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지 않겠다 창비청소년문학 15
공선옥 지음 / 창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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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참 결연하다. 그래서 책이 다 가슴팍에 안겼다.

 

요즘 인터넷 실시간 검색에 잊고 있던 연예인의 이름만 올라오면 또 자살을 한 것인가 확인 클릭을 해 본다. 때로는 그럴때가 많고 때로는 그렇지 않을때가 있었다. 세계에서 청소년이 가장 불행지수가 높고 자살률이 1등이라고 한다. 어쩌다가 다른 나라를 한번도 침략 해 본적 없은 순딩이 나라가 이렇게 되었을까.

 

 

총 6편의 단편이 들어 있는 청소년 소설이다. 공선옥의 장편 소설도 다 못 읽어 봤는데 청소년 소설은 낯설다. 책 뒤에 이제는 세상에 안계신 박완서 선생님의 추천서가 있다. 추천서를 읽고 울었던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냥, 이름만 들어도 눈물이 났다. 청소년 소설을 읽으니까 낙엽 뒹구는 것만 보더라도 깔깔 웃는다는 그때의 소녀때로 돌아가 버린것 같다.

 

<나는 죽지 않겠다>속 나는 반장도 아니고 반장의 짝궁이다. 바쁜 반장을 위해 부반장도 있는데 짝꿍인 내가 반장의 일을 거들고 있다. 요즘은 반장이라는 말이 없고 회장이라는 말로 바뀌었던데...시대의 흐름에 맞게 호칭을 변경하기가 어색할때가 있다.

나의 어머니는 요구르트 배달을 하신다. 월급은 돈이 입금되어야 나오는데 이미 조금씩 수금한 돈은 반찬으로 옷으로 바뀌어 사라지고 없다. 그런 엄마를 도울일을 찾았던 나는 학급비를 가지고 있던 돈 중 절반을 엄마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나머지 돈은 오빠가 가져가 버렸다.

 

학급비를 걷었던 돈을 다시 요구하는 반장에게 차마 돈이 없음을 얘기하지 못한다. 내가 그 돈을 다 썼다고 말하지 못하고 잃어버렸다고 말하고 말았다. 반장과 담임은 나에게 정직해지라고 말하지만 정직하게 말하지 못했다.

강가에 서서 나는 다짐한다. 이런 일로 절대로 죽지 않겠다고.

 

아마 이런 부분의 소재로 책이 나온다면 이런 갈등 구조를 가지고 주인공은 죽거나 괴로워하며 마지막을 마칠것 같은데 내가 강가에 서서 절대 죽지않겠다는 결연한 태도가 짠하다. 절대 죽지않겠다는 것은 정말로 죽고 싶다는 말일테니까.

<울 엄마 딸> 간혹 그런 말을 듣는다. 너 같은 딸 낳아서 이 엄마 마음 좀 알아보라고. 낳지 않아도 얼마나 힘들었을지 세월을 들쳐 볼때마다 느낀다고 말하면 믿어는 줄것인지. 승애에게도 이런 엄마가 있다. 결혼전 혼전 임신을 하고 결정된것도 없이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었던 승애의 엄마 윤경자씨. 젊은 날을 모두 밖으로 소진하고 돌아와 딸과의 남은 날들을 살고 싶지만 딸 승애는 그렇지 않다. 엄마의 방황을 이해하지만 받아들이기 어려운 유년시절을 겪었고 그것 때문에 승애는 나이보다 훨씬 더 성숙해지고 말았다. 딸은 엄마 팔자 닮는다는 말을 누가 처음에 했을까?

 

 

승애는 엄마처럼 결혼도 하기전에 고등학고 2학년의 방학을 보내야 할즈음 몸속에 아이가 자라고 있다는 것을 안다. 모든 것이 불안했던 그때 승애의 아빠처럼 도망가지 않고 승애에게 남은 아이 아빠 건용이가 있다는 것이 다행이었을까.

승애가 건용이에게 그냥 죽어버리자고 말했지만 역시 승애도 삶이 싫지는 않았던 것이다.

 

소설속의 주인공들은 모두 한번쯤 죽음을 생각한다. 하지만 모두 명랑하게 자신의 시간을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그녀의 소설집 <명랑한 밤길>처럼 소설속의 ‘나’들은 명랑하다. 단 한 사람도 서러워 고민하지 않고 체념하지 않고 순간을 즐긴다. 그리고 오늘을 이어줄 내일을 기다린다.

 

 

박완서 선생님의 추천사처럼 작가 공선옥의 모습처럼 소설속 ‘나’들은 가난하지만 씩씩하고 명랑하다. 거친듯 하면서도 위선이 없는 정직한 문장과 잘 어울려진 모습에 눈을 깜빡이며 다 읽어 버렸다.

때론 이런 당찬 아이들을 만나고나면 가슴이 뜨겁다. 힘내면서 살아주라고 말하고 싶다. 나 또한 그 속에 포함되어 열심히 살아가자고 다짐한다.

 

 

나.는.죽.지.않.겠.다고 외쳤던 ‘나’는 이제 강가에서 멀어져 집으로 돌아 갈 것이다. 모든 시간이 꼭 해피엔딩이 아니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잠을 청할 것이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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