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식당 10 심야식당 1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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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만화들을 볼 때면 그들의 만화 사랑이 부럽지 않을 수 없다. 장인 정신은 우리도 못지않은데, 한번 그곳에 터를 잡으면 몇 십 년씩 꾸준하게 일하는 것도 부럽기도 하다. <심야식당>은 일본 드라마로 벌써 시즌 2까지 나왔다. 만화는 10권까지 나왔지만 아직도 많은 에피소드들이 무궁무진한지 연재가 끝나지 않는다.

 

<원피스>는 10년 넘게 연재가 이어지고 있고, 한때 다음 권이 나오길 무척 기다렸던 <꽃보다 남자>도 비슷한 기간 연재를 했다. 그래서 일까, 내 유년시절을 즐겁게 해줬던 만화가들의 안부가 참 궁금해진다. 김진, 유시진, 강경옥, 신일숙, 황미나등등...다들 건강하신지.

 

 

매회 이것 만들어 먹고 싶어진다는 것들 참 많았는데, 이번 화에서는 제일 먹고 싶은 게 참 어이없게도 <버터감자>다.

태어나서 처음 레스토랑 (그때는 그렇게 불렀어...)에 갔을 때는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그때 처음 먹어본 스테이크 옆에 있었던 ‘버터감자’가 너무 맛있어서 비싼 스테이크는 먹지 않고 소개팅 나온 남자애의 버터감자까지 내가 다 먹고 왔던 기억이 있다. 삶은 감자가 아닌 버터에 구워져 나온 감자, 속이 포슬 거려 그 속에 샤워크림이 얹어져 있어서 더 새콤했던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 며칠이고 또 먹고 싶어서 소개팅에 나가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심야식당의 <버터감자>편은 나와 전혀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다. 과거 좋아했던 사랑은 그때의 인연으로 남겨두고 현재의 사랑에 충실 하라는 내용이라고 할까? 과거 좋아했던 여자를 우연치 않게 다시 만나고 지금의 멋진 연인도 버리고 과거에 이루지 못한 사랑을 하고자 떠났지만 결국 과거의 그녀도 현재의 남자를 택했다는 것.

 

그러니까 있을 때 잘해야 하고, 현재 내 옆에 있는 여자에게 잘해야 한다는 것. 절대불변의 진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 심야식당의 얘기가 어떻게 끝날지는 너무 생생하게 그려지지만, 그 속에서 복잡거릴 에피소드들은 상상하면 안 될 것 같다.

 

 

모두 그곳에서 음식을 먹으며 인생을 치유 받겠지만 우리는 그 음식을 떠올리며 옛 추억을 꺼낼까. 다음편이 기다려지는 그 식당. 한 입만 먹어도 오늘이 힐링 될 것 같은 음식을 만드는 마스터를 만나고 싶네. 마스터, 오늘은 우울하니 나는 따끈한 김치죽이 먹고 싶은데, 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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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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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심장을 쏴라>때 책을 다 읽고 작가가 작가 이전에 어떤 일을 했었는지 살펴보았다. 책이 정보 수집을 떠나 너무 치밀한 리얼리티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정말로 그 속에 살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런 소설이 나올 수 있을까, 역시 직업으로 체험한 부분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보통 작가들은 자신의 경험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세 번의 작품 이후의 작품이 그의 진짜 실력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7년의 밤>은 정유정의 세 번째 장편 소설이다. <네 심장을 쏴라>때까지만 해도 그냥 좀 글발이 있는 작가구나 했지만 <7년의 밤>은 무서운 사람이이다로 마침표를 찍었다. 소설 처음부터 끝까지 새벽 호수에서 이는 안개를 걷어내지 않고 깊은 우물 같은 절망을 끝까지 안고 갈 수 있을까.

 

작가의 상상으로 만들어 놓은 세령시의 살인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얘기는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다시 과거로 이어지는 소설로 얘기 속에 얘기를 넣은 액자 구성이지만 주인공 서원의 코멘트만 없다면 사건의 시작부터 끝으로 가는 얘기가 되어 버린다. 서사적으로 큰 무리 없이 짜임새는 하나도 흩트려져 있지도 않다. 400페이지 넘는 긴 소설을 짧은 호흡으로 읽을 수 있도록 긴 문장도 없다. 간혹 영화로 치면 독백으로 쓰일 긴 대사가 많다는 것 말고는 많은 내용이지만 짧은 얘기라고 할 수 있겠다.

7년전 우발적으로 교통사고를 내고 도망치듯 사건을 수습한 주인공의 아버지 현수, 아내를 폭행하고 딸까지 폭행을 삶의 교정이라는 말로 권력을 휘두른 오영제,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지켜봤던 승환, 아버지의 살인죄로 청춘을 잃고 살아가는 서원. 그리고 보니 모두 남자들이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다. 영제의 아내와 현수의 아내는 요리속의 데코레이션 같은 부분으로만 여겨졌다고 할까.

 

작가의 심리 묘사나 서사는 좋지만 역시 오영제에 대한 얘기는 솔직히 아쉽다. 그는 세디스트같은 사람이다. 아내를 때릴때도 알몸인 상태에서 회초리를 때리고 나중에 강간하듯 아내를 윤간한다. 또한 딸도 마찬가지 이다. 어린 딸이라고 하지만 딸도 회초리를 때릴때는 옷을 벗기고 무지막지한 주먹을 휘둘러 얼굴을 못 쓰게 만들어 버린다. 그런 오영제가 딸에게 갖는 애정이라는 것이 뭐 얼마나 대단할까, 그래서 딸을 죽인 범인을 찾아내 죽이고 또 세령시에 혼자 살아남은 서원을 7년 동안 떠돌며 살게 만들었을까. 그냥 그는 어떤 애정도 없는 자신의 욕정과 분노를 채울 사이코패스인가. 그런 부분 때문에 우발적이긴 했지만 영제의 딸을 차에 치이고 무서운 마음에 마지막 목숨을 끊게 만들었던 현수의 행동에 동조 할 수 없지만 오영제에게서 현수와 서원, 승현을 때어 놓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게 만들었다.

물론 오영제를 이해 할 수 있는 부분이 아주 조금 고양이 에피소드를 통해 보여주긴 하지만 어찌되었건 마지막 죽어가는 현수를 동정하고 싶게 만들어졌다고 할까.

 

 

하긴 현실은 오영제처럼 어떤 이유나 과정 없이 악한 사람이 있으니 이런 부분도 그냥 그렇다고 생각하고 넘어 갈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현실은 더 지독한 슬픔이 많으니.

 

자신의 아들을 지키기 위해 승현에게 부탁한 소설은 서원을 어떻게 성장시킬까. 마지막은 그녀의 짧은 문장처럼 아주 짧게 끝이 나고 긴 여운을 남겨주었다. 참, 상투적인 감상을 준다. 그녀의 4번째 소설이 기다려진다. 이제부터 진짜 그녀의 얘기가 펼쳐질 것만 같다. 얼마나 더 깊은 절망을 또 안겨 줄 것인지. 벌써부터 짙은 안내가 몰려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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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하라 고양이 - 가끔은 즐겁고, 언제나 아픈, 끝없는 고행 속에서도 안녕 고양이 시리즈 2
이용한 글.사진 / 북폴리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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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하라 고양이

< 난 길의 감식가야 평생 길을 맛 볼거야. 이 길은 끝이 없어. 지구의 어디라도 갈 수 있어> - 영화 <아이다호>

후미진 골목을 돌면 불현듯 나타나는 고양이, 언덕을 오르면 주차된 자동차 밑에 반짝이는 작은 두 눈동자, 공원을 어슬렁거리는 고양이, 해 좋은 날 빌라 난간에 누워 잠을 청하는 고양이를 마주칠 때마다 아이다호의 기면증에 걸려 누워 잠이든 리버 피닉스가 떠오를 때가 있다. 고양이야 말로 길의 감식가가 아닐까.

이곳으로 이사 온 날 그달에 가장 추웠던 날이었다. 어찌나 추웠는지 보일러를 틀어도 따뜻하지 않았다. 이삿짐을 풀고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니 꽁꽁 얼어 있는 음식물 쓰레기를 발로 건들고 있는 노랑 고양이를 보았다. 모든 것이 다 꽁꽁 얼어 있었다. 음식물 쓰레기봉투는 단단하게 얼어 있었고, 녀석의 발톱으로 생채기를 내지도 못하였다. 집으로 들어가 녀석에게 국물용 멸치를 가져와 바닥에 뿌려 주었다. 나는 녀석이 편히 먹을 수 있도록 몇 마리 던져 놓고 집으로 들어가 버린다. 저녁쯤 나와 보면 멸치는 없었다. 녀석이 먹었는지 다른 길고양이가 먹고 갔는지 모르는 일이지만 그때부터 나는 녀석을 아주 가끔 볼 수 있었고 내가 나오면 후다닥 도망을 갔다. 어느 날부터 아주 조금 간격이 좁혀졌다. 도망은 가지만 정말로 아주 잠깐 내가 또 뭘 놓고 가는 것인가 확인을 하고 도망을 가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느꼈다. 녀석이 나를 의식하고 있다고 말이다. 그렇게 삼 개월이 흘렀다. 이쯤 되면 나와 녀석이 좀 친해질 것도 같은데 그때쯤인가부터 녀석이 안 보였다. 여전히 멸치는 사라지지만 나와 눈인사를 딱 한번 했던 그 노랑이 녀석은 안 보였다.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를 읽고 길고양이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고 나도 길의 감식가라는 길고양이 친구를 하나 만들고 싶었나보다. 그래서 처음 이사와 마주친 녀석을 나 혼자 짝사랑을 하고 있었나보다. 그 추위를 견뎌 이제 봄이 왔는데 녀석은 길고양이의 습성처럼 영역을 옮겼는지 혹은 고양이 별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명랑하라 고양이>속에 처음 등장하는 “언제나 옳다”는 노랑 고양이 ‘바람이’의 등장에 가슴이 쿵쾅거렸다. 내가 처음 정을 주었던 그 노랑이 녀석이랑 너무 닮았던 녀석이라서 더 반가웠다.

작가가 서울 생활을 접고 어느 공기 좋은 시골로 이사를 가고 그곳에서 만난 길고양이에 대한 기록을 남겨 놓은 이번 책은 지난번과 같이 계절별로 고양이들의 생활을 기록되어 있다. 화사한 봄을 지나 반짝이는 여름, 쓸쓸한 가을을 스쳐 눈처럼 사그라지는 겨울 속에 만났다 헤어짐을 반복하며 인간과 똑같이 삶을 살아가고, 자식을 낳고 자식이 올바로 자랄 수 있도록 지극정성 길러내는 모성애로 짧은 생애를 마치는 길고양이들의 얘기. 이것이 이 책의 내용이 전부 일지 모르겠다.

책속에는 우리의 삶과 똑같이 살고 있는 녀석들이 있다. 더 모질게 혹은 느긋하게 때로는 더 간절한 그들의 생활. 묘생이 전쟁일수록 더 많은 새끼를 낳아 희박한 생존율을 이겨낼 고양이를 낳는다는 축사 고양이들, 마치 애완견처럼 주인 할머니와 산책을 가고 배웅을 가거나 할머니가 마응 회관이라도 가시면 나올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고 같이 집으로 돌아가는 달타냥.<녀석이 삼총사의 그 달타냥이 아니라 하도 담을 넘어 여기 저기 쏘다니기 때문에 지어 주었다는 이름>, 자식을 낳고 어마라서 투정도 못 보리는 까뮈네 식구들. 이런 접대냥을 꿈꾼다면 여기 있다며 보여주는 봉달이, 봉달이를 따라 같이 뛰는 덩달이, 어미이기 때문에 섭씨 30도를 넘어도 긴 행군을 이어가며 자식들에게 먹이를 나르는 여울이, 전원 고양이들 얘기로 마치 그 마을만 가면 만나서 인사라도 나눌 것 같은 다정함이 생긴다.

내가 이름도 지어주지 못한 노랑이 녀석처럼 ‘바람’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부분에서는 눈물이 안 나는 것이 이상할 만큼 많이 속상했다. 녀석 그냥 그 집에 좀 빌 붙어 있지 어디를 며칠 동안 다녔는지 살도 다 빠져 나타나 그렇게 슬픈 모습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너냔 말이다.

시인이 살고 있는 곳으로 가고 싶어진다. 달나냥을 만나서 좁을 길을 걷고 싶고...(나쁜 고양이는 없다에서 달타냥의 죽고 말았다.) 덩달이와 함께 개울도 걷고 싶고, 전원 고양이들과 인사도 나누고 싶다.

올 겨울도 참 춥다는데 우리 동네 고양이들 얼지 말고, 죽지 말고 봄이 오길 견뎌 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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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이 왔다. 지나갔던 것들도 많은데 아직 한달의 기간 동안 지나 보내야 할 것들이 더 남았다.

삶의 기억들을 볼 수 있는 에세이들의 향연. 그중 가장 가슴에 담고 싶은 책들은.

 

 

1. 한설희 (지은이) | 북노마드 | 2012-11-15

 

 

 

 

마치 누군가의 삶을 훔쳐 보기라도 하듯이 노모의 2년간의 시간을 딸이자 작가, 그리고 다른 화자로 얘기하고 있는 이 책을 그냥 지나칠수 없다. 엄마라는 얘기만으로 덜컹 거리는 마음을 쓸어 넘겨야 할것만 같다. 사진 집으로 유명한 <윤미네집>, <그 섬에 내가 있었네>의 김영갑님의 책 다음으로 페이지 한장 한장이 긴 문장보다 더 큰 여운을 남겨 줄것 같다.

 

 

2. 시옷의 세계- 김소연  / 마음산책

 

 

 

 

글을 쓰기위해 많은 단어들을 꺼내야 한다. 그런 작업중에 시인들은 단어 하나가 더 소중할것 같다. 단어는 하나의 행을 만들고 연을 만들어 나간다. 김소연 시인은 시를 쓰면서 얼마나 공들여 단어들을  꺼냈을까. 그런 그녀이기에 선택된 시옷의 단어들의 세계가 더욱 궁금하기만 하다. 읽고나면 나도 시인의 단어들의 행렬처럼 사연 많은 사사로운 감정들을 쏟아 내야 할것만 같다. 12월, 소소한 한 해를 사그라지지 않게 할 그런 책.

 

 

3. 안녕, 다정한 사람 _ 김훈,이적,등등  / 달 출판사.

 

 

무슨 이런 부러운 릴레이가 다 있단 말인가.  어떤 기준으로 뽑힌지 모르겠지만 열명의 사람들은 테마가 있는 여행을 떠난다.  한명이 돌아오면 다른 한명이 바통을 이어 받는 테마가 있는 릴레이 여행인셈이다. 한 사람이 다른 도시만 가더라도 그곳에서만 떠 오르는 얘기들이 있기마련인데 책속에 지은이로 나와 있는 지은이들은 모두 다 그들의 테마가 궁금하기만 한 사람들이 모여있다. <끌림>이라는 책때문에 더 반갑기만한 이병률이 사진까지 찍었다니 더욱 궁금할 수 밖에.

그들이 우리에게 어떻게 다정하게 다가올지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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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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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라는 네임 하나만으로도 큰 울림을 준다. 세계의 오지를 떠돌아 다녔던 그녀, 말라리나에 걸려 생과 사를 몇 번씩 넘겼지만 살아남았다. 대부분 한번 겪은 일에 크게 상처 받거나 질려서 절대로 같은 일을 하지 않을 것 같지만 절대로 물러나지 않은 강철 같은 그녀. 누군가 그녀처럼 살아보라고 한다면 나는 절대로 그럴 수 없을 것 같다며 뒷걸음질 치며 달아날 것만 같다. 그녀의 구호의 일은 절대로 만만하지 않고 어렵고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더 특별해 보이고 강단 있는 그녀의 삶이 위대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녀의 여행 기록문을 모두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그녀를 알게 해준 <지구 밖으로 행군하라>를 읽으면서 나의 나이를 한번 떠 올려보았다. 그녀가 가슴 뛰도록 행했던 일을 시작했던 나이가 몇이지? 그것은 내 가슴속에 꿈틀대고 있는 꿈을 이루기에 늦지는 않았을까하는 걱정이었던 것 같다. 이런 나에게 한비야는 그런 말을 하겠지.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 늦게라도 시작하는 편이 백배, 천배 낫다. 시도해보지 않는다면 성공할 기회는 0퍼센트다. P95"

내 인생의 모토는 <도전하는 삶>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늘 현실이라는 시간에 도전은커녕 하루의 시간을 쪼개어 쓰는데 실패하며 매번 투정과 불만으로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울 때가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주말 지내면 월요일이 오고 억지로 일어나 억지로 세수를 하고 밥을 먹고 출근을 하고 밤 되어 집에 돌아와 노곤한 하루를 정리하고 그렇게 일주일이 가고 한 달이 가며 또 일 년이 가는 것이 허무하다고 생각하는 청춘들이 어디 한두 명일까, 그런데도 그녀는 서른아홉에 중국 유학을 가서 중국어를 배우고 더욱더 많은 이들을 구하는 일을 하기위해 보스톤으로 유학길에 오르는 그녀의 삶의 원동력은 대체 무엇일까.

 

<그건, 사랑이었네>는 그녀의 삶의 원동력들에 대한 질문의 답을 얘기해주고 있다. 그녀의 하루, 일주일, 한 달 일 년을 가득 채우고 있는 가난한 오지의 사람들을 구하는 일들이 그녀의 희망이며 꿈이며 삶의 원동력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프리카 수단의 한 아이가 기니아충에 감염 되어 살갗으로 삐져나오는 기니아충 때문에 구토를 하고 괴로워하는 아이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녀는 눈물보다 더 현실적인 것들을 얘기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물은 생명 그대로라고 했다. 하지만 물이 어디 아프리카만 중요한 것일까. 이미 우리나라도 물 부족 국가이지만 간혹 점심시간이 끝나고 양치질을 하러 화장실에 가면 물을 틀어 놓고 이를 닦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내가 수도꼭지를 닫아버리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칫솔질을 하는 동안 물을 틀어 놓고 있는 사람들의 물 사용 때문에 간혹 화장실 거울에 이런 부분을 권유해줄 문구를 써 놓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을 때도 많았다. 모두에게 특히 아프리카에선 더욱도 소중한 그 물을 우리는 너무 쉽게 흘려보내고 있다. 그녀는 이런 물이라도 좀 아껴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 이런 얘기들은 우리가 물에 대한 얘기를 할 때마다 하는 얘기지만 습관이라는 것이 무섭다. 쉽게 틀면 나오는 물 때문에 물이 소중한 것을 모르는 우리들은 어디서부터 고쳐나가야 할까.

 

그들에게 수십 미터라도 내려 보내서 떠 올릴 우물을 만들어 줄 수는 없지만 내가 좀 아껴 준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녀의 권유대로 뭔가 실천을 하고 싶어진다. 이것이 한비아의 힘인 것 같다. 그녀는 에세이를 쓰지만 읽는 이들은 이 책이 에세이가 아니라 자기 계발서로 돌변하고 만다. 그녀가 구호 과정에서 생긴 일들을 얘기하며 스스로의 시간을 반성 할 때만다 내게는 어떠했을까 고민하게 되고 실천하게 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맨토로 삶고 싶어지는 것일 거다.

 

그녀의 삶의 원동력이 구호의 일이라지만 그녀도 안식이 필요한 사람이다. 그 안식과 위로는 그녀의 기도에서 비롯된다. 그녀는 끊임없이 기도한다. 종교의 벽이 없는 그녀는 이슬람교인과도 교류하며 그들의 종교를 인정해주고 받아들여준다. 그것이 꼭 그 종교를 흡수하고 따라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인정해 준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그녀의 종교 얘기가 거슬렸다. 종교가 없고, 특정 종교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어 기도라는 단어를 더욱더 싫어하는 사람인지라 그녀가 기도로 사람들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는 부분을 읽을 때마다 책장을 넘겨 버리고 싶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끝까지 그녀의 얘기에 집중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편견 없는 종교의 이해다. 이슬람 친구에게는 그녀의 성경책을 그녀는 코란을 읽으며 서로를 더 이해 할 수 있도록 하는 그녀는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이해하려한다. 물론 꼭 서로의 종교에 대한 이해가 그녀의 방법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더욱더 그녀의 종교 얘기에 거부감을 거두어 드린 부분은 그녀의 기도는 자신의 안녕과 평안을 위한 것이 아니라 깨끗한 물만 있어도 눈이 멀지 않을 수 있었던 수단의 한 아이를 위한 기도이며, 물을 길러 가기위해 위험한 길을 가는 여자아이가 성폭행을 당하지 않고 무사히 올 수 있도록 하는 기도이며, 하루만 더 일찍 아니 열 시간만 더 일찍 자신을 만났으면 죽지 않았을 6개월 지난 아이를 위한 기도라는 것에 가슴이 따끔거린다.

 

사실 아직도 나는 그녀가 평범한 여대생에서 직장생활을 벗어나 낡은 남방에 면바지, 지퍼 가득 달린 조끼를 입고 말라리아에 몇 번씩 걸려 사경을 해매거나 피부병에 걸려 괴로운 나날을 지내는 것이 이해 가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런데 얼마 전에 유기견과 고양이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며칠 가슴이 먹먹해져서 울다가 나도 모르게 고양이 사료를 사고 밤이면 다른 사람 모르게 사료들을 놓고 오는 날들이 생겼다. 그녀가 월드비젼에서 일하는 이유는 더 특별한 것이 있겠지만, 나는 왠지 내가 느낀 그 감정과 별반 다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생각과 실천, 그 분기점에서 분명 갈등이 생기며 결국 생각을 넘어선 실천만이 행복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녀는 많은 청춘들에게 희망을 주거나 절망을 주기도 한다. 그녀처럼 살고 싶다는 희망, 해보니 절대로 그녀처럼 될 수 없는 절망. 하지만 그녀는 그런 청춘들에게 그런 말을 할 것이다. “두드려라, 열릴 때까지!” 그리고 그녀의 말처럼 꽃이 피는 시기가 다들 다르니 내 행복이 꿈이 지금 당장이 아니라도 걱정하지 마라. 개나리는 봄에, 국화는 가을에 꽃이 피지 않느냐…….국화인 나는 아직 가을이 오지 않았으니 꽃을 피우지 않을 뿐이다. 단지 내 시간이 아직 봄을 길게 즐기다 오는 것이니 곧 여름이, 그리고 가을이 올 것이다. 그러니 무조건 시작하라고. 그래서 이었을까? 그녀를 보면 사람들이 돈을 주며 구호하는 일에 보태달라고 한단다. 생일날 자신에게 멋진 코트를 사주기 위해 백화점을 가다 만난 여대생은 코트 값을 모두 한비야에게 주는 훈훈한 에피소드들이 어디 한두 개일까. 언젠가 책을 읽고 그녀의 삶에 자극을 받은 어떤 겨울날 나는 월드비전으로 전화를 걸어 매월 기부를 하고자 자동이체를 걸어 놓았다. 그것이 벌써 삼년이 되어 간다. 그 작은 돈이 아프리카 어느 아이에게 물 한 모금이라도 도와 줄 수 있다는 것을 간혹 통장정리를 할 때마다 느끼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좀 더 열심히 살자고 생각했다. 아주 작게나마 누군가를 도와 줄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즐거울 수 있을까. 일주일에 두 번씩 몰래 고양이 밥을 주러 나갈 때마다 밤마다 보는 그 고양이들에게 작게 인사를 할 때마다 즐거워지는 마음, 이것이 무엇일까. 그녀 또한 이것을 그렇게 부를까. 그것이 사랑이었다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단어지만 잠시 즐거워지는 것을 보니 나 또한 그녀처럼 이불속으로 파고들며 잠을 청할 때 내일은 얼마나 즐거울까 생각 할 수 있는 단계까지 올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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