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1월이 지났지만 음력으로 새해가 있는 달.

달의 기운을 받은 새해가 왔다. 그런 날에는 늘 희망이라는 단어를 한번 생각해 본다.

어디서든 있을 것 같았고, 어디든 찾을 수 있을것 같았던 그 희망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20센티 이상 쌓이는 눈이 왔던 지난 밤, 그 밤속에 눈속에 사라져 갔던것인지 혹은 봄이 오면 나타날 것인지 알 수 가 없다.

 

 

1.

 

 

 

상처를 꽃으로 / 유안진/ 문예중앙

 

조금 조숙했던 나는 남들보다 눈물을 많이 흘리며 시를 읽었었다. 그때 만났었던 시인이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였다.

사실 그때는 시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팬시 용품으로 유안진 시인의 시구절이 여기저기 씌여있는 편지지를 만나거나 노트를 볼 수 있었다. 

첫사랑이라는 단어도 어색했던 그때 뒷모습만 보더라도 가슴이 덜컹 주저앉을 것 같았던 그 아이에게 전해주지 못했던

그 편지지 위에 있었던 시도 유안진의 시였다.

 

시인이 들려주는 에세이는 너무 담백하고 아득하다. 분명, 우리들을 추억의 그 시절로 다시 보내줄 것이다.

 

 

2.

 

잘 있었니, 사진아 / 테일로 존스/ 혜화동

 

[윤미네집]은 유명한 사진집이다. 그 사진집을 통해서 기록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았다.

언젠가 정리관련 책을 읽고 필요없는 사진들을 버리기 위해 오래된 상자를 열었다. 잊고 있었던 조숙하고 조용한 아이들과 주근깨 가득했지만 모두 필러, 미용술로 예뻐진 친구가 웃고 있는 사진이 많았다.

추억은, 그렇게 안녕하고 물어보니 문득 지나간 내가 뭘 하며 있었는지 화들짝 놀라며 열심히 살지 못한 지금도 반성하게 되었다.

그런 사진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힐링 포토 에세이...누구든 만들 수 있는 책일것 같은 느낌.

 

3.

 

그냥 걷다가, 문득/ 이혜경/ 강

 

이렇게 반가운 책이 다 있을까. 이혜경의 소설을 참 좋아했었는데 그녀의 에세이집이 나왔다.

그동안 에세이 집이 한권도 없었다는 것이 이상하기만 하다. 그녀의 소설처럼 삶과 또 얼마나 알콩달콩 엮어 있을지

참 궁금하기만 한 책이다.

책 표지가 사실 그녀를 연상하기는 좀 어렵다. 나에게 이혜경은 늘 짙은 푸른색이었다. 그녀가 담아낸 핑크색의 에세이는 어떤 말들이 녹아 있을지... 펼치면 향긋한 봄 냄새가 날것도 같은 이런책, 너무 반가워 만나면 와락 안아 버리고 싶을 것 같다.

 

 

4.

 

희망을 걷다/ 박원순/ 하루헌

 

나는 그가 서울 시장으로 당선되기 전에 연설했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담담하고 차분한 말투, 순박한 얼굴에서 지긋하게 사람들을 바라보았던 그 모습을 잊을 수  없었다. 그가 말하는 희망은 어떤 말들일가.

제주도 올레, 지리산 둘레길을 자주 걸었던 나는 걷기를 통해 그가 말하는 희망에 용기를 얻고 싶다.

 

어떤 것이든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걷고 있는 당신을 위한 얘기를 들려 줄것 같은 이 책. 내 안으로 어서 찾아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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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 이야기는 음악이 되었을까 - 아름다운 멜로디 뒤에 가리어진 반전 스토리
이민희 지음 / 팜파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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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추억과 맞물리는 노래를 만날 때는 멍해질 때가 있다. 항상 그때의 그 음악들은 추억과 함께 했고 기억으로 남아 지워지지 않았었다. 지금 흐르는 노래들도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와 함께한 그 시간을 간직한 노래가 되어 나중에 가슴 한편을 움켜질 수도 있을 것이다.

 

 

공감되는 노래를 만날 때마다 가끔은 작가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다. 그녀도 그도 혹은 이런 소재를 던져주었던 그 사람도 나처럼 때론 이렇게 외로웠구나! 느끼곤 한다.

어떤 음악이건 사연이 없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모두 다 시간의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 때로는 음악으로 많은 사람들을 위로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밥 말리가 그랬던 것 같다. 수많은 자메이카인들을 위로해야 했던 밥 말리의 음악은 레게지만 흥겹지 않고 눈물겹다. 흑인의 역사가 그렇듯 가슴 한편이 싸하게 울린다.

 

레게 하면 떠올리는 화려한 색의 배치에는 함축적인 뜻을 가지고 있다. 녹색은 에디오피아, 빨강은 피와 형제, 노란색은 태양, 검은색은 피부라는 뜻이 있다는 걸 사실 책을 통해 알았다. 밥 말리가 알록달록한 이색의 모자를 쓰고 노래를 불렀던 이유도 불합리한 세상과 싸우면서 고통을 이겨내고, 때때로 적과 배신자를 벌하며 연대하자는 각성이 그의 노래 구석구석에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P60)

 

유독 가슴 아프게 살았던 민족이나 흑인들에게 애절한 노래들이 많다. 그중에 빌리 홀리데이의 노래가 있다. 언젠가 서프라이즈에서도 봤었던 것 같은데 빌리 홀리데이가 부른 “Strange Fruit”을 좀 더 알고 싶어 인터넷 기사를 뒤지다가 동영상 하나를 보고 며칠 밥을 못 먹었다. 1930년대의 흑인들의 비참한 시대를 알려주는 동영상이었다. 빌리 홀리데이가 부른 이 노래가 그 시대를 말해주는 노래다. 이상한 열매라는 것은 흑인들을 집단 폭행하고 나무에 매달아 놓았던 기사를 바탕으로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들었지만 노래를 부를 사람을 찾지 못했다. Strange Fruit같은 삶을 살고 있었던 빌리 홀리데이가 녹음을 하고 부르기까지 노래가 금지곡이 되었다가 흑인들 사이의 국가나 마찬가지인 이 노래가 불리기까지의 얘기는 그들의 피부만큼 어둡고 끈적끈적하다.

 

책을 통해 역사의 진실을 알리는 경우도 많지만 음악만큼 큰 파장을 주기는 시간이 걸린다. 그런 면에서 유투의 ‘피의 일요일’은 파급효과가 크다. 사실 아일랜드 출신의 밴드며 그들의 때로는 몽상적인 음악이라고만 생각했던 그들이 불렀다는 피의 일요일에 대한 얘기는 당혹스럽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현재가 나중에는 또 어떻게 왜곡되어 알려질지 무서운 시간이다.

 

 

비틀즈의 음반이 몇 장 없지만 그들의 음악은 모두 다 공유하고 있는 것 같다. 벌써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그들은 계속 공존하고 있는 밴드인 것 같고 존 레논은 지구 어디쯤에서 오노 요코를 사랑하며 살고 있을 것 같다. 존 레논의 오노 요코의 사랑이 지나치지 않았다면 비틀즈라는 전설적은 밴드가 계속 유지되고 있을까? 그렇지도 않을 것 같다. 존 레논의 오노 요코의 사랑은 너무 많이 얼려져 있기 때문에 그의 일화는 다소 식상한 면이 있다. 하지만 “진정한 여인을 만난 순간, 그동안 맺어왔던 모든 인간관계들이 사라졌다. 어떤 의미도 찾디 못했다”(P94)의 책속의 얘기에 다시 한 번 그가 원했던 것은 많은 부와 권력이 아닌 소소한 사랑이었다는 것을 느꼈다. 존 레논은 그냥 음악을 좀 잘 하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것으로 다소 불편하게 보았던 오노 요코의 시선을 거둬야 할 것 같다.

 

 

책속에는 헨델부터 자우림까지 많은 음악인들이 사회적으로 이슈된 음악들을 만들었던 에피소드들을 많이 소개 하고 있었는데, 나는 이 사람의 얘기를 하나 추가해 놓고 싶다.

 

 

매년 11월 1일이면 유재하의 기일이 떠올라 그의 음악을 듣는다. 그리고 그가 사랑했던 약혼녀가 생각난다. 사랑했던 사람의 마지막 모습을 보는 마음. 교통사고로 장기가 모두 밖으로 나와 있는 사랑하는 사람을 눈물 흘리며 몸속으로 다시 넣어주는 그 모습을 보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전해지는 얘기만 들어도 목이 따가워진다. 침이 마르고 헛기침이 쏟아내며 눈물을 참아냈던 그 옆에 있었을 많은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그가 살아 있었다면...이토록 또 애잔하게 남아 있었을까.

 

유재하를 좋아하기에 그와 관련된 많은 얘기들을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그가 작곡한 곡들이 위로가, 고백으로 남아 있었다는 것을 느끼는 날들은 음악이 주는 감동은 사람이 해 줄수 있는 위로와는 다르게 또 따뜻하다는 것을 감지한다.

 

 

지금 어디쯤 깜빡이는 불빛 아래서 누군가 또 잊을 수 없는 노래를 만들고 있을 것이다. 다소 불편할지라도 외면하지 않고 들어주리라 마음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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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제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손보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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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10년 미만인 작가들을 대상으로 그해에 나온 작품 중 우수작을 뽑아 상을 주며 그들의 글쓰기에 격려해주는 이런 상은 앞으로 작가들에게도 독자들에게도 더 많은 읽을거리들을 만들어 준다는 점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2012년이 벌써 3회나 되었지만 막상 책이 읽고 싶었던 것은 황정은의 단편을 읽고 싶어서였다. 내게는 황정은은 참 알다가도 모를 신기한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장편을 몇 장 읽다가 요즘 다시 읽고 있는데 왜 책을 읽다가 덮어 두었을까 의문스러웠다. 그녀의 작품이 상당히 깔끔하고 좋았다.

 

그런데 말이다, (마치 ‘그것이 알고 싶다’ 김상중의 말처럼)벌써 작년이 되어버린 3회의 황정은의 단편 소설 <양산 펴기>는 장편과 달리 매우 많이 심심해서 그녀의 모습에 또 놀랐다고 할까. 오히려 대표작으로 뽑힌 손보미라는 내게 익숙하지 않은 이 작가의 <폭우>가 서늘한 지금의 현실과 너무 맞닿아 있어 좋았다.

 

 

김이설의 장편을 읽고 누추한 소시민의 삶을 그려내는 모습에서 어쩌면 이런 부분의 모습을 작품 내내 끝까지 간직하며 쓸 것 같은 고집이 보였다.

드라마로 치면 김이설은 노희경과 비슷하다. 노희경의 드라마는 재벌이 나와도 누추해 보인다. 다른 이들의 삶이 너무 고되고 힘들어 나머지 사람들의 모습이 크게 다르게 보이지 않는 것이다. 너무나 똑같은 삶을 살고 있는 시청자들은 그녀의 드라마를 많이 외면하며 보지 않는다. 시청률이 그렇다. 하지만 그녀의 옹골진 글쓰기의 모습에 넋이 나간 팬들은 그녀의 드라마를 외면하지 않는다. 김이설이라는 작가의 글을 보면서 노희경의 드라마가 계속 연상이 되었던 것은 이런 면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김성중의 <국경시장>은 매혹적이다. 기억을 팔며 현제의 시간을 소진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가슴아프게 다가왔다. 세계 여행을 하다가 들린 국경시장에서 세 명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돈으로 물건을 살 수 없고 기억을 팔아 바꾼 황금 물고기의 비늘과 바꿔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계속해서 오랜 기억을 팔고 물건을 산다. 돈이 되는 황금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것은 만13세 미만으로 해 놓은 것은 왜 이었을까.

 

 

손보미의 <폭우>는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마음에 들었다. 제목도 폭우라는 한시적으로 내리는 비라는 의미를 가진 것을 선택했다는 것도 좋았다. 제목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선태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글을 읽는 분위기마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폭우>를 읽고 나면 그들의 다음 시간에 쨍한 날들을 줄 것인가 걱정스럽다. 어떤 이의 현재는 폭우 속에 있을 것이고 다른 이들을 전야제를 치르고 있을 것이고 다른 이들은 모든 것이 잠겨 있던 폭우 속을 빠져 나왔을 것이다. 소설속의 주인공들처럼 눈앞에 펼쳐진 시간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할 것일 텐데 쉽지 않다.

 

 

이영훈의 <모두가 소녀시대를 좋아해>는 제목처럼 발랄할 것만 같았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마지막 맞선을 앞두고 닥친 급한 용무. 변을 싸기 위한 고군분투기라고 해야 할까. 처음에는 흥미 있게 읽히다가 마지막에는 다소 김빠진 모습으로 끝나서 좀 아쉽다.

 

3회 작가 진들이 이영훈을 빼고 모두 여자들이다. 그냥 좀 흐뭇하다고 할까. 잘 몰랐던 작가들을 만났다. 그들의 장편이 나오면 반갑게 읽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

매년 봄이면 찾아오는 그들의 작품집. 올해 4월에는 어떤 이들이 문을 두드릴 것인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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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지 않겠다 창비청소년문학 15
공선옥 지음 / 창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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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참 결연하다. 그래서 책이 다 가슴팍에 안겼다.

 

요즘 인터넷 실시간 검색에 잊고 있던 연예인의 이름만 올라오면 또 자살을 한 것인가 확인 클릭을 해 본다. 때로는 그럴때가 많고 때로는 그렇지 않을때가 있었다. 세계에서 청소년이 가장 불행지수가 높고 자살률이 1등이라고 한다. 어쩌다가 다른 나라를 한번도 침략 해 본적 없은 순딩이 나라가 이렇게 되었을까.

 

 

총 6편의 단편이 들어 있는 청소년 소설이다. 공선옥의 장편 소설도 다 못 읽어 봤는데 청소년 소설은 낯설다. 책 뒤에 이제는 세상에 안계신 박완서 선생님의 추천서가 있다. 추천서를 읽고 울었던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냥, 이름만 들어도 눈물이 났다. 청소년 소설을 읽으니까 낙엽 뒹구는 것만 보더라도 깔깔 웃는다는 그때의 소녀때로 돌아가 버린것 같다.

 

<나는 죽지 않겠다>속 나는 반장도 아니고 반장의 짝궁이다. 바쁜 반장을 위해 부반장도 있는데 짝꿍인 내가 반장의 일을 거들고 있다. 요즘은 반장이라는 말이 없고 회장이라는 말로 바뀌었던데...시대의 흐름에 맞게 호칭을 변경하기가 어색할때가 있다.

나의 어머니는 요구르트 배달을 하신다. 월급은 돈이 입금되어야 나오는데 이미 조금씩 수금한 돈은 반찬으로 옷으로 바뀌어 사라지고 없다. 그런 엄마를 도울일을 찾았던 나는 학급비를 가지고 있던 돈 중 절반을 엄마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나머지 돈은 오빠가 가져가 버렸다.

 

학급비를 걷었던 돈을 다시 요구하는 반장에게 차마 돈이 없음을 얘기하지 못한다. 내가 그 돈을 다 썼다고 말하지 못하고 잃어버렸다고 말하고 말았다. 반장과 담임은 나에게 정직해지라고 말하지만 정직하게 말하지 못했다.

강가에 서서 나는 다짐한다. 이런 일로 절대로 죽지 않겠다고.

 

아마 이런 부분의 소재로 책이 나온다면 이런 갈등 구조를 가지고 주인공은 죽거나 괴로워하며 마지막을 마칠것 같은데 내가 강가에 서서 절대 죽지않겠다는 결연한 태도가 짠하다. 절대 죽지않겠다는 것은 정말로 죽고 싶다는 말일테니까.

<울 엄마 딸> 간혹 그런 말을 듣는다. 너 같은 딸 낳아서 이 엄마 마음 좀 알아보라고. 낳지 않아도 얼마나 힘들었을지 세월을 들쳐 볼때마다 느낀다고 말하면 믿어는 줄것인지. 승애에게도 이런 엄마가 있다. 결혼전 혼전 임신을 하고 결정된것도 없이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었던 승애의 엄마 윤경자씨. 젊은 날을 모두 밖으로 소진하고 돌아와 딸과의 남은 날들을 살고 싶지만 딸 승애는 그렇지 않다. 엄마의 방황을 이해하지만 받아들이기 어려운 유년시절을 겪었고 그것 때문에 승애는 나이보다 훨씬 더 성숙해지고 말았다. 딸은 엄마 팔자 닮는다는 말을 누가 처음에 했을까?

 

 

승애는 엄마처럼 결혼도 하기전에 고등학고 2학년의 방학을 보내야 할즈음 몸속에 아이가 자라고 있다는 것을 안다. 모든 것이 불안했던 그때 승애의 아빠처럼 도망가지 않고 승애에게 남은 아이 아빠 건용이가 있다는 것이 다행이었을까.

승애가 건용이에게 그냥 죽어버리자고 말했지만 역시 승애도 삶이 싫지는 않았던 것이다.

 

소설속의 주인공들은 모두 한번쯤 죽음을 생각한다. 하지만 모두 명랑하게 자신의 시간을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그녀의 소설집 <명랑한 밤길>처럼 소설속의 ‘나’들은 명랑하다. 단 한 사람도 서러워 고민하지 않고 체념하지 않고 순간을 즐긴다. 그리고 오늘을 이어줄 내일을 기다린다.

 

 

박완서 선생님의 추천사처럼 작가 공선옥의 모습처럼 소설속 ‘나’들은 가난하지만 씩씩하고 명랑하다. 거친듯 하면서도 위선이 없는 정직한 문장과 잘 어울려진 모습에 눈을 깜빡이며 다 읽어 버렸다.

때론 이런 당찬 아이들을 만나고나면 가슴이 뜨겁다. 힘내면서 살아주라고 말하고 싶다. 나 또한 그 속에 포함되어 열심히 살아가자고 다짐한다.

 

 

나.는.죽.지.않.겠.다고 외쳤던 ‘나’는 이제 강가에서 멀어져 집으로 돌아 갈 것이다. 모든 시간이 꼭 해피엔딩이 아니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잠을 청할 것이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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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물 소리
황석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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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명사]: 강이나 바다의 바닥이 얕거나 폭이 좁아 물살이 세게 흐르는 곳.

 

사전적 의미 : 하천바닥이 폭포만큼의 경사보다는 작은 급경사를 이루어 물의 흐름이 빠른 부분을 말한다. 여울의 하천바닥은 주로 굵은 조약돌로 이루어져 있으며, 물이 소리내어 흐른다.

 

 

황석영의 [여울물 소리] 표지에 반했다. 반짝이는 꽃분홍색이다. 노신사가 한껏 차려입은 정장에 맨 보타이 같다. 500페이지에 달하는 묵직한 이 책은 황석영의 나이 칠십을 앞두고 만들어 졌으니 화려한 인생을 잘 치르고 있는 기념식에 맞는 표지로 잘 골랐다 싶다.

 

 

이동진의 [빨간 책방]에서 얻어 들었던 책 중에 <사라진 직업의 역사>에 책을 읽어주는 전기수라는 직업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소재를 삼아 책을 써 본다면 이런 직업이 좋겠다고 말했었던 것 같은데 벌써 황작가님이 소재를 가지고 책을 내셨다.

19세기 구한말 동학농민전쟁, 동학농민운동등의 배경으로 이신통을 향한 한결같은 연옥의 사랑으로 책은 끝을 맺었다. 동학농민운동의 사상이었던 동학이 천도교를 소설화하여 천지도라는 종교를 만들어 냈다. 집이 없는 떠돌이도 아닌 이신통은 천지도라는 종교의 신자로, 이야기꾼이 되어 전국을 떠돈다.

 

 

관기였던 월선은 선전관과 눈이 맞아 아이를 낳았다. 그 아이가 연옥이었다. 월선은 구례댁으로 불리며 연옥을 관기였던 자신처럼 되지 않게 키웠지만 결국 오동지의 재취로 보내게 된다. 자신의 처지가 미천하니 돈 많은 집안의 재취로 들어가 귀여움 받으며 살길 바라지만 구례댁의 팔자처럼 순탄하지 않은 것이 연옥의 팔자였다. 재취로 들어간 집에서 화적이 아니타 온 집안이 쑥대밭이 되고 가슴에 품었던 이신통을 그리워하며 살았기에 미련 없이 친정으로 돌아왔다. 결혼 전 이미 이신통에게 마음을 빼앗겼던 연옥은 이신통을 그리워하며 어머니와 함께 객주를 꾸려갔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이신통을 다시 만났다.

시대가 동학운동, 갑오개혁이라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있었으니 주인공들의 삶이 평탄하지 않을 것이 뻔하다. 이신통은 여러 번 운동에 참여하여 목숨을 잃을 뻔하였다. 그런 이신통을 다시 살려냈던 것이 연옥이었다.

 

 

소설의 제목이 여울물 소리인 것도 어찌 보면 연옥의 삶을 빗대어 얘기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폭포만큼의 경사는 아니지만 작은 급경사를 이루며 살고 있는 것은 모두의 삶일 수 있겠다. 그 하천 바닥에 깔려 있는 조약돌은 여옥 같은 신분이 낮은 사람을 지칭하는 것일지도. 여옥이 마지막까지 어찌 살다 죽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이신통이라는 인물이 남겨준 아들과 평생 자신의 남자였던 그를 그리워하며 살았을 그 모습이 여울물 소리처럼 흐르며 생을 마감했을 것 같다.

 

 

“까무룩 하게 잠이 들었다가 얼마나 잤는지 문득 깨었다. 고요한 가운데 어디선가 속삭이는 듯한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었다. 눈 감고 있을 때에는 바로 귓가에 들려오다가 눈을 뜨면 멀찍이 물러가서 아주 작아졌다. 가만히 숨죽이고 그 소리를 들었다. 여울물 소리는 속삭이고 이야기하며 울고 흐느끼다 외치고 깔깔대고 자지러졌다가 다시 어디선가는 나직하게 노래하면서 흐르고 또 흘러갔다.” P488

 

 

황석영 작가가 출소한 뒤 처음 나온 <오래된 정원>을 읽고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 소설 속에도 한결같은 사랑이 존재한다. <여울물 소리>에서도 한결같은 여옥의 사랑이 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이 책이 전작들에 비해 감흥이 덜 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책 절반이 어찌나 지루한지. 이신통의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은 친구가 궁금하지도 않은데 자꾸 지난날을 얘기해줘 어쩔 수 없이 귀찮지만 들어주는 척하며 있었던 기분이라고 할까.

 

 

전작들을 다시 읽고 싶어졌다. <오래된 정원>을 다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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