거리는 것이다.

 

체 게바라 평전, 체 게바라 혁명적 인간.

체 게바라 평전은 왼쪽의 평전이 제법 유명하다. 한 번 개정판으로 나온 것 같은데, 구판으로 옛날에 대충 훑어보았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권하고 싶은 책은 오른쪽의 체 게바라, 혁명적 인간, 이다. 둘 중 한 권만 산다면 오른쪽의 책을 고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물론 분량과 가격은 오른쪽의 책이 더 비싸고 두꺼울테고 들고다니기도 부담스럽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지나치게 자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수 없을런지도 모른다. 왼쪽의 책에선 체 게바라의 발자취만 쫓으며 쓰여져 있기에 통일된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혁명적 인간, 이라는 책에서는 주변 상황 전부를 포괄하면서 다루기 때문에 얼핏 읽다가 산만한 느낌을 분명 받게 될런지도 모른다. 그리고 수많은 인물들이 나오기 때문에 읽다가 이 인물이 어디서 나왔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상황이 생기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른 쪽의 책이 더 체 게바라를 잘 그려내어준다, 라는 생각은 변함없다. 그다지 완벽하지도 않고 (샤르트르는 체 게바라를 보고 우리 시대의 가장 완벽한 인간, 이라고 지칭했다.) 강박적이지만 본인스스로에게도 엄격하고 그렇기 때문에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그런 인간, 의 모습을 오른쪽의 책은 잘 그려내고 있다.

 

뇌 생각의 출현, 브레인 스토리.

사실 나는 브레인 스토리를 제대로 읽지는 않았고 동명의 다큐멘터리를 시청했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책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만약에 그 다큐멘터리 대로 책에 담아내었다면 왼쪽의 책보다는 브레인 스토리를 훨씬 추천한다. 가장 좋은 것은 그냥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이다. 이런 류의 책은 시청각 자료가 함께 있는 것이 훨씬 좋다. 아무리 책이 컬러로 되어있다고 할지라도 부족할 것이다. 사실 왼쪽의 책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복잡한 기분인데, 내용의 경우엔 문과 계열에서 오래 지냈던 사람에게는 분명 까다우리라. 교양서와 교과서 위치의 중간에 존재하는 책이다. 그런데 엄밀하다는 점에서는 좋을지 모르겠지만 뇌에 대한 지식을 알고자 생화학 등의 교과서를 읽어야 한다면 과연 누가 뇌에 대해서 공부를 하려고 할까? 교양 수준의 지식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내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전공자들에게는 도움이 될까? 나의 경우 생물학 계통을 배웠었는데 예전에 배웠던 내용을 다시 읽게 되니 기분이 묘한 정도였달까, 그 이상의 감정은 없었던 것 같다. 아마 다른 전공자들에게도 그다지 확 끌리는 책은 아닐 것이다. 정 궁금해지면 있는 교과서를 보는게 더 빠를테니까. 

 

단테 신곡 강의.

이 책은 그냥 강력 추천하는 책이다. 그냥 사서 읽으라. 최근 읽은 책 중 최고의 책이다. 절대 후회는 안할 것이다.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 외에도 이런 저런 책들을 읽고 읽었는데, 아무래도 마음의 여유가 없다보니 느긋하게 자판을 두드리기가 좀 힘들다. 당분간 맹자, 나 읽어볼 생각이다. 그럴 시간이 있을지조차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럼 여러분, 잠시동안은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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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3-03-06 19:01   좋아요 0 | URL
밑에 '단테 신곡 강의'에 대한 설명에서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의 단호함에 웃고 갑니다(이 멘트를 여기에서 볼 줄이야). 더구나 저 책은 현재 반값으로 팔리고 있다는..저도 처음에 받아봤을 때, 이게 반값이라니,라며 허거걱..읽고나서 이게 반값이라니, 라며 두번째 허거걱..

가연 2013-04-08 12:14   좋아요 0 | URL
ㅋㅋㅋ 좋은 책이지요. 게다가 반값이라니ㅎㅎㅎ

희선 2013-03-07 02:29   좋아요 0 | URL
체 게바라 두번째 책은 1176쪽이나 되는군요 평전도 두껍다고 생각했는데...
평전은 몇 해 전에 읽고, 그냥 봐서 거의 잊어버리기도 했습니다
오른쪽 책을 쓴 사람은 체 게바라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보고 썼겠습니다
단테 신곡 강의를 먼저 보고, 나중에 신곡을 보면 더 좋겠군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은 아직 한번도 해본 적 없지만...
가연 님은 사서 읽으라고 했지만, 저는 제가 다니는 도서관에 책이 있나 찾아봤습니다
언제 한번 빌려다 보고 싶군요 잘 볼 수 있으려나

바쁘시더라도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희선

가연 2013-04-08 12:15   좋아요 0 | URL
건강.. 챙기고 싶은데 어제 어깨를 또 다쳐버렸네요. MRI찍으라는 것을 너무 비싸서 못찍겠더군요, 큭... 잘 지내시나요

프레이야 2013-03-07 11:38   좋아요 0 | URL
단테신곡강의, 퐁당 담아갑니다.
가연님의 단도직입적 화끈한 추천으로 무조건^^
체 게바라, 왼쪽 것으로 예전에 읽었는데 오른쪽 것이 더 좋다니 슬쩍 궁금해요.

가연 2013-04-08 12:16   좋아요 0 | URL
더 좋은 것 같은데 사실 개인차랄까.. 신곡 저 책은 진짜 추천드릴께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