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제단 - 개정판
심윤경 지음 / 문이당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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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 달의 제단에 누가 오르고 있는 것일까.

 

심윤경의 두 번째 소설을 읽었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읽고 그녀의 두 번째 소설을 읽고 나서 나는 그녀가 너무 좋아졌다. 그녀의 책은 다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며 프로필을 살피는데 그동안 그녀는 단편보다 장편을 훨씬 많이 쓴 작가이고 그나마 장편도 5권에 불과하다. 단편은 읽어보지 못해 그녀의 단편속의 문장은 어떻다고 말하기 힘들겠지만 그녀의 책 두 권밖에 아직 못 읽어봤지만 그녀의 단단한 문장력에 반하였다. 왜 그동안 이런 작가를 못 알아 봤을까 후회스럽다.

 

[달의 제단]은 KBS에서 단막으로 한번 방송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동안 단막 드라마와는 인연을 끊었더니 못 보았다. 오히려 보지 못한 것이 다행인 책이다. 만약 내용은 어느 정도 알고 봤다면 상룡과 정실의 얘기에 가슴이 출렁거리지 않았을 것 같다.

 

상룡은 아버지와 어머니도 안 계신 어느 집안의 종손이다. 그는 이제 막 군대를 제대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버지가 있었던 집으로 들어가 웃음 한 번 흘리지 않는 할아버지와 함께 종손으로서 집안을 일궈야 한다는 말을 들으며 지내고 있는 중이었다. 아버지도 없지만 상룡은 서자였다. 아버지가 그토록 사랑했던 여자의 아들이었지만 자신을 지켜줄 아버지도 없고 자신을 처음과 끝을 늘 같게 쳐다보았던 첫째부인의 관심 밖에 있으며 살았었다. 그렇기 때문에 상룡은 늘 기가 죽어 있다. 그런 자신이 종손이 되고 하기 싫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살아가야 하는 그 일들에 늘 가슴이 답답했었다. 그런 상룡에게 할아버지는 자신의 집안의 근간을 알 수 있는 언간을 해석 할것을 명받는다. 하지만 그 언간은 해석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제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는 집안을 그나마 상룡에게 이해시킬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해석을 하면 할수록 집안의 소문과 허물만 밝혀질 뿐이었다. 이것을 고스란히 해석을 해서 상룡은 늘 할아버지의 화를 돋울 뿐이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어떤 사람인가. 쇠락 할대로 쇠락한 효계당을 오늘날처럼 융성하게 만든 사람이 아니던가. 할아버지의 자본력과 귀적적인 취향으로 인해 절대 할아버지를 따라올 사람이 없지 않던가. 그런 할아버지에게 기죽어 살다가 유일하게 기를 펼 때는 언간을 해석할 때뿐인 상룡은 숨통이 늘 비좁고 괴롭다.

이런 상룡에게 가슴의 시원한 봄바람을 불어주는 이가 그 집 몸종이나 다름없는 달시룻댁 딸 정실이었다. 그동안 육중한 몸매, 즉 80키로가 넘는 몸과 불편한 다리, 그리고 어딜 가도 저렇게 못생긴 애는 절대로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하며 처다 보지 않았던 박색인 정실과 상룡은 처음으로 정사를 나눈다.

 

처음에는 상룡도 그저 정실의 몸이 자신이 생각했던 그런 뚱뚱하고 아무 쓸모도 없는 그런 몸인 줄만 알았지만 그녀의 몸은 그동안 서자의 슬픔으로 어머니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도 못한 세월의 서글픔을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알지도 못한 채 죽어버린 아버지의 자실로 괴로웠던 상룡의 온 마음과 정신을 품어주었다.

 

[달의 제단]의 내용은 사실 간단하다. 상룡의 얘기만 따라가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속에는 생각지도 못한 복병을 만나게 된다. 상룡이 풀이해야 할 언간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상룡이 풀어야 하는 언간을 같이 마주 앉아 읽는 것이 처음에는 굉장히 괴로웠다. 내가 한참 사랑에 빠질 것 같은 이 작가가 대체 왜 이 언간을 작품 중간 중간 놓으며 몰입을 방해를 하는 것일까 궁금했다. 무엇보다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언간을 안 읽을 수가 없다. 중간쯤 가서야 그 어려운 언간의 내용이 들어왔다. 풀이하던 상룡도 어쩜 나와 같지 않았을까.

 

가문의 정통을 이어 받아야 하는 것이 마땅한데 상룡은 정통의 자녀가 아닌 서자의 몸이라서 늘 할아버지에게 죄스러운 몸으로 살아가야 했다. 그런 상룡에게 이 언간 풀이는 어쩌면 할아버지가 올곧게 믿고 있는 조씨 집안의 정통을 모두 깨트리는 것이 되었다. 그리고 결국 붉은 화염 속으로 떠나보낸 정실과 그간 자신이 믿어왔던 어떤 사랑에 대한 통곡이 마지막을 장식하는 모습은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달의 제단]속에 있는 인물들은 차가운 냉기가 가득한 인물들만 보인다. 주인공 상룡도 그렇다. 그 주인공 밖에 있는 정실은 그렇지 않다. 정실만 부족한 정신을 챙기며 모든 인물들을 품으며 살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정실의 마지막 행방은 궁금할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이 화염으로 사라졌지만 아마도 자신의 아이를 낳고 다시 돌아와 달의 제단에 자신의 아이를 올려놓고 새롭게 시작할 인물도 정실인 것이다.

 

정신이 부족한 정실 때문에 그동안 마을 남자들이 정실을 농간했던 장면들이 나올 때 마음이 아팠다. 어딜 가든 수컷들의 행동은 다르지 않다. 그것 때문에 상룡도 정실에게 화를 냈지만 그도 처음엔 동네 수컷들과 다르지 않았는데 어쩌겠는가.

 

심윤경의 [달의 제단]을 통해 그녀의 탄탄한 문장과 구성에 또 한 번 감동한다. 그녀의 작품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는데 장편만 쓰고 계시는 것 같아 좀 섭섭한 기분마저 든다. 그녀의 최근작이 나온 것을 보니 그래도 글은 계속 쓰고 계시는 것 같다. 글을 쓰는 작가는 어쩌면 쓰지 않고 못살 것 같은 천형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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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 - 뚜벅이변호사 조우성이 전하는 뜨겁고 가슴 저린 인생 드라마
조우성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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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스무 살 때 우리 집에는 민사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그것 때문에 법원에 처음 방문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지나가는 일로 이 얘기를 하게 되지만 그때는 그 일만 생각하면 가슴이 뛰고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내가 가장 놀랐던 것은 의뢰인을 대하는 변호사들의 태도였다. 우리 집 사건은 일 년이면 마무리 될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 일 년을 더 넘겨서 해결이 되었고 일 년이 넘었을 때 변호사는 오백만원을 더 입금하라고 했었다. 길고 지루한 민사 사건이 해결이 되고 나서 나는 변호사들을 신임하는 일이 별루 없었다. 정말 하나같이 속물 같아 보였고 의뢰인들을 대하는 그 거만하고 고압적인 태도는 십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잊을 수 없는 모습이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만큼의 해결이 되지 않았고 해결이 끝나면서 법원 앞에서 엄마와 함께 부둥켜안고 한 시간을 넘게 울다가 집에 갔었다. 그리고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 갔을 때 울다 지쳐 온 모녀에게 그동안 참고 견디느라 고생 많았다는 얘기보다 수고비 얘기를 먼저 꺼냈다. 세상은 그렇게 어린 나에게 환상은 아니었던 것이다.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을 쓴 저자는 변호사다. 그동안 자신이 맞은 사건에 관련된 에피소드 들을 적어 놓은 책이다. 정말로 편하게 서술한 책이라서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몰입해서 읽을 수 있고, 다 읽고 나면 이런 변호사가 있는 사무실이 또 없을까 알아보고 싶은 마음도 든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눈물이 났다. 내 스무 살에 처음 만난 그 변호사가 생각이 났고 잊고 있던 그때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만약 그때 내가 지금의 저자 조우성 변호사를 만났다면 사건이 졌어도 이런 서글픈 마음이 들지 않았을 것이다. 사건을 이기고도 그동안 겪었던 고통보다 변호사에게 받은, 그것도 검사, 상대방의 변호사보다 내 사건을 담당한 변호사에게 이런 억울한 감정이 생기다니.

 

 

저자는 이런 얘기를 했다. 변호사를 찾아와 의뢰를 하는 많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신의 얘기에 공감을 해주고 아픈 상처를 위로받기 위한 마음도 있다고. 맞는 말이다. 사실 나 또한 판사, 검사에게 한 달에 한 번씩 사건을 해결해 달라며 10장 이상의 편지를 쓰는 일을 하면서 나중에는 그 글을 쓰는 동안 힘들었던 시간을 내가 나를 위로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저마다 사연과 상처를 안고 있는 이들이 마지막으로 변호사를 찾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동일하다. 바로 자신의 고통을 공감해줄 누군가를 애타게 찾는 것이다. 사람이 법에 기대어 법정을 찾게 되는 때는 인생에서 가장 드라마 같은 순간이 동시에 가장 힘겨운 시간을 경험하고 있을 때다. ” P6

 

 

"많은 사람들이 소송을 시비를 가리는 과정, 분쟁을 처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이것이 ‘치유의 과정이자 분노를 풀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만약 이때 그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고 공감해주는 사람을 만난다면 이 과정은 보다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 " P7

 

 

" 변호사는 소송에서 승소해야 한다. 그런데 승소하는 방법에는 법적인 논리를 강하게 주장하는 방법도 있지만, 대신 에둘러 상대방의 상처 난 마음을 어루만져줌으로써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 57

 

“결과는 과정이 아름다울 때 진정으로 빛이 난다. 어떤 의미의 승소를 쟁취할지는 결국 과정을 지휘하는 변호사의 몫이다.” P58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말이 있듯 말이라는 것이 참 중요한 것 같다. 아 다르고 어 다르듯 어떤 방식으로 말을 하는지에 따라 감정을 추스를 수도 있고, 접었던 화가 다시 되살아 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분명 참지 못한 분노가 가득한 사람들이 변호사 사무실을 찾을 테고 그런 사람들을 어르고 달래주는 것도 변호사의 몫인 것 같다. 그때 나도 마지막 사건이 종결되고 우리를 좀 더 보듬어 줬다면 문을 나오며 더 서러운 눈물이 쏟아내지 않았을 것이다.

 

 

“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는 어른들의 말씀은 단순한 권고 수준이 아니라 항상 명심해야 할 인생의 중요한 가르침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혹여라도 부주의하게 다른 가슴에 못을 박고 도통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P 115

 

 

책을 통해 나는 변호사가 의뢰인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이 당연히 승소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치유를 해줘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싸우고 나면 사실 상대방도 나도 모두 한번 난 상처가 아무는 동안 아픈 시간을 지내야 하는 것이다.

 

변호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사람들은 어떤 생으로 직업을 원하는 것일까, 더 신중하고 깊은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직업이 주는 명예와 권력이 주는 매력보다 아픈 사람을 치유할 수 있는 의사보다 어쩌면 정말 우리가 치유되어야 할 것은 가슴의 상처일 테니. 가혹한 현실 앞에서 눈물을 닦아 줄 수 있는 이런 변호사들이 더 많아지길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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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책읽기]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젊은 날의 책 읽기 - 그 시절 만난 책 한 권이 내 인생의 시계를 바꿔놓았다
김경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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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에 이제 막 스무 살이 되는 동생에게 선물을 하고 싶다며 책을 좀 골라달라는 쪽지를 받았었다. 블로그에 책 관련 리뷰도 많이 올려놓지 않았을 때인지라 별표 많은 것으로 골라 읽으라고 할 수도 없고, 모든 이들에게 친절한 사람은 아니지만 쪽지까지 보낸 사람에게 불친절하고 싶지 않아 시간을 보내며 추천해줄 책이 뭐가 있을까 한참을 고민했었다. 이럴 때가 참 애매하다. 나의 취향이 타인의 취향과 같을 수는 없기 때문에 무작정 이것이 좋으니 읽어보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다. 다만 나는 좋았으니 너는 어떨지 모르겠다며 적어 준 쪽지를 보내고 나서 문득 나는 이 책이 왜 좋았는지 며칠을 생각했었던 적이 있었다.

 

 

 

[젊은 날의 책 읽기]는 내게 쪽지를 보냈던 그분에게도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요즘 어떤 책을 읽을지 모르겠다거나 혹은 책을 본격적으로 좀 읽어보겠다는 젊은 친구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작가가 젊은 시절 읽은 36권의 책들이 소개된 서평집이다. 저자 또한 젊은 시절 읽었던 책들중 누군가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들을 선별했을 것이고 그 책을 읽었던 사람들 중에는 공감과 그렇지 않은 반감도 가질 수 있겠지만 공감이 훨씬 많은 부분을 가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본다. 그런 부분에서 저자가 추천해 준 책중에 내가 읽은 공통적인 책을 발견할 때가 제일 즐겁다. 누군가 같은 책을 읽고 비슷한 공감을 나누는 것은 지극히 즐거운 일이고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기분까지 드니 공감이라는 단어가 주는 힘든 대단한 것이라고 느낀다.

 

 

 

저자가 읽은 36권의 책의 서평집인 [젊은 날의 책 읽기] 같은 비슷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저자의 추천작에도 있지만, 김연수의 [청춘의 문장들]도 비슷한 책이고, 김의기의 [어느 독서광의 유쾌한 책 읽기]라는 책도 올해 발간된 책이다. 누군가는 이 책을 읽고 어떻게 느꼈을 것인가는 온라인 서점만 들어와도 그 책을 누르면 서평이 쭉 달려있다. 그래서 감상평이야 흔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뭔가 사연이 곁들여서 누군가에게 나는 이랬는데, 너는 어떠냐며 보여주는 책 리스트는 뭔가 좀 달라 보이기도 한다. 저자가 추천해준 책들이 모두 재미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나의 취향에 맞는 책을 건질 때의 기쁨도 서평집을 읽는 재미중에 하나가 아닐까. 그중에 내게도 마음에 와락 와 닿은 책이 있었다.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는 늘 궁금증만 가지고 있었던 책이었는데 저자의 서평에 쏙 빠지고 말았다. 문득 내게서 좀 멀어졌었던 그 연애의 감정이라는 것을 느껴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아졌다.

[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 책은 이 책을 읽어서 보람지게 얻어지는 책 일것 같다. 저자가 읽은 책 중 절반 이상이 읽은 책들이라서 사실 굉장히 저자와 내가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을까 싶어서 굉장히 궁금했는데, 저자와 비슷한 80~90년도의 우울한 시대를 보내서 일까 그 시절의 고등학교의 교무실 풍경에 읽다가 웃음이 났다.

최규석의 책은 대부분 읽었는데 놓친 책이 소개 됐다. [지금은 없는 이야기]라는 책이었는데 이 책의 소개는 마음에 더 와 닿는다. 불편한 진실을 가차 없이 보여주는 최규석의 작품이라는 것 때문이라도 이 책을 소개한 저자의 목차가 더 마음에 든다.

 

 

 

사실 나는 난 이런 책들 읽었어, 너는 읽어 봤어?라고 소개하는 책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가끔 저자의 잘난 척이 싫고, 저자의 깊은 해악과 심미안에 실망할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이 요 근래에 읽은 책서평집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은 그런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지난날을 회고하며 그때에 읽었던 감성을 그대로 적어 놓고 편안하게 써진 글 솜씨 때문에 더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고 느낌을 적어 놓고 그것을 책으로도 만들어 놓는 일을 하는 것이 뭐 어렵겠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것이 절대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누군가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은 책들이 나열되면 그만큼의 저자의 공감의 글귀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에서 이 책은 어느 정도 성공적인 점수를 주고 싶다. 저자가 인용한 헤밍웨이의 말처럼 “읽기엔 쉬운 글이 쓰기엔 어렵다” 일수 있기 때문에 글을 쓰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담담하면서 편하게 써진 서평집이라서 크게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던 부분이라 어려운 인문서적 또한 편하게 서술해 놓아서 그 부분이 사실 제일 마음에 든다.

 

 

 

“좋은 글은 치밀한 사유와 폭넓은 독서, 그리고 절실한 경험과 깊은 감성에서 나오는 것이지 타고난 솜씨나 재주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P42

 

 

 

저자가 편하게 골라 놓은 책 리스트중 인문과학서적이 다소 적지만 그것이 책을 접하는 젊은 친구들에게는 오히려 장점으로 다가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책을 통해 친구를 얻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녀의 블로그라도 알면 찾아가고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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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날들]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완벽한 날들
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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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봄꽃놀이를 가보겠다며 남쪽 지방으로 내려가는 일행들을 따라 짐을 싸고 출발했다. 그동안 봄은 나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옛날 교회 오빠 같은 존재였다고 할 수 있다. 이상하게 나는 봄이면 늘 바빴다. 공모전을 준비할 때는 공모전이 봄쯤 있었기 때문에 꽃구경을 갈 수 없었다. 밤이고 낮이고 머리에 쥐가 날 때까지 책상에 고개를 숙이고 생각하고 또 생각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나의 현실을 즉시하고 공모전을 단념하고 멀어졌던 현실의 간극을 메꾸기위해 남들보다 훨씬 더 열심히 살아야했다. 그랬더니 나에겐 봄꽃놀이는 인생에서 사라져버린 것처럼 없어졌던 단어와 같았다. 그래서 좀처럼 오지 않을 것 같은 꽃놀이를 즐기자며 내려간 남쪽 지방 여행이었는데 막상 내려가 보니 벚꽃은 이미 지고 파릇한 잎들이 무수하게 돋아나고 있었다. 내 인생이 뭐 그렇게 화려했을라고 그렇게 단념하고 남은 시간을 꽃잎처럼 흩날리며 보내다 왔다.

 

 

 

실망스러운 여행을 뒤로하고 서울에 올라왔는데 참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이미 져버린 남쪽 지방의 꽃들과 안녕이라며 속상해 했는데 집 앞 학교 담장에 손 벌리며 쭉 펼쳐있는 개나리며 바람만 조금만 불어도 흩날리는 벚꽃이 사월을 맞이하고 있었다. 멀리 내려가지 않았어도 이렇게 아름다운 꽃구경이 있었는데 그동안 나는 왜 한 번도 이렇게 아름다운 꽃구경 할 곳이 있다는 것을 몰랐을까 후회가 되었다.

 

 

 

학교 앞을 서성이다가 아이들이 하교하고 운동장이 텅 비어 있을 시간에 테이크 아웃해간 커피를 들고 운동장에 앉아서 시간이 지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시간이 지나가는 그 소리는 때로는 계절의 끝, 혹은 4월의 시간을 조금씩 지구의 축으로 움직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아마도 내가 남쪽 나라의 여행이 없었다면 내 앞에 이렇게 훌륭한 마음의 휴식처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까. 내 손을 잡아 달라며 쭉 내밀고 있는 노란 개나리가 이렇게 예뻐 보일 수 있었을까. 몇 십미터쯤 나열되어 연분홍 꽃잎을 나부끼며 있어야 진정한 벚꽃놀이라고 생각만 했을 텐데, 열 그루 넘는 이 벚꽃이 아름답게 보일 수 있었을까. 분명 여행은 나에게 좋은 교훈을 가져다 준 것은 사실이다.

 

 

 

벚꽃처럼 나이를 먹어도 화사한 시인 메리 올리버의 에세이 [완벽한 날들]을 그날 같이 읽으면서 나는 그녀가 집 앞에서 만나는 작은 꽃들과 동물들에게도 찬사와 안녕을 보낸 부분을 처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첫 장을 펼쳤을 때, 그리고 몇 장을 더 읽고 나서 사실 그녀가 말하는 자연의 순진무구한 아름다움을 얘기하는 것에 살짝 당황스러웠다. 로맨스 드라마에서 닭살 행각을 부리는 연인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발연기에 나도 모르게 채널을 돌리고 말았던 어느 드라마의 한 장면과 같았다고 하면 너무 큰 비약이겠지만 사실 그랬다. 나는 자연을 사랑하지만 자연을 찬란한 찬사까지 보낸 적이 없었다. 단지 자연의 고마움을 알겠지만 자연은 그냥 자연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나보다.

하지만 시인 메리 올리버는 다르다. [완벽한 날들]속에 그녀는 자연의 모습은 정말로 완벽한 날들을 맞이하기 위한 아름다움의 단어 그 자체다. 그래서 그녀는 집 앞에서 만난 뱀을 보면서도 징그러운 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름이면 검은 뱀들이 크림색 인동덩굴 꽃들과 분홍 장미들 사이를 소용돌이치듯 기어갔다. 풀밭을 걷다 보면 뱀들의 검은 얼굴이 이국적인 꽃처럼 나타났다. 거의 항상 두 마리였고 가끔 세 마리일 때도 있었다. (중략)

뱀들은 이제 곧 다른 살 곳을 찾아 떠날 것이다. 하지만 녹록치 않을 것이다. 오늘날의 세상은 자꾸 뻗어나가지 않으면 안되니까.” P67

 

 

그녀에게는 뱀도 세상을 살아가기 빠듯한 곳이라고 걱정을 한다. 그녀에게는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는 위협적인 것은 없고 그냥 존재하는 자연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쩌면 이런 그녀의 성격은 이런 면들 때문에 있는 것도 아닐까 생각된다.

 

 

 

“몇 해 전, 이른 아침에 산책을 마치고 숲에서 벗어나 환하게 쏟아지는 포근한 햇살 속으로 들어선 아주 평범한 순간, 나는 돌연 발작적인 행복감에 사로잡혔다. 그건 행복의 바다에 익사하는 것이라기보단 그 위를 둥둥 떠다니는 것에 가까웠다. 나는 행복을 잡으려고 애쓰지 않았는데 행복이 거저 주어졌다.” P62

 

 

 

행복을 바라고 잡으려 하지도 않았는데 행복이 거저 주어졌다니. 그런 것은 어떤 것일까. 또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이렇게 별안간 나에게 주어진 행복이란 것이 얼마나 있었을까. 행복이 없었다고 생각했다가도 문득 그녀처럼 생각지도 않은 여행 사진을 발견하거나 누군가와 함께 떠나야 할지 몰라 고민하고 있는데 막상 같이 갈 여행 친구가 생겼다거나 할 때 나에게는 행복이 옆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고 생각했었으니 그녀처럼 행복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을 뿐 누군가에게 그런 날들은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랬는지 그녀가 지켜보는 세상은 참 순수하고 아름답기만 한 것 같다. 물론 그녀가 뱀이 떠나는 길에 세상이 녹록치 않을 것이라고 걱정한 것을 보면 그녀 또한 그런 세상을 견디고 겪으며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그 순수한 마음은 사실 부럽기도 하고 너무 새삼스럽기도 하다. 문학 낭만 소녀를 만난 것 같다가도 세상의 이치를 다 알아버린 중년의 혹은 노파의 모습을 보일 때도 있다.

 

 

 

“우주가 무수히 많은 곳에서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아름다운 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그러면서도 우주는 활기차고 사무적이다. 우주가 우리를 위해서나 우리의 발전을 위해서 그 섬세한 풍경들을 보이고 괴력을 과시하고 인식을 하는 건 분명 아니다.” 49

 

 

 

그녀는 아름다운 것은 그냥 아름다운 것으로 남겨져 있고, 그것을 좋아하며 간직하고 싶어 한다. 그녀의 에세이 첫 장을 읽고 너무 순수한 영혼이 적어 놓은 글인가 싶어 화들짝 놀라 덮었던 첫 장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버린다. 그녀가 찬미하는 세상을 나 또한 그렇게 찬미하고 싶고 찬사를 보내고 싶다.

 

 

 

“세상이 이토록 아름다운 건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난 그것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세상에 주어야 할 선물은 무엇일까?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걸까?” P27

 

 

 

그녀의 물음들에 나도 나에게 물음표들을 던져본다. 나에게 세상은 아름다운 것일까. 난 세상이 아름다운 부분을 찾아낼 수 있을까? 그것에 대해 나는 어떻게 알아야 하는 것일까. 세상은 나에게 어떤 선물을 주어야 한다고만 생각했을까? 나는 그런 선물을 받을 만한 사람이었을까? 나는 어떤 삶을 살기위해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것일까?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아깝지 않게 잘 보내고 있는 것일까? 세상은 이토록 아름다웠던 것을 이제야 알았을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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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위한 경제학은 없다 - 경제 이론의 역습
윤채현 지음 / 더난출판사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자랑은 아니지만, 사실 나는 자산을 불려 볼만큼의 큰돈을 가져 본적이 많이 없어서 펀드를 산다던가 주식을 사는 그런 행위를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단지 오랜 세월 꾸준하게 적금을 들면서 그 돈이 나를 안전하게 지켜 줄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을 뿐이다. 오래전 부모님이 대우증권 사태를 겪었던 것을 보며, 돈을 찾을 길이 없어 무척 곤란한 상황에 빠져 절대로 증권이나 주식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일은 하지 않겠다며 다짐했었기 때문에 뭔가 투자를 한다는 일은 나의 사전에 없었다.

 

 

하지만 주변에 안전만을 생각하는 나와는 달리 모험심이 풍부한 지인이 투자하여 몇십 배의 이익을 보았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사실 너무 무지한 경제 구조 속에 내가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되기도 했다.

 

경제 이론의 역습 [당신을 위한 경제학은 없다]는 나와 같은 경제학에 좀 무지한 사람들에게는 정말로 좀, 상당히 어려울 수 있는 책이라는 것이 첫 번째 나의 소감이다. 고등교육을 받았다고 한들 잊혀진지 오래인 경제 용어를 하나 둘씩 떠올리며 읽어야 하는 어려움도 있을뿐더러 우선, 경제 상황을 좀 분석하고 알고 있어야 저자가 말하는 내용을 반론할 수 있다. 그래서 책 한권을 읽는데 정말 많은 시간을 오랜만에 투자 할 수 있었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읽었지만 그렇다고 모두다 완독이 되지 못한 것이 좀 부끄럽기는 하다.

 

 

언젠가 은행은 절대 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망한 은행이 생기고, 은행원이라는 직업이 참 탄탄하다고 생각했지만 은행이 망하는 것을 보면서 이 세상에는 절대적으로 안정된 직장은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였는지 언제부턴가 내가 꼬박꼬박 들고 있는 적금은 정말로 안정된 나의 미래를 보장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고된 하루를 보내고 그 하루가 한 달이 되어 받는 월급으로 투자하고 있는 적금은 이제 제대로 알지 못하면 미래를 찬란하게 만들어 주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된 책 때문에 참 머리가 아프다.

 

은행은 내가 꼬박꼬박 넣고 있는 돈을 가지고 어떻게 굴리며 경제력을 확보하고 있는지 나름 좀 알게 된 것이 이 책이 나에게 준 가장 큰 보람이라고 할까.

 

“아무도 나의 재산을 지켜주지 않는다.”이기 때문에 오로지 나의 실력으로 나의 재산은 내 스스로 지켜야 한다면 대체 뭘 어디서부터 알아야 하는 것일까.

 

“‘이제부터하도 내 돈은 내가 지킨다’라는 다짐으로 기존 경제학과 이를 기본으로 하는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추고, ‘시대와 환경에 들어맞는 경제 실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P41

 

 

 

나처럼 경제학과 좀 거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피 같은 대 돈을 지키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의 장에서 ‘시대에 뒤떨어진 경제 상식은 버려라’에서 버려야 할 상식은 우리가 열심히 시험을 보기위해 공부했던 정치, 경제의 책에서 배운 이론과 논리일 것이다. 시대가 바뀐 만큼 요즘 아이들은 경제를 어떻게 배우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예전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가 증가한다는 이론은 이제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즘 집값이 많이 하락하지만 집을 사려고 하는 사람들이 없다. 이 부분도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가 증가한다는 이론과 어긋나는 현상일 것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새로운 수요이론은 기존 경제학 교과서의 수요이론과 달리 ‘가격이 상승하는 국면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가격이 하락하는 국면에서 수요가 감소’한다. 새로운 수요이론에 의하면 가격이 적정한 수준 이하까지 크게 하락한 시점에 자산 시장(주식, 채권, 외환, 부동산, 원자재 시장)에 참여하면 큰 폭의 투자 수익이 발생할 수 있지만, 거품 논쟁이 발생한 시점에 참여하면 가격 하락 국면에서 수요가 실종되므로 큰 폭의 투자 손실이 발생한다.” P408 _ 저자의 에필로그중.

 

 

 

[당신을 위한 경제학은 없다] 제목을 보면 떠올리는 영화가 생각날 것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코엔 형제의 영화가 있다. 나를 위한 것은 내 스스로 만들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나를 지키기 위한 제대로 된 공부가 필요하다. 삶은 공짜로 뭘 주는 것이 없다는 것을 요즘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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