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 - 제1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8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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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려령은 어떤 사람일까?

맘에 안 드는 담임을 죽여 달라고 기도하지만 따뜻한 가슴을 가지고 있는 완득이 같은 사람일까? 뭐든 포기하지 않고 자식을 지키듯 천대받아도 살기위해 뛰는 아버지 같은 사람일까? 은근히 성깔 있는 완득의 어머니 같은 사람일까? 아니면 잘나서 잘난체하는 윤하?

어떤 것이든 작가 김려령은 모든 캐릭터를 작품 안에서 잘 가지고 놀 줄 아는 작가라는 것, 그래서 읽는 독자들을 즐겁게 해 줄 수 있고 읽고 나서 뜨거운 가슴을 가지게 할 줄 아는 심성 좋은 작가일 것이다. 내 기준에는 말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읽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벌써 34회 초판인쇄가 넘었을 것이고 (내 책 소유 날짜가 2009년 7월에 34회니 더 찍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중고등 학교에서는 권장 도서 중에 하나인 책이고 이미 연극으로 만들어진 <완득이>를 이제야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 안타깝기까지 하다. 촌철살인적인 대사들, 누구하나 소중하게 만들어 놓은 완소 캐릭터들을 이제 만날 수 있었다니. 팔딱 팔딱 살아있는 물고기처럼 캐릭터들끼리 잘 맞은 옷을 입은 듯한 대사들을 뿜어내는 멋진 한편의 영화를 그냥 그려지는 완득이의 청춘을 이제야 볼 수 있었다니..


<제발 똥주좀 죽여주세요. 이번 주 안에 안 죽여주면 나 또 옵니다. 거룩하고 전능하신 하나님 이름으로 기도드리옵니다. 아멘.>



<완득이>속의 도완득은 참 성질 더러운 아이다. 까칠하고 발끈하고 모든 것이 다 귀찮고 관심 밖이지만 기발한 상상력으로 써낸 작문숙제 때문에 소설을 써볼까 하고 , 자신의 아버지를 욕하는 사람들에게는 먼저 손부터 휙 날아가는 17세 소년이다. 하지만 담임에게 원치 않는 출생의 비밀을 듣고도 가출을 하지 못하는 웃기지도 않은 상황 속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아버지로 그 마음을 위로 받는 쿨한 완득이다. 이런 완득이를 가슴에 넣는 일은 아프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고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날지언정 따뜻하고 즐겁기만 하다.


<완득이> 책속에는 모두 슬픔을 간직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남들보다 한참은 더 윗 세상에 있지 못한, 남들에게 난쟁이라고 놀림을 당하는 키작은 아버지.

타국으로 와서 아이를 낳고 동남 아시아 이주 노동자들이 받는 손가락질을 다 받고 제대로 먹이지 못한 아들에게 대한 안타까움에 늦게 다시 만난 아들을 위해 열심히 먹을 것을 만들어 나르다 아들 경기에 안 보내준다고 화끈하게 식당을 때려치우고 경기에 온 멋진 베트남 어머니.

고등학교 교사지만 입에서 온갖 육두문자를 달고 사는 완득의 담인 동주, 하지만 동주보다 완득이가 부르는 똥주가 더 어울리는 사람. 옥탑방에서 완득이 챙겨 온 햇반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먹는 무개념 교사 갔지만 그에게는 외국인 노동자를 착취하며 돈을 버는 부자 아버지가 있고 그 아버지 때문에 이주 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해 몰래 일을 하며 아버지와 싸워 나가는 웃기지만 웃을 수 없는 교사 동주.

세상에서 가장 멋진 춤을 추지만 말을 더듬고 장애를 가지고 있는 민구삼촌.

세상에는 싸움을 위한 운동은 없다며 제대로 질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을 느끼게 만들고 완득이에게 진정한 주먹을 의미를 알려주며 자신의 킥복싱 장에서 완득을 마지막 회원으로 받고 문을 다는 킥복싱 관장.

전교 1등속에서 항상 어머니와 대립상태에 있지만 원하는 꿈은 꼭 이룬다는 의지가 있는 윤하.

이 모든 사람들과 한 발짝 성장해나가고 있는 우리의 도완득.

모두가 슬프지만 또 그 속에서 “희망”속에 살고 있다.


너무 늦게 다시 만난 완득의 어머니는 앞으로 아들을 계속 만날 수 있다는 희망, 외국인 노동자 인권을 위해 노동자들과 함께 움직이고 있는 담인 동주의 희망. 완득의 담임이 물주가 되어 교회가 춤 교습소로 바뀌어 차려진 곳에서 더 이상 지하철에서 장사를 하지 않고 5일장에서 망가져가는 티코를 타지 않고 단속과 깡패들에게 쫓기지 않아도 된다는 희망. 차가운 시건을 모두 버리고 완득의 아버지와 함께 교습소에서 그가 제일 잘하는 춤을 추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민구 삼촌의 희망. 언제든 완득의 경기에 하나님보더 더 무서운 엄마의 눈을 피해 갈 수 있다는 윤하의 희망.

그리고 언젠가는 꼭꼭 숨은 TKO승을 찾아내야 겠다는 완득의 희망.


완득이 속에는 외국인 노동자 문제, 청소년 이성교재, 학업 문제, 진로 문제들이 녹아져 있다. 완득이의 청춘에만 집중하고 있지 않고 완득이의 청춘에 어우러져 있는 사회적인 편견들을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주변에서 너무 흔하지만 그 흔한 문제에 심각하게 생각하다가 너무 심각해 생각하기 싫게 만드는 것이 아닌 너무나 유쾌한 완득이의 대사들로 모두 이해하게끔 담아낸 작가 김려령의 노력이 가슴 벅차게 와 닿는다.


언젠가 좋은 작품은 작가의 좋은 심성에서 온다고 들었었다. 아마도 이런 유쾌, 상쾌한 작품을 만들어 낸 김려령이 그런 심성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완득이를 생각하면 완득이가 아직 못 찾은 그 꾀꼬리를 나도 찾아 봐야 할 듯 하다.

내가 못 찾는 그 꾀꼬리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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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8 2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후즈음 2015-03-02 14:28   좋아요 0 | URL
제가 김려령 작가님을 좀 좋아해서요~ 정말 좋아하는 분인데...이상하게 완득이 이후로 저의 마음을 끄는 책이 없어서 속상하네요. 하지만 우아한 거짓말은 그래도 완득이 이후로 좋았던 작품이예요~
 
55세부터 헬로라이프 스토리콜렉터 29
무라카미 류 지음, 윤성원 옮김 / 북로드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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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다이어리를 장만하면서 다음해에 어떤 일정이 있는지 기록하면서도 정작 나의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는 적어 놓지 않는다. 대부분 다이어리에 이제 내가 몇 살이라고 적어 놓는 사람들이 있을까. 몇 살인지 생각하지 않으면 나이를 잊고 있다가 회사에서 치러지는 건강검진때 실질적인 나의 나이와 마주하게 된다. 그때, 나는 숨기고 싶은 비밀을 타인에게 발각되어 놀란 것처럼 화들짝 놀라는 수선을 떨곤 했다. 아, 벌써 나이가 이렇게 많아졌다며. 나는 뭐 하며 살아 온 것이냐며 우울해 하지만, 그것도 생물학적 나이와 마주하고 나서 아주 잠깐의 소란이다. 이내 곧 나이를 잊고 말다가 이런 책을 만나게 되면 점점 다가오는 중년의 무게를 어떻게 지나가야 하며 노후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을 하게 된다.

 

 

그간 [오디션]이라는 영화 때문에 나에게는 충격의 작가였던 무라카미 류의 책이라는 것에 사실 반갑지 않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 이렇게 착한 무라키미 류라니 믿기지 않는다고 할까. 무라카미 류의 소설은 폭력과 섹스만 강조된 엽기 소설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의 소설은 너무 착한 소설이었다. 그도 나이를 먹으니 변한 것일까. 그간 신문에 연재된 총 5편의 단편 소설을 묶어 놓은 [55세부터 헬로 라이프]는 이미 고령화가 심각하게 이뤄진 일본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황혼 이혼을 이후로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를 다름 [결혼상담소]는 읽는 동안 마음이 불편했다. 퇴직 후 집에 들어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남편과 이혼을 결심하고 마트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다가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서 재혼을 위해 결혼상담소를 찾아간 시즈코는 여러 번 선을 보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남편에게서 받은 위자료는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견딜만하다고 생각하고 좋은 재혼 상대를 찾아보지만 현실은 마음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 것이다. 만약 이때, 돈이 많은 상태의 남자였다면 황혼 이혼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땠을까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주인공을 부인이 아니라 남편의 시각으로 풀어 봤다면 그동안의 아내의 소중함을 얘기하며 지금의 배우자와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라는 교훈적인 내용으로 끝을 내지는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다섯편의 가장 좋았던 [하늘을 나는 꿈을 다시 한 번]이란 단편 소설이었다. 회사에서 정리해고가 된 후 주인공 안도 시게오는 끊임없이 새로운 직장을 찾으려 애를 쓰지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고 어떤 작가가 말했듯이 노년에 접어든 사람들을 반갑게 맞이해주는 직장을 찾기가 어려웠다. 직장을 찾으며 그는 거리의 노숙자를 보면서 혹시 자신도 더 이상 취직을 하지 못하면 저런 상태로 되는 것은 아닐까 괴로워 할 때쯤 공사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때 만나게 중학교 동창생과의 만남에서 같은 처지에 놓인 자신의 처지를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 소설이 가장 좋았던 것은 얇은 지갑 속에 자리 잡은 몇 만원을 내 삶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삶을 위해 쓰이고 나면 나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걱정하게 되는 부분이었다. 두 달간 여관에 투숙하면서 더 이상 나가지 않고 있다며 그 친구가 나갈 수 있게 도와 달라는 전화를 받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부분은 친구의 생사가 아니라 그 친구의 두 달치 여관비를 대신 내야 할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간 몸이 아파 공사 현장에도 나가지 못하고 있고 그에게는 충분하게 쓸 돈이 없었다. 그런데 절친한 친구도 아닌 동창생의 전화에 두 달이나 밀린 여관비를 내러 가야 할 것인가 갈등하는 부분에서 나도 모르게, 짧은 탄식이 나왔다. 나였다고 해도 어쩜 잠깐이라도 정말, 그 밀린 여관비를 생각했을 것이고 빈 지갑을 떠 올리며 갈등했을 것이다. 친구가 지금 많이 아프냐고 물어 보는 것보다 밀린 여관비를 내줄 형편이 되지 않는 자신의 입장을 먼저 말했을 것 같아 우울했다.

 

 

 

나머지 세편의 소설도 노후에 벌어질 일들을 얘기하고 있다. 가족이 다 떠나고 두 부부가 새로운 가족으로 맞은 개가 세상을 떠남으로 인한 상실감을 다룬 [펫로스]나 이른 퇴직을 하고 그 돈으로 캠핑카를 사고 일본을 돌며 여행을 하고 싶은 주인공과 달리 자신의 노후의 삶이 있다며 거부하는 아내를 두고 고민하는 [캠핑카], 그리고 한 번의 이혼 후 혼자 살면서 내형 트럭을 몰다가 이제는 체력적으로 힘들어 그런 일을 못하고 헌책방에서 헌책을 사서 읽으며 시간을 보내다 만나게 된 여인과의 에피소드를 겪으면서 앞으로의 자신의 남은 시간을 어떻게 여행을 하며 보내게 될 것인지 다룬 [여행 도우미]의 이야기는 노년의 쓸쓸함이 있지만 이야기의 끝은 대부분 희망으로 끝이 난다.

 

 

결혼상담소의 여주인공은 헤어진 남편을 다시 만나서 다시 재결합을 생각해 보다가 앞으로 결혼상담소를 더 다녀보며 남은 인생을 함께 할 사람을 더 찾아보기로 하며 희망을 갖는다.

 

 

“ 분명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특히 절망이나 실의를 겪고 난 뒤에는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방식을 발견했다 고해서 단순히 제자ㅣ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없다고 믿는 사람이 순간순간을 더욱 소중히 여기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P76

 

 

 

[하늘을 나는 꿈을 다시 한 번] 또한 동창생의 죽음을 알리는 동창생의 어머니에게서 받은 미네랄워터를 마시며 남은 삶의 희망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적어도 가족이 있고 아직 살아 있지. 맛있는 물도 마실 수 있고, 그리고 살아만 있으면 언젠가 다시 하늘을 나는 꿈을 꿀 수 있을지도 모르지.” P167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꼭 그때까지 살겠다는 생각은 없지만 이렇게 의미 없는 어떤 희망으로도 행복한 노후를 맞아야 하는 것일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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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이유 - 가슴 뛰는 여행을 위한 아홉 단어
밥장 글.그림.사진 / 앨리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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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개국 정도를 여행한 친한 언니에게 “당신에게서 여행은 어떤 의미인지”를 물어 본적이 있었다. 왜 이토록 떠나야 하는지 물어 보자 그녀는 여행이라는 단어보다 어느 한 나라의 소도시 이름을 듣는 순간 죽어 있던 연애 세포가 살아나는 느낌이라고 했다. 다시는 연애는 못할 것 같아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생각하다가도 가슴 뛰는 이상형을 만나는 것, 그래서 그 사람 생각만 하면 가슴이 울렁거려서 잠이 오지 않는 그런 날들을 맞이하는 열병을 앓아서 나도 누군가를 사랑 할 수 있는 심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그런 순간이 오는것 같다고 했다. 그 두근 거림은 여행책자에도 한 줄로 설명되어 있는 작은 시골 골목길을 만났을 때 생긴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골목길을 발견하기 위해서, 아니 가슴 뛰는 날들을 맞이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이라고.




꼭 이렇게 거창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일상은 늘 떠나야 하는 이유가 없다가도 있기도 한 것이다. 일러스트레이터면서 작가이기도 한 밥장님의 [떠나는 이유]는 그가 여행을 떠나면서 사람들에게 던지는 아홉 개의 단어들을 제시한다. 여행을 준비하고 가려고 했던 곳에서 사람을 만나고 사람과 함께 자연을 느끼고, 그들과 함께 음식을 먹으며 그 공간을 공유하는 것, 그렇게 삶의 시간을 나누고 돌아오는 것은 어쩌면 평범한 일상의 행운일지 모른다. 그리고 돌아와서 혹은 여행을 하는 도중 남겨 놓았던 기록들은 그 작은 행운들을 다시 곱씹게 될 것이다.



한때는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참 부러웠었다. 물론 그 부러움의 크기가 조금 달라졌을 뿐이지 지금도 여전히 부러움의 대상이다. 나에게는 참 위대한 작가 김훈도 밥벌이의 지겨움을 하고 있는데, 어떤 이들은 이런 밥벌이가 놀러가는 것처럼 여행을 즐기고 있다니 얼마나 부러운가. 하지만 유럽의 8일 이상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내가 있었던 집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몇 달간씩 여행을 한다는 것을 부러워했다가도 안락한 나의 낡은 침대를 발견하는 순간 그 부러움이 모두 사라진다.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내가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돌아갈 곳에는 나를 반겨주는 사람들이 있고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하루 종일 잠을 잘 수 있는 아늑한 침대가 있다는 것, 그것은 세상의 가장 위대한 보물과도 같은 것이다.




아무 음식이나 잘 먹는 나도 일주일 정도 버터 냄새만 가득한 면 종류 혹은 볶은 밥을 먹고 나면 늘 그리운 음식이 하나가 있다. 집에 돌아 왔다고 느끼는 것은 MSG 냄새가 가득한 라면 냄새이다. 무거운 캐리어 가방을 거실에 놓고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집에 들어오기 전에 (우리 집에는 라면을 사 놓고 먹지 않는다. 그만큼 즐겨 먹지 않는다.) 제일 매운 맛으로 라면 하나를 사와서 끓여 먹는 일이다. 적당히 잘 익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아삭한 소리가 나는 김치와 함께 라면을 먹고 나서야 비로소 나의 긴 여행이 끝이 나서 집으로 돌아 왔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저자처럼 나 또한 컴백 기념은 라면 한 그릇이다.




지난해에 회사 사람들과 함께 오사카로 여행을 간적이 있었다. 그때 여행 스케줄을 짜면서 정말 힘들었던 것은 모두의 입맛에 맞는 여행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첫날 한국에서 빡빡하게 짜온 일정을 소화를 다 하느라 힘들었던 그날들을 생각해보니 왜 우리는 지도를 놓고 스케줄 표를 놓고 길을 잃는 여행을 하지 못했던 것일까 안타까웠다. 물론 말도 안 통하는 나라에서 길을 잃고 헤맨다는 것이 여행의 즐거움을 가져 오는 것은 아닐지라도 적당히 길을 놓치며 만나게 될 새로운 길에 대한 기대를 왜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블로그들의 여행 리뷰를 통해 마치 그 골목을 찾아 갔던 것도 같은 착각을 줄 정도로 친절한 리뷰가 많지만 어쩌면 그것은 때로는 진짜 여행을 방해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 패키지여행이 싫다며 자유여행을 떠나보지만 우린 결국 <론리 플래닛>을 철석같이 믿거나 스마트폰으로 쉼 없이 검색합니다. 뻔 한 길을 가면서도 뻔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내 여행은 어쨌든 달라야 하기에 허풍만 늘어납니다. 낚시꾼들이 자기가 잡은 물고기가 더 크게 보이게끔 카메라 쪽으로 팔을 쭉 뻗어 사진을 찍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면서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훈훈하게 마무리 합니다. 하지만 <론리 플래닛>을 버리고 블로그에 소개되지 않은 길로 가야 ‘초행자의 행운’이 찾아옵니다. 행운은 우리가 길을 벗어나길 바랍니다.” P37



여행은 안전이라는 말과 함께 생각을 하게 된다. 이곳에 가면 안전하지 못해 큰일이 나면 어쩌나 걱정이 되고, 누군가 그 길을 걸어가 보고 괜찮았다는 말을 들으면 나도 그 길을 걸어가야 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길을 잃는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때로는 어느 곳에서 반짝이고 있을 행운을 믿으며 지도와 스케줄 표를 가방에 집어넣고 무거운 카메라도 없이 여행을 떠나는 것이 진짜 여행일 것이다.



저자가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에 가슴이 뭉클했다. 특히 같이 시장에 나가 오렌지를 팔기위한 애썼지만 소득은 별로 없었지만 그것을 탓하지 않고 맛있는 밥(하지만 그 밥은 사실 특별하지 않는 그런 그냥 집 밥)을 먹으며 흙탕물 같은 강물에 비린 손을 씻고 맨손으로 밥을 먹어도 전혀 비위 상하지 않았던 그 순간은 어쩌면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행운일지 모른다.



나는 작년에 갔다 온 터키에서 만난 사람들을 잊을 수가 없다. 한국 가수 “수지”를 좋아해서 한국 이름을 수지라고 지었다는 열여섯 소녀는 수지와 전혀 닮지 않았지만 동네에 있는 작은 자미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보여줬었다. 소녀의 해 맑은 웃음으로 오랫동안 일정으로 힘들었던 우리를 웃게 만들어줬다.


쉬린제 마을에서 만난 그녀도 내가 터키를 가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이었다. 터키가 좋아 오랜 여행 끝에 터키인과 결혼을 하고 무슬림이 되었다는 그녀에게 한국으로 돌아와서 선물을 보내주고 싶었지만, 소포비가 너무 많이 나온다며 주소를 알려주지 않은 그녀 때문이라도 터키를 다시 가고 싶은 나라가 되었다. 여행은 이렇게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놓기 때문에 떠나야 할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닐까. 그때 나는 깨달았다. 여행은 사진이 아니라 사람을 가슴에 남겨 가는 것이었구나. 그런 여행을 왜 오랫동안 해보지 못한 것일까.



설 연휴 때 홋카이도로 여행을 떠난다는 한 지인의 카톡에는 홋카이도 책과 함께 이런 글귀가 써져 있다.



“어떤 사람은 마음이 아파서 떠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일상이 지겨워서 떠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아무 이유 없이 떠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떠날 이유를 찾느라 떠나지 못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떠남은 이유가 없는 것이다. 가슴이 뛰길 원해서 떠난다는 언니처럼, 때로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 위해서 떠나는 친구처럼 저마다의 이유와 함께 길 밖을 나서는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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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 빨간책방에서 함께 읽고 나눈 이야기
이동진.김중혁 지음 / 예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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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알게 된 [이동진의 빨간책방]이 아니었다면 나의 책 읽기는 얕은 시냇물같이 흘러갔을지도 모르겠다. 같은 책을 읽고 서로 다른 감상을 얘기하면서 서로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두 남자의 얘기에 때로는 아주 오래전, 고등학교 때의 문학 토론 동아리를 떠올리게 됐다.





혈기 왕성한 나이의 토론장이라서 모두 자신의 얘기에만 집중하게 됐고, 혹여 자신의 공감이 배신당했다는 생각이 들면 그날로 반대의 의견을 제시한 친구와 며칠 서먹하게 되었던 날들은 우리가 타인의 얘기에 집중하지 않고 오로지 나의 목소리만 들려주고 토론 할 줄 모르는 사회에 살았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간 자신이 읽은 책의 리뷰를 묶은 서적들을 많이 읽으면서 한 사람의 느낌만 받았다면 팟케스트로 듣게 된 두 사람의 책 이야기에는 존중과 공감, 배려가 함께 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형태를 알려주고 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의견이 달라도 자신의 얘기가 먼저라고 내세우지 않는다. 특히 한 작가의 대표작을 두고 얘기 할 때도 서로가 다르지만 그 다름을 틀리다고 말하지 않는다.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은 그동안 이동진의 빨간책방을 통해 소개된 총 7개의 소설은 모두 외국 소설이다. 그중에 단 한편 동양소설 하루키의 책이 들어가 있고 대부분은 유럽권 소설이다. 벌써 100회가 넘은 빨간책방에 그동안 수많은 비소설과 소설이 소개 되었지만 그중에 엄선된 그들이 택한 총 7권의 책은 그냥 책을 읽는 형태로 지나치지 않는다.

간혹 책을 읽지 않고 팟케스트를 들을 때가 있어서 다음에 그 책을 읽는데 분명 알고 있는 반전 내용 때문에 방해가 될 것 같아 듣지 않고 책을 먼저 읽고 듣는 경우도 있는데 어쩔때는 먼저 듣고 책을 선택해서 읽기도 한다. 내 경우에는 둘다 책을 읽는데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다. 첫 번째 책을 읽고 들을 때는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고( 두 분들은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뒷얘기를 알고 계신건지) 두 번째 팟케스트를 통해 듣고 책을 읽게 되면 훨씬 풍부한 사전지식을 통해 몰입도가 생기기도 한다.



원작을 가지고 영화를 만든 <속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파이 이야기>는 원작과 영화의 다른 부분도 소개해준다. 무엇보다 영화 평론가로 있는 이동진 기자님(나는 기자라는 호칭이 더 입에 착 붙는다)이 하나의 작가를 통해 확장되는 이야기는 듣고 있노라면, 이 남자 정말 참 많이 알고 있지만 잘난 척하지 않아 더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어떤 네티즌이 쓴 덧글이 생각이 나는데 누군가 이동진처럼 영화 평론을 하려면 이동진보다 더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고. 정말이다, 그는 정말 많은 책을 보유도 하고 있지만 (언젠가 집에 만권 이상의 책이 있다고 했던 말이 기억이 난다.) 그 많은 책을 다 읽었을까 의심할 여지없이 방대한 지식을 팟케스트를 통해 쏟아 낸다.


그들이 꼽아 놓은 7편의 소설 중에 가장 마음을 쫀득하게 했던 소설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었다. 이 소설을 통해 두 사람이 바라본 인연과 운명의 얘기에 한권의 책을 읽고 이렇게도 생각을 할 수 있다니, 놀라웠다.



“우연은 찾아내는 사람이 발견하는 것이고 찾아내서 의미를 붙이는 사람이 그것을 운명으로 만들어놓는 것이기 때문에 세상에 수많은 우연이 있죠. 그러니까 어떤 식으로 조립해서 우연으로 운명을 만들고 필연으로 만드는가 자체가 매우 중요한 삶의 태도일 거예요. 그것이 자기 인생을 꾸리는 방식이니까요.”P99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대한 김중혁 작가의 말



“사랑이란 꼭 그 사람이어야 할 필요가 없는 우연을 반드시 그 사람이어야만 하는 운명으로 바꾸는 것” P87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대한 이동진기자의 말.




책을 한권 읽을 때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데 팟케스트 <빨간책방>을 통해서 들을 때마다 지금 내가 책을 잘 읽고 있는 것인가 한번쯤은 점검을 하게 된다. 간혹 블로그를 통해 올리는 책 리뷰가 어쩌면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표면적인 읽기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좋아해서 열 번을 그 책을 읽었다는 김중혁 작가처럼 나도 그렇게 곱씹어 놓을 수 있는 책을 읽고는 있는지 생각해본다. 그렇게 읽고 있지 않는 나를 발견하고 나니 마음이 무겁지만 이제 알았으니 깊은 맛을 느끼는 책 읽기를 다시 해야 할 듯 하다.



두 남자의 수다가 정겨운 빨간책방에서 골라 놓은 한국문학 소설들은 또 어떤 것들일지 궁금하다.







친구가 빌려가서 가져 오지 않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빼고는 총 여섯권의 책이 다 있다니, 놀랍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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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핸드폰을 바꾸고 말았다.




2월 6일 오사카 출국을 이틀 앞두고 핸드폰이 말썽이여서 바꾸고 갈까 하다가 한번 해외에서 핸드폰을 분실하여 고생한 기억 때문에 새 핸드폰을 가져가 부정타 분실하지 말고 그냥 며칠은 버텨보자며 떠났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시차도 없건만 내 구형 스마트폰은 시차를 겪고 있었다. 자기는 절대로 지금 이 나라에서는 얼굴을 보여 줄 수 없다며 계속 꺼지기를 반복하더니 귀국 하루 전날 전자하셨다. 자기 혼자 켜졌다 꺼졌다 반복하면서... 사실은 아주 애를 쓰고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간헐적인 신호음을 보이더니 이내, 여기에서 자신의 생은 끝이라며 긴 효과음과 함께 더 이상 켜지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그냥 더 이상 켜려고 하지 않았다. 2년 약정의 시간을 지내고 그 약정의 절반의 시간을 보낸, 3년 동안 바닥에 10회 정도 떨어뜨리며 썼더니 핸드폰이 자신의 수명은 딱 이만큼이라며 그간의 사진, 음악, 기록들까지 모두 집어 삼키고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



서울에 돌아와서 시체가 된 핸드폰과 하루 살아보고 다음날 가장 적당한 가격의 스마트폰의 2년 노예계약을 맺었다. 2년 약정 노예계약을 맺으면서 가장 고민스러웠던 요금 부분에서 나를 갈등시켰던 것은 요즘 시리즈로 나오고 있는 책들이었다. 좀 더 싼 기기로 변경 한다면 그 일 년치 차액으로 박완서 작가의 산문집 세트와 현암사에서 나오는 나쓰메 소세키 시리즈, 무엇보다 지난 11월 20일 이전에 사지 못해 억울했던 로베르토 볼라뇨 컬렉션 17권을 살 수 있을 텐데.

 

 

 

 

 

 

 

 

 

 

 

 

 

 

 

 

 

 

 

 

 

 

비록 사 놓고 읽지 못하는 책이 읽은 책보다 많아지고 있는 요즘이라도 이렇게 핸드폰 월정액 요금을 비교하며 책을 사는 것을 생각하는 게 스스로 뿌듯한 것은 또 뭔가.

그래도 3G로 몇 년 잘 버텼다. 대리점 총각이 내 핸드폰을 보더니 “안 답답하셨어요?”라고 물어봐서 “저는 인내심이 많은 여자입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며 앉아 있었던 그 순간은 같이 간 사람들에게 준 어이없는 즐거움을 준 것으로 만족하며 2년 또 잘 살아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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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인생 2015-02-12 1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3년 오래 쓰셨습니다. 알뜰하시고, 차분한 분이십니다.^*^

오후즈음 2015-02-13 23:56   좋아요 0 | URL
ㅋ 3년 오래 썼죠? 더 쓰고 싶었지만 요즘 핸드폰은 2년짜리로 만든다며..오래 쓴거라고 대리점 총각이 위로해 주더라구요.

후애(厚愛) 2015-02-13 1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핸드폰 사용한지 2년 2개월 되었네요.^^
작년에 계약이 끝났어요.
요즘 이상한 정상이 있어서 불안한데도 조금만 더 오래 쓰려고요.
감기조심하시고 행복한 하루되세요~^^

오후즈음 2015-02-13 23:57   좋아요 0 | URL
저도 약정 끝나고 더 쓰고 싶었는데..고장만 안 났어요 더 썼을거예요.
아쉽게 헤어져서 새로운 핸드폰을 장만했지만 이젠 데이터가 자유롭지 않아서 참...그렇네요. ㅠㅠ
마음껏 놀지 못하는 아이가 된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후애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

꽃핑키 2015-02-13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맨날 휴대폰만 사고 나면 아이폰을 살 걸 그랬다며 후회 후회 하게 된다는요 ㅋㅋㅋ
오! 이번엔 오사카군요 ^_^ㅋ 즐거운 여행 하고 오세용 ♪

오후즈음 2015-02-13 23:58   좋아요 0 | URL
나도 늘 아이폰을 못 산걸 후회...담에는 꼭 ㅋㅋ

아, 오사카는 갔다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