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케이블에서 한 [로맨스헌터]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무대가 라디오 방송국이었는데 연애를 하는 사람들이 고민거리를 보내면 로맨스 헌터라는 사람이 사람들이 하는 연애의 고민 상담을 해 주는 것이었다. (그 드라마를 통해 양진우라는 배우를 알게 돼서 즐거웠는데 통 나오는 드라마들이 굵직한 것들이 없어서 아쉽지만)

 

 

 

가끔 꼭 연애 상담이 아니더라도 고민을 털어 놓으면 생각지도 못한 해답을 내 놓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선견지명, 해박한 경험에 놀랄 때가 참 많았는데 그들도 그들의 고민 앞에서는 고민을 상담하러 왔던 사람의 입장으로 돌아가서 괴로워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주연애는 기대가 로맨스코치인줄 알고 연락하다 결국 그가 아님을 알게 되고, 자신이 현실에서 나누고 있는 사랑보다 스마트폰 문자 메시지로 주고받았던 그 감정이 훨씬 강하게 느껴진다. 로맨스헌터에서 남에게 연애 코치, 상담을 잘해왔던 주인공 최정윤 또한 라디오 부스 안에서는 연애 신으로 강림하지만 막상 자신의 연애에서는 늘 결정을 할 수 없고, 고민이 따랐다.

인생에서 어쩌면 가장 쉬운 것은 훈수일지 모르겠다. 남의 판에는 너무 잘 보이는 이기는 게임을 얼마나 많이 봐 왔던가. 이미 판이 깔려 있는 것을 멀리 볼 수 있는 내가 남에게 코치 해 줄 수 있는 그 여유와 시각은 훈수를 둘때 가장 빛난다.

어쩌면 우리는 나의 인생의 큰 고비를 멀리 보지 못하기 때문에 나에게 스스로 훈수를 둘 수 없는것일까.

 

 

주연애에게 연애를 코치했던 기대 또한 그렇다. 예쁜 애인을 둔 그이지만, 정작 여자가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른다. 근사한 프러포즈를 받고 싶어서 둘만의 여행을 떠나지만 정작 기대는 프러포즈는 생각도 못하고 연애가 여행을 떠났다는 것만 생각하고, 프러포즈로 받고 싶었던 반지는 기대의 여자 친구가 아니라, 연애가 받고 말았다.

 

 

 

 

 

 

 

 

 

여자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원하고, 남자는 말해야 알 수 있다고 한다. 언젠가 [왕의 남자]의 기사에 났던 얘기가 지극히 공감했던 얘기가 있었다. 여자는 이해를 못하지만 공감은 해주고, 남자는 이해는 하지만 공감을 못한다고 했던가. 어떤 일이 일어나면 그 일을 왜 저질렀는지 모르겠지만 그 심정만큼은 공감한다며 같이 울어주는 것이 여자라면, 어떤 이유로 그런 일이 일어난 부분은 이해하지만, 지금 슬픈 너의 심정은 공감해줄 수 없는 것이 남자라는 것인지.

 

 

 

우리가 원하는 연애는 어떤 것일까. 주연애와 기대와의 대사 속에 많이 녹아들어 있어서 이번 2회로 마무리 되는 이 드라마가 촉촉한 가을비 같아서 좋다. 정규 편성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이유는 이런 여운은 그냥 이렇게 넘어 가서 아쉬운 대로 아쉽게 남겨 졌으면 좋겠다는 느낌. 하지만 최다니엘의 연기를 보려면 정규편성 되어야 하는 것일까.

 

 

 

내가 이십대에 이 드라마를 봤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삼십대에 보는 이 드라마는 그냥, 연애가 주는 단어의 어울림과 향수에 나도 모르게 지나간 옛사랑의 그림자들을 들춰보고 말았다. 그때, 우리 참...즐거웠지. 행복했지. 괴로웠던 밤도 많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더 많이 싸웠다면 어쩜 헤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고. 싸워서 헤어진것이 아니라 싸우지 않아서. 서로의 마음을 너무 몰라서 헤어졌던 것이라고 생각되는 밤. 나는 그때 왜 밤마다 울지 않고 화를 냈을까. 그때 나의 연애는 왜 이렇게 고민이 없었을까. 나의 연애는 쓸쓸하기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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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 2013-09-13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TV를 잘 보지 않아서 이 드라마의 내용을 알지 못하지만 오후즈음님의 글은 공감합니다.
남자인 제가 공감한다니 이상한가요? ㅎㅎ

오후즈음 2013-09-13 17:44   좋아요 0 | URL
이상하디니요~ ㅋㅋ
2부작 드라마로 이번주 방송 했는데 많이 재미있게 봐서요..저는 인텔리거든요. (인간텔리비젼~ ㅋㅋ) 그래서 책을 많이 못 읽고 있어요.
 
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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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은 상복이 많은 사람이다.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로 세계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했고, [내 심장을 쏴라]로 세계문학상을 받았다. [7년의 밤]은 어쩌면 그녀의 수상 이력의 효과를 보며 주목 받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용의 치밀함과 재미가 빠졌다면 시들했을 텐데 그 해에 읽지 못했지만 내게 정유정이라는 작가를 각인시키기에 큰 작품이었다. 그녀의 굵직한 장편들이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단편을 잘 쓰지 않는 그녀의 선 굵고 듬직한 그 책 두께에 더 마음에 들었다고 할까.

 

 

500페이지에 달하는 그녀의 작품 [28]은 읽는 동안 지루할 틈이 없다. [7년의 밤] 또한 그랬다. 그녀의 간결한 문체, 사전 자료 조사에 감동하며 읽을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28] 또한 그렇다. 몇 년 동안 치밀한 사전 조사를 이루고, 써내는 작품의 질과 농도에 감탄을 자아낸다.

 

 

그녀가 설정한 가상의 도시 “화양”이라는 곳에서 벌어지는 28일 동안의 얘기는 생동감 있다. 그녀의 작품 [내 심장을 쏴라]와 [7년의 밤]이 영화화 된다고 하던데 [28]일은 어쩌면 영화에 더 잘 맞아 떨어지는 내용일 수 있겠다. 이렇게 조직적이고 치밀한 묘사에 어떻게 영화 생각을 못할까. 28일 동안 인간이 어디까지 추락 할 수 있는지, 얼마나 빨리 사랑에도 빠질 수 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삶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여실하게 보여준다.

 

 

가상의 도시 “화양”이라는 곳에서 ‘인수공통전염병’이 창궐하기 시작한다. 처음 비위생적으로 관리된 개번식업자가 자신의 개에게 전염되기 시작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눈이 충혈 되기 시작하면서 온몸의 구멍이란 구멍에서 피를 쏟는 이 병의 치유 방법은 당연히, 없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인수공통전염병’에 걸리지 않는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당연히 주인공이다. 이 이야기의 시작이자 끝인 서재형은 한때 ‘아이디타로드’에 출전한 최초의 한국인 머셔였다. 일면 썰매개들을 이끌고 생명을 담보로 달리는 죽음의 경주라고 한다. 첫 출전한 서재형은 악천후 속에서 자신의 개들을 모두 늑대에게 잃고 말았다. 충전 자격을 영구 박탈당한 재형은 한국에 돌아와 자신이 잃어버린 그 개들을 찾듯 유기견을 보호하고 치료해주는 유기견 구조센터 “드림랜드”를 운영한다. ‘인수공통전염병’이라는 것이 개에게서 비롯되었고 그로인한 그의 도시의 이름 같은 불같은 소용돌이에 다시 한 번 갇히게 되었다. 어쩌면 재형이 링고와 스타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는 화양에서 그런 생을 마주보지 않았을 것이다.

 

 

재형을 주축으로 그의 기사를 쓰고 결국 그의 옆을 지키게 된 김윤주와 119 구조대원인 기준, 그리고 기준에게 특별한 간호사 수진. 주변 인물들에게 재앙과 슬픔을 모두 가져다 준 동해, 그들을 도와주는 주환등 많은 인물이 주축으로 이뤄진 이 소설은 인물들도 많다. 동해의 아버지, 엄마, 동생을 뺀다면 큰 가계도는 없다. 재형과 수진이 한 축을 이루고 동해와 대립관계에 놓인다. 그리고 그들의 주변인물들은 주인공이 되거나 혹은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이들보다 훨씬 중요한 스타와 링고, 썰매개였던 그들의 얘기가 중요하다. 어찌 보면 사람들의 얘기보다 그들의 대화와 내용이 가장 감동적이고 가슴 아팠던 부분이 있다. 그래서 였는지 링고의 마지막 행적을 따라가는 부분이 가장 섬뜩하고 긴장되었다.

 

작가는 구제역으로 살생처분 되는 살아있는 돼지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 소설을 쓰기로 했다고 한다. 구덩이 속으로 살아 있는 돼지들이 쏟아지고 영문도 모르게 끌려와 깊은 구덩이 속으로 던져진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 모르겠다며 살려달라고 울부짖었던 그들의 모습처럼 화양의 도시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작가가 그렸던 모습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장면들이 너무도 많다.

 

 

현실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살인을 저지른 사이코패스들의 기사들을 쏟아낸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동해가 어린 시절 당했던 폭력이 그를 이렇게 가혹한 사이코패스를 만들어 냈다고 하기엔, 동해의 캐릭터를 풍부하게 만들어 줄 이유가, 부족하다. 동해는 그냥 나쁜 인물이기만 할까. 동해의 행동에 악행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를 이끌어줄 동아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는데 좀처럼 작가는 냉정하기만 하다. 좀처럼 곁을 내주지 않는다. 그런 부분에서 동해라는 인물을 살리는 부분은 실패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화양은 다섯 개 산과 열두 개 봉우리 안에 들어앉은 분지 도시였다. 재형은 도로 하나로 서울 북쪽과 내통하듯 몸을 맞댄 이 도시의 하늘이 갑갑할 때가 있었다.” P114

 

 

정유정이 만들어낸 화양이라는 도시를 설명하는 부분을 보더라도 그녀는 뭔가 허투루 만들어 낸 것이 없다. 분명 이런 도시가 어디쯤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자세하고 치밀하게 짜여 놓았다. 유독 그녀의 소설은 긴 문장이 없다. 간결하게 읽히는 것이 이 소설의 특징인데 그래서인지 감정선도 짧게 끊긴다. 지난번 그녀의 소설을 읽고 느낌 감정은 다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하지만 재형이 윤주에게 자신의 쉬차(썰매개들)을 눈보라 속에 늑대들의 밥이 되어 자신을 더 이상 찾지 않도록 멀리 달아나 줬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는 부분에서는 가슴이 많이 뜨거워졌다. 살려는 의지를 가지게 했던 그는 윤주에게도 자신의 지난날을 얘기하며 가슴 아파했다. 동해에 대한 적대감이 강해질수록 재형에게는 연민이 주고, 윤주에게는 사랑을 주고 있는 것 같다.

박노해는 말했다. 사람만이 희망이라고. 그 희망인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것일까. 소설을 읽고 사실 작품의 좋고 싫음을 떠나 나는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희망이라는 우리가 대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이기적으로 살아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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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 2013-09-13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 작가가 갑자기 유명해지면 그 작가의 초기작품을 찾아 읽는 버릇이 있어요. 그래서 최근에 읽었던 책이 정유정 작가의 <마법의 시간>이었죠. 구성도 단편적이고 결말 부분을 서둘러 끝낸 흔적이 있는 약간은 아마추어 냄새가 나는 작품이었죠. 그러나 정유정 작가를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아서 좋았어요. 이제는 본격적으로 작가의 베스트 셀러 작품도 읽어보려구요. ㅎㅎ 리뷰 잘 읽었습니다.

오후즈음 2013-09-13 17:43   좋아요 0 | URL
아, 마법의 시간이라는 단편이 있군요. 저는 정유정이 장편만 쓴줄 알았어요.
그동안 그녀의 장편 3권은 모두 읽었는데 이번에 나온 소설이 가장 흥미가 떨어지네요. 하지만 작가의 자료 조사 능력은 탁월한것 같아요.
 
열한 번째 왕관
예영숙 지음 / 더난출판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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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라는 말은 서로의 입장에 바꿔서 생각해 보라는 누구나 다 아는 사자성어다. 이런 개념으로 타인을 대한다면 서로 싸우는 일도 없을 텐데 어떤 문제이건 제일 먼저 내가 앞에 있다 보니 그런 일이 쉽지 않는 것 같다. 무엇보다 같은 경험이 없다면 쉽게 타인을 이해 할 수 없는 것같다. 물론 인격 수양 많은 사람들에게는 다른 얘기겠지만.

 

 

[열한 번째 왕관]의 저자 예영숙은 유명한 보험 업계에서 그랜드 챔피언이 된 사람이다. 그저 평범한 주부가 보험 설계사가 되어 보험 상품을 팔기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간혹 가입되어 있는 카드사에서 보험 상품을 파는 전화를 받을 때마다 바쁘다며 죄송하다는 말을 끝으로 끊을 때가 많은데 어떤 날은 전화를 끊지도 못하게 쉬지 않고 말을 하는 그녀의 얘기를 다 들어주다가 화가 났었던 적도 있었다. 아는 지인이 전화로 물건을 파는 일을 했다가 한 달을 간신히 채우고 절대로 남에게 권유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하며 앞으로 걸려 오는 전화는 착하게 받겠다고 하더라.

 

 

그런 지인을 생각해보면 저자의 성공의 열매가 대단해 보이지만 그 열매 속에 얼마나 많은 시련이 있었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보험왕이나 자동차 세일즈 왕으로 뽑힌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지 궁금할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권유하며 그것을 매출로 이끌어 내는 사람들은 어떤 화술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들은 화술도 있겠지만 제일 첫 번째는 고객을 위한 진심어린 마음을 제일 첫 번째로 내세운다. 몇 번을 거절을 당했지만 정성어린 편지를 써서 바쁜 고객에게 전해줬더니 자신의 진심을 받아줘서 비싼 보험을 들었다는 얘기나, 고객의 눈을 마주보며 얘기하는 일은 절대로 빼먹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노력은 판매왕만 생각하기보다 고객을 찾아가는 자신의 직업의 자부심이 밑바탕 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 내 말에 상대의 마음이 상하지 않았을까? 신나고 즐겁게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가 늘 성찰하고 고민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P37

 

 

판매를 한다는 것은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다. 그 많은 말 중에 가슴에 걸리는 것이 와 닿으면 닫힌 문도 열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가장 큰 단점이 말실수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그녀가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에 단지 책을 쓰기위한 그녀의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모두가 이런 부분을 고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 역시 그녀의 성공 노하우 중에 하나가 메모하는 습관을 들었다. 메모의 습관은 가장 확실한 경쟁력이며 습관을 고치는 제일 첫 번째 행동 규칙인 것이다. 그녀 또한 이런 메모를 통해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고 메모를 하다보면 상대방의 대화나 행동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그녀의 얘기 중에 가장 와 닿았던 글귀들은 이런 얘기들이다.

 

 

“ 나는 보험을 통해 고객의 꿈을 실현해주면서 나의 비전을 완성하고자 했다. 그리고 시대의 흐름과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고객의 요구에 맞춰 가장 알맞은 그림으로 최선을 다해 디자인했다. 이것이 꿈을 향한 나의 비전이다.”P71

 

 

“자기의 평판은 자기를 잘 아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지 모르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 결코 아니다. 내 주변에서 나의 일상을 자주 보고 경험한 사람이 바로 내 평판의 근원지라고 생각하면 좋은 습관이 몸에 밸 수밖에 없다.”P109

 

 

"타면자건(唾面自乾), 누군가 내 얼굴에 침을 뱉으면 닦지 말고 저절로 마를 때까지 기다리라”

“어떤 사람이 너에게 침을 뱉는다면 그것은 너에게 뭔가 크게 화가 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네가 그 자리에서 바로 침을 닦으면 상대는 틀림없이 더 기분이 상할 것이다. 침 같은 것은 자연히 마를 테니, 닦지 않고 그냥 두는 것이 제일이다.” P120

 

 

 

사실 책의 내용이 소제목과 따로 놀거나 주제에 맞게 가다가 희망과 긍정의 얘기로만 끝이 나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에서든지 희망을 놓치면 안 되고, 긍정이 발판이 되어야 꿈을 꿀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많은 책을 답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때론 지나친 긍정이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기도 한다. 그런 부분에서 그녀의 마지막 엔딩 또한 아쉽다. 그녀의 첫 번째 책을 읽어보지 않아서 내용을 가늠해 볼 수 없지만 그랜드 챔피언이 들러주는 성공 스토리가 다소 허무하다는 것이 아쉽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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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 반복하고 있다. 요즘 아침 날씨는 새침한 소녀 같기도 하다. 한참 까르르 웃다가 내가 언제 그랬냐며 정색한 얼굴로 토라져 버리는 그 어린 시절의 내 친구의 모습처럼 새침한 얼굴로 변한 뒷모습처럼 차가운 바람이 분다. 차디찬 바람이 방안을 휘감고 돌아서면 아직 느끼지 못한 한기가 때로는 찾아와 결국 창문을 닫는다. 그리고 오후가 되면 다시 똑똑 노크를 하는 햇살 때문에 창을 열어 놓게 된다. 이런 날씨의 반복이 계속 되면 어느 날은 움츠린 어깨를 하며 돌아섰던 겨울이 문 앞에 커다란 가방을 가지고 서 있을 것이다. 그 짐가방속의 한기를 다 쏟아 놓지 않고서는 절대로 밖으로 나가지 않겠다는 굳은 어깨를 마주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전에 새침한 가을과 함께 도착한 푸른 하날을 보며 마음껏 책을 읽어야 겠다.

 

 

 

 

 

1. 이윽고 슬픈 외국어 _ 무라키미 하루키

 

 

 

 

 

 

 

 

 

 

 

 

 

 

[슬픈 외국어]의 개정판으로 나온 하루키의 에세이다. 지난번에도 그의 에세이를 읽는 동안 즐거웠다. 특히 그가 외국에 나갈 때 허름한 옷을 입고 짐을 줄이기 위해 그 옷을 버리고 물건을, 그것도 무게도 많이 나가는 LP판을 사오는 부분에서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해 나도 올해 파리에서 약간 낡은 옷을 입고 갔다가 무게를 덜기위해 그 옷은 파리 어느 호텔방에 빨아 널어놓고 왔다. 마치 실수처럼 안 가져 간 것 같은 그 옷이 쓰레기통에 들어갔는지 알 수 없지만, 입을만 하지만 나는 입지 않는 옷을 가져가서 가방의 여유를 챙겼다. 다, 하루키의 노하우를 빌려 왔다. 이러니 하루키의 에세이를 안 읽을 수 없다. 간혹 하루키에게서 야동 오타쿠 할배 느낌이 나는 것은 왜 일까. 그렇다 할지라도 그의 에세이에는 무한 애정으로 읽고 싶다.

 

 

 

 

2. 나는 평양의 모니카 입니다.

 

 

 

 

 

 

 

 

 

 

 

 

 

 

 

삶은 때로는 어쩔 수 없는 굴곡을 지날 때가 있다. 그런 굴곡 속에서 시련을 견디며 사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보지 못해서인지 파란 만장한 삶을 살아갔던 사람들의 얘기에 눈이 간다. 그들의 삶을 어루만져 줄 수 없지만 이해하고 공감해주고는 싶다. 그런 부분에서 그녀의 이력은 독특하다. 무엇보다 많은 나라를 이동하며 살아갔던 그녀의 지난 일들의 아픈 시선들을 마주하고 싶다.

 

 

 

3. 요기 인도에 쉼표를 찍었습니다.

 

 

 

 

 

 

 

 

 

 

 

 

 

 

 

 

 

이 책은 참 위험한 책일지 모르겠다. 나는 삼십대를 기념해서 꼭 인도를 가겠다고 이십대에 생각했지만 마흔이 가까워지는 나이에도 아직 인도를 가보지 못했다. 이유는 요즘 인도에 대한 흉흉한 성범죄가 너무 심각해서였다. 절대로 여자 혼자 가지 말아야 할 나라 중에 가장 첫 번째로 꼽는 나라가 인도라는 내 지인은 나의 인도 여행에 종지부를 찍어줬다. 그런데도 역시 인도의 카레 맛도 잘 모르면서 인도의 향기가 어디서 난다고 이다지도 인도에 끌리는 것일까. 이 책을 읽고 나면 나는 정말로 짐을 꾸려 인도로 떠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은 위험할지 모르겠다.

 

 

4. 흐리고 가끔 고양이

 

 

 

 

 

 

 

 

 

 

 

 

 

 

 

 

 

이용한의 길고양이 책 완결판이라고 해도 되겠다. 나는 이용한의 고양이 시리즈 3권을 모두 읽었다. 그 책 때문에 나는 길고양이들이 좋아졌고 고양이를 사랑하게 되었다. 물론 아직 고양이 집사가 되지 못했다. 아직까지 책임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살뜰하게 보살펴줄 용기가 없다. 그동안 우리 집을 거쳐 갔던 많은 반려견들이 떠났던 순간을 생각하면 쉽게 집에 고양이는 절대로 들이지 않겠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 왔기 때문이다. 간혹 이용한 작가의 블로그와 트위터로 이용한 작가 마을의 고양이 안부를 본다. 그것보다 더 많은 따뜻한 눈인사가 있을 이 책은 꼭 많은 사람들이 읽고 즐거운 눈인사를 했으면 좋겠다.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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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알고 있는 걸 서른에도 알았더라면 - 천 개의 인생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들
이의수 지음 / 토네이도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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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나이와 관련된 생존 매뉴얼의 책이 유난히 많이 출판되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의식하지 못하다가 나이와 관련된 나의 깨우침이 더 많은 책들을 발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이 나이에 꼭 뭔가를 했으면 좋겠다는 책을 보면 그런 것은 꼭 스무 살, 서른에만 필요한 것들이 아니지 않나하는 반문을 해 본다.

 

 

언젠가 아주 오래전에 배우 심혜진이 토크 쇼 프로에 나왔던 기억이 난다. 생각해 보니 벌써 10년도 전에 일인것 같은데 그때 나는 스무 살 좀 넘었을 때였기 때문에 그녀가 했던 그 말이 더 가슴에 와 닿았던 것 같다. 그녀가 이혼을 하고 혼자 생활을 하면서 각각 나이에 맞는 여자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코너가 있었다. 그때 그녀는 서른을 맞이하는 여자들에게 가장 먼저 얘기를 했던 것이 돈을 많이 모아 놓으라고 했다. 어디서든 당당하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얻을 수 있도록 돈을 많이 모우며 서른을 맞이하라고 했다. 그때 그녀의 얘기에 아니, 서른에 무슨 돈이 그렇게 필요하다고 돈을 모우라는 것일까, 의아했지만 서른을 넘어서는 나이가 되니 사실 그것은 딱 그때만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그녀가 말했던 것은 노후를 위한 자금, 혹은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살아가길 원하는 그녀 자신에게 하는 얘기 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알고 있는 걸 서른에도 알았더라면]속의 챕터들은 총 5가지의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어떤 이유로 다섯 가지로 나눠 놓았을까 살펴보니, 일, 사랑, 감정 혹은 마음, 행복, 마지막은 비전과 관련된 것으로 꾸며져 있다.

 

 

“우리는 언제나 너무 빨리 나이 들고, 너무 늦게 깨닫는다. 그래서 젊은 날에는 불안과 조바심에 찬 삶을 살고, 나이 들어서는 그렇게 살아온 삶에 대한 후회가 많아진다.”P07

 

 

앞에 저자의 서문처럼 경험에서 오는 것들을 살피면 늘 깨달음은 한 발짝 늦게 오는 것 같다. 그 깨달음을 한발 더 일찍 발견했더라면 그때 그런 실수를 하지 않았을 텐데. 후회가 되고 빠른 깨우침이 없어 속상하며 자아 성찰이 부족한 나를 탓하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이런 것이 인생이라고 한다면 그런 인생이 너무 얄미워 질것 같다.

일적인 얘기 중에 가장 공감이 가는 부분은 역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때 나는 어떻게 그 시절을 다시 보낼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 내가 다시 서른 살로 돌아간다면, 나는 실적의 고민보다는 ‘성과’에 대한 고민을 깊이 할 것 같아요.” P19

 

 

그런데 실적보다는 성과를 더 생각하며 일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은 또 달라진다. 나는 성과를 위한 반성을 하겠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상과보다 실적을 중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행복한 관계 유지를 하고 살면 좋겠지만 관계중 가장 힘든 인간관계라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어찌 보면 인생의 하나의 숙제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이해보다 공감의 마음이 훨씬 많기 때문에 같은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조언해주는 저자의 마음에 사실 조금 가슴이 울렁거렸다. 같은 상처를 치유하며 살면 얼마나 좋겠냐만, 어디 그런 사람들을 만나서 계속 유지해나가는 그 시간이 또 호락호락한 인생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른을 맞이하는 사람들에게 겸손은 쉽게 오는 것이 아니며,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미덕이기 때문에 겸손을 가진 사람만이 성공을 할 수 있다는 얘기에 반기를 들고 싶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실천해줄 이십대들을 위해 나 또한 이런 부분을 충고해 주고 싶다.

이미 서른을 훌쩍 지나버린 나 같은 사람에게도 이 책이 말하는 삶의 남겨진 미래에 대한 준비나 마음가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을 앞으로 대비하면 살면 되겠다. 서른이 훌쩍 넘어 버린 나에게도 다독이며 앞으로 다가올 날들을 위해 열심히 살아보자고 말해본다.

 

 

“경제적 자유의 획득만으로는 마흔 이후의 삶에 필요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제적 자유를 추구하는 동시에 성숙하고 독립된 인격체가 되고자 하는 노력 또한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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