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울물 소리
황석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여울 [명사]: 강이나 바다의 바닥이 얕거나 폭이 좁아 물살이 세게 흐르는 곳.

 

사전적 의미 : 하천바닥이 폭포만큼의 경사보다는 작은 급경사를 이루어 물의 흐름이 빠른 부분을 말한다. 여울의 하천바닥은 주로 굵은 조약돌로 이루어져 있으며, 물이 소리내어 흐른다.

 

 

황석영의 [여울물 소리] 표지에 반했다. 반짝이는 꽃분홍색이다. 노신사가 한껏 차려입은 정장에 맨 보타이 같다. 500페이지에 달하는 묵직한 이 책은 황석영의 나이 칠십을 앞두고 만들어 졌으니 화려한 인생을 잘 치르고 있는 기념식에 맞는 표지로 잘 골랐다 싶다.

 

 

이동진의 [빨간 책방]에서 얻어 들었던 책 중에 <사라진 직업의 역사>에 책을 읽어주는 전기수라는 직업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소재를 삼아 책을 써 본다면 이런 직업이 좋겠다고 말했었던 것 같은데 벌써 황작가님이 소재를 가지고 책을 내셨다.

19세기 구한말 동학농민전쟁, 동학농민운동등의 배경으로 이신통을 향한 한결같은 연옥의 사랑으로 책은 끝을 맺었다. 동학농민운동의 사상이었던 동학이 천도교를 소설화하여 천지도라는 종교를 만들어 냈다. 집이 없는 떠돌이도 아닌 이신통은 천지도라는 종교의 신자로, 이야기꾼이 되어 전국을 떠돈다.

 

 

관기였던 월선은 선전관과 눈이 맞아 아이를 낳았다. 그 아이가 연옥이었다. 월선은 구례댁으로 불리며 연옥을 관기였던 자신처럼 되지 않게 키웠지만 결국 오동지의 재취로 보내게 된다. 자신의 처지가 미천하니 돈 많은 집안의 재취로 들어가 귀여움 받으며 살길 바라지만 구례댁의 팔자처럼 순탄하지 않은 것이 연옥의 팔자였다. 재취로 들어간 집에서 화적이 아니타 온 집안이 쑥대밭이 되고 가슴에 품었던 이신통을 그리워하며 살았기에 미련 없이 친정으로 돌아왔다. 결혼 전 이미 이신통에게 마음을 빼앗겼던 연옥은 이신통을 그리워하며 어머니와 함께 객주를 꾸려갔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이신통을 다시 만났다.

시대가 동학운동, 갑오개혁이라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있었으니 주인공들의 삶이 평탄하지 않을 것이 뻔하다. 이신통은 여러 번 운동에 참여하여 목숨을 잃을 뻔하였다. 그런 이신통을 다시 살려냈던 것이 연옥이었다.

 

 

소설의 제목이 여울물 소리인 것도 어찌 보면 연옥의 삶을 빗대어 얘기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폭포만큼의 경사는 아니지만 작은 급경사를 이루며 살고 있는 것은 모두의 삶일 수 있겠다. 그 하천 바닥에 깔려 있는 조약돌은 여옥 같은 신분이 낮은 사람을 지칭하는 것일지도. 여옥이 마지막까지 어찌 살다 죽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이신통이라는 인물이 남겨준 아들과 평생 자신의 남자였던 그를 그리워하며 살았을 그 모습이 여울물 소리처럼 흐르며 생을 마감했을 것 같다.

 

 

“까무룩 하게 잠이 들었다가 얼마나 잤는지 문득 깨었다. 고요한 가운데 어디선가 속삭이는 듯한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었다. 눈 감고 있을 때에는 바로 귓가에 들려오다가 눈을 뜨면 멀찍이 물러가서 아주 작아졌다. 가만히 숨죽이고 그 소리를 들었다. 여울물 소리는 속삭이고 이야기하며 울고 흐느끼다 외치고 깔깔대고 자지러졌다가 다시 어디선가는 나직하게 노래하면서 흐르고 또 흘러갔다.” P488

 

 

황석영 작가가 출소한 뒤 처음 나온 <오래된 정원>을 읽고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 소설 속에도 한결같은 사랑이 존재한다. <여울물 소리>에서도 한결같은 여옥의 사랑이 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이 책이 전작들에 비해 감흥이 덜 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책 절반이 어찌나 지루한지. 이신통의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은 친구가 궁금하지도 않은데 자꾸 지난날을 얘기해줘 어쩔 수 없이 귀찮지만 들어주는 척하며 있었던 기분이라고 할까.

 

 

전작들을 다시 읽고 싶어졌다. <오래된 정원>을 다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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