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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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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이 책을 읽고 문득 나도 내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어. 이 책 주인공은 이십대 후반의 여자던데, 딱 내 또래네. 괜스레 내 또래라고 생각하니깐 더 공감가고, 그러다보니 더 이야기하고 싶고, 등등, 내가 페이스북같은 걸 안하니깐, 이런거, 읽고도 뭐라고 이야기하고 싶어도 막상 이야기할 사람이 없네. 그러다보니 흘러흘러 이곳까지 오게 된 거고. 이렇게 인터넷 귀퉁이를 빌려서 조금 끄적거리고 싶어졌어.

 

나는 말야, 음, 저 책 주인공이랑 나이는 비슷하지만 성별은 정반대이고, 성격은 훨씬 소심하고, 훨씬 내성적이야. 비슷한 점이 굳이 하나 있다면 그래도 인서울대학교를 졸업했다는거? 저기 주인공은 홍대나왔던데. 나는 s대 나왔어. 아, 너희들이 아는 그 S대 아니야. 스몰 에스대. 소문자 s. 큰 S대라면 어쩌면 내 인생이 조금 바뀌었을까? 솔직히 모르겠다. 그래도, 가끔 이렇게 s대라고 만나는 사람들, 아니 소개팅 나가서 이야기하면 약간은 스스로가 우쭐해질때가 있어. 우울하게도. 항상 상대방이 이렇게 되묻거든.

 

공부, 잘하셨나봐요?

 

이 말 이후에는 이제 꽝이야. 다시 의기소침해져. 더 거짓말을 할 수가 없고. 그래도 공부를 고등학교 다닐때 못했던 건 아냐. 다만 수능을 망쳤을 뿐인걸. 그래서 재수를 할까, 고민했지만 남자같은 경우에는 군대도 다녀와야 되잖아, 에휴. 그래서 결국 포기했지. 입학식때 아직도 기억난다. 옆에 같은 고등학교에서 함께 진학한 애가 있었어. 그 애가 나를 보고 아는 척을 하는거야, 안녕 모모야. 나도 멋쩍게 인사했지만 사실은, 사실은.. 기분이 좀 뒤틀렸어. 고등학교 모의고사때는 내가 더 점수좋았는데.

 

결국 들어오니 똑같구나, 그런 거.

 

왜 s대에 가게 되었냐고? 그건 입시설명회때문이야. 망친 수능점수때문에 어디를 갈까, 고민했었는데 우연히 s대 입시...아니, 우연이 아니야, 사실 일부러 참석했어. s대 재단이 모 회사 재단인데, 그 회사가 그랬거든. 이 대학 들어오면 지원도 많고 나중에 취업걱정도 필요없다고. 아아, 근데 역시 어쩌면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재수를 했었던게 맞는 걸지도 몰라. 결국은 스카이같으니깐. 아니야, 스카이도 역시 힘들다던가?

 

군대도 끝나고, 복학생으로 안돌아가는 머리 굴려가면서 - 지금도 생각난다. 깔뀰라스, 아니 칼큘러스 수업을 신입생들이랑 같이 들었던거. - 겨우 학점을 받았지. 저 책 주인공은 회계 전공했던데, 이상한데, 회계 정말 어려웠을텐데 별다른 말이 없더라고. 수학이 아주 그냥, 쳇. 정말 치를 떤다 내가. 아, 난 공대나왔어. 요즘 은어로 전화기라고 하던가? 난 기계과. 기계과가 선배들 말로는 취업 깡패라고 하더라고. 전기전자, 화공, 기계과 이렇게 셋.

 

대학 시절에는 힘들었던 기억밖에 안나. 나, 지방사람이거든. 지방에서는 나름 명문고등학교라고 불리는데 나왔는데, 대학오니깐 고등학교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더라고. 동문회가 있긴 있었는데 첫 날 싸우고 그냥 뛰쳐나왔어. 억지로 자꾸 술을 마시라고 해서. 그래도 선배들이랑 약간은 친해서, 아니야, 솔직히 말하면 여자선배랑 어쩌다가 사귀게 되서, 약간은 도움을 받았던 것 같아. 잘 모르는거 도와줬으니깐. 갑자기 그 선배, 보고 싶다. 결국에는 회사 그만두고 결혼했던데. 그런거 있잖아, 그... 왜, 호밀밭의 파수꾼. 주인공이 그런 소리하잖아.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계속 그리워진다고. 어쩌다가 이 선배한테 이야기가 튀어서 그런가.

 

기계과는 사람이 정말, 남자들밖에 없어. 으익, 에휴. 그러다보면 정말 가끔 여자학우가 있긴한데, 얘들은 또 다 남자친구가 있어.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친구의 친구.. 아니면 고등학교 친구를 통해서 소개팅을 했는데, 내가 또 그렇게 적극적이지 못해서 소개를 받아도 잘 안되더라. 그때 나타난 게 바로 이 선배였지. 정말 웃기게 만났는데, 교양수업을 같이 듣다가 친해진다는 그런거, 역시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고, 전공 조별과제하다가 마구 싸우다가 정든 케이스. 그 누나가 좀 천재과였거든. 공대는 말야, 시험쳐보면, 특히나 수학시험쳐보면, 어떤 녀석은 공부안해도 점수나오고, 어떤 녀석은 죽어라 공부해도 안나오는 그런 애들이 있어. 나는 후자였고, 그 누나는 전자였지. 그래서 내가 좀 자격지심이 있기도 있었고, 그 누나가 또 게으르기도 했어. 그래서 싸웠고, 싸우다보니 좀 더 쉽게 많이 싸우기 위해서 사귀게 되었지.

 

사실은, 더 쉽게 많이 싸우도록 결혼까지 했으면 좋았을텐데

 

에이, 우울한 이야기 잊자, 여튼 그 누나덕분에 무사히 졸업한 부분도 있으니. 졸업하고는 나는 간신히 공백기간없이 h회사에 들어가게 되었어. 풋, 정작 입시 설명회때 광고했던 학교 재단의 회사는 원서도 못내보고. 그래도 h회사의 경우에는 정말 무난히 잘 들어간거야. 내 또래애들은 생각보다 취업 못했거든. 나름 영어 공부도 하고 성적 관리도 했으니, 내가 입사한게 운만은 아니지. 아직도 약간은 뿌듯하게 느껴.

 

지금까지 내가 내 손으로 무언가 해낸게 있다면 사실은 저 h회사 입사일거야. 수능공부는 사실 부모님한테 등떠밀려서 했지. 고등학교때는 남들 다 공부하니깐 한거고. 대학때는 여자친구가 똑똑했으니 지기 싫어서 공부한거도 있고, 그나마 이게 내 손으로 해낸거야. 처음으로 남들에 비해서 약간은 앞서갔다, 라는 그런거? 맨날 똑같았는데.

 

여기서 이야기가 끝나고, h회사에서 동기랑 썸타서 결혼까지했으면 좋았을텐데, 늘 그렇게 좋게 풀리지는 않더라고. 있잖아, 사실은 h회사가 아니어도 괜찮았어. 그냥, 어디든 취업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 사실은, 그래, 아무곳이든 취업이 중요했던거야. 내 손으로 이뤄낸 건 h에 입사한게 아니라 단순히 취업을 한거지. 결국 h회사에 들어오니깐 난 쓸데없이 방황하게 된거라고. 저 소설 주인공도 그런말을 하더라? 자기는 별종이라고. 회사에 들어와서 '자기 실현'까지 바라는 자신은 별종이라고. 근데 정말 그래. 나도 그렇거든. 갑자기, 회사에 입사하고 출근 며칠하자마자 너무 서글프더라고. 그냥, 그냥 집에 가고 싶고.

 

난 뭐, 여담이지만 저 책 주인공이 오버했다고 생각해. 아니, 계나씨, 주인공이름인데 말야, 어쨌든, 계나씨는 멋진 남자친구도 있었고, 그런데 그런걸 다 포기해? 정말 소설이니깐 내가 참지, 현실에서는 말도 안되는 소리야. 현실에서는 그런 멋진 남자친구든, 그런 멋진... 멋진 여자친구든 그런거 없어. 너만을 기다려주는 사람? 하이고... 소설의 주인공은 호주간다고 멋진 남자친구를 그냥 뻥 차버리더라고. 그러다가 다시 만나서 사귀긴 하는데, 이상한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다시 뻥 차버리더라. 정말, 정말, 삶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나 알고 그러는걸까. 그렇게 한명이라도 너를 사랑해주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건지.

 

있잖아, 집에 너무 가고 싶은데 사실은 갈 수가 없어. 결국에는 사실은, 몰래 회사 그만뒀거든. 특별히 누구랑 싸우고 그랬던 건 아니야. 과장님도, 부장님도, 직속 선배도 그렇게 나쁜 사람들은 아니었어. 하지만 그런거. 점심시간에 밥을 혼자 먹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뭔가 마음에 상처가 남더라고. 그래, 그 사람들이 일부러 날 왕따시킨 거 아니라는 거 알아. 난 항상 뭔가 일이 바쁘고 서툴러서 항상 정시에 점심을 못먹었고. 그런데 같은 부서사람들이면, 그래도 나, 조금만 챙겨줬으면 좋았을텐데. 문까지 잠그고 그렇게 밥먹을 필요는 없잖아요?

 

나중에 전화하면 미안해, 순간 잊었어, 등등. 사실은 그들도 내가 익숙하지는 않았던거고, 나는 그 시기를 못버틴거기도 하고. 미생, 이라는 드라마 옛날에 많이 봤는데, 거기서 맨날 버텨라, 이런 소리 하던데. 난 못버텼고. 어느 순간 감정이 무너지더라. 나름, 군대도 다녀온 건장한 대한 남아라고 생각했는데. 대학때보다도 더 외롭고 힘들었어. 엄마한테 몰래 거짓말하면서 용돈 더 받아서, 돈쓰고 다니던 대학때보다도, 그래도 월급받아서 내가 사고 싶은거 사는데 스트레스안받는 현재가 더 외롭고 힘들더라고. 역시 돈이랑 외로움은 아무런 관계가 없나봐.

 

엄마, 엄마한테 사실은 너무 미안해. 사실은 아빠한테도. 그리고 동생한테도. 난 뭘해야 되는걸까? 그래도 나름 버팀목이라고 생각했던 아빠는 정년퇴직하셨고, 엄마는 동생 걱정 늘 하시고. 내가 회사 그만둔거 아시면 아마 난리날지도 모르겠다. 언제까지 숨겨야 되는걸까? 공무원 시험 합격하면? 일단은 모아둔 돈으로 공무원준비하고 있는데, 안되면 별 방법없잖아. 집이 넉넉한 것도 아닌데. 이성적으로는 집에 말하는게 맞는데. 근데 말야, 요즘 취업이 그렇게 힘들다네? 엄마한테 전화하는데, 전화할때마다 동생 걱정을 해. 그리고는 나한테 한마디씩 덧붙이셔.

 

우리 모모야 나중에 잘되면 네 동생 꼭 챙겨라.

 

내 동생도 공무원 준비하고 나도 그러고. 하아. 앞날이 깜깜하다. 붙기는 붙는걸까? 원룸살다가 고시원으로 옮겼는데, 밤마다 천정을 올려다보면 한숨이 나와. 밤이 되면 서울은 추워. 처음 대학에 들어갔을때도 고시원에 살았었어. 그때 주인이 제대로 난방을 안해줘서 뜨거운 물을 페트병에 담아서 꼭 껴안고 잠들었었어. 아, 그때 생각만 해도 너무 화가 나. 너무 힘들었어. 신문지까지 가져와서 덮고 잤다니깐? 그거 돈 얼마한다고, 그렇게 난방안해주면 어쩌라는거야? 그래서 회사들어가자마자 무조건 큰 곳에서 살겠다고 들어갔는데, 다시 고시원에 왔어.

 

사실은 이렇게 끄적거릴 시간도 없는데. 그런데 참, 그냥 너무 힘들어서 나, 죽고 싶어, 라고 소리치고 싶을때가 너무 많아. 외롭고, 힘들고. 회사다닐때는 그래도 소개팅을 했는데, 지금 여자를 사귀는 것은 정말 안될 일이니. 다니는 학원에 예쁜 애들도 있는데, 말걸면 혹시나 내가 빠져버릴까봐 아예 근처에도 안가고 있어. 그래도 가끔은 근처 식당에서 밥먹으면서 그 애들 생각을 하지. 그 애들은 왜 여기서 이렇게 고생하고 있을까, 하고. 그러다보면 괜스레 흑심 아닌 흑심이 막 들때도 있고. 서로 서로 외로움 달래며 공부하면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머리를 쥐어박고는 다시 행정법을 외우고 있어. 어렵다.

 

나도 호주에 가볼생각을 안한건 아냐. 내가 회사 그만두고는 누가 그러더라고, 너, 워홀한번 안갈래, 라고. 자기는 워홀가니깐, 너도 같이 가자고. 우리나라는 비전없다고. 음, 사실 그런 말 들으면 너무 솔깃해. 지금이라도 공무원 때려치우고 워홀갈까? 호주? 정말 우리나라는 비전없는것 같긴 해. 근데 이게 비전없는 내가 보는 우리나라라서 비전없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비전이 안보이는건지 알 수가 없네.

 

다윈의 적자생존이라는 말이 있대. 나는, 이 소설의 표현대로 톰슨 가젤이야. 그냥 사자한테 왕, 하고 먹히는 거지. 살점 하나 하나 몽땅. 이게 단순히 사회적으로 내가 돈이 없고 직장도 없는 백수라서 그런게 아니야. 난, 난, 그냥 이 사회에 맞는 사람이 아니야. 내성적이고 술도 잘 못마시고, 그렇다고 묵묵히 참는 것도 못하고. 사람들이랑 막 친하게 지내는 것도 잘 못해, 도대체 내가 할 수 있는게 뭐지? 그러니깐 어쩌면 난 그냥 빨리 절멸해버려야 하는 그런 인간일지도 몰라. 소설 주인공은 주인공이라서 그래도 용기도 있고, 강단도 있던데. 난 그런 것도 없어. 호주? 겁이 나. 솔직히. 내가 너무 나약한걸까

 

고등학교때 시키던대로 공부만 하던때가 약간은 아쉽기도 해. 그땐 이런거, 누구랑 친할필요도 없고, 그냥 공부만 잘하면 되었으니. 결국 또 재수이야기인데, 내가 스카이나왔으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약간은 내 앞에 놓인 길들이 더 생겨났을까. 뭐, 사실 그랬을 것 같지는 않고. 스카이갔더라도 회사에서 혼자 밥먹고 문잠긴 회의실 앞에서 멍하니 서있었을 것 같다. 역시 난 절멸해버려야 되는 개체일까?

 

밤이 깊었어. 그냥, 너무 외롭고 힘들어서 글이라도 쓰고 싶었어. 밤이 깊으면 항상 죽고 싶고, 괴롭고, 힘들고, 부정적인 생각들만 가득해.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글을 보면 빨리 지워버리는 거지. 조회수가 0이길 바라면서. 참 웃기지 않아? 아예 비공개글로 쓰면 될걸 그래도 꼭 누군가가 보기를 원하는거야, 내 마음이. 빨리 자야겠다. 더 헛소리 늘어놓기 전에. 그래도, 그래, 역시 이 말을 하고 싶어. 계나씨. 사실은 부러워. 난 아마 앞으로도 영영 호주에 가서 감히 시민권을 딴다는 그런 생각자체를 하지도 못하겠지만. 그래서 톰슨 가젤처럼 사자들한테 잡아먹히며 살고 있겠지만, 그래도 계나씨 같은 상상을 해봐. 내가 소설 속 주인공이 된 양. 사자들은 알까? 우리가 있으니깐 그들이 살 수 있다는 것을. 어렸을때는 몰랐는데, 내가 공부를 잘한다, 라는 말은 상대적이더라고. 나보다 못한 애들이 있으니 내 성적이 높은거야. 마찬가지라는걸 사자들은 알까. 더 늦기 전에, 가젤들이 다 멸종해버리기 전에 가젤보호구역이라도 만들어서 우리를 살려주면 좋을텐데. 아마 그런 일은 이 나라에서는 영영 없겠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p.s. 이 리뷰의 화자 및 대학, 회사 등등은 현실세계의 그 어느 누구한테서도 모티프를 가져오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두 제 창작입니다. 비슷하게 느껴지거나 하는 부분이 설령 있더라도 모두 우연의 일치라는 것을 분명히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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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07-18 07:51   좋아요 0 | URL
다 읽었네요. 요즘 젊은이들에게 미안해요.

다락방 2015-07-23 08:03   좋아요 0 | URL
`사실은, 더 쉽게 많이 싸우도록 결혼까지 했으면 좋았을텐데`

저 문장이 훅- 들어오네요.

2015-07-24 0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베란다위에뜬달 2017-11-13 00:35   좋아요 0 | URL
글 잘 쓰시네요~^^ 운명의 여신이 님운명의 실로 멋지게 베를 짜는 중일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