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3만원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그 3만원에서 만원을 넘지 않는 수준으로 더 돈을 쓸 수 있다고 하자. 그렇게 돈을 쓴 뒤에는 한동안 수입도 없고 더 돈을 쓰지 못한다. 그런 당신의 눈 앞에 책 두 권이 있다. 각 권은 모두 3만원보다 가격이 비싸지만 어떻게 겨우 구입할 수 있을 정도의 가격이다. 물론 앞서 말한 것 처럼 돈이 없기 때문에 두 권 모두 사지는 못한다.

 

 

 

 

 

 

 

 

 

 

 

 

 

 

엄밀히 말하면 두 권이 아니라 세 권이다. 스노볼은 두 권을 묶은 것이고, 좀 더 첨언시 가격상으로 스노볼은 자그마치 50퍼센트나 할인 행사중이다. 곰브리치 서양미술사야 대학교재로도 쓰일 정도의 수준의 책이니 쉽게 절판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스노볼은 물론 훌륭한 전기일테지만 절판이 된다거나 할인율이 다시 오른다거나 하는 일이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 물론 책을 사는, 그러니까 고르는 기준이 아니라 사는 기준은, 가장 필요한 책을 구입하여라, 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둘 다 필요로 하는 책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천칭은 스노볼 쪽으로 흔들리는데..

 

그렇다면 당신은 스노볼을 선택하는 것이 이득일 것인가?

 

하지만 곰브리치 그 사람이 쓴 책을 포기하기도 아깝다. 어차피 필요로 하는 책이 아니라면 더 재밌는 책을 고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도서관에서 저 왼쪽의 책을 읽었을때에 당신은 등줄기에 전기충격을 느꼈다. 엊그제 어깨를 다쳐서 병원에서 전기로 치료를 받았을 때의 그 느낌에 당신은 온몸을 뒤틀며 말했다

 

'이, 이 책은 사야돼'

 

과연 당신은 무엇을 고를 것인가? 워렌 버핏의 저 인자한 미소를 고를 것인가, 곰브리치의 해학을 고를 것인가, 선택은 당신에게 달렸다.

 

 

 

..처럼 고민하고 있는 요즘.

 

 

 

사실 너무 바쁘다. 일주일 내내 서울 대전 대구를 찍으며 돌아다니는 중이다. 곧 또 서울에 가야만 한다. 그 틈새를 써서 몇 가지 봐둔 책에 대하여 끄적여 둔다. 물론 이 중에는 앞으로 곧 구입할 책도 포함될거다. 아무래도 책을 읽으면 이 책은 꼭 구입하여야지, 싶은 책들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서양미술사.

이 책과 위의 스노볼 중에서 고민중이다. 과연 어떤 책을 사야할 것인지 말이다. 그동안 누군가가 미술사에 대해서 물어오면 '음, 나는 안읽어봤지만 곰브리치가 쓴 책이 좋다고 그러더라구' 라고 대답을 하는게 질려서 직접 읽어보기로 했는데, 과연 대단한 책이다. 끝까지 읽지는 못했지만 도서관에서 읽은 결과 칼라 도판도 충실히 크게 실려서 그림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게 하면서, 그 아래 설명도 잘 실려져 있다. 때로는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대부분은 두 그림 중 A가 더 멋지다고 생각할 것이다, 나는 둘 다 멋지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그림이든지 그림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으며, 본인이 비전문가의 위치에 있고, 비전문가들을 위해서 이 책을 쓴다, 며 겸손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토머스 페인 유골분실사건.

사실 나 또한 다른 사람들 처럼 으스스한 제목에 무슨 소설인가, 하는 생각을 가졌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는데, 아니 예상과는 전혀 다른 책이 아닌가? 토머스 페인, 이라는 사람의 생애를 추정하면서 앞으로 나가는 책인데 상당히 뛰어난 책이다. 단순히 일대기를 그려낸다면 전기가 될 것이고, 작가 자신의 판단에서 자유롭지 못한다면 평전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과거와 현재를 교차해나가면서 그런 전기와 평전 사이의 그 어딘가를 향하고 있다. 나는 소책자 '상식' 이라는 책에 대하여, 그리고 중심 인물인 토머스 페인에 대하여 전혀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이 쓰여진 방식은 굳이 토머스 페인이 누구인지도, 상식이 무엇인지도 모르더라도 그냥 따라갈 수 있도록 쓰여져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과거와 현재를 한 장소에 맞춰서 동시에 서술을 드러낸다고 했는데, 모두 미국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미국에 한 번도 가본적 없는 나로서는 어떤 장소인지 모른다는 점이다. 

 

 

 

융합학문, 어디로 가고 있나?

우연히 몇 부분 읽게 된 책인데, 여기에 담아둔다. 마찬가지로 도서관에서 조금 더 훑어보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부분인 프리모 부분을 다루고 있기에 더 훑어보게 되었다. 프리모는 설명하기가 쉽지 않지만 북한의 봉한관에서 시작되는데, 일종의 경락이라고 추정된 관이다. 서울대학교에서 다루고 있는데, 물론 정말 경락 자체와 동일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완전히 또다른 신체 내의 체계라고들 한다. 생명과학쪽에서 연구를 하고 있는 친구의 말에 의하면 정말 좀 특이하다고는 하는데, 사실 아직은 너무 정보가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프리모에 관한 이야기도 특별히 이전에 비하여 더 나아간 부분은 없는 듯 하다.

 

 

 

 어떻게 살 것인가.

오늘 서점에서 조금 훑어본 책이다. 세 챕터 정도 읽었기 때문에 정확한 평을 내리기는 어렵겠지만, 상당히 잘 쓴 책이다,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유시민의 책들을 서너권 읽은 것 같은데, 이 책은 그 책들 중 가장 잘 쓴 게 아닐까, 하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잘 썼다, 라는 말이 좀 애매하긴 한데, 물론 지금껏 유시민의 책들인 국가란 무엇인가, 청춘의 독서, 경제학 카페 등과 같은 책들이 못썼다, 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은 국가란 무엇인가, 처럼 어딘가 급한 느낌을 주지도 않고, 청춘의 독서처럼 어딘가 부족한 느낌을 주지도 않는다. 다만 진솔하게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고백하는 모습에서 무언가, 혹은 무엇이든지, 무엇이라도 내려놓은 유시민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잘 쓴 책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유시민은 여기서 이 책을 기점으로 자신의 삶을 다시 시작할 생각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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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13-04-13 00:33   좋아요 0 | URL
사고 싶은데 두 가지 가운데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무엇을 골라야 할지 망설여지겠습니다
지금은 그렇더라도 시간이 가면 마음이 조금 달라질지도 모르죠
하지만 시간이 가면 한권은 책값이 지금과 달라질 수도 있겠군요 잘 고르시길...


희선

가연 2013-04-13 11:20   좋아요 0 | URL
스노볼을 살 것 같아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