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와 그 환원에 대하여.


 

 

- 그래서 완전한 의미로서의 환원이 가능하지 않을까, 미래에 기술이 극도로 발전한다면 말입니다. 우리가 보는 시청각 등의 감각 자체는 받아들이는 수용체에서나 다를 뿐 실제로 뇌의 내부에서는 전기 신호에 지나지 않으니깐요.

 

= 확실히 그 부분에 있어서는 동의합니다. 실제로 뇌 내부에서 전달되는 전기신호의 흐름으로 환원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신비주의적인 의미로서가 아니라) 환원을 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하고, 그 부분 또한 우리의 직관, 그리고 그 직관을 쌓게 해주는 경험이라는 것을 구성하는 요소라는 것을 지적하고 싶은 것입니다. 단순한 전기 신호로서 환원이 가능한 것들이 아니라.

 

- 글쎄요, 빅데이터 등의 요소를 활용하여 각 개인이 어떻든 산출되는 결과자체의 범위는 충분히 객관화시킬 수 있는 자료로 추출할 수 있을 텐데요.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떤 향기를 맡을 때, 우리의 후각 수용체가 평균 몇 퍼센트 정도로 활성화된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데이터로 환원할 수 없는 부분이 끼어들 수 있는 부분이 있겠습니까? 분명 제가 느끼는 이 향기는 당신이 당신의 의식에서 느끼는 그 향기와는 다른 것일 겁니다. 하지만 외부의 눈에서 볼 때에는 '나나 당신이 어떻게 느끼더라도' 똑같이 수용체의 활성도로 표시할 수 있는 지표라는 겁니다.

 

= 그 부분은 분명 감각질의 문제와 관련이 있는데, 감각질의 문제는 사실 자의식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는 부분이라고 여겨집니다. (이에 대해서는 라마찬드란의 저서를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그렇기에 물리주의자에, 유물론자, 그리고 환원론적 방법론을 중시하는 제가 계속 환원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모순처럼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사실 의식이라는 것은 허상에 불과하다고 보며 이에 감각질이라는 것도 사실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렇기에 그쪽의 의견에 동의하는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의 전기적 화학적 작용으로 환원을 할 수 없는 요소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 그것은 믿음아닙니까?

 

= 확실히 믿음, 신념, 혹은 철학의 문제처럼 보여지겠지요. 하지만 저는 여기서 좀 더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어떤 복잡계를 모델링을 할때, 어느 정도로 가지를 쳐야 모델링이 가능할까요? 어느 시점에서는 복잡계를 모델링한 모델 1이 복잡계만큼이나 복잡할 수도 있을 것이고, 이 모델1을 다시 근사한 모델 2 또한 만만치않게 복잡할 수 도 있을 겁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나간다면 모델 z는 모델 1과도, 아니 원본과는 많은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방금전에 우리 뇌의 신호를 모두 전기신호로 환원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지요, 그러나 그 전기신호로 환원한 모델1은 우리 몸이 아닙니다. 컴퓨터에는 몸이 없습니다. 그것은 세포로 되어있지도 않고, 뇌 또한 우리 자신을 구성하는 일부분일뿐, 전부가 아닙니다.

 

- 뇌가 곧 우리 자신은 아니다, 라는 것을 주장하시고 싶으신것인가요? 뇌가 아니라면 우리가 스스로를 느끼고 여기는 그 의식이 어디에 머문다고 말씀하시고 싶은 겁니까? 고대인들처럼 심장에라도 머문다고 생각하십니까.

 

= 저는 수반명제를 따르는데, 수반명제라는 것은 거칠게 말해서 같은 뇌에는 같은 정신이 깃든다, 라는 겁니다. 문제는 같은 '뇌'는 어떤 것일까요? 우리나라에는 생각보다 많이 알려지지 않지만, 우리의 육체에는 제2의 뇌가 있습니다. 소화기신경계(Gastric nervous system)이 바로 그것입니다. 뇌에 버금갈만큼 수많은 신경전달물질이 단순히 소화만 관장하는 줄 알았던 이곳에 머물러있습니다. 또한 뇌에 버금갈만큼의 역할을 우리 몸내부에서 관장하고 있지요. 그렇다면 우리가 말하는 뇌는 이 제2의 뇌도 포함해야합니까? 제2의 뇌를 포함한다면, 이 제2의 뇌가 활성화되도록 도와주는 그외의 기작은? 그 외의 기작을 돕게 만드는 다른 요소들은? 이런 요소들을 다 포함한다면 이미 그것은 뇌'만의' 문제는 아니게되는겁니다. 말이 길어졌는데, 통 속의 뇌, 사고실험에서 저는 처음부터 통 속의 뇌가 육체를 가지고 있는 뇌와 같은 의식을 가질 수 없다고 봅니다. 외부의 환경과 기작, 그 모든 것을 전기신호와 화학신호로 환원시켰다고 보더라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지는 생명으로서의 기본적인 원리, 후쿠오카 신이치의 말을 빌리자면 동적평형, 이라는 그런 요소를 결여했기 때문이지요.

 

- 말씀이 약간 환원불가능한 복잡성, 을 옹호하는 듯한 것 처럼 들립니다.

 

= 아닙니다. 그것은 정말 오해입니다. 절대 환원불가능한 복잡성을 옹호하지 않습니다. 다만 컴퓨터가 인간을 그대로 모사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논증입니다. 그렇기에 서둘러 말을 잇자면 인간을 모사하려면 진화의 과정을 똑같이 밟은 생명체가 그 모델이 되어야한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겁니다. 굳이 용어를 쓰자면 생체컴퓨터와 같은 용어를 붙이겠지만 상상하기 쉽지는 않지요, 그러나 만에 하나 우리가, 그리고 최초의 복제자가 광물에서부터 시작했다면, 그리고 우리가 덮어쓰고 있는 외피가 컴퓨터와 같은 쇠와 세라믹이라면 어쩌면 우리의 의식을 가상세계에 구현하기가 훨씬 쉬웠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하지만 몸이 광물이든, 몸이 생체든 결국 끝에는 전기신호와 화학신호로 환원되는 것 아닙니까? 내부의 신호든 외부의 신호든 저 두가지가 끝에 없는 기작은 없지 않습니까. 그걸 다 맞춰준다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다시마로 MSG를 우려내든 조미료로 뿌리든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 옳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확실히 동의합니다. 그러나 앞서도 말씀드렸듯, '뇌의 전기신호'만으로는 환원안되는 것들이 있으며, 거칠게 이야기하자면 '피부의 전기신호', '소화기 신경계의 전기신호' 등으로 구획을 나누어져 분석하지 않는 한 전체 나를 모사할 수 없다는 것이 제 주장입니다. (물론 이는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에 지나지 않으며) 이렇게 말씀드리더라도 결국 신호의 최종 목적지는 시상이 아니냐고 말씀하실 수 있겠지만, 그 부분은 그른 말씀입니다. 모든 감각신호가 시상에 들르는 것은 아니며, 시상에 들르지 않고서도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반사reflex같은 것을 보시면 아실겁니다. 사실 여기서부터는 가설의 영역이라 말을 아낄 수 밖에 없을 듯합니다. 다만 통속의 뇌에게 모든 신호를 완전히 맞춰주더라도 저 뇌의 의식은 통에 갇힌 답답한 느낌을 받게 될 것입니다. 꼭 주지드리고 싶은 것은 편의상 의식이 존재하는 것처럼 취급하는 것이 설명하기에 편하기에 일부러 이렇게 의식이라는 용어를 썼지만, 앞서도 설명드렸지만 저는 의식이라는 것이 착각이고, 망상에 지나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에, 같은 뇌에는 같은 정신이 깃든다, 라는 명제를 확장하여 같은 육체여야만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리게 된 것입니다. 느끼고 지금 대화하는 이 나라는 존재가 분명 있는 것 같아보이지만, 사실은 이 나는 없는 것이며, 어쩌면 극렬 물리주의자와 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나는 이 육체인 것입니다. 컴퓨터가 아니라. 따라서 이 육체를 모사하려면 생명체가 필요합니다.

 

 

 

도덕과 윤리에 대하여

 

 

 

- 우리는 일반적으로 부자가 빈자에게 베풀어야 한다, 등의 명제를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왜 그래야 합니까? 도덕은 왜 필요한 것입니까? 그저 사람들의 합의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 익숙한 명제를 낯설게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도덕과 윤리에 있어서는 이 또한 진화심리학적으로 어떤 기작이 이미 정해져있는 부분이 분명 있다고 봅니다. 그걸 도덕과 윤리로 이름 붙인 것은 우리지만요.

 

- 그러나 어떤어떤 일을 해야한다, 가 그 자체가 아닌 다른 언명의 충분조건이 될 수 있는 경우는 정말 드물지 않습니까? 이는 수학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 그러니 진화적인 관점이 여기서 필요한 것입니다. 저는 여기서 샘 해리스의 말을 빌리고 싶습니다. 그는 도덕적 지평이라는 용어를 썼습니다. 각자가 그리는 도덕적인 삶의 모습을 그려낸 일종의 도표와 같은 것인데, 어떤 사람은 그 도덕이라는 측면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그릴 수 있는 까닭은 첫 번째, 우리가 의식이 있는 존재, 두 번째, 이 의식있는 존재는 행복을 추구할 것이라는 동어반복적 명제 때문입니다.

 

- 동어반복적 명제..

 

= 네, 의식이 있는 존재가 어려움을 피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동어반복적입니다. 그렇지 않은 의식이 있는 존재가 있습니까? 이는 당연한 겁니다. 진화론의 가장 기초가 되는 명제는 가장 안정한 것이 적합자라는 것입니다. 이 또한 동어반복적입니다. 틀릴 수가 없는 것이지요. 여기서 도덕이 출발할 수 있다고 봅니다.

 

- 제가 도덕이 불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인과의 한 일부분이 되기에는 미약하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겁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업을 할 때, 도덕적으로는 하면 안되지만 실제 경제논리상으로는 더 나은 방법이 있습니다. 그럴때 도덕으로 안돼, 라고 막는 것은 충분한 강제성을 가질 수 있는지 궁금한 겁니다.

 

= 이미 말씀하신 '실제 경제논리상으로는 더 나은 방법' 이라는 용어 자체에서 도덕이 불필요하다고 상정하신겁니다. 그 부분이 위험한 생각이구요. 경제논리상으로 더 나은 방법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아니, 도덕이 필요하다면 도덕을 생각해야만 하고, 경제논리상으로 옳다고 생각한다면 경제논리상으로 옳은 길을 가야만합니다. 여기서는 중간은 없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1 ->2 ->3

1 -> 3

 

위의 두 경로가 있습니다. 2는 도덕적으로 거쳐야만 하는 경로입니다. 1 ->3의 경로를 들면서 보라 이렇게 가까운 길이 있지 않느냐, 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왜 그렇다면 더 가까운 길을 택하지 않습니까? 도덕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까? 그렇다면 도덕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시는 것인데 (배중률에 의하여) 왜 처음 경로를 택하지 않습니까?

 

- 하지만 도덕이 꼭 실재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 바로 이 부분에서 진화론이 뒷받침될 수 있을 겁니다. 굳이 도덕이라는 이름이 아니라도 좋습니다만 우리가 도덕이라고 이름붙이는 이 심리적 기전이 진화적으로 발달하였으며, 이는 많은 심리학적 실험을 통해 뒷받침되고 있네요

 

- 진화론이 전가의 보도같군요

 

= 그 말에 부정은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굳이 마지막 변론을 하자면, 왜 본인은 더 빠른 길을 따르지 않습니까? 남들의 시선때문에? 아니죠. 막상 그 길을 가려면 마음이 콱막히고 무언가 가슴이 무거우니깐 못가는 겁니다. 그걸 세간에서는 양심이라고 부릅니다. 칸트는 내 마음 속의 도덕률이라고 이야기했구요. 그게 진화적으로 발달한 기전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은 겁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5-12-21 0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arnthropod 2016-01-24 19:20   좋아요 0 | URL
그 환원불가능한 의식적 무언가가 어떠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사실 이 문제는 냉정하게 말해서 돈으로 살 수 있는 것과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의 구별에 관한 문제와 동일한 것이다. 자본주의가 이렇게 만들었어, 라는 식의 말들은 그저 논점이탈에 지나지 않는다. 자본주의의 성격이 모든 것들을 이렇게 부패하게 만들었다, 그러니 우리는 자본주의대로 따라가자, 라는 식의 결론은 무의미하지 않은가? 자본주의는 우리가 가진 최악의 경제체제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나은 체제는 한동안 없을 것이고, 굳이 생겨난다면 나는 게임화Gamification에서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기준이 되는 교환수단인 돈, 이 유일한 것이 되지 않는다면 충분히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고, 게임화는 그 수단을 마련해줄테니. 하지만 문제는 돈, 이 유일한 교환수단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적어도 이 상황에서 최선의 것을 찾아서 선택하여야 한다. 두 가지 사례를 보자.

 

실험 경제학 - 요즘은 행동 경제학에 거의 흡수된, 의 고전 사례인데, 상대방과 내가 칸막이를 두고 앉아있는데 실험자가 나에게 제안을 한다. 만원을 주는데 상대방과 적절하게 나눠가져라. 만약 상대방에 거절한다면 - 상대방도 내가 만원을 받고 만원을 자신과 나눌 것이라는 것을 안다 - 둘 다 돈을 못가지지만 상대방이 승낙한다면 돈을 둘 다 얻을 것이다, 라고. 여기서 사실 상대방은 내가 얼마를 떼주든 받아들이는 것이 이득이다. 0원에서 돈이 생기는데 뭘 받더라도 경제적이지 않은가? 가장 좋은 것은 내가 9990원을 받고 상대방에게 10원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 상황에서 상대방이 받아들일까? 아니다. 차라리 둘 다 받지 않는 쪽을 원할 것이다.

 

실험 결과 대략 4000원 선에서 결정난다고 한다. 결국 상대방의 마음을 열게 하는 돈은 여기서는 4000원 선이다. 그렇다면 위의 제목과 같은 경우에는? 만원이라면 발을 핥지 않을 것이다. 10만원이라면? 더 나아가서 1억을 준다면? 당신은 발을 핥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아니면 발을 핥고는 내가 내 행동을 상대방에게 피해안주고 결정하는데 뭐 어때? 자본주의나 신자유주의 그런 것들 다 이런 거 아닌가?' 라고 말할 것인가?

 

여기서 두 번째 사례를 보자. 예를 들어서 어떤 물품이 있는데 그 물품의 주인은 말한다. 이 물품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요, 라고. 그러자 그 물품을 꼭 사고 싶던 사람이 그 물품의 주인에게 돈을 계속 높여가며 제시한다. 처음은 1원에서, 이윽고 빌딩 한 채 값이 되자 물품의 주인이 손을 내젓는다. 그렇게 까지 성의를 보이다니 이 물품을 사가시오, 라고. 그렇다면 저 물품은 여전히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일까, 아니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었다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으로 바뀐 것일까? 혹은 처음부터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었을까. 감히 말하건데 나는 저 물품은 처음부터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었다, 라고 하겠다. 처음부터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었다면 주인은 처음부터 시장에 올려두어서는 안된다. 돈이 물품을 부패시켜서 살 수 없는 것을 살 수 있는 것으로 바꾸어놓았다, 라는 것은 사실 변명이다. 돈을 어떻게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과 떼놓고 볼 수 있는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돈의 액수를 얼마를 올리더라도 그 성격을 바꾸어서는 안된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으로 성격이 바뀌는 것은 물체때문이 아닌, 그 물체를 가지고 있는 사람때문이다. 사람이 그 성격을 바꾸어서는 안된다. 누가 50억을 주고 발을 핥으라면 우리는 이 행위를 돈을 만원을 주었을때도 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경제적으로 이득이라는 측면에서는 0원에서 얻기에 무조건 이득이니깐. 하지만 만원을 주었을때 저 행위를 택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만원을 받을때는 못하던 행동을 50억 받을때는 한다고? 이 행동의 성격을 변화시키는 것은 바로 당신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사게 만드는 것도 당신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끝까지 살 수 없어야 한다.

 

그러니 단호히 거절해야만 한다. 이건 돈과는 관계 없다. 잘못된 것이다. 그러니 안할 것이다, 라고. 그것이 자본의 노예가 비일비재한 이 시대에 자본주의의의 고삐를 그나마 틀어쥐는 일이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5-11-22 0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22 0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22 0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22 0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15-11-26 06:08   좋아요 0 | URL
저 질문에 대한 제일 충격적이었던 답은 50억 받고 1억 주고 5명한테 내 발을 핥게 한다는 답이었어요... 까라는 놈한테는 확실히 까고 못난 놈들 까면 된다, 라는 세태의 이토록 정확함 반영이라니...
 

 

 

 

영화들에 대한 줄거리 누설왜곡과 19금이 있을..지도?

 

 

 

  때는 근미래, 허블 망원경을 수리하러 스페이스 셔틀을 타고 나간 스톤 박사는 재앙을 맞게 된다. 옆에 자신보다 나이 어린 여자한테만 항상 작업거는 코왈스키랑 같이 나온 것은 그래도 참을만했다. 이건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문제이니깐. 혹시나 연상녀의 성숙한 매력을 원한다면 스톤박사는 그에게 한 수 가르쳐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그냥 발을 들어 걷어차거나. 물론 우주공간이니깐 헛발질이 될 가능성이 높고, 그런 그녀를 보며 코왈스키는 뾸뾸뾸하면서 제트 분사기로 도망갔을테지만, 어쨌든 익스플로러호에 들어가면 쥐어팰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주쓰레기는 어쩔 수가 없다. 때밋! 우주선에 때가 너무 많아서 그런지 입에 땜, 땜Damn을 달고 사는 스톤 박사는 졸지에 자신이 때밀이 역할까지 해야한다는 것에 충격을 받고는 졸도하고 만다. 국산쓰레기면 그래도 예측하겠는데, 저쪽 떡대도 커다란 불곰들 쓰레기라니. 내가 때밀이야? 때밀이로 보여? 우주에 F--K을 날리며 분풀이를 하는 그녀를 달래며 코왈스키는 바로 작업모드로 들어간다. 젠장, 우주에는 연하녀가 없으니 연상녀라도 유혹해야겠다, 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아니면.. 아니면, 거친 욕설을 내뱉는 동갑내기, 혹은 연상녀의 매력에 빠져버린걸지도.

 

운도 더럽게 안따라준 우리의 스톤박사. 어쩌다보니 코왈스키와 스톤은 지구를 배경으로 우주를 제트분사로 유영하여 ISS로 향하게 되는데, 여심을 사로잡는 법을 아는 코왈스키는 스톤의 감성을 자극하며 자신에 대해서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나가기 시작한다. 지구내려가면 저게 제일 보고 싶을거야, 이 우주에 우리가... 등등.. 하지만 그렇게 태연하게 유영을 하다간 영화가 진행이 안되는 법. 사람들이 우주에서 여자꼬시는 법, 을 보려고 돈을 내고 영화를 보는 건 아니니깐. 제트 분사는 연료가 다됬고 그대로 ISS에 다이빙하는 방법을 썼는데, 스톤의 발에 줄이 걸려버린 것이다. 하지만 스톤박사의 잘못은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코왈스키가 스톤을 들이받아서 생긴 일이니깐. 이러니 만난지 며칠도 안됬는데 육탄돌격은 좀 자제하시지, 쫌! 

 

알고보니 코왈스키는 근성없는 남자였다. 연상녀에게 육탄돌격을 한번해보고는 철벽가드를 느끼자, 쳇, 나를 거부하다니, 하는 심정으로 그녀와 자신을 잇는 줄을 끊었다. 나를 네 죄책감속에 영원히 가두고 느껴라! 중2들도 안하는 그런 대사를 마음속으로 읊..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별수 있나. 우리 같이 죽자, 나랑 같이 우주로 가자, 하는 것 보다는 둘 중 한명이라도 살아남기를 바랬던 것 같다. 짧은 작업이었지만, 그 작업거는 시간만큼은 당신에 대한 내 마음은 진정이었습니다, 라고.

 

결국 스톤박사는 지구로 귀환한다.

 

몇 십년 뒤 근미래. 저번의 우주쓰레기문제로 인해서 나사는 국가적 차원에서 왕창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님들때문에 우리 전문인력도 죽고 등등등... 어찌어찌 잘된 모양이다. 그래서 나사는 이번에는 화성에 유인탐사를 시도하기로 한다. 항상 공돌이들은 그렇다. '시간과 예산을 조금만 더 주신다면' 뭐든 잘될거라고. 저번 손해배상으로 돈을 좀 받았으니 다시 탕진할 차례다, 렛츠롤! 화성에 가게 된 이유는 2015년의 발표때문이었다. 화성에 소금물이 발견되었다고? 레알이야? 원래 유인우주선을 보내려는 행성, 위성은 화성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유로파, 엔셀라두스. 둘다 얼음행성이고, 내 예상이지만 기초적인 algae정도는 있을 것 같지만, 확실하지는 않는, 이런 녀석들을 마구 헤집을 생각이었겠지만 화성이 사실 제일 만만한 녀석인 것은 사실이다.

 

우리의 만박사. 아니, 아직은 만박사라는 이름을 달고 활동하지는 않는 마크 와트니는 이당시에는 식물학자였다. 집에서 냉장고를 부탁할까? 라는 프로그램을 자주 즐겨보던 마크 와트니는 거기에 나온 CHOI모셰프의 퍼포먼스에 감명받고 만다. 저 프로그램은 포맷이 다음과 같다 : 의뢰인이 나와서 자신의 냉장고를 부탁할까? 말까? 하고 밀당을 시전하면, 셰프들이 냉장고 안의 재료를 바탕으로 의뢰인의 혀를 탈탈탈 능욕하는 프로그램이다. 거기서 특히 눈에 띄는 셰프가 CHOI모셰프인데, 뛰어난 퍼포먼스로 의뢰인뿐만 아니라 엠씨와 다른셰프들에게도 인정받는 사람이었다 (분명히 말하지만 근미래다!) 그래서 마크 와트니는 결심한다. 

 

좋아 결심했어! 빠밤 빠밤 빠빠빠빰 빠빰 빠빰

 

아니, 지금 결심하는게 아니라 조금 뒤에 결심하게 되는데, 화성에 어쨌든 마크 와트니는 가게 된다. 유인우주선 계획으로 화성에 가서 집짓고 연구하고 밥먹는 계획이었는데, 강력한 폭풍에 휘몰아쳐 결국 나홀로 남게 되버렸다. 이제 결심한다. 빠빠빠밤 이대로 죽지는 않으리라. 이 화성을 내가 강력한 퍼포먼스로 제압하리라! 그리고 화성은 나의 퍼포먼스앞에서 무너지리라.

 

그리하여 강렬한 행위예술 - 똥을 모아 흙과 믹스하는 - 로부터 시작한 화성에서의 살아남기는 결국 성공을 거두고, 여기에 그의 식물학자적 능력이 도움이 되었다 - 이윽고 지구 본부와 연락이 닿게 된다. 지구에서는 폭풍에 날려 와트니가 바람과 함께 사라진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살았다는 소식을 듣고는 환호성을 지르고 만다. 아니, 화성에서 나홀로 화성에서를 찍고 있다구? 화성 외계인들이 침공하면 바로 응징해주고 있다니? 하지만 외계인들이 없어서 혼잣말한다고? 뭔 소리야? 왠... (여기서 이모티콘이 나올차례다)

 

와트니는 그의 이모티콘 행위예술로 대통령의 눈을 제압하는데 성공했고, 분명 스스로가 자랑스러웠을 것이다. 그 CHOI모셰프와 퍼포먼스적으로 맞먹었다고 느꼈을테니 말이다. - 이윽고 제압당한 대통령은 대통령령을 내려 저 사람을 구하라고 재촉하기 시작한다. 별 수 있나, 까라면 까야지. 애꿎은 나사의 책임자는 구할 방법을 찾다가 마땅한 방법이 없자 그저 공밀레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믿고 부하 공대생을 마구 괴롭히기 시작한다. 스트레스로 폭식하여 배가 볼록 튀어나온 공대생은 상사가 시키니 별 수 있나, 밤잠을 설쳐가며 공밀레 공밀레 갈려나가고야 만다.

 

하지만 애꿏은 공밀레도 별 수 없이, 정말 재수가 없어서 구하는 방법 스텝 원은 실패하고야 만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면 영화가 흥행이 안되겠지. 항상 여기서는 뛰어난 인재가 획기적인 방법을 제시해서 돌파구를 마련한다. 왠 힙합흑형이 바로 그 인재다. 이 힙합흑형은 자다가 커피마시더니 뚝딱 해결책을 만들어내는데.. 그 해결책은...

 

아니 스윙바이잖아? 뭐가 획기적인 방법이야?

 

솔직히 저건 누구나 생각할 수 있을법한 방법이었는데 영화적 연출이 함께하니 뭔가 똑똑해보였다. 나도 바로 저걸 떠올렸는걸. 하지만 내가 저렇게 해결책을 제시했다면 볼품없었을테고, 오오 역시 흑형은 다르다. 자유로운 영혼 힙합흑형은 눈에 국장이고 뭐고 뵈는게 없고, 힙합춤을 추면서 강렬한 퍼포먼스로 주위를 제압하여 자신의 주장을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이제 남은 문제가 하나 있다면 대원들이 와트니를 구하러 갈까, 의 문제인데, 여기서 대원들의 면면을 좀 살펴보자. 여자 둘, 남자 셋이다. 옛날 시트콤도 아니고, 이런 엄격한 우주탐사에서 서로간에 괜한 감정이 생길 수는 없을 것이다. 동료를 이성으로 보는 순간, 판단이 흐려지고, 결국 탐사는 망하게 되니깐.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여자 하나 - 컴퓨터공학자로 추정되는 - 조한슨과 남자 하나 - 의사로 추정되는 - 벡이 눈이 맞았다. 젠장, 여기서도 커플이다. 이놈의 커플들은 아무래도 우주공간에서 자신들만의 오붓한 시간을 더 가지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적극 와트니를 구하러가자고 주장하게 된다.

 

한편 지구에서는 와트니에게 우주오픈카를 타라고 지시한다. 와트니는 듣지마자 뭔... 하고 욕이 나올뻔했지만, 결국 자신에게 남은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다고는 직접 상승선의 앞대가리를 개조하기 시작했다. 덜컹덜컹. 창문이 떨어져나가고 쇠가 나뒹군다. 아마 하나가 떨어져나갈수록 자신의 목숨이 떨어져나가는 그런 기분이었을 것이다. 아우토반에서 오픈카로 달려본 적 있는가? 바로 그런 느낌이 아닐까? 아니 더 심할 것이다. 우주에서 오픈카로 달려야된다니? 밤하늘의 별을 뚫고 바로 천국으로 직행하는 거나 다름없지않은가!

 

그리고 거의 천국에 갈뻔했지만, 갑자기 아이언맨이 그의 몸에 강령하고 말았다. 역시 마블 코믹스는 아이언맨이 갑이다. 돈도 많고, 여친도 많...?? 여튼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닌 이런 강령술을 와트니가 놓칠리가 없다. 아이언맨님 저한테 돈 100조만 주세요! 그건 안돼! 그럼 여친을 내려주세요! 그건 불가능해! 그럼 살려줘!

 

그리고 와트니는 살아남게 되고, 웜홀타고 우주나갔다온 아이언맨한테는 이런거 다 껌이다, 지상에 내려와서 유명세를 타게 된다. 처음에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날이가면 갈수록 명성이라는 것도 그렇게 기분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테고 지나친 명성에 지치고만 와트니는 이름을 개명하고야 만다.

 

이름하여 만 박사로 말이다. 이는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이 된다.

 

와트니가 없는 사이 지구는 사실 엉망이 되어있었다. 모래폭풍, 등등등 지구의 생산성 저하같은 일들때문에 지구는 지옥이 되었고, 남은 사람들은 그저 인류의 절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만박사는 조직을 만들어 지구를 구하기로 마음먹는다. 화성도 점령했는데 지구까지 구하면 나는 이 세상의 구세주, 라고 생각했는지는 몰라도, 여튼 화성에서 살아남은 경험을 너무 과신했던 것 같다. 그리하여 우연찮게 생긴 웜홀을 타고 외우주 탐사에 나가겠다고 지원하고야 만다.

 

..는 연락두절

 

기세좋게 나간 만박사와 에드먼드박사, 밀러박사 등등이 모두 이 행성 짱조음, 하고 메세지 한번 보내고 연락이 끊기자, 알프레드는 베트맨을 불러오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어쩌나, 베트맨은 알프레드의 호출을 거부하고 만다. 이봐, 알프레드. 나 캣우먼이랑 잘되가는데 방해하지 마라. 결국 알프레드는 베트맨에 대한 배신감으로 이름을 개명하고 인류의 미래를 홀로 구하는 것에 천착하기로 마음먹는다. 알프레드가 개명한 이름은 존. 존 브랜드였다. 두고보자 배트맨. 네 결혼식 주례는 절대 안서준다. 나중에 내가 필요하더라도 난 널 안도울거야. 난 더이상 너의 집사 알프레드가 아니라 브랜드라구!

 

알프레드는, 아니 존 브랜드는 사실 딸이 하나 있었다. 배트맨한테는 이야기를 안해서 당연히 모르겠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결국 배트맨의 모든 재산은 알프레드한테 넘어간다. 남자가 돈있으면 작위와 명예가 그대로 따라가는 법이고, 이윽고 미국 뿐만 아니라 영국에서 비밀 요원과 아서 경, 이라는 명예로운 호칭까지 얻게 되었다. 그런 일들을 겪으면 당연히 결혼도 쉽게 하는 법이다. 그러다가 왠 애송이를 왕의 남자로 만들려고 매너를 가르치려다가 하도 말을 안듣는 이 애송이한테 결국 암살당..할뻔도 했다. 하지만 애송이는 애송이. 확인 사살을 안했기때문에 결국 살아남았고, 강력한 독을 체내 지방조직에 머물게 만드는 것으로 겨우 목숨을 구했다. 나쁜짓도, 세상의 즐거움도 다 겪고, 죽음까지도 견뎌낸 알프레드는 현대과학에 집착하게 되고, 이윽고 구세주가 되기로 - 앞서 만박사처럼 - 마음먹고 만다.

 

하지만 딸은 정말 예쁘게 자랐다. 뮤지컬 찍는다고 머리카락을 짤랐지만, 도리어 그 단발이 이렇게 어울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아멜리아 브랜드라는 이름을 가진 이 아리따운 아가씨는 생긴 것 처럼 예쁘고 한편으로는 반항적이었다. 앞서 지구탐사를 나간 에드먼드 박사와 이렇고 저랬던 사이였던 그녀는 끝내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내 사랑을! 내 사랑을 말리지도 않고 기약없는 우주탐사에 보내버리다니! 딸의 이런 반항심을 알았는지 존 브랜드는 딸에게마저도 자신의 계획을 온전히 설명하지는 않았다.

 

이제 공은 다른 쪽으로 넘어간다. 한때 잘나가던 변호사였던, 그래서 링컨 세 대를 굴리던 조셉 쿠퍼는 이것들을 결국 생활고에 모두 팔고 만다. 링컨 세 대가 다 망가져서 부품이 뜯겨져 나가는 것을 보고 조셉 쿠퍼는 생각한다. 젠장, 저 링컨은 나의 영혼이었는데. 그래서 가지고 있는 트럭에다가 링컨차들의 나사를 하나씩 빼서 박아넣었다. 마치 심장이식수술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그리고는 뿌듯하게 트럭을 바라보며, 이제는 링컨을 못타기 때문에 변호사일을 때려치우고 농부가 된다.

 

하지만 훌륭한 농부는 월화수목금금금 일을 하는 법. 자식과 생활은 모두 방해다! 하지만 자연의 섭리가 그렇듯, 피임하지 않으면 날짜가 맞으면 임신하는 법이다. 첫 번째 자식은 그래, 남자애니깐 키워서 농부로 만들면 되겠군, 하고 생각했다지만 두 번째 자식은 딸이었고, 조셉 쿠퍼는 절망하고 만다. 그러고는 머피라고 이름을 붙였다. 왜 머피냐고? 머피의 법칙 모르는가? 오늘은 안전하겠지 하고 딱 한번 콘X을 뺐는데, 이런 된장! 이런 간장! 임신되버렸어! 그러니 여러분 피임 꼭 합시다. 아니, 사실 조셉 쿠퍼가 그렇게까지 잘못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콘X을 살 돈이 없었을 뿐이고, 그래서 콘X을 아끼려고 했을 뿐이다. 썼던 걸 씻어서 또 쓸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 잘못을 거슬러올라가다보면 이 모든게 나라탓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지구탓이다. 그러니 이 지구를 벗어나자!

 

지구를 벗어날 기회를 노리고 있던 조셉 쿠퍼에게 기회가 온 것은 그로부터 십 몇년이 지난 뒤였다. 어느새 반항기 넘치는 사춘기 소녀로 자란 머피는 조셉 쿠퍼에게 계속 이상한 소리를 하기 시작한다. 우리 방에 유령이 있어요! 유령이라니.. 유령이라니!!! 진짜 유령이 있다면 집세라도 공동 부담시켜야 할 처지에 놓였을 정도로 가난했던 조셉 쿠퍼는 유령의 멱살을 잡기 위해서 머피의 방으로 뛰어들어간다. 아니 이놈의 유령이 어디서 무전취식이야? 내가 왕년에 변호사였어! 니 영혼을 비틀어서 돈 뜯어내는건 일도 아냐! 돈내놔 돈!

 

하지만 왕년의 변호사가 두려웠는지 유령은 나타나지를 않았고, 대신에 모스부호를 딸랑 남겨놓고는 입을 닦아버렸다. 사실 모스부호인지 못알아볼뻔도 했으나 변호사 출신은 다르긴 다른 모양이다. 어쨌든, 모스부호로 왠 좌표를 알아낸 조셉 쿠퍼는 속으로 생각한다. 아, 그래 이 유령이 그래도 염치가 있긴 있는 모양이다. 밀린 집세를 내려고 보물이 있는 좌표를 찍어줬구나. 착각은 자유라지만 어쨌든 궁하니깐 뭐라도 시도해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딸내미를 데리고 - 왜 머피를 데려갔느냐고? 글쎄, 머피의 법칙때문이겠지? - 그 좌표로 여정을 떠난다.

 

여정은 개뿔, 얼마 지나지 않아 왠 철책선에 마주치게 되는데, 아니 이보쇼, 난 솔직히 놀랍습니다. 그 비밀기관 나사가 외부인 출입을 막으려고 고작 철책만 둘러놓았다니, 말이 됩니까? 경비병도 있고 좀 총칼이 난무해줘야 그래도 고개를 끄덕거릴텐데. 아무리 전기를 통하게 해두었다지만 고작 철책이라니. 너무하지 않소? 결국 이러쿵저러쿵해서 알고보니 나사의 비밀연구소였다는 그런 설정으로 두 부녀는 안으로 안내되고, 머피한테는 기연이 - 물리학을 알프레.. 아니 박사한테 배우게 되었다 - 아버지는 지구를 뜨게 되었다. 이게 다 머피때문이다.

 

상처한지 오래된 조셉은 사실 슬슬 외롭기도 했다. 그래서 연애를 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환상속의 동물인 여자친구를 만나는 것은 우주로 나가는 것 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왜, 세계 삼대 환상동물에 네스호 괴물, 예티, 여자친구가 있잖는가. 하지만 우리의 조셉이 누군가? 불굴의 의지로 여자친구 만들기에 돌입했다. 원래 조셉이 노렸던 타겟은 머피의 학교 선생님이었지만, 지구를 뜨게 되면서 타겟이 바뀌었다. 아멜리아 브랜든, 바로 그녀로.

 

같이 타고 가는 깡통로봇한테 아멜리아에 대한 정보를 캐물어보기도 하지만 이 깡통은 입을 꼭꼭다물어버렸으니 결국 눈치껏 작업을 거는 수 밖에 없었고, 낌새를 들어보니 왠지 예전에 에드먼드였나 하는 사람과 이렇고 저렇고 한 사이였다는 것까지 감을 잡았다. 여기서 일단 보류. 원래 여자든 남자든 과거에 일단 빠져있는 사람한테 급하게 다가가면 안된다. 과거에 빠져있는 사람이 틈을 보일때까지 기다려여하고, 분명 틈을 보일 수 밖에 없다. 외롭거든. 이때 확 낚아챈다면 쉽게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우리의 쿠퍼도 역시 고단수라서, 어느 정도 정보를 모은 뒤에는 마치 일에 집중하는 양 멋지게 의견을 내면서 아멜리아의 마음을 조금씩 얻어간다. 자기 일에 전념하는 남자는 항상 멋있어 보이는 그런 오오라가 생긴다. 혹시나 이런 거에 혹하는 분들은 남자든 여자든 부디 머리를 휘젓길 바란다. 자기 일에 전념하는 건지, 전념하는 척하는 건지 여러분들은 절대 구분할 수 없을테니 말이다.

 

그들이 처음으로 웜홀타고 들르게 된 것은 밀러 행성. 알고보니 아주 변태같은 행성이었다. 물이 찰랑찰랑하여, 마치 하와이 해변에 온 것처럼 허우적거리고 있었더니 맙소사 물이 조석력으로 길게 모여져 마치 산사태처럼 무너져내리는게 아닌가? 여기에 휩쓸..릴 각이 처음에는 아니었지만, 아멜리아를 구하느라 탐사대 4명 중 1명은 여정을 마무리하고 만다. 그래비티도 그렇고 인터스텔라도 그렇고, 그래비티때도 스톤 박사가 떠나자할때 좀만더여 좀만더여, 했고, 인터스텔라때도 아멜리아 박사가 좀만더여 좀만더여 했으니, 기묘한 평행이론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겠다. 그러나 그래비티때는 결과적으로 저 좀만더여 때문에 살아남았고 - 익스플로러로 귀환했다면 그대로... - 인터스텔라때는 상반되게 다른 사람의 필요하지 않은 희생을 만들고 말았으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는 뭐 일반적인 감상이고, 아니 근데 솔직히 정말 당황스러운게, 도대체 왜 그 사람은 깡통로봇보고 아멜리아 구하라고 해놓고 본인은 멀뚱히 서있는거야? 아멜리아 구해라! 하고는 본인도 마구 뛰어서 승선해야지, 왜 멀뚱히 서있습니까?

 

하지만 어쨌든 가슴아픈 상처를 뒤로 하고, 우리의 쿠퍼는 바로 작업들어간다. 동료의 희생을 밑거름삼아, 상처입은 여자의 마음을 위로하면서 자연스레 가까워... 앗 위험했다, 다시 줄거리로 돌아가서, 연료도 잃고 시간도 잃은 이들은 이제 남은 행성 두 개중 하나를 택하여야만 했다. 아멜리아는 아직 과거를 잊지 못해서 에드먼드가 떠난 행성으로 가자고 강하게 주장하지만 남은 두명은 아멜리아가 만에 하나라도 잘되는 꼴은 눈꼴시려서 보고싶지 않기에 아멜리아의 의견을 무시하고 만 박사가 있는 행성으로 방향을 튼다. 그래, 커플은 물렀거라! 쿠퍼입장에서는 이제 어느정도 작업이 무르익었는데 괜히 전남친 만나게 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고, 로밀리 입장에서는 그냥 커플이 싫었던거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너무 완벽한 데이터를 만 박사가 보내왔기에 사랑 타령을 늘어놓은 아멜리아의 의견은 무시될 수 밖에 없었으리라.

 

그리고 우리 만 박사, 화성에서 살아남은 와트니가 무대 위에 오른다. 와트니가 왜 만박사로 개명했는지 아는가? 만Mann은 사실 man에서 나온 말이다. 즉, 인간이라는 뜻이다. 인간. 인간이란 무엇인가? 만 박사가 이런걸 조금이라도 생각했을 것 같지는 않지만 - 감독은 생각했겠지만 - 여튼 이 man은 human을 뜻하고, 인간 본연의 나약함을 강조하는 장치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하면 너무 틀에 박힌 감상이고, 그 나약함 때문에 '사람'은 전직 변호사에게 자신의 행성으로 오라고 연락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영화가 미국산 영화라는 것을 떠올려야 한다! 헐리웃 영화에서 변호사는.. 그리하여 전직 변호사는 우주선에서 내리자마자 만 박사에게 으름장을 놓는다. 아, 만 박사는 냉장고를 부탁할까? 라는 프로그램의 광팬이었다면 쿠퍼는 따짱, 이라는 영화의 광팬이었나보다.

저를 빙다.. 보릿자루로 보십니까? 거짓말하시다가 걸리면 손모...가 아니라 발목을 1번 절단할까요? 2번 말까요?

 

만 박사는 이런 이지선다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었다. 왜? 자신은 화성에서 무사 귀환한 일종의 영웅이었거든. 오직 헐리웃 변호사만이 이렇게 재수없는 이지선다를 처음 본 사람에게 강요할 수 있는 것이다. 만 박사 본인은 사실 자신의 깡통로봇만 부수면 모든 게 해결 될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고, 결국 한때 배워두었던 무술 중 동귀어진의 절초를 사용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동안 봉인해두었던 절초..

 

부라더 다메요!! 콯ㅋ하ㅗ컇ㅋ하코하쾅

 

이걸 시전하여 헬멧박치기로 상대방 헬멧의 유리를 부수는데 성공하였다. 사실 괜히 동귀어진의 절초가 아니라서, 50대 50의 확률로 자신의 헬멧이 부서져서 암모니아성 대기에 노출되어 자신이 죽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극한 상황에 몰렸으니 보쿠노 유리와 튼튼데쓰네, 하고 믿는 수 밖에 없었고, 결국 도박에서 성공하고야 말았다. 그리하여 죽어가던 쿠퍼는, 마지막 힘을 짜내서 여친 후보 1, 아멜리아 박사에게 교신을 날리고, 자신의 모든 질척질척함을 담아서 통신을 시도한다. 원래 끈질긴 남자는 사랑못받는다지만, 결국 사랑에 성공하는 것은 열 번 찍는 것을 시도하는 남자다. 거머리같은 쿠퍼가 은근히 신경쓰였던 그녀는 우주선을 잡아타고 쿠퍼를 구하고, 바로 그들을 궤도상에서 기다리고 있던 모선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쿠퍼가 괜찮은지 묻는데, 쿠퍼는 즉답한다. 호라! 모 젠젠! 괜찮잖아?

 

하지만 여기서 끝날 만박사의 근성이 아니다. 만박사는 화성에서도 살아남은 근성가이. 김화백이 그의 연대기를 그리지 않는게 이상할 정도로 강렬한 근성으로 살아남은 사람이다? 살아남겠다는 일념 하나로 부라더 다메요 신공을 쓴 사람이다? 왜 마지막이 의문문으로 끝냐냐고 묻는다면 안녕하신가 왈도... 가 아니라 이것이 바로 근성체다? 하지만 결국 일은 그르쳤고, 이렇게 된 이상 인듀어런스를 공격한다! 그리하여 근성으로 도킹을 시도하지만, 자신의 집에 쳐들어오려는 도적을 격퇴하는 마음으로, 아멜리아와 쿠퍼가 힘을 모아 그를 격퇴하고, 그는 우주의 별이 된다. 근성넘치는 등장에 비하여 결국 활약은 미진했으니, 그분의 만화에서는 항상 병원에 주인공이 실려가면 낫는다. 주인공이 무슨 상처를 입어도 말이다. 그렇다! 우주에는 병원이 없기 때문에 만박사는 도킹에 실패하여 폭발하는 순간...

 

겨우 위기를 넘긴 그들이었지만, 그들의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있었다. A계획과 B계획을 잘 살펴보면, 어느 쪽이든 결과적으로 우주를 뜨는 계획이다. 그래도 첫번째 계획, 사람이 살 수 있는 행성을 찾는 것을 우선시한 이유는, 그런 행성을 찾았을 경우 지상의 사람들을 옮겨올 수 있으리라는 희망때문이었다. 그러나.. 알고보니 모두가 훼이크였던 것이다! 지상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중력방정식을 마무리지을 수가 없었고, 중력방정식이 없으니 전인류를 지구에서 탈출시킬 여력이 없다. 자원을 펑펑 쓴다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자원자체도 없는 시대였으니 남은 사람들은 그대로 지구에서 죽음을 맞이할 운명이었다. 이는 심지어 자기 딸마저도 속인 완벽한 훼이크! 그야말로 세체미 페이커 뺨치는 - 이번 롤드컵에서 SKT가 우승했다 - 무빙아닌가! 자기 딸이 자신한테 반항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낀 알프레.. 아니 존 박사는 딸까지 속여넘긴 것이다.

 

게다가 저 근본적인 문제보다 더 급한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으니, 만 박사와 투닥거리는 동안 인듀어런스 호는 블랙홀에 너무 근접하고야 말았다. 불길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고, 쿠퍼는 빠르게 결단을 내린다. 둘 다 살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내가 희생해야겠다, 라고. 아멜리아에게 그동안 들여온 공이 아깝긴 하나, 그들의 인연은 거기까지였다. 결국 그는 아멜리아에게 거짓말을 하고, 펜로즈 방식으로 - 스윙바이와 비슷하지만 뭐랄까, 미묘하게 다르다. 동체를 블랙홀에 던져넣는달까 - 본인이 미끼가 되어 블랙홀 안으로 진입하고야 만다. 원래는 사실 여기서 죽어야 정상이겠지만 (아무리 가르강튀아가 조용한 커 블랙홀이라지만, 빨리 죽든 늦게 죽든 결국 죽는건 기정사실이다) 그놈의 오차원드립때문에 살아남게된다. 블랙홀 안에, 미래의 인류인지 외계인인지 여튼 월등한 과학기술을 가진 문명인들이 테서렉트를 구현해서 시간마저도 일종의 축처럼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았고, 거기에 쿠퍼는 도착하게 된다.

 

아놔 잠깐만 이거 인간적으로 너무 뜬금없지않음? 누구 아이디어인지 모르겠지만, 부디 킵 손 아이디어는 아니었기를.. 인터스텔라의 과학, 을 가지고 있긴 한데, 아직 끝까지 읽어보지를 않았다. 외계인이라니.. 미래인들이라니... 무슨 스즈미야 하루히도 아니고... 그럼 하루히는 머피가 되는건가? 그래! 바로 여기서 머피가 등장한다. 테서렉트에 부딪히 어찌할 줄을 모르다가, 쿠퍼는 겨우 정신을 차린다. 살짜쿵 테서렉트에 머리를 들이밀어보니깐 자기 딸이 보이는 게 아닌가! 글쎄, 쿠퍼가 정말 자기 딸을 보고.. 싶어했겠지. 그래서 자기 딸을 보면서 벽을 치고 두드리고 난리를 피우는데, 그제서야 그 옛날 유령이 어느 누구였는지 깨닫게 되었다.

 

개드립에 가득 물든 이 글에는 사실 어울리지 않는 단락일 수도 있지만, 타임머신과 시간여행에 대해서 철학적, 물리학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오갔었는데, 이때 주로 나오는 이야기가 변경할 수 있는 역사와 변경하지 못하는 역사, 의 구분이다. 그렇다면 어떤 역사가 변경할 수 있는 역사이며, 어떤 역사가 변경하지 못하는 역사일까? 이런 구분자체가 가능하기는 한걸까? 여기서 망상을 끝까지 발휘해서 몇 자 적어보도록 하겠다. 개인적으로는 구분을 이렇게 두고 싶다. 현재 우리가 느끼는 세계는 4차원 시공간이며, 공간축에 시간을 더한 세계이다. 이 네 개의 축 중 유일하게 비가역적인 방향으로만 향하는 축이 바로 시간이며, 이 시간 축의 방향을 따라 루프를 형성하는 역사는 바꿀 수 없는 역사이리라. 쉽게 말해서, 현재 -> 과거 -> 미래의 방향으로 루프를 만드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현재 -> 미래 -> 과거의 방향으로 루프를 만든다면, 이 사건은 형성된 그 순간 바뀌지 않는 획을 그을 것이다.

 

예를 들어서, 존속살해의 역설이 있다. 모두들 알것이라고 여겨지는 이 유명한 역설의 내용을 다시 끄적거려보자면, 미래 어느 시점에서 누군가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와서 자신의 조상을 죽였다고 가정해보자. 이 역설에 대해서 수많은 말들이 있고, 죽이는 그 순간 평행세계가 분화된다, 이런 이야기도 있지만, 적어도 내가 볼때에는 그런 일 자체는 거의 없으리라 본다. 현재 -> 미래 -> 과거의 방향으로 루프를 만드는 꼴이기 때문이다. 시간이동을 하는 그 순간, 시간여행자에게는 제약이 분명 생길 것이다. 어느 전지전능한 창조주가 그런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미래로 투사된 에너지량의 임계점을 시간여행자가 무슨 수를 써도 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우주 전체의 에너지는 일정하다. 에너지 보존 법칙이 있지 않은가? 열역학 1법칙 말이다. 처음 빅뱅이 일어났을때부터 이 우주의 전체 모든 별들의 질량, 에너지 등은 모두 일정하게 정해져 있다.

 

하지만 정말로 정해져 있을까? 그 옛날 빅뱅을 떠올려보자. 그 점이라고 표현조차 쓸 수 없는 공간에 이 세상의 모든 에너지가 집약되어있다. 이는 분명 양자역학의 지배를 받을 것이다. 미시세계의 일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가 없다. 저 에너지의 양을 제대로 측정할 수는 있을까? 빅뱅이라는 그 사건 자체의 위치를 고정시킨다는 것도 사실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지만, 그렇다고 운동량을 측정할 수 있으리라고도 상상하기 어렵다. 굳이 불확정성 원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빅뱅이라는 사건의 총에너지량을 완전히 알 수 없으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아.. 사실 이 글만으로는 자명하지는 않다. 대충 빅뱅이 특이점이기에,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정도로 넘어가자)

 

그렇다면, 그 에너지의 양에는 오차가 있을 것이고, 그 오차범위만큼은 이동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어느 정도 제한은 있겠지만, 눈속임처럼 들리겠지만, 아마 가능은 할 것이다. 왠지 사이비과학삘이 나기 시작하는데, 뭐, 별 수 있나, 시간여행에 관해서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는 건설적인 논의는 없는 게 사실이니깐, 여튼 시간여행이 가능하게 되어서, 미래의 인물이 과거로 떠났다고 가정하자. 과거에 없던 사람이 한 명 띠링, 하고 생긴 꼴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총 에너지의 근본적인 불확실성때문에 어느 정도는 수용가능하고, 이 요동을 통해서 이동이 어쩌면 가능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 임계점은? 임계점이 어느 정도일까? 여기서 나는 간략화된 도식이지만, 현재시점에서의 미래 -> 과거의 이동에 드는 에너지량이 현재시점에서의 현재 -> 과거로 드는 에너지량에 비하여 훨씬 많다고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 당연해보이지만, 사실 시간이라는게 딱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 훨씬 임계점에 빨리 도달하게 되리라고 생각하며, 따라서 바꿀 수 없는 역사를 만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였다면? 어렵다는게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웃기게도 말이다. 정말 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런게 작용한다면 죽일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거기 있는 시간여행자는 사라질 것인가? 글쎄, 아까부터도 계속 추측과 망상을 남발하고 있지만, 또 추측하자면, 일종의 클라인씨의 병, 과 같은 형태가 되지 않을까? 결국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여기서는 아마 좀 더 근본적인 질문으로 들어가야 될 것 같다. 물리학은 원인과 결과를 정확하게 이어주는가? 돌이 질량이 있다, 지구가 끌어당긴다, 이런 물리학적인 사실이 돌을 던졌을때, 돌이 지구에 떨어진다, 라는 사실을 이어주는가? 태양이 정말 동쪽에서 뜨는가?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데이비드 흄이 이런 사실을 지적하지 않았던가? 뭐, 반 농담식으로 말하자면 내려갈 팀은 내려가기 마련이다. 이건 과학이다! 그러니 일어날 일은 일어날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발 씻고 자는 것도 나쁠 것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일어날 일은 일어나는 머피의 법칙덕분에 일어나게 되었고 오차원 테서랙트를 만들 수 밖에 없었다. 이 테서랙트에서 쿠퍼는 딸에게 중력 데이터를 전송하고 중력 방정식을 완료시키고야 만다. 인류는 중력을 제어하고, 결국 행복하게.. 아니 근데, 여기서도 딴지를 걸지 않을 수가 없다. 아니 중력에 대한 완전한 이해만으로 외부 행성을 테라포밍시킬 수 있을 정도야? 그것도 몇십년만에? 이건 진짜 말도 안된다. 애초에 그런 기술이 있다면 그냥 지구에 다시 테라포밍을 하거나 바다를 개척하면 훨씬 쉬울 것이다. 바다 일부분에 수중 도시를 건설하거나 하는 게 훨씬 돈이 적게 들걸? 중력방정식 푸는 거야 풀었다지만, 그 외에 돈들어가는 것은 중력이 아니라 경제력의 문제다. 그런 자재와 등등 이런거 어떻게 다 올려? 궤도로 발사하는 돈보다 그냥 수중도시 내지는 공중도시만드는게 훨씬..

 

유령한테 집값을 받아내는데는 실패한 쿠퍼는 별 수 없이 다시 떠나게 된다. 자신한테 집값은 못받아냈으니, 이제 이혼전문변호사로 다시 전직하여 - 우리의 쿠퍼의 전직을 떠올려보라 - 에드먼드와 브랜든 커플 뒤를 쫓기로 결심한 것이다. 아니 근데 마지막까지 딴지를 걸지 않을 수가 없다. 나사는 아직도 경비가 형편없나봐? 외부인이 침입하는데 이렇게 허술하게.. 우주선 탈취가 이렇게 쉽게 이뤄지다니 미래는 도대체 어떤 일들이 있는거야? 우주선따위는 잃어버려도 상관없니? 거기 담당 관리자는 당장 모가지라니 마지막까지 왠 민폐.. 아니, 관리자님 저는 우주선을 훔치지 않았습니다!

 

이와 함께 왜곡과 별별 개드립으로 가득찬 우주 삼부작도 여기서 마친다. 안녕!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지금쯤이면 스포일러가 퍼질대로 퍼져서, 추도사를 몇 자 끄적거리는 것에 전혀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보고, 기어코 이 인터넷 한 구석 귀퉁이에 몇 바이트를 빌어 이렇게 애도를 표한다.

 

제라툴. 네라짐의 정신적 지주이자, 뛰어난 암흑 기사로, 신과 같은 12등급 초능력을 가진 캐리건의 날개를 베어버리기까지 한 근접전의 명수. 하지만 그의 삶은 고통과 괴로움으로 점철되었으니, 그들, 네라짐의 고향 아이어의 파멸에 사실상 직접적인 관여를 했다는 죄책감과 네라짐의 수장이었던 라자갈을 자신의 손으로 죽여야만 했던 고통스러운 일들이 바로 그것이다. 보통 사람, 아니 보통 프로토스였다면, 아무리 프로토스가 테란보다 강력한 사이오닉 능력과 정신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등에 얹힌 죄책감과 의무를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을텐데, 그는 툭툭 털고 전 우주의 파멸을 막기 위하여 끊임없는 노력을 경주하던 바, 결국 유지를 아르타니스에게 남겨 프로토스 종족을 대통합과 아이어 탈환을 이루어내었으니, 이 업적은 결코 오버마인드를 분쇄한 태사다르에게 뒤지지 않으리라고 여겨진다.

 

엔 타로 제라툴.

 

 

 

...

 

 

 

드디어 스타크래프트 2의 마지막 확장팩의 발매로 스타크래프트의 이야기는 막을 내리게 된다. 제라툴이 사실 사망 플래그를 너무 많이 꽂아놓아서 죽을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예상과 실제는 역시 체감하는게 다르다. 살짝 공황상태에 빠질 뻔, 풋. 추도문은 반 농담식이긴 하지만, 아마 나처럼 애도를 마음 속으로 표하는 사람들이 분명 없지는 않으리라.

 

거슬러 올라가면 스타크래프트를 처음 접했던 때가 거의 초등학생때였던 것 같다. 지금이야 게임자체를 안하지만 - 게임 자체를 안할 뿐 방송을 안본다는 말이 아닙.. -  초등학교 고학년이었던 나는, 눈빠지게 컴퓨터 학원 가는 시간만을 기다렸는데, 그 학원에서는 하루 공부량을 다 채우면 컴퓨터 게임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도스 게임도 많이 했지만, 스타크래프트도 깔려있어서 스타도 꽤 오래 했었는데, 당시 내 주종목은 테란이었다. 사실 랜덤으로 아무 종족이나 닥치는대로 했었는데, 그나마 내 스타일에 들어맞는게 테란이었다. 실력은 그럭저럭? 냉정하게 지금 생각해보면 결정력이 없었다. 적 병력보다 내 병력이 많아도 한꺼번에 공세를 취할 줄 몰랐으니, 그러다보면 쉽게 이길 것도 지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내가 정말 좋아했던 것은 스토리였는데 학교에 설정집을 혹시나 가져온 사람이 있으면 옆에 붙어서 같이 설정집을 읽었고, 프로토스 언어 몇 마디를 알게 되면 바로 써먹기도 했다. 지금은 인터넷이 너무 빨라서 모든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지만, 그때는 그런게 쉽지 않았다. 그러니 더욱 그런 기묘한 언어와 용어에 빠져들었던 것 같다.

 

특히나 나를 매혹시켰던 것은 아콘과 다크 템플러, 젤나가, 다크 아콘이었는데 모두가 남자의 로망을 한 곳에 구현해둔 것 같은 그런 멋진 캐릭터들이다. 특히나 다크 템플러, 암흑 기사는 강한 공격력, 은폐, 어둠이라는 그런 중학교 2학년스러운 느낌까지, 뭐하나 빠지는 부분이 없는 최고의 망상감이었으니, 그 다크 템플러의 수장 제라툴은 어떻겠는가? 다만 아쉬운 부분은 공중 공격을 못한다는 점이었고, 그래서 어느덧 내 마음 속 최강 캐릭터의 자리는 태사다르/제라툴 이라는 아콘 영웅이었다.

 

어린 시절에 저런 영웅들만 잔뜩 모아서, 겨우 눈동냥으로 맵을 만들어서 나혼자 영웅대전을 했었는데, 그 시점으로부터 너무나 많이 시간이 흘렀고, 이윽고 그 인기 캐릭터의 죽음까지 보게 되었으니 뭔가 기분이 묘하다. 캐릭터의 생사야 게임제작사에 달린 것이고 - 그 셜록 홈즈 또한 독자들의 성화에 못이겨 다시 살아났기에 - 그러니 게임제작사에 제라툴님 살려주세요, 라고 징징대고 싶은 마음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풋, 그보다는 그 어린 시절의 추억이 여기서 매듭지어지는 것만 같아서 아련한 기분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아마도 나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더이상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그 사람과 끝이 난 그 시점에서, 이미 격렬하게 그 사람을 미워했고, 미움이 끝난 뒤에는 그 반작용으로 그 사람이 너무나 보고 싶었으며, 이윽고 지금에 이르러 쓸쓸한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다. 더이상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이 내 심장을 뛰게 만들지는 못한다는 것을. 반년전에 울면서 쓴 여기 서재글을 보면서 많이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가버린 것, 끝나버린 것을 다시 손에 쥐려고 하는 것만큼이나 멍청한 짓은 없는데도.

 

내가 계속 그 사람의 뒤를 쫓았던 것은 내 마음속의 그 사람이었다. 그러니깐 이상화된 그녀. 내 마음속의 그녀는 누구보다도 착했고, 똑똑했고, 예뻐보였다. 거기에 나와 함께 보냈던 추억들까지 조미료로 더해지니깐 그 후에 누구를 만나도 마음에 안차는거야. 실제로는 그 사람은, 그렇게까지는 예쁘지 않았고, 솔직히 나빴으며, 내가 만났던 사람들 중 가장 똑똑하거나 현명했던 사람은 아니었다. 그녀는 은근한 허영심이 있었고, 어린애같이 고집부리기를 좋아했다. 말로는 나에게 선택을 맡긴다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내가 그녀의 마음을 알아내어 그 마음에 맞춰주어야만 했다.

 

그녀를 잊지 못해서 여전히 지독하게 기억하고 있는 그녀의 전화번호를 통해서 카톡프로필을 가끔씩 확인한 적이 있는데, 원래 그 사람이 사진빨이 잘 안받는 편임을 감안해도 매번 놀라기 시작했다. 사귈땐 그렇게 이뻐보였는데, 어느 순간 그렇게까지 예뻐보이지는 않았고, 종국에는 흐음.. 정도로 끝이 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마음을 속이고 '이 아이는 여전히 예뻐' 라고, 애처로울 정도로 그녀를 옹호했고, 그러다보니 더욱 그녀는 - 적어도 나와 사귀었던 당시의 그녀는 - 이상화된 모습으로 내 마음 한 가운데 자리잡았다.

 

저때 내 마음을 완전히 접었어야만 했는데, 하지만 나는 정말 바보같게도 스스로를 더욱 속이기 시작했다. 이제 나는 그녀의 본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되었으니깐, 이제야말로 제대로 된 사랑을 할 수 있을거야, 라고. 이 무슨 망발인가. 그럴리가 없잖는가. 화학적으로 낭만적 사랑이라는 감정은 '강박증'과 구별하기 어렵기에 화학적 물질을 그대로 구현시킨다면 충분히 사랑을 느끼고 있다고 스스로를 속일 수 있다. 아마 나는 저런 강박을 가지고 계속 그녀에게 집착했었던 것 같다.

 

그녀에게 순수한 궁금증으로 물어보고 싶기도 하다. '왜 그때 나에게 그렇게 못되게 굴었어?' 아마 이렇게 질문하면 그녀는 당신의 상처는 날이 지나면 아무는 것이 아니라, 더욱 곪아가는군요, 라고 다시 힐난할 것이다. 실제로 이렇게 힐난했으니 이번이라고 다르겠는가. 다만 다른점이 있다면 내 마음가짐인데, 사실 이젠 상처는 아무 상관이 없다. 심장에 상처가 났다고 몇 번이고 주절거렸는데, 그 상처가 곪고 썩어서 가슴한가운데 뻥- 하고 구멍이 뚫렸다. 그래서, 음.. 그래서 이제는 심장이 뛰지 않는다. 그래서 이제는 아무렇지가 않다. 감정이, 그렇게 격렬하게 사랑했던 그녀를 격렬하게 미워하던 그날 밤, 울면서 운전대를 잡고 반쯤 정신나간채로 도로를 달리던 비오던 그날 밤, 끝났던 것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그녀를 계속 사랑했다고 믿었는데, 그건 그녀와 있을때 계속 미친듯 내 심장이 뛰었던 기억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심장은 이제는 없지만 아직 머리는 남아있어서, 손을 잡았을때 멍청하게도 심장이 뛰던 기억은 그대로 남아있다. 이렇게 기억이 남아있으니 나는 계속 내가 그때, 아직 심장이 있었던 때에 머물러있는 줄로만 알았다. 이제야 내 가슴을 내려다보고, 가슴에 구멍이 뚫려있다는 것을 자각하고서야, 실상을 깨닫게 되었다. 아, 이미 예전에 없어졌지, 라고. 다만 나에게 미련이 있다면, 하루 하루 나쁜 놈이 되어가는 스스로를 보면서 과거의 나는 '이건 아니지, 이건 아니잖아' 라고 부르짖게 되는 것이다. 이전의 나의 기억들, 선하고 상대에게 푹빠져서 사랑할 줄 알았던 나는, 다른 상대들에게도 그렇게 해야만한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럴 원동력을 찾아내라고 시키면 그저 그 팔을 들어 과거의 그 사람을 가리킨다. 저기 있으니, 저기 모든게 남아있으니, 저기 가서 가져오라고. 그래, 나는 그녀에게 내 모든 선함, 착함, 그리고 순수함을 다 줘버린 것이다. 그래서 그녀를 만나서 돌려받든지, 아니면 완전히 폐기해버리고 싶은데 그럴 기회가 있을런지는 모르겠다.

 

어차피 결혼은 조건맞춰서, 결혼할 시기에 만나는 사람이랑 하게 되는 것이고, 좋은 사람은 '내가' 좋아해야 좋은 사람인거다. 그럴바에야 이런 사랑같은 파괴적인 화학적 작용은 그만두는게 좋을 것 같다.

 

나는 항상 사랑이 파괴적인 화학적 결함이라고 주장했는데 직접 증명해줘서 고맙군.

 

BBC드라마 셜록을 꽤 많이 봤는데 - 이놈의 셜록때문에 정장도 사고, 안에 받쳐입을 와인색 남방도 사버렸다. 이렇게 입는다고 해서 셜록처럼 핏이 나지는 않을텐데. 나에겐 키가 없으니깐. 그래도 어쨌든 혼자 만족하면서 키키키 웃고 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화를 꼽으라면 시즌2의 1화다. 아이린 애들러가 나오는. 거기서 마지막에 셜록이 아이린 애들러의 손목을 잡으면서 저런 이야기를 한다. 맞다. 정말 맞는 말이다. 끝내 사랑이라는 감정을 버리지 못한 아이린 애들러는 셜록에게 패하고 만다. 물론 셜록에게서 The woman이라는 칭호를 얻긴 했지만, 어쨌든 마지막에 이르러 자신의 감정조차 초연하게 바라보지 못한다면 결국엔 일을 그르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셜록은 이런 말도 한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던 거야. 안그래?

그래. 내가 그 사람을 사랑했던 것은 정말 어쩔 수가 없었던 거다. 사과가 지구를 향해 떨어지듯,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공전하듯 어쩔 수가 없었던 거다. 머리가 차가워진 지금에야 그녀의 수많은 단점들이 보이지만, 그리고 그녀는 나의 수많은 단점을 나보다 더 먼저 발견했겠지만, 적어도 그때는 그녀를 사랑했다.

 

이제 내가 질질 끌어온 400일 남짓한 썸머가 끝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