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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이 끝나도, 삶은 시작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벌써 20주년이 되었다. 아버지가 떠났던 날들을 생각해 보면 처음에는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면서 벌어진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가족들은 삼 사 년 동안 미친 듯이 일을 했고 일을 해결해 나갔다. 대학교에 입학을 하면서 나는 더 정신 없이 지내다 어느 날 사귀던 남자친구가 아버지가 유독 좋아 하셨던 그린 색 폴로 티셔츠와 비슷한 옷을 서 입고 나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는 순간 장례식장 이후로 단 한번도 흘리지 않았던 몇 년 동안의 눈물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말았다. 처음으로 누군가 내 곁을 떠 났고, 더 이상 세상에 존재 하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토록 좋아했던 그린 폴로티셔츠를 입을 수 없으며 달달한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킬 수 없고, 유난히 고기 기름이 많이 들어간 김치 찌개를 먹을 수 없으며, 초여름 마늘 종을 짤라 고추장에 찍어 찬물에 말아 먹고 시원한 거실에 앉아 낮잠을 잘 수 없는 것이다.
아버지가 떠났어도 우리 가족의 삶은 계속 유지 되었고, 간혹 떠난 사람의 모습을 기억하며 홀로 있을 때 눈물을 흘리거나 좋아했던 노래를 들으며 자신이 만들어 낸 우물에 갇혀 슬픔을 다독여야 했다. 사랑했던 사람들이 떠 났어도 살아 남겨진 사람들의 삶은 모질게 어이지는 것에 서러워할 수도 없다. 몇 달 전 일어난 세월호 참사로 인해 어린 아이들을 잃은 부모들의 모습을 담은 다큐를 보면서 한 시간 동안 눈물을 같이 흘렸던 것은 그들의 남겨진 시간이 얼마나 외롭고 쓸쓸한 것인지 충분히 공감하기 때문이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너무도 유명한 줄리언 반스는 이런 공황상태에 놓여 있다. 30년 동안 그의 옆을 지켰던 그의 아내가 2008년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30년 동안 단 한번도 사랑을 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던 그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나 공허 했을까?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참 까칠한 남자라고 느꼈던 적도 있었는데, 그에게 이토록 지고 지순한 애정이 있었다니. 금술 좋았다는 그들의 사랑은 나만 몰랐나 보다.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를 처음 읽으면서 책의 소개를 이미 알고 있어서 시작이 어떻게 될지 짐작을 하고 읽었는데 한동안 읽으면서 당황스러웠던 부분은 이 책의 시작이 20세기가 아닌, 19세기의 실존 인물이라는 프레드 버나비와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 사진 작가 나다르의 이야기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처음을 시작하는 열기구를 타고 하늘에 오르려 했다는 프레드 버나비와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의 이야기를 혹시 두 사람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것은 아니었고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한 자신의 얘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제껏 하나인 적이 없었던 두 가지를 하나로 합쳐보라. 그러면 세상은 변한다. 사람들이 그 순간을 미처 깨닫지 못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럼에도 세상은 달라졌기 때문이다.” P11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의 원래의 제목은 [Levels of Life]이다. 줄리언 반스인 아내인 팻 캐배나가 세상을 떠났어도 그의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는 너무나 당연한 얘기의 줄기로 제목이 정해졌겠지만, 원래의 제목을 생각해 봐도 사랑을 떠나 보낸 그의 삶이 단계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짐작을 할 수 있다.
“나는 아내를 다시 보게 되리라고 믿지 않는다. 보고, 듣고, 만지고, 안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웃을 날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아내의 발소리가 들리기를 기다리거나, 아내가 문을 여는 소리를 듣고 미소를 짓거나, 그녀의 몸이 내 몸에, 내 몸이 그녀의 몸에 꼭 맞물리는 날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나에겐 우리가 물질을 초월한 형태로 다시 만나리라는 믿음도 업다. 죽은 건 죽은 거라도 나는 믿는다. “P128
그녀를 떠나 보내고 자살까지 생각도 해 봤던 그였지만 그녀를 떠나 보내고 남은 심정은 매우 담담하거나 때로는 너무나 단호히 그녀의 부재의 믿음이 보인다. 이것은 그가 자살을 하지 않기 위해 늘 자살을 할 도구까지 생각하며 하루를 견뎠다는 것과 비슷한 마음이 아닐까. 그녀의 죽음을 이해하지만, 마음은 그녀의 부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없음으로 인해 삶이 풍부하지 않을 것이다. 있었던 것이 없어지므로 겪는 아픔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절대 이해 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남은 시간의 쓸쓸함의 시간을 달래보지 않은 사람은 그 마음의 빈 곳에 불어 오는 바람이 얼마나 차디찬지 모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아침을 맞는 한 삶은 계속되는 것이다. 소멸된 사랑하는 사람들의 시간에 더 이상 아파하지 않고 그녀와 함께한 행복한 시간을 기억하며 남은 시간이 반짝이길, 그렇게 빌어 본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