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케이블에서 한 [로맨스헌터]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무대가 라디오 방송국이었는데 연애를 하는 사람들이 고민거리를 보내면 로맨스 헌터라는 사람이 사람들이 하는 연애의 고민 상담을 해 주는 것이었다. (그 드라마를 통해 양진우라는 배우를 알게 돼서 즐거웠는데 통 나오는 드라마들이 굵직한 것들이 없어서 아쉽지만)
가끔 꼭 연애 상담이 아니더라도 고민을 털어 놓으면 생각지도 못한 해답을 내 놓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선견지명, 해박한 경험에 놀랄 때가 참 많았는데 그들도 그들의 고민 앞에서는 고민을 상담하러 왔던 사람의 입장으로 돌아가서 괴로워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주연애는 기대가 로맨스코치인줄 알고 연락하다 결국 그가 아님을 알게 되고, 자신이 현실에서 나누고 있는 사랑보다 스마트폰 문자 메시지로 주고받았던 그 감정이 훨씬 강하게 느껴진다. 로맨스헌터에서 남에게 연애 코치, 상담을 잘해왔던 주인공 최정윤 또한 라디오 부스 안에서는 연애 신으로 강림하지만 막상 자신의 연애에서는 늘 결정을 할 수 없고, 고민이 따랐다.
인생에서 어쩌면 가장 쉬운 것은 훈수일지 모르겠다. 남의 판에는 너무 잘 보이는 이기는 게임을 얼마나 많이 봐 왔던가. 이미 판이 깔려 있는 것을 멀리 볼 수 있는 내가 남에게 코치 해 줄 수 있는 그 여유와 시각은 훈수를 둘때 가장 빛난다.
어쩌면 우리는 나의 인생의 큰 고비를 멀리 보지 못하기 때문에 나에게 스스로 훈수를 둘 수 없는것일까.
주연애에게 연애를 코치했던 기대 또한 그렇다. 예쁜 애인을 둔 그이지만, 정작 여자가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른다. 근사한 프러포즈를 받고 싶어서 둘만의 여행을 떠나지만 정작 기대는 프러포즈는 생각도 못하고 연애가 여행을 떠났다는 것만 생각하고, 프러포즈로 받고 싶었던 반지는 기대의 여자 친구가 아니라, 연애가 받고 말았다.
여자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원하고, 남자는 말해야 알 수 있다고 한다. 언젠가 [왕의 남자]의 기사에 났던 얘기가 지극히 공감했던 얘기가 있었다. 여자는 이해를 못하지만 공감은 해주고, 남자는 이해는 하지만 공감을 못한다고 했던가. 어떤 일이 일어나면 그 일을 왜 저질렀는지 모르겠지만 그 심정만큼은 공감한다며 같이 울어주는 것이 여자라면, 어떤 이유로 그런 일이 일어난 부분은 이해하지만, 지금 슬픈 너의 심정은 공감해줄 수 없는 것이 남자라는 것인지.
우리가 원하는 연애는 어떤 것일까. 주연애와 기대와의 대사 속에 많이 녹아들어 있어서 이번 2회로 마무리 되는 이 드라마가 촉촉한 가을비 같아서 좋다. 정규 편성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이유는 이런 여운은 그냥 이렇게 넘어 가서 아쉬운 대로 아쉽게 남겨 졌으면 좋겠다는 느낌. 하지만 최다니엘의 연기를 보려면 정규편성 되어야 하는 것일까.
내가 이십대에 이 드라마를 봤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삼십대에 보는 이 드라마는 그냥, 연애가 주는 단어의 어울림과 향수에 나도 모르게 지나간 옛사랑의 그림자들을 들춰보고 말았다. 그때, 우리 참...즐거웠지. 행복했지. 괴로웠던 밤도 많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더 많이 싸웠다면 어쩜 헤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고. 싸워서 헤어진것이 아니라 싸우지 않아서. 서로의 마음을 너무 몰라서 헤어졌던 것이라고 생각되는 밤. 나는 그때 왜 밤마다 울지 않고 화를 냈을까. 그때 나의 연애는 왜 이렇게 고민이 없었을까. 나의 연애는 쓸쓸하기만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