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 - 제1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8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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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려령은 어떤 사람일까?

맘에 안 드는 담임을 죽여 달라고 기도하지만 따뜻한 가슴을 가지고 있는 완득이 같은 사람일까? 뭐든 포기하지 않고 자식을 지키듯 천대받아도 살기위해 뛰는 아버지 같은 사람일까? 은근히 성깔 있는 완득의 어머니 같은 사람일까? 아니면 잘나서 잘난체하는 윤하?

어떤 것이든 작가 김려령은 모든 캐릭터를 작품 안에서 잘 가지고 놀 줄 아는 작가라는 것, 그래서 읽는 독자들을 즐겁게 해 줄 수 있고 읽고 나서 뜨거운 가슴을 가지게 할 줄 아는 심성 좋은 작가일 것이다. 내 기준에는 말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읽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벌써 34회 초판인쇄가 넘었을 것이고 (내 책 소유 날짜가 2009년 7월에 34회니 더 찍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중고등 학교에서는 권장 도서 중에 하나인 책이고 이미 연극으로 만들어진 <완득이>를 이제야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 안타깝기까지 하다. 촌철살인적인 대사들, 누구하나 소중하게 만들어 놓은 완소 캐릭터들을 이제 만날 수 있었다니. 팔딱 팔딱 살아있는 물고기처럼 캐릭터들끼리 잘 맞은 옷을 입은 듯한 대사들을 뿜어내는 멋진 한편의 영화를 그냥 그려지는 완득이의 청춘을 이제야 볼 수 있었다니..


<제발 똥주좀 죽여주세요. 이번 주 안에 안 죽여주면 나 또 옵니다. 거룩하고 전능하신 하나님 이름으로 기도드리옵니다. 아멘.>



<완득이>속의 도완득은 참 성질 더러운 아이다. 까칠하고 발끈하고 모든 것이 다 귀찮고 관심 밖이지만 기발한 상상력으로 써낸 작문숙제 때문에 소설을 써볼까 하고 , 자신의 아버지를 욕하는 사람들에게는 먼저 손부터 휙 날아가는 17세 소년이다. 하지만 담임에게 원치 않는 출생의 비밀을 듣고도 가출을 하지 못하는 웃기지도 않은 상황 속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아버지로 그 마음을 위로 받는 쿨한 완득이다. 이런 완득이를 가슴에 넣는 일은 아프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고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날지언정 따뜻하고 즐겁기만 하다.


<완득이> 책속에는 모두 슬픔을 간직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남들보다 한참은 더 윗 세상에 있지 못한, 남들에게 난쟁이라고 놀림을 당하는 키작은 아버지.

타국으로 와서 아이를 낳고 동남 아시아 이주 노동자들이 받는 손가락질을 다 받고 제대로 먹이지 못한 아들에게 대한 안타까움에 늦게 다시 만난 아들을 위해 열심히 먹을 것을 만들어 나르다 아들 경기에 안 보내준다고 화끈하게 식당을 때려치우고 경기에 온 멋진 베트남 어머니.

고등학교 교사지만 입에서 온갖 육두문자를 달고 사는 완득의 담인 동주, 하지만 동주보다 완득이가 부르는 똥주가 더 어울리는 사람. 옥탑방에서 완득이 챙겨 온 햇반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먹는 무개념 교사 갔지만 그에게는 외국인 노동자를 착취하며 돈을 버는 부자 아버지가 있고 그 아버지 때문에 이주 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해 몰래 일을 하며 아버지와 싸워 나가는 웃기지만 웃을 수 없는 교사 동주.

세상에서 가장 멋진 춤을 추지만 말을 더듬고 장애를 가지고 있는 민구삼촌.

세상에는 싸움을 위한 운동은 없다며 제대로 질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을 느끼게 만들고 완득이에게 진정한 주먹을 의미를 알려주며 자신의 킥복싱 장에서 완득을 마지막 회원으로 받고 문을 다는 킥복싱 관장.

전교 1등속에서 항상 어머니와 대립상태에 있지만 원하는 꿈은 꼭 이룬다는 의지가 있는 윤하.

이 모든 사람들과 한 발짝 성장해나가고 있는 우리의 도완득.

모두가 슬프지만 또 그 속에서 “희망”속에 살고 있다.


너무 늦게 다시 만난 완득의 어머니는 앞으로 아들을 계속 만날 수 있다는 희망, 외국인 노동자 인권을 위해 노동자들과 함께 움직이고 있는 담인 동주의 희망. 완득의 담임이 물주가 되어 교회가 춤 교습소로 바뀌어 차려진 곳에서 더 이상 지하철에서 장사를 하지 않고 5일장에서 망가져가는 티코를 타지 않고 단속과 깡패들에게 쫓기지 않아도 된다는 희망. 차가운 시건을 모두 버리고 완득의 아버지와 함께 교습소에서 그가 제일 잘하는 춤을 추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민구 삼촌의 희망. 언제든 완득의 경기에 하나님보더 더 무서운 엄마의 눈을 피해 갈 수 있다는 윤하의 희망.

그리고 언젠가는 꼭꼭 숨은 TKO승을 찾아내야 겠다는 완득의 희망.


완득이 속에는 외국인 노동자 문제, 청소년 이성교재, 학업 문제, 진로 문제들이 녹아져 있다. 완득이의 청춘에만 집중하고 있지 않고 완득이의 청춘에 어우러져 있는 사회적인 편견들을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주변에서 너무 흔하지만 그 흔한 문제에 심각하게 생각하다가 너무 심각해 생각하기 싫게 만드는 것이 아닌 너무나 유쾌한 완득이의 대사들로 모두 이해하게끔 담아낸 작가 김려령의 노력이 가슴 벅차게 와 닿는다.


언젠가 좋은 작품은 작가의 좋은 심성에서 온다고 들었었다. 아마도 이런 유쾌, 상쾌한 작품을 만들어 낸 김려령이 그런 심성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완득이를 생각하면 완득이가 아직 못 찾은 그 꾀꼬리를 나도 찾아 봐야 할 듯 하다.

내가 못 찾는 그 꾀꼬리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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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8 2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후즈음 2015-03-02 14:28   좋아요 0 | URL
제가 김려령 작가님을 좀 좋아해서요~ 정말 좋아하는 분인데...이상하게 완득이 이후로 저의 마음을 끄는 책이 없어서 속상하네요. 하지만 우아한 거짓말은 그래도 완득이 이후로 좋았던 작품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