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 - 뚜벅이변호사 조우성이 전하는 뜨겁고 가슴 저린 인생 드라마
조우성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내가 스무 살 때 우리 집에는 민사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그것 때문에 법원에 처음 방문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지나가는 일로 이 얘기를 하게 되지만 그때는 그 일만 생각하면 가슴이 뛰고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내가 가장 놀랐던 것은 의뢰인을 대하는 변호사들의 태도였다. 우리 집 사건은 일 년이면 마무리 될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 일 년을 더 넘겨서 해결이 되었고 일 년이 넘었을 때 변호사는 오백만원을 더 입금하라고 했었다. 길고 지루한 민사 사건이 해결이 되고 나서 나는 변호사들을 신임하는 일이 별루 없었다. 정말 하나같이 속물 같아 보였고 의뢰인들을 대하는 그 거만하고 고압적인 태도는 십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잊을 수 없는 모습이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만큼의 해결이 되지 않았고 해결이 끝나면서 법원 앞에서 엄마와 함께 부둥켜안고 한 시간을 넘게 울다가 집에 갔었다. 그리고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 갔을 때 울다 지쳐 온 모녀에게 그동안 참고 견디느라 고생 많았다는 얘기보다 수고비 얘기를 먼저 꺼냈다. 세상은 그렇게 어린 나에게 환상은 아니었던 것이다.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을 쓴 저자는 변호사다. 그동안 자신이 맞은 사건에 관련된 에피소드 들을 적어 놓은 책이다. 정말로 편하게 서술한 책이라서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몰입해서 읽을 수 있고, 다 읽고 나면 이런 변호사가 있는 사무실이 또 없을까 알아보고 싶은 마음도 든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눈물이 났다. 내 스무 살에 처음 만난 그 변호사가 생각이 났고 잊고 있던 그때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만약 그때 내가 지금의 저자 조우성 변호사를 만났다면 사건이 졌어도 이런 서글픈 마음이 들지 않았을 것이다. 사건을 이기고도 그동안 겪었던 고통보다 변호사에게 받은, 그것도 검사, 상대방의 변호사보다 내 사건을 담당한 변호사에게 이런 억울한 감정이 생기다니.

 

 

저자는 이런 얘기를 했다. 변호사를 찾아와 의뢰를 하는 많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신의 얘기에 공감을 해주고 아픈 상처를 위로받기 위한 마음도 있다고. 맞는 말이다. 사실 나 또한 판사, 검사에게 한 달에 한 번씩 사건을 해결해 달라며 10장 이상의 편지를 쓰는 일을 하면서 나중에는 그 글을 쓰는 동안 힘들었던 시간을 내가 나를 위로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저마다 사연과 상처를 안고 있는 이들이 마지막으로 변호사를 찾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동일하다. 바로 자신의 고통을 공감해줄 누군가를 애타게 찾는 것이다. 사람이 법에 기대어 법정을 찾게 되는 때는 인생에서 가장 드라마 같은 순간이 동시에 가장 힘겨운 시간을 경험하고 있을 때다. ” P6

 

 

"많은 사람들이 소송을 시비를 가리는 과정, 분쟁을 처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이것이 ‘치유의 과정이자 분노를 풀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만약 이때 그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고 공감해주는 사람을 만난다면 이 과정은 보다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 " P7

 

 

" 변호사는 소송에서 승소해야 한다. 그런데 승소하는 방법에는 법적인 논리를 강하게 주장하는 방법도 있지만, 대신 에둘러 상대방의 상처 난 마음을 어루만져줌으로써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 57

 

“결과는 과정이 아름다울 때 진정으로 빛이 난다. 어떤 의미의 승소를 쟁취할지는 결국 과정을 지휘하는 변호사의 몫이다.” P58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말이 있듯 말이라는 것이 참 중요한 것 같다. 아 다르고 어 다르듯 어떤 방식으로 말을 하는지에 따라 감정을 추스를 수도 있고, 접었던 화가 다시 되살아 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분명 참지 못한 분노가 가득한 사람들이 변호사 사무실을 찾을 테고 그런 사람들을 어르고 달래주는 것도 변호사의 몫인 것 같다. 그때 나도 마지막 사건이 종결되고 우리를 좀 더 보듬어 줬다면 문을 나오며 더 서러운 눈물이 쏟아내지 않았을 것이다.

 

 

“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는 어른들의 말씀은 단순한 권고 수준이 아니라 항상 명심해야 할 인생의 중요한 가르침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혹여라도 부주의하게 다른 가슴에 못을 박고 도통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P 115

 

 

책을 통해 나는 변호사가 의뢰인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이 당연히 승소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치유를 해줘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싸우고 나면 사실 상대방도 나도 모두 한번 난 상처가 아무는 동안 아픈 시간을 지내야 하는 것이다.

 

변호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사람들은 어떤 생으로 직업을 원하는 것일까, 더 신중하고 깊은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직업이 주는 명예와 권력이 주는 매력보다 아픈 사람을 치유할 수 있는 의사보다 어쩌면 정말 우리가 치유되어야 할 것은 가슴의 상처일 테니. 가혹한 현실 앞에서 눈물을 닦아 줄 수 있는 이런 변호사들이 더 많아지길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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